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무엇이 문제인가] 수술실 CCTV 논쟁이 놓친 것 
[수술실 CCTV 무엇이 문제인가] 수술실 CCTV 논쟁이 놓친 것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7.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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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찬성 측은 수술실 CCTV 설치·운영이 의료사고의 예방, 의료사고 발생 시 근거자료 확보, 대리수술 단속 등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고 반대하는 측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과도한 프라이버시 침해와 정보유출, 의료진의 소극적 진료라는 문제를 제시한다.

이러한 쟁점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전 세계에 수술실 CCTV 설치와 운영을 의무로 한 나라들이 없기에 그 효과를 알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물론, 이재명 경기지사에 의해 경기의료원이 수술실 CCTV를 의무화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를 분석하기에는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원 취지인 의료범죄 행위나 사고조사를 위한다는 목적 역시, CCTV로는 판독할 수 없게끔 환자의 민감한 부분을 촬영에서 배제하거나 원거리로 촬영하는 바람에 애초부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개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는 그러한 정책의 수단이 목적에 부합하는가와 함께 그러한 정책이 부작용을 동반한다면 그러한 정책으로 얻는 이익과 손실을 비교해 이익이 더 크다면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 점에서 법이나 제도가 우리보다 선진화된 나라들에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지 않는 이유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술실 CCTV 찬성의 논리 가운데 강력한 주장은 대리수술과 관련한 범죄 행위다.
수술실 CCTV 찬성의 논리 가운데 강력한 주장은 대리수술과 관련한 범죄 행위다.

원가의 81% 밖에 안 되는 의료 수가 

기본적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의료 범죄 행위를 예방하고 의료과실 분쟁에 증거로 사용하자는 주장은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공익이 사회적 비용이나 손실보다 크다는 것을 입증해야 설득력이 있다.

가령,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나 의료인에 의한 범죄행위가 전체 의료 행위에 비춰 다른 나라들보다 높다든지 의미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면 수술실 CCTV설치는 의료인의 프라이버시나 그들을 예비범죄자로 상정하는 피치 못할 권리의 침해도 나름 공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실제는 어떨까. 수술실 CCTV 찬성의 논리 가운데 강력한 주장은 대리수술 범죄다.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고 아마도 현재도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먼저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왜 병원에서 이러한 대리수술이 일어나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의 근원이고 그러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모든 의사들을 예비범죄자로 다루는 것보다 현명하다.

최근 부산 영도구 소재 정형외과에서 의사 A씨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에게 어깨 부위 수술을 대신하게 한 혐의로 관할서인 부산영도경찰서에 검거됐으며,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일이 발생했다. 이 같은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 문제는 의료계 내에서 계속 발생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수술실을 갖춘 병원 중 일부에서는 의사가 아닌 간호사, 간호조무사, 심지어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대신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에 대해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의 설명은 ‘의료수가의 비현실성’을 이유로 든다. 현재의 의료수가로는 병원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자격 있는 전문 의료인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의사들이 주장하는 저수가에 대해 확인을 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병원조차 진료 수입은 마이너스인 구조”라며 “다른 곳도 아니고 공단 일산병원의 상황이 이런데, 다른 의료기관은 현 수가 구조로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 

결국 다른 부대사업으로 손해를 매꾸고 있는 게 대한민국 의료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2021년 5월 현재의 의료수가는 2.3%가 인상되어 원가의 81%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정부도 인정하는 수치다.

이런 상황은 오래됐다. 의료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서비스이기에 이런 저수가에도 병원과 의사가 버티는 이유를 시장경제 원리로 말한다면 ‘혁신된 균형’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즉 의사와 병원들이 원가에 못미치는 수가 제도에 적응해 진화한 결과가 ‘대리수술’이라는 것이고 그러한 대리수술이 의료 사고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의사와 병원은 최적화 된 방법을 대리수술에 적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쉽게 말해 ‘간호사나 의료기 영업사원이라도 제한된 부분에서 일정한 교육을 받으면 해낼 수 있는 정도의 수술’이라는 의미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런 대리수술 병원과 의사는 저가 의료수가로부터 병원의 마진을 지키자고 더 큰 비용을 초래할 경영행위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진화경제론에서는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이라고 말한다. 

일선병원은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와 함께 건강보험공단의 비현실적인 의료수가가 진료의 질을 떨어트린다고 말한다.
일선병원은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와 함께 건강보험공단의 비현실적인 의료수가가 진료의 질을 떨어트린다고 말한다.

제도의 문제를 처벌과 감시로 해결한다?

사실 미국 의료계에서도 제한된 영역에서 치료 행위는 정식 의사가 아니더라도 훈련된 단계에 따라 할 수 있는 시술 영역이 있다. 일명 대리수술을 하는 PM이라는 것에 미국은 의사면허제도로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고 우리는 의사면허제도로 자격을 부여하지 않을 뿐이다.

누가 시술을 하느냐의 결정은 병원이 내리는 것이고 그 책임도 병원이 진다는 점에서 대리수술이 의료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제도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원래 제도는 그렇게 성립되어 왔다. 

만일 CCTV로 그러한 대리수술을 적발해 처벌하겠다면 당연히 병원과 의사들은 대리수술을 하지 않겠지만 환자들은 수술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것이 사회적 비용이다. 제도의 문제를 처벌의 문제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그 효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정책학자라면 모두 동의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비용이 CCTV로 인한 공익보다 과연 작은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에는 CCTV로 인한 의료인들의 소극적 진료도 포함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수술실 CCTV가 의료 과실 소송에서 환자에게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의료과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은 의료의 특수성 즉, 고도의 전문성과 정보의 편중성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데 일부 환자단체는 수술 관련 의료사고 발생 시 수술실 CCTV에 저장된 영상이 이러한 정보의 편중성을 완화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술 과정에 대한 진료기록 즉, 수술기록지, 마취기록지, 수술간호기록지 등은 의료진이 의학용어로 작성하는 바 전문적이고 편향적이지만 CCTV 영상은 일반인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의료행위의 주의의무위반 증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반인이 수술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일고의 가치가 없다. 환자들은 같은 질병이라도 모두 개인별 특성을 갖기에 의사는 시술 과정에서 모든 상황을 교과서적으로만 다룰 수는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결국 수술실 CCTV가 의료사고의 증거가 된다기보다는 시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환자들에 의해 의료소송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것 역시 사회적 비용이 된다. 제도의 문제는 처벌과 감시가 아니라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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