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비스마르크 대외정책의 교훈
[논단] 비스마르크 대외정책의 교훈
  • 신범철 미래한국 편집위원·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승인 2021.06.22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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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가 독일을 통일하고 유럽의 패권자가 되었으나 빌헬름 2세가 집권한 후 잘못된 대외정책으로 완전히 몰락했다. 비스마르크는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오스트리아를 흡수통일하지 않고 동맹국으로 남겨뒀다. 그리고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러시아와 불가침조약을 체결한 결과 후방을 방어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후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을 선포했고 영국을 설득하기 위해 해군조약을 체결해 독일 제국이 해외로 뻗어나가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비스마르크는 현명한 대외정책으로 통일을 달성하고 큰 전쟁에서 승리했으면서도 적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빌헬름 2세는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펼쳤다. 러시아와의 불가침조약을 파기했고 그 결과 러시아는 프랑스와 동맹을 맺었다.

이는 독일의 숙적인 프랑스와 러시아가 양쪽에서 독일과 대립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친교적 관계였던 영국과도 식민지 개척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독일은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었고 패망했다.

비스마르크와 빌헬름 2세의 대외정책이 오늘날 우리의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요한 것은 주변 국가와의 관계 형성에 따라 나라가 통일되기도, 통일된 강대국이 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누가 우리의 주적이고 누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나라인지 어떤 관계 속에서 우리가 통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는 군사력과 현명한 외교정책으로 통일 독일을 이뤘다.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는 군사력과 현명한 외교정책으로 통일 독일을 이뤘다.

현재 가장 중요한 정세는 미·중 경쟁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동맹정책, 가치외교, 첨단기술외교를 통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전개하면서 중국을 억제하고 있다. 첨단군사기술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중국은 일부 미국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 침해도 불사하며 군사 현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2000년대 이후 시진핑이 ‘일대일로’를 추진하면서 중국이 해양세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는 해양세력인 미국이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것이 오늘날의 패권전쟁, 신냉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미국 편에 섰고 러시아는 중국 편에 섰다. 이렇게 북·중·러는 강화되고 있지만 한·미·일은 한국의 행보로 진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무조건 미국 편에 서서 진영논리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어떠한 진영에도 속하지 못하면 어떤 진영에서도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미중 패권 경쟁 사이에서 한국의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이 중국 쪽으로 기울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때문에 현재 한국은 미국에 소외 받고 중국에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문제는 안보문제뿐만 아니라 경제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북한문제까지도 이어진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홀로 외교 군사분야, 관세, 인권 등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동맹국과 함께 한다.

런던에서 펼쳐진 G7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에 전례 없이 높은 강도의 공동성명이 나왔다. 그간에 얘기했던 신장 위구르, 홍콩 사태와 대만의 국제기구인 WHO에 가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대만이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철저하게 부인하며 대만을 핵심 이익으로 삼았던 중국의 룰이 깨지고 있다.

미국은 대만 문제가 중국을 압박하는 좋은 카드라고 인식한 것 같다.

미중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중국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경쟁이 가속화될 때 김정은은 철저하게 중국 편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 우리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식으로 북한의 의중을 확장 해석했다.

현재까지 북한은 체제가 보장되고 위험이 해소되면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다. 그 뜻은 결국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미동맹이 해체되면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포장한 결과, 남북 관계 단절과 북미관계 단절, 북한의 핵보유 등 상황만 악화시켰을 뿐이다.

미국은 한미정상회담 전에 대북정책 검토를 끝냈다.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은 한국보다 일본과 더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중거리 미사일에 노출되어 북한 핵문제에 우리와 같은 입장을 갖는다.

스가 총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안보리 결의 이행, 강한 억제력 유지, 비확산 노력 등에 대해 미국과 논의했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약속에 공감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에는 ‘CVID’ 대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이는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 동결 협상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적당한 동결 거래는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기 때문에 일본은 CVID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G7 국제정상회담에서도 CVID가 포함되었으나 2+2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핵미사일 문제라고 언급했다. 동결 협상이 우리 국익에는 바람직하지 않으나 문재인 정부는 대화를 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결국 우리 정부에는 미 국무부의 동결 거래를 막을 수 있는 주체가 없다.이를 막으려 하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한 실정이다. 

한미동맹은 생각보다 굳건하다. 어느 한 정부가 동맹을 완전히 망칠 수는 없다. 한국과 미국이 분리되는 순간 한국은 재앙적인 결과를 맞을 것이다.

한미동맹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한·미의 인식 차이다. 북한은 한미동맹이 튼튼하고 잘 작동할 때 한국 정부의 가치를 확인한다.

그러나 지금은 한미관계도 좋지 않고 미국이 한국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으니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가 있으나마나한 정부가 되었다. 그렇다면 미국으로부터 한국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느냐. 이 역시도 중국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한미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외교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가?’에 있다.

같은 회담이 연이어 있을 때 새로운 말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가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척도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정부의 회담을 보면 회담에 새로운 부가가치가 없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것만 얘기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것에 대한 논의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이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발표되면서 한국 정부의 최고위급 목소리가 차단된 상황을 초래했다.

지속적으로 미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봐도 현재 한미관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것이 오늘날의 한미관계이다. 

※ 이 기사는 필자가 한선재단 정책세미나(2021. 5. 6.)에서 한 발제 강연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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