[포커스] 이재명과 김세연의 기본소득 논쟁 
[포커스] 이재명과 김세연의 기본소득 논쟁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6.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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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에서 기본소득 이슈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스타트를 끊은 이후 여야 간에 백가쟁명 식의 기본소득 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세연 전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명 지사 간에 페이스북을 통한 기본소득 논쟁이 있었다. 현재 이 논쟁은 3차례 상호 공방을 끝으로 마무리되었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황이다. 

논쟁의 시작은 김세연 전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기본소득 구상을 소개하면서 이재명 지사의 제안을 ‘월 4만 원의 용돈 수준은 기본소득이 아니다’라며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화장품 샘플을 주는 것을 가지고 화장품을 준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이재명 지사가 발끈한 것. 김세연 전 의원이 비판하는 이재명 지사의 ‘월 4만 원’ 기본소득 안의 핵심은 ‘무늬만 기본소득’이라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의 기본소득 안은 ‘20~30년 안에 모든 국민이 중위소득의 50%를 받는 것’이다. 

김 의원은 “우선 월 30만 원을 인구수당(아동수당·기초연금 등)과 연계해 지급하는 방안을 시작해야 한다”며 “이후 일정소득 이하인 분에게는 마이너스 소득세를 적용하는 등의 방안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한다. 김 전 의원은 “이 지사의 안에 따라 기본소득에 들어가는 예산은 15조~30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우리 국가 예산을 조정하면 재원은 마련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재정은 파탄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재명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월 4만 원이 기본소득인가”라고 비판한 김세연 전 의원에 대해 “말꼬리 왜곡해 비난하지 말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이름은 기본소득인데 선별 지급하자는 국민의힘이나, 기본소득 찬성한다면서도 소액은 적다고 반대하고, 고액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는 당 소속 인사들이나 모두 현란한 말장난으로 국민을 속이는 짝퉁기본소득론자이기는 마찬가지”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재원 확보 수단으로 증세를 언급했다. “장기적으로 ‘기본소득세수는 전액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는 원칙에 따라 10년 이상 장기목표로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동의를 전제로 기존세금에 추가되는 일반기본소득목적세, 특별기본소득목적세(데이터세, 로봇세, 환경세, 토지세 등)와 기본소득을 가능한 범위에서 조금씩 늘려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소득으로 공평하게 지급되는 기본소득목적세를 징수하면 90% 이상의 가구가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많아 일반적 증세보다 국민 동의가 용이하다”는 것이 이재명 지사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세연 전 의원은 이재명 지사의 구상대로라면 필요한 세금액이 2021년 국가예산에 버금가는 300조 원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현실 불가능’을 주장했다. 다음은 김세연 전 의원의 3월 8일자 페이스북 전문.


김세연 전 의원은 2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안을 정면 비판했다.
김세연 전 의원은 2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안을 정면 비판했다.

 이재명 지사의 300조 원 기본소득 증세안은 ‘재정파탄’

이재명 지사가 3월 7일자 페북 글에서 ‘전통적 증세 아닌 기본소득목적세’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필자의 2월 22일자 페북 글에서 공개 질문한 항목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기대하였는데, 또다시 새로운 내용 없이 기존의 제목과 내용만 반복되는 것에 아쉬움을 표한다.

특히 이 지사의 같은 글에서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기본소득(목적세) 현실화 방안으로 소액에서 고액으로 점차 늘려가는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최초 액수만 지적하며 소액이라 비난하거나 장기적 최종목표액을 당장 지급하자는 것처럼 왜곡해 지금 당장 그 많은 세금을 누가 내느냐는 식의 비난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 대목은 앞선 글들에서 필자가 1. ‘연 1인당 50만원/100만원’은 ‘월 1인당 약 41,600원/83,300원’이므로 기본소득이라 이름 붙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한 점, 

2. 이 지사의 기본소득 모델에서 ‘10여 년 이후’ 어느 시점에 ‘장기적’으로 ‘월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연 300조원’의 재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점에 대하여 나름의 반론을 편 것이라 보인다.

