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무엇이 문제인가]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관건
[수술실 CCTV 무엇이 문제인가]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관건
  •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 승인 2021.07.2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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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크고 작은 결정은 물론이고 모든 기업의 결정, 그리고 국가의 정책들 모두 득과 실의 비교 끝에 내려진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수술실 CCTV 의무설치법안 역시 득과 실이 있다.

그런데 어느새 정치적 이슈로 변질된 수술실 CCTV 의무설치법안에 대한 득과 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수술실 CCTV 의무설치에 대한 국민 여론은 80% 이상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고, 반대의 목소리는 10%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찬성하고, 대다수 의사는 반대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은 5천만이고, 의사는 약 10만명에 불과하니 득과 실을 따질 때 의사의 입장을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서 득과 실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은 의사의 입장을 배제하고 국민(환자)의 입장에서 득과 실을 평가해보고자 한다. 다만 수술실에서 살고 있는 의사로서, 수술실 CCTV 의무설치법안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간과하고 있는 득과 실을 따져보고자 한다.

의사는 사람이고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도 실수할 수 있다. 사실 모든 의사는 실수할 수 있다. 물론 의도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의사는 없겠지만 의도적인 실수가 아니라 하더라도, 만일 의사의 실수에 의해 환자가 생명을 잃거나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중대한 장애를 겪게 된다면 의사 또는 그가 속한 의료기관은 실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의사와 의료기관은 실수를 인정하기보다 부인하는 경우가 많고 환자측은 의료진의 실수를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특히 의료기관 내에서도 가장 은밀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수술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환자측이 입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의사들은 수술실 CCTV설치의 부작용들을 크게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의사들은 수술실 CCTV설치의 부작용들을 크게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CCTV 설치법안의 득과 실

환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의료서비스의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은밀한 곳에서 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가 알아야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수술실 CCTV 의무설치법안이 필요하다고 하는 핵심적 이유다.

더욱이 최근 인천 21세기병원에서 있었던 병원 행정직들의 대리수술 사건은 전 국민을 큰 충격에 빠뜨렸고 수술실 CCTV 의무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더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 내가 잠들고 있는 사이, 내 몸에 누가 칼을 대는지 알아야겠다는 주장은 당연한 주장처럼 보인다. 

수술실 CCTV 의무설치법안의 득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환자의 입장에서 객관적 근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대리수술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사후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셋째는 환자가 잠든 사이 성추행이나 희롱 등 기타 부적절한 행위가 수술실 안에서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진보정당이 적극 추진하는 정치적 이슈가 되는 바람에 일부 좌편향 된 의사들이 찬성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의사들은 수술실 CCTV 설치의 부작용들을 크게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의 반대의 목소리는 “기득권 지키기다”, “구린 것을 감추려는 것이다”라는 비판을 받는다.

사실 전 세계에 수술실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선진국이고 개발도상국이고를 떠나 단 한 나라도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왜 의사들은 반대하고 있을까. 정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구린 것을 감추기 위해서일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이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실’을 따져보자.

첫째, 개인정보의 유출 위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누군가 카메라나 휴대폰을 이용해 내 얼굴이나 모습을 찍는다면 불쾌해 한다. 노출이 심한 수영장이나 해변에서라면 말할 것도 없다. 촬영 자체가 불법이 될 수 있다. 노출이 극대화 된 목욕탕이나 화장실은 사생활 보호의 명목으로 CCTV 촬영이 아예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노출의 수준은 목욕탕이나 화장실보다 더 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다. 촬영을 해서 기록이 남으면 그 순간부터 기록에 대한 보안이라는 숙제가 발생한다. 개인의 매우 민감한 사생활이자 건강에 대한 정보는 ‘돈’에 대한 정보보다 더 중요한 정보다. 

수술실 CCTV가 설치되면 그 순간부터 이 민감한 정보를 의료기관이 철저하게 보안을 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게 된다. 거대자본을 가진 금융기관들은 많은 재원을 들여 튼튼한 보안시스템을 갖출 수 있겠지만 의료기관들은 금융기관 수준의 보안시스템을 갖출 수 없다.

