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Insight] 탈원전으로 위험 고조되는 한국 전기 사정
[미래 Insight] 탈원전으로 위험 고조되는 한국 전기 사정
  •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 승인 2021.06.22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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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이야기 두 번째, 오늘은 원자력 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원자력 이야기도 나눴더군요. 한·미 두 나라가 협력해 원자력 발전 수출을 하겠답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한다면서 다른 나라에는 수출하겠답니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됩니다. 그렇게 나쁜 것이라면 외국에 수출도 해서는 안 됩니다. 외국에 수출할 정도로 괜찮은 거라면 국내에서 쓰는 것이 옳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오늘은 원자력 이야기입니다.
한국은 전기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나라입니다. IEA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1kWH당 8.02펜스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습니다.

1펜스가 15원 정도니까 120원 정도입니다. OECD 평균 16.45펜스의 절반이 안 됩니다.

원자력 발전이 낮춰 준 전기요금

우리나라 전기 사정이 좋아지는 데는 원자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전기 가격은 1970년대 초 1kWH당 10원 미만이던 것이 중반부터 급격히 올라 1980년 1kWH당 69.9원으로 최고조에 달합니다.

세계적인 유가 상승 때문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부터는 오히려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커지는 것과 반비례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은 전기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춰줬습니다. 일반 물가와 비교해 보면 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초 35.2이던 물가지수는 2005년 111.7이 되었습니다. 25년 동안 217% 올랐습니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같은 기간 69.9에서 78.4로 10% 정도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원자력 발전이 큰 기여를 한 것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하겠다며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중단했습니다. 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17년 24기인 원전을 2038년까지 14기로 줄이겠다고 합니다.

탈원전의 이유는 원자력에 대한 공포 때문입니다. 판도라 같은 영화를 보면 정말 위험해 보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객관적 데이터는 원자력이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임을 말해줍니다.

1테라와트는 1조 와트를 말합니다. 가장 위험한 에너지는 석탄입니다. 1테라와트H당 24.6명이 사망했습니다. 화재, 가스 중독, 매연 등으로 석탄은 많은 사람들을 죽입니다.

석유는 18.4명으로 비슷합니다. 천연가스 2.8명, 장작 등 바이오매스는 4.6명입니다.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은 태양광입니다. 사망자 숫자는 0.02명으로 석탄의 1만분의 일입니다.

그런데 원자력도 0.07명으로 태양광과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CO2 배출량은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오히려 작습니다. 원자력은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입니다. 탈탄소 시대에 인류가 가장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을 줄이는 대신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늘릴 계획입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르면 2016년 현재 7.0%인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2030년까지 20%로 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계획에 따라 국토와 바다 곳곳에 태양전지판과 풍력 발전기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전기요금의 상승입니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용은 원자력에 비해 2~3배 높습니다.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지요. 지난 몇 년간은 한전이 적자를 감수하며 그 부담을 떠안고 있었지만 머지않아 전기요금이 오를 것입니다.

둘째는 전기의 품질 저하와 그로 인한 블랙아웃, 즉 대규모 정전의 위험입니다. 전기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대규모 블랙아웃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원자력은 가동과 멈춤을 조절하기 쉽습니다.

수요가 있으면 가동하고 수요가 없으면 발전량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태양광 및 풍력 발전 같은 것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햇

빛과 바람은 인간이 전기를 필요로 하는 시간과 무관하게 나타났고 사라집니다. 시간에 따라 전기가 남기도 하고 모자라기도 하는 거죠. 그로 인해 대규모 블랙아웃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탈원전 정책은 국내 원전산업 기반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사진은 두산중공업에서 생산하는 원자로.
탈원전 정책은 국내 원전산업 기반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사진은 두산중공업에서 생산하는 원자로.

겉멋 든 탈원전으로 골병드는 대한민국

전기 초과공급으로 인해 블랙아웃 직전까지 갔던 날이 2018년 1일, 2019년 2일, 2020년 8일이라고 합니다. 2014~2017년 사이에는 전혀 없던 블랙아웃 위험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면서 급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전기 저장 시설, 즉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초과 공급시에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빼내 쓰기 위함입니다. 문제는 그 비용이 엄청나다는 겁니다.

MIT 재료공학과의 Chiang 교수 등이 미국의 태양광, 풍력 발전을 배터리로 보완하려면 배터리 가격이 어느 정도로 떨어져야 하는지를 계산했는데요. 그 답은 10~20달러/kWH이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현재 실제 배터리 가격은 137달러/kWH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보조용으로 쓰기에는 현재 배터리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풍력 등에 의한 발전은 수요 공급의 미스매치에 따른 블랙아웃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독일 같은 경우 프랑스 등 주변 나라들과 계약을 맺고 남을 때 수출하고 모자랄 때는 수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럴 나라도 없습니다. 일본과는 사이가 나빠 안 될 것이고, 중국과 그렇게 한다면 그 안보의 위협은 또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한다고 해도 그 넓은 바다를 건너야 합니다.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 확장 속도를 고려하면 한국이 안전 때문에 원자력을 포기하는 것은 더 어리석습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원자력 발전소가 늘고 있는 나라입니다. 일본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앞으로는 더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9년 당시 중국이 계획 중이었던 원자력 발전 용량이 250기가와트인데요. 나머지 모든 나라를 합친 230기가와트보다 중국 한 나라가 더 큽니다.

한국 원전의 용량은 2019년 당시 23.2기가와트입니다.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되게 많은 원전이 중국에 지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의 원전들은 대부분 해안 지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심지어 산동성 앞바다에다가 물에 떠다니는 부유식 원전 건설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한국을 향해 세워지는 격이지요. 중국의 황사가 한국으로 불어오듯이 중국 원전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 방사능은 한국 쪽으로 날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바다물을 통해서도 흘러 오겠지요. 우리만 탈원전 한다고 해서 더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원자력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입니다. 다만 원자탄, 방사능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공포스러운 것이 문제입니다만 극복할 대상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높은 곳에 오르면 공포를 느끼지요. 그 공포에 굴복하지 않았기에 비행기를 탈 수 있고, 고층 빌딩에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자력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포를 극복하면 싸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지만 그 공포에 굴복하면 높은 전기요금과 블랙아웃의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 한국인이 원자력의 공포를 넘어서기를 바랍니다. 

국내 원자력 발전소 현황. /연합
국내 원자력 발전소 현황. /연합

文정부 탈원전 비용, 국민이 전기료로 메꾸기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조기 폐쇄됐거나 백지화된 원전 사업 비용을 국민이 전기요금으로 메꿔주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조기 폐쇄됐거나 백지화된 원전 사업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보전해주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6월 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개정안은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용처를 추가해 원자력 발전 감축을 위해 발전사업 또는 전원개발사업을 중단한 사업자에 대해서도 전력기금으로 비용을 보전할 수 있도록 했다. 전력수요 관리사업 등을 위해 조성되는 전력기금은 국민이 매달 낸 전기요금의 3.7%를 법정부담금으로 부과해 적립한다.

매년 2조 원가량 걷히며 지난해 말 기준 여유 재원은 약 4조 원이다. 산업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는 12월 초까지 비용 보전 범위와 절차 등 세부 내용을 담은 하위규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비용 보전을 신청할 수 있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했고 삼척의 대진 1·2호기와 영덕의 천지 1·2호기 사업을 중단했다. 울진 신한울 3·4호기는 사업을 보류한 상태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이들 원전 7기의 손실은 최소 1조4445억 원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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