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조건] ‘굿바이 586’ 미래로의 초대
[변화의 조건] ‘굿바이 586’ 미래로의 초대
  • 이인철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승인 2021.06.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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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현상은 정치 현실에 대한 변화의 요청이기에 지나가는 돌풍이 아니라 태풍이었다. 태풍의 눈 가운데 있으면 바람을 느낄 수 없듯이 현실 가운데 있기에 태풍이 지난 후에 변화의 요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준석 현상은 인물 교체 또는 세대 교체의 요구만은 아니다. 오래 전에 공정이란 표현으로 던져진 한국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제기에 대해서 답이 주어지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탄핵 사건으로 보수가, 조국 사태로 진보라는 각 진영 체제가 무너진 이후에, 야당 대표 선출을 계기로 같은 주제의 질문이 이준석의 당대표 입후보를 통해서 던져졌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이준석 선출로 응답을 했고 이러한 응답으로 인해 누구도 뒤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모두 미래로 초대되었다, 모두를 변화에 직면하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변화에의 요구는 두 가지 국면으로 나타난다. 처한 현실을 제대로 읽을 수 있고 방향을 제시하는 가치의 재정립 과제와 현장에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동력으로서 자원 확보의 과제다.

정치적 자원의 고갈이라는 현실이 세대교체라는 표현으로 나타났지만 이준석 현상은 정치적 자원 고갈의 문제를 넘어 정치의 지향점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요청이다. 변화 요구에 대해 응답함으로써 변화가 과제로 주어졌다. 오랜 시간 끝에 보수 정당에서부터 변화 가능성의 단초가 만들어졌다.

이준석 당선은 야당의 정치적 지향의 재정립의 출발점일진대 가치의 재정립 내지는 재창출의 과제 수행으로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선 정국에서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정치 일정이 진행되므로 새 후보에 의한 정권교체만 되면 그만이라고 말한다면 이준석 현상의 결과로 주어진 근본적인 과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고 그러한 과제를 제시한 국민의 요청에 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준석 돌풍 현상의 진정한 의미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사건과 새로운 집권세력의 탄생, 그리고 조국 사태로 인해 집권세력의 민낯이 드러나는 일련의 사건은 적대적인 공존관계로 30년간 유지되어온 6공화국의 정치지형의 붕괴 사건이었다. 젊은이들의 공정과 상식 회복 요구로 표현되는 변화는 무너진 공화국의 정치 기반에 대한 재건의 요구다,

이런 요청에 대해 오랫동안 해결이 제시되지 못했고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 정당성이라는 자원이 소진되었으며 모두를 이끌어갈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모든 문제의 근본을 빨갱이 탓을 하거나 친일파 탓으로 대응하는 식으로 과거로 회귀하는 것으로는 현실을 타개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고 외적으로는 세대교체라는 결과에 이르는 변화의 요구로 이어졌다. 30대 야당 당대표의 선출은 우리의 정치적 삶의 기반에 대한 변화 요구에 대한 응답이 야당발로 나타난 것이다. 

민주공화국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은 개인을 국가 구성의 주체로 인정하는 데서 추구되는 것이기에 지향하는 방향의 양면이다. 정치적 과제란 국가 자원의 정치적 배분과 그 방향에 있어 주체인 개인의 권리와 의무의 정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일 것이다. 민주공화국은 사회 현실의 변화와 다원주의의 진전에 따른 국민의 정체성의 분화에 따른 권리 요구의 다양화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민국가의 기반인 국민 정체성이 해체되고 정체성의 다양화와 권리의 세분화된 요구로 인해 포퓰리즘이 득세해 민주정은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민주정의 위기는 6공화국의 정치적 위기와도 맞물려 있다. 

민주화 이후 6공화국이 통합된 국민 정체성을 형성하기보다는 분열을 이용해 서로 대립되는 진영간의 적대적 공존의 체제가 되어버리고 분열과 대립 정치의 존속을 위해 과거를 소환해 정쟁의 이유로 삼아 왔다. 다원주의의 전개에 따라 다양해진 대립의 국면을 이용해 분열의 극대화를 통한 정쟁의 지속으로 이어졌다. 

현실의 타개보다는 기득권의 보존 및 체제 존속과 현상 유지를 위한 모든 것의 정치화를 통해 정치만이 남아 오히려 정치는 무너져 내려갔다. 노무현과 박근혜의 몰락을 둘러싸고 복수의 칼을 가는 보복의 진영이 등장하기에 이르러서는 공화국의 파국이 우려된다. 지난 30년의 대립과 분열은 민주화 이후 국가 구성원 모두를 아우르는 국민 정체성을 만드는 과제에 있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이준석 현상은 야당만이 아닌 집권 여당 세력에 대한 변화 요구이기도 하다. 집권세력은 촛불을 빙자해 새로운 정치세력인양 주장하지만 조국 사태 이후의 집권 여당 세력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집권세력이야말로 지난 30년간의 적대적 공존관계의 유지로 이득을 누려온 기득권 수구세력임을 보여줬다. 80년대의 변혁이라는 주장은 의미를 잃었고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는 반론에 마주치게 되었다. 

주류 세력이 된 집권 여당이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법치주의를 흔들며 온갖 낡은 이념 프레임을 제시하고 정파적 분쟁을 일으켜 권력을 유지하려는 행태가 정권 교체라는 국민적 요구에 이르렀다. 민주화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찾기 위한 지난 30년의 혼돈의 과정을 되돌아 보면서 새로운 권위와 질서에 대한 변화의 요구다. 

변화에의 요구는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다. 6공화국 30년에 이른 낡은 구조에 대한 개혁의 요구일 것이고, 이를 이끌어가기 위한 가치의 정립일 것이다.

기존의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 과거의 80년대 운동권식의 독재와 민주 대립 프레임, 건국의 아버지와 산업화의 영웅 시기로의 과거 회귀 프레임, 조선으로 회귀하는 친일파 척결의 위정척사파 프레임이 아니고, 정체성의 분화를 수단으로 삼아 더 분열을 가속화하는 정체성 프레임이 아니라, 변화된 현실에 대응하면서 대한민국의 길을 걸어가는 국민 정체성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설득이 필요하고 타협과 화해에 이르는 정치적 절차를 통해 정치적 리더십과 정치 질서의 형성으로 정치 복원 및 고갈된 정치 자원을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와 정치세력에 대한 요청은 정권 교체라는 당장의 정치적 과제와 함께 요구되는 것이다.

오래된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는 주장은 요청 자체에 어떤 체제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며 틀을 새로 함께 만들어 가자는 요구다. 미래를 같이 논의하고 만들어가자는 과제 수행 과정에의 참여 요청이다. 야당에 대한 요구만이 아니라 여당 집권 세력에 대한 요구이며 대한국민 모두에 대한 요청이다.

이제 출발이지만 준비된 것이 없으며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고 준비의 과정이기에 환영과 동시에 우려가 겹쳐진다. 과업 수행의 도정은 반대와 저항이 있으며 변화가 좌절될 위험이 곳곳에 있는 가시밭길이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과거의 자원의 소멸과 과거의 프레임으로 복구할 수 없다는 현실이 있다. 미래로 가는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주어진 과제 수행을 위해 함께 걸어가는 결단에 의한 첫 발걸음을 디딜 것을 요구한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미래로의 초대장이 주어졌다. 미래로의 초대에 대해 무엇을 어떤 행동으로 답할 것인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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