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美·中 백신 갈등의 새로운 도화선
[이슈] 美·中 백신 갈등의 새로운 도화선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1.07.02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우치 미 감염병연구소장 이메일 파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보도를 내놓았던 워싱턴포스트와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지난 6월 1일(현지시간)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NAIAD) 소장의 이메일 3000여 통을 입수해 공개했다. 정보공개법(FOIA)에 따라 입수한 것들이었다.

파우치 소장의 이메일 내용은 이후 지금까지도 미국 사회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의 이메일 내용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주장했던 것들이 사실이라는 근거가 되는 부분이 적지 않아서다. 

파우치 소장의 메일 중에는 지난해 4월 ‘에코헬스 얼라이언스 그룹’의 피터 다작 대표와 주고  받은 것도 있다. 파우치 소장이 지난해 3월 하순 의회와 대중들 앞에서 “코로나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만들어져 유출됐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며 “코로나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바이러스가 중국 연구소에서 유출된 게 아닌 자연 발생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다작 대표는 파우치 소장에게 보낸 메일에서 “연구소 유출설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데 감사한다(Thanks for publicly rejecting the lab leak theory)”고 감사를 표했다. 그가 파우치 소장의 ‘코로나 자연발생설 주장’에 감사를 표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게이트웨이 펀딧’, ‘뉴스리치’ 등 미국 비주류 매체들이 취재한 결과 다작 대표는 중국의 스정리 박사와 15년 넘게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온 사실이 드러났다. 

스정리 박사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코로나를 연구하던 책임자다. 2015년 박쥐에서 채취한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인간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를 만들어 냈다는 논문을 발표한 게 스정리 박사다. 이 연구는 세계적으로 논란이 돼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작 대표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적지 않은 자금을 지원했고, 파우치 소장의 NAIAD 또한 최소 수십만 달러 이상를 여기에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사실은 파우치 소장의 이메일에 담겨 있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의 기사에도 등장한다.
다작 대표의 수상한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자문을 구하는 10명의 독립전문가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이 덕분에 지난해에는 마크 주커버그와 논의한 뒤 페이스북에 ‘팩트체커’를 만들어 코로나가 중국에서 만든 것이라는 주장을 검열·삭제하는 데 큰 영향력을 미쳤다. 페이스북부터 트위터, 유튜브 등에서 코로나에 관한 문제 제기가 생길 때마다 지워지기 시작한 게 그가 시작한 팩트체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다작 대표는 올해 2월 WHO가 “코로나 기원을 조사한다”며 중국 우한에 보낸 독립조사단에도 참여했다. 조사가 끝난 뒤 언론과 만나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는 것도 다작 대표의 일이었다. 일각에서는 다작 대표가 빌 게이츠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맞은 앤서니 파우치 소장.
코로나 백신 맞은 앤서니 파우치 소장.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효능 놓고도 발언 번복

파우치 소장이 지난해 코로나 대유행 초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효과가 있음을 시인하는 이메일 또한 논란을 일으켰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80년도 전에 나온 말라리아 예방약이다. 나온 이후 개량을 거듭, 지금은 어린이가 복용해도 부작용이 없을 정도로 안전한 약이다. 

그런데 파우치 소장은 지난해 3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를 강조할 때 강력하게 반발했다. 심지어 백악관 코로나 대책회의 브리핑 때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놓고 면박을 줄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해 4월 10일 파우치 소장과 프레드 업튼 하원의원(공화·미시간)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약효와 관련해 주고받은 내용을 보면 다른 의견이 담겨 있다.

업튼 의원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가 있느냐”고 파우치 소장에게 메일을 보냈다. 파우치 소장은 답장에서 “거의 확실히 그렇다(almost certainly yes)”고 답한 뒤 “하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업튼 의원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시도 때 탄핵에 찬성한 공화당 하원의원 가운데 한 명이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게이트웨이 펀딧’과 ‘뉴스리치’ 등 비주류 매체들은 “파우치 소장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숨겨 수많은 미국인을 죽게 했다”며 그를 맹비난했다. 

뉴스리치는 “파우치 박사가 15년 전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인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 확산 때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없앤다’며 사용을 권장했는데, 2020년 신종 코로나를 두고는 왜 태도가 180도 바뀌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실제 파우치 소장은 SARS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산 당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적극 권장했다.

사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를 치료하고 예방한다는 주장은 지난해 2월 중국 우한지역 보건기관들의 권고에서 처음 나왔다. 이후 세계 각국의 의사들은 긴가민가하면서도 코로나 예방과 치료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고 3월 하순부터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에 관한 정보를 입수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를 막을 게임 체인저”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자 파우치 소장이 즉각 나서 “그런 주장을 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박을 줬다.