 1번 논점에 대하여는 기본적인 관점의 차이로 인해 더 이상의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보아 반론을 생략하겠다. 2번 논점에 대하여는 지속적으로 ‘장기’ 관점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논의를 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그 많은 세금을 누가 내느냐’는 질문을 한 것이 전혀 아니다. ‘장기적으로 300조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질문한 것이다. 뜻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예산안 기준 총지출 558.0조 원은 예산 375.0조 원과 기금 182.9조 원으로 구성되고, 다시 예산은 일반회계 314.8조 원, 특별회계 60.2조 원, 기금은 기금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사업성기금 72.0조 원, 사회보장성기금 85.8조 원, 계정성기금 6.1조 원으로 각각 구성된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 모델에서의 ‘장기’는 ‘10여 년 이후’라고 했으므로, 연도로 보면 2030년에서 2040년 사이의 어느 시점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예산증가율 등의 가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만, 2021년 예산을 기준으로 봤을 때 ‘연 300조 원’의 기본소득 재정 규모는 중앙정부 각 부처의 ‘일반회계’의 지출을 모두 모은 314.8조 원에 거의 맞먹는다.

기본소득제 도입 찬반 '찬선' 48.6% VS '반대' 42.8% 팽팽하게 갈려 있다.

300조 세금을 어떻게 걷겠다는 건가?

이 지사의 제안대로 ‘인당 연 50만 원’을 위한 ‘25조 원’, ‘인당 연 100만 원’을 위한 ‘50조 원’은 각종 조세감면제도 정비 등을 통하여 조달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이는 본질적으로 기본소득이라 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재원조달 규모와 방안에 국한해서 보면 여기까지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연 300조 원’은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연 300조 원’은 2021년도 행정부 일반회계 예산 총액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 재원을 10여 년 만에 신설 및 추가 세목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필자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부분은, 기본소득 체제로의 이행과 같이 거대하고 어려운 작업을 ‘작게 하더라도 시작만 하면 충분히 커질 수 있다’는 논리로 마치 어렵지 않게 달성 가능한 일인 것처럼 국민들의 착각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체제로 이행하는 것은 국가행정 시스템을 껍데기뿐만 아니라 뼈대까지 새롭게 세우는 작업이다. ‘발전국가’ 시절의 방대하고 비효율적인 행정부의 규모와 기능을 지금과 똑같이 두고서 여기에 기본소득을 더 얹는 것은 곧 재정파탄을 예약하는 것과 같다.

이 지사는 장기 재원조달 방안으로 기본소득목적세를 신설하거나 추가하면 된다고 했다. 즉, ‘탄소세(환경세), 데이터세(디지털세), 로봇세, 토지불로소득세 등을 신설하거나 추가하되 소액에서 고액으로 점차 늘려가면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금의 제목만 가지고 세수가 수십조 원씩 자동으로 거둬들여지면 정말 좋겠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매우 우려스럽다. 기존의 세입-세출 구조를 그대로 두고 기본소득 재원을 기본소득 목적세로 더 걷어서 쓰면 된다는 주장의 실현 가능성을 우리는 검증해야 한다. 

이에 다시 한번 질문하고자 한다.
탄소세(환경세), 데이터세(디지털세), 기계세(로봇세), 국토보유세로 각각 어느 정도의 조세수입을 더 걷을 수 있을지 정밀하지 않아도 좋으니 추산치라도 보여주기 바란다.

‘기본모임’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반드시 기존 정부지출의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이 지사는 기본소득목적세 신설 및 추가로 가능하다고 하니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정책모델을 제안하는 측에서 국민들께 설명드려야 할 것이다. 아직 제목 외에 내용을 제대로 보지 못했으므로 상세한 설명이 있기를 기대한다.