그렇다고 튼튼한 보안시스템 업체에 맡길 수도 없다. 수술실 CCTV로 촬영된 기록은 의무기록으로 간주되어 외부업체에 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강남의 모 성형외과의 PC가 해킹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해킹을 통해 성형외과의 기록을 탈취한 해커들은 해당 성형외과를 이용했던 20여만 명의 환자들에게 연락해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테니 돈을 내라”고 협박했다. 이 자료에는 수술실 CCTV 촬영기록은 없었지만, 만일 그 기록이 담겨 있었다면 20만 명은 더 큰 공포에 떨어야 했을 것이다.

수술실 CCTV가 의무설치된다면 수술실의 영상기록들은 해커들에게 가장 매력 있는 표적이 될 것이고, 그 피해는 병원의 이용자들, 즉 환자들이 져야 한다.

둘째, 수술실 CCTV의 의무설치는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의 집중을 방해한다. 사람들은 수술이라는 것이 예정된 규칙 아래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심장외과의사의 경우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수술이라도 불과 몇 시간에 불과한 심장수술의 과정 중에서 수십, 수백 번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심장외과의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관상동맥우회로술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심장외과 의사는 수술을 시작함에 있어 피부를 절개할 위치와 크기, 흉골의 절개방법 등 기본적인 결정에서부터 관상동맥 우회도관으로 정맥을 쓸 것인지 동맥을 쓸 것인지 함께 사용할 것인지, 어디에 어느 혈관을 이을 것인지, 정맥은 어떤 방법으로 떼어낼 것인지, 정맥의 상태에 따라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도관을 다시 마련할 것인지,

도관의 길이는 어느 정도로 잘라 사용할 것인지, 심장을 멈추고 인공심폐기를 사용해서 수술할 것인지 아니면 심장이 박동되는 상태에서 수술할 것인지, 도관을 연결할 관상동맥의 부위는 어디로 할 것인지, 봉합의 방법은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심장을 멈추고 수술을 할 경우 어느 순간에 대동맥 겸자로 대동맥의 혈류를 차단할 것인지,

심마비 용액은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 체온은 얼마나 떨어뜨릴지, 심장은 어느 상태부터 다시 뛰게 할 것인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고 이 모든 결정들은 의사가 온전히 수술에 집중할 수 있을 때 최선의 결정들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수술실 CCTV를 통해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환자 또는 보호자가 이 기록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된다는 뜻은 수술을 하는 그 현장을 환자 또는 환자의 가족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환자 자신이 모니터를 통해 수술의 과정을 보거나, 또는 환자의 가족이 수술실에 들어와 수술을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의사의 집중을 해칠 수밖에 없다. 의사가 수술을 하는 도중에 보호자의 눈을 의식한다면, 그 의사는 과연 수술에 집중할 수 있을까.

그런 의사는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매우 적다. 수술실 CCTV 의무설치법안이 통과된다면 환자들은 얼마 되지 않는 그런 의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셋째, 수술실 CCTV 의무설치는 환자-의사간의 신뢰관계를 해치고 의사들로 하여금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게 함으로써 환자들이 최선의 진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항상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위험도가 높은 수술’과 ‘안전하지만 최선은 아닌 수술’ 사이에서 고민한다.

위험도가 높은 수술은 환자뿐 아니라 의사에게도 위험한 수술이다. 잘못되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의사일수록, 그리고 실력이 탁월한 의사일수록 최선의 결과를 위해 위험을 담보하고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수술의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언제든지 그 영상기록이 환자 또는 환자의 가족에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과연 의사들이 스스로 그 위험을 모두 감당하면서 환자를 위한 수술을 진행할까? 더욱이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깨진 상태에서? 수술실 CCTV가 환자-의사간의 신뢰관계를 깨뜨린다는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있다.