이후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과 번번이 대립했다. 지난해 4월 5일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 대책회의 때는 큰 말다툼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좌파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담당 국장과 설전을 벌였다. 시작은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관련해 설명하면서 시작됐다. 한 국장은 이어 실제 상황과 실험 결과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나바로 국장이 나서 서류 한 뭉텅이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해외 연구사례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하이드로클로로퀸이 코로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더라”며 “이게 증거”라고 말했다. 해외에서의 연구 논문들이었다. 그러자 파우치 소장이 즉각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나바로 국장은 이에 자신이 책상에 올려놓은 서류 더미를 가리키며 “저게 과학적 증거”라고 다시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중국발 여행객 입국 금지가 효과가 없다고 말했던 사람 아니었느냐”고 지적했다. 이 말에 파우치 소장은 당황한 모습이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 대유행 초기 “중국발 입국자를 막아봤자 소용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그의 주장대로 했다면 더 위험했을 것이라는 사실이 여러 증거로 밝혀졌다.

이후 설전이 이어졌지만 펜스 부통령이 중재하면서 멈췄다. 그러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파우치 소장의 부정적인 주장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에도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세계보건기구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에도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세계보건기구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효과 입증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당시부터 지금까지 국내 보도를 찾아보면, 일부 의학 전문매체를 제외하고는 부정적 보도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를 두고 찬반이 갈렸다고 한다. 탐사보도 매체 ‘시크릿코리아’를 운영하는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는 지난해 4월 기사에서 카론 위쳇 미시간주 하원의원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나를 살렸다. 약을 먹은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는 등 증세가 호전됐다. 내가 민주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 주장에는 동의한다”고 위쳇 의원은 밝혔다. 위쳇 의원은 코로나에 감염돼 사경을 헤매다 완치됐다고 안 씨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 목숨을 살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위쳇 의원은 “그렇다. 그가 나를 살린 데 감사를 표한다”고 답했다. 

한국계 영화배우 대니얼 김 또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스로마이신 처방을 받고 완치됐다며 의사에게 감사를 표하는 영상을 지난해 3월 22일 올렸다.

국내에서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해 4월 22일 삼성서울병원-부산대병원 감염내과 공동연구팀(백경란·이선희·손현진)은 부산의 한 장기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184명과 간병인 21명을 대상으로 예방 차원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하는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2월 26일부터 하루 1회 400mg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14일 동안 투여했다. 대상 환자 가운데 47.7%는 치매를 앓았고, 모두 1개 이상의 기저질환이 있었다.

그런데 시험 결과 임상 참가자 전원이 음성으로 최종 확인됐다. 당시 이 시험 결과는 ‘국제화학요법학회지’에 게재됐다. 하지만 이후 미국 CDC와 FDA 등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처방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세계보건기구(WHO)까지 가세하면서 국내에서도 코로나 치료와 예방에 이를 처방하는 사례는 거의 사라졌다.

아무튼 파우치 소장의 이메일 폭로 이후 이 같은 사실들이 논란이 됐지만 미국 주류 언론들은 외면하는 행동으로 일관했다. USA투데이의 경우 “이메일은 파우치 소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가 안 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신문은 “파우치의 이메일은 그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거짓말했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기사를 ‘팩트체크’로 내보냈다.

비영리 기구인 팩트체커는 “SNS 등에 도는 파우치 박사의 이메일 관련 내용, 특히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관한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파우치 소장을 감싸는 데는 백악관도 나섰다. 지난 3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파우치 소장의 이메일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자 “미국의 코로나 팬데믹 대응에서 파우치 박사는 부정할 수 없는 자산”이라며 “17개월 전의 이메일 내용을 두고 그를 문제 삼는 것은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정부는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 팬데믹을 통제하고 국민들에게 목소리를 들려 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파우치 소장을 두둔했다. 그는 이튿날 델라웨어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파우치 소장을 매우 신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류 언론과 백악관 등의 노력에도 파우치 소장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 여론은 커지는 분위기다. 미주중앙일보는 지난 5일 “파우치 소장의 저서가 출간되기도 전에 퇴출 당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온라인 최대서점 아마존과 오프라인 최대서점 반스앤노블이 오는 11월 2일 출간할 예정이었던 파우치 박사의 책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라’를 출간하지 않기로 했다. 

신문은 “당초 아마존은 사전 판매 리스트에 이 책을 올리며 ‘세상 최고의 의료인 중 한명의 인생과 비전을 상세히 볼 수 있다’며 ‘그의 조언은 우리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면서 “그러나 아마존과 반스앤노블 모두 사전판매 목록에서 파우치 박사의 책을 삭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유는 역시 이메일 파문으로 인한 대중들의 부정적 여론이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