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불안한 까닭
[포커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불안한 까닭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7.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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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2022년 3월 9일 실시될 대선 일정에 따라 7월 10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18세부터 선거권이 주어진다.

21세기 출생자가 대통령 선거로서는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선거다. 더구나 내년에 치러지는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선거일자는 2022년 6월 1일이다. 대선 후 약 3개월 간격에 지나지 않아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지방선거도 압승하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20대 대선의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일단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4월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의 승리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을 10%p가량 앞서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당 소속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국민 지지율은 민주당의 유력한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나 최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비하면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이러한 상황은 국민의힘으로서는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숨은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역시 ‘야권단일화’의 성사 가능성이다.

6월 29일 본격 정치 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6월 29일 본격 정치 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자강론 vs 빅텐트론이 맞선다면?

현재 야권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윤석열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관건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이미 윤 후보가 천명한 대로 국민의힘의 의중대로만은 가지 않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대선이 세력전(戰)이라는 점에서 윤석열 후보의 진영 세력이 이제 구축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윤석열 후보의 세력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대표는 국민의힘 ‘경선 버스 출발 시한’을 8월로 못박았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시간표에 연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더라도 세력화한 조직을 이끌고 입당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데다, 일단 국민의힘 내부에도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이 구축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준비 없이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경우 당내 유력한 대선 경쟁 후보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들에 의해 국민의힘에는 ‘윤석열 대 反윤석열’이라는 전선이 발생하게 된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일단 윤석열 후보의 지지세를 꺾고자 하는 움직임이 노골화되는 과정에서 이에 대응해 맞불을 지필 우호 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호의와 지지를 보내는 세력은 충청권 의원들과 당원들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나선 나경원 후보와 주호영 후보 모두 ‘층청대망론’을 캐치프레이즈로 꺼내들었던 사실이 보여준다. 이준석 후보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러한 점은 내년 대선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 세력 지형이 생각보다 복잡할 것임을 보여준다. 

국민의힘 내 세력 분포는 대개 3·10 탄핵에 반대했던 친박 세력이 몰락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세력 간에 탈당하지 않고 남았던 ‘잔류파’와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당을 창당했다가 복당한 ‘복당파’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의힘에는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탄핵 불복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는 당원들과 보수 유권자들이 무시될 수 없는 세력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세력을 중심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윤석열 후보에 대안으로 지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영남 출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 승리의 경험에 입각한 ‘자강론’이 확산되고 있다. 

야권 대선 후보로 떠오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야권 대선 후보로 떠오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지방선거 공천이라는 복병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내부에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들과 당원 세력을 확보하지 않고 입당했다가는 어떤 ‘판 뒤집기’를 당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준석 당대표의 8월 시간표는 윤석열 후보로서는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안철수 전 대표 입장에서도 의미가 없게 된다. 

결국 야권 후보 단일화는 성사되더라도 막판에 이르러야 가능하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지난 4월 총선에서처럼 국민의힘도 일원으로 참여하는 ‘야권빅텐트’가 제3지대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할 수 있다.

문제는 8월 경선버스 시간표가 불발될 경우 국민의힘 자강론과 야권빅텐트론이 본격적으로 충돌하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 험난한 파고가 몰려올 것이라는 점이다. 자칫 이러한 흐름은 내년 대선에 ‘4자필승론’이니 ‘5자필승론’과 같은 야권 분열로 이어져 과거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었던 것처럼 민주당의 승리로 귀착될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설사 야권 단일화가 추진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대선 3개월 후에 치러질 지방선거 공천 문제가 야권 단일화의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총선에 비해 그 출마 의사를 가진 후보들의 규모나 참여하는 이익단체와 시민단체의 규모가 열배는 넘어선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정설이다.

그러한 지방선거가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에 싹슬이로 돌아간다면 공천이 당선의 보증이 될 것이고 그러한 공천 기회를 얻으려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은 대선 후보들과 러닝 메이트로 결합할 수밖에 없게 된다. 

홍준표 의원은 6월 29일 '인뎁스 조사 결과 국민보고 및 미래 비전 추진 계획 발표' 행사를 가졌다.
홍준표 의원은 6월 29일 '인뎁스 조사 결과 국민보고 및 미래 비전 추진 계획 발표' 행사를 가졌다.

이러한 계산들이 야권 후보 단일화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은 자신과 소통되어 온 대선 후보가 야권 단일화 후보가 되기를 선호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네트워크들 간의 충돌 속에서 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야권 단일화의 동력을 약화시킬 것으로도 예상된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대선과 지방선거를 분리해 야권 단일화 성사와 관계없이 지방선거를 당이 중심이 되어 치르겠다는 의지와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등장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 여력과 실행력은 국민의힘 내부에는 아직 없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 선거의 아젠다가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야권 단일화로 선출된 대선 후보와 수권 정당으로서 국민의힘 정책 공약과 지방선거 공약이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국민의힘과 야권 후보들은 서로 날선 공방만을 주고받다가 민주당의 정책 아젠다에 뒤처질 수 있다.

더구나 민주당은 일부 의원들을 제명했어도 법안 의결력은 여전히 180석에 이른다. 이러한 상태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고 한들, 그렇게 선출된 야권의 대통령은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까지 2년 동안 식물 정권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민주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지방선거 역시 압승하게 되면서 민주당은 바야흐로 ‘20년 집권론’의 기반을 잡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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