수술실 CCTV의 설치가 환자-의사간의 신뢰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주장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환자의 보호자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의사를 붙잡고, “수술 장면을 모두 영상으로 기록해서 제게 복사해 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요구한다면, 환자-의사간의 신뢰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넷째, 수술실 CCTV 의무설치는 의학교육을 처참하게 파괴할 것이다.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대형 대학병원에 대한 쏠림 현상이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들이 선호하고 있는 대학병원의 첫번째 존재 이유는 진료가 아니다. 연구도 아니다. 바로 교육이다.

훌륭한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 대학병원의 첫번째 존재 이유인 것이다. 그런데 훌륭한 의사를 만드는 것은 두뇌 교육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반드시 실습이 필요하고, 훌륭한 외과의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술에 대한 훈련이 필수적이다.

전공의 시절 단 한 번의 수술 집도의 경험도 없이 전문의 자격증을 받게 되고, 이렇게 경험 없이 부실한 전문의 자격증을 받은 의사가 독립해서 혼자 수술을 하다가 비극적인 의료사고를 일으킨 사례들이 적지 않다. 

이미 CCTV를 운영하는 병원도 있다. 불법 대리수술에 대한 대처방안은 불법 대리수술에 대한 처벌을 가혹한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이미 CCTV를 운영하는 병원도 있다. 불법 대리수술에 대한 대처방안은 불법 대리수술에 대한 처벌을 가혹한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대리수술은 중범죄로 다스리면 돼

상황이 이럴진대 안그래도 전공의들의 수술참여를 대리수술로 받아들여 이를 범죄행위처럼 간주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수술실 CCTV 의무설치가 강행된다면 대학병원들은 전공의들의 수술 참여를 더 줄이게 될 것이고 교육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부실한 전문의 배출로 이어지게 되고 그 피해는 모두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불법 대리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불안을 최소화하고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진의 결정적 과실을 알 수 있는 방법, 그러면서도 수술실 CCTV의 부작용도 방지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먼저 불법 대리수술에 대한 대처 방안은 불법 대리수술에 대한 처벌을 가혹한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무자격자를 활용한 불법 대리수술은 범죄의 중대성이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재발급 없는 영구면허박탈은 물론 형사적으로도 중범죄로 다스림으로써 불법 대리수술을 근절시킬 수 있다.

의료사고 발생시 근거자료로 사용할 수술실의 정황자료는 비행기에서 사용되는 블랙박스처럼 각종 의료기기의 정보들과 수술실 내 음성을 기록하는 블랙박스를 활용함으로써 수술실 CCTV를 대체하는 방안들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는 수술실 CCTV 의무설치에 대한 의견을 묻는 대한의사협회에 회신을 보내왔다. 세계의사회는 “수술실 CCTV 의무설치는 의사-환자의 신뢰관계를 지속적으로 해칠 것이며 중증환자에 대한 고난이도 수술을 주저하게 할 것이다.

이 법안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연상케 하며(Orwellian character)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시 반복하지만 국민은 5천만이고 의사는 10만이다. 국민의 다수가 수술실 CCTV 의무설치를 원하고, 국회의 3분의 2 가까운 의석을 점유한 여당이 밀어붙이면 수술실 CCTV는 강제로 설치될 것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의사들은 어떻게든 적응할 것이다. 어떻게 적응할까.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면서, 절대로 책임질 술기를 기피하면서 의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수술만을 할 것이다. 언제나 환자가 직접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들여다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잡히지 않을 기본적이고 최소한의 수술만을 시행할 것이다. 

대학병원은 전공의들의 수술 참여를 자제시키고 교육의 책임을 뒤로 미루며 버텨나갈 것이다. 그렇게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한 의사들이 쏟아져나와 그들을 만나는 환자들 중 일부가 희생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수술실에서 찍힌 환자들의 민감한 정보는 해킹의 표적이 되어 거래될 것이고, 그때서야 이 법안을 밀어붙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을 원망하겠지만 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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