행여라도 국채를 발행해서 기본소득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므로 아예 논외로 하겠다. 왜냐하면, 우리의 재정건전성이 급속히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부채를 조달하여 그 부담을 미래로 일단 넘기고 보자는 식의 발상은 그릇된 것이고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이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부채를 좀 더 늘려도 된다는 발상은 금물이다. 다른 서술보다 별첨하는 세 개의 그래프가 보다 직관적인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스웨덴의 길을 갈 것인가, 일본의 길을 갈 것인가.

한편,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연금개혁’의 문제이다. 2020년 7월에 발간된 국회 예산정책처의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 자료에 따르면,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국민연금은 2038년에 적립금이 1,072조 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2039년에 재정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된 후 2055년에는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17년 만에 1,072조 원의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난다는 것이다!)

연금개혁 문제가 발목

주요 연도별로 보면, 다음과 같이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수지 적자가 예정되어 있다. △2040년 14.1조 원 △2050년 80.1조 원 △2060년 145.5조 원 △2070년 179.9조 원

참고로, 국민연금 기금의 수입과 지출은 위에서 언급한 ‘총지출’ 중에서 ‘예산’ 아닌 ‘기금’에 속하고, ‘기금’ 중의 ‘사회보장성기금’으로 분류된다. 한편, 4대 공적연금의 나머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의 적자 합계액도 △2040년 16.9조 원 △2050년 23.9조 원 △2060년 30.7조 원 △ 2070년 38.0조 원이다. 

즉, 4대 공적연금 수지 적자가 20년 후인 2040년에는 약 31조 원, 30년 후인 2050년에는 104조 원 발생할 것이 이미 예정되어 있다. 미래에서 현재로 미리 도착해 있는 청구서이다.

이런 숫자들을 접하면 일단 ‘0’이 너무 많아서 현실감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흔히 이런 논쟁은 바쁘게 오늘을 살고 있는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치부하고 무관심해지기 쉽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노점상이든 대기업이든, 개인이든 정부든, 규모의 차이는 있더라도 수입과 지출의 기본 원리는 다를 바가 없다. 벌어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쓰기만 하면 결국에는 망할 수밖에 없다.

앞세대에서 이기적으로 설계해놓고 거기에서 나오는 혜택을 이미 다 가져가버리는 제도 때문에 뒷세대가 죽어나게 될 것이다. 이걸 그대로 두면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손자 손녀 세대의 등골을 휘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부러뜨리는 격이 된다.

지금부터 불과 10년, 20년 이후에 지금보다 더 심각한 대량실업이 일상화되는 상황이 되면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하기에 이미 늦을 수가 있다. 기술혁명으로 인한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하는데 여기에 더해 사회보험 개혁을 미리 해놓지 않은 후폭풍까지 겹치게 되면 대한민국의 재정 건전성이 ‘퍼펙트 스톰’ 속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물론 대량실업 사태가 오지 않으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눈에 잘 보이는데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건 플랫폼 노동 이외에는 잘 보이지가 않는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누구나 밝은 미래를 바란다. 하지만 낙관적 전망으로 일관하다가 추운 겨울에 얼어죽을 수 있는 베짱이 꼴을 당하기보다는 추운 겨울이 온다고 보고(“Winter is Coming.”) 개미처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하는 것이 보수정당의 기본 자세라고 보아 기본모임에서 자체적인 기본소득 방안을 준비한 것이다.

기본모임의 기본소득 방안은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의 유지와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소위 ‘좌파 기본소득’과는 분명히 다르고, 신자유주의적 접근을 기초로 하여 기존 복지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공적 부조와 사회서비스를 전면 폐지하는 방식의 전형적인 ‘우파 기본소득’과도 분명히 차이가 있다.

강력한 행정 구조개혁, 재정 구조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곧바로 재정파탄으로 이어져 조만간 기본소득을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지사의 ‘작게 시작해도 된다’는 식의 기본소득 도입은 미래세대가 감당하지 못할 파국을 불러올 위험이 너무 높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제대로 준비를 갖춰 시작해야 한다.’ 

※ 기사의 제목과 소제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 과정에서 추가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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