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 지연, 숨은 속셈 있나
[포커스]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 지연, 숨은 속셈 있나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7.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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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위원 명단공개 거부, 여야 상대 탓하며 출범 다섯 달째 지연 

올해 1월 29일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종료된 이후 5기 방통심의위 구성이 다섯 달째 지연되고 있다. 심의위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서로 상대 탓을 하며 위원 추천을 미루고 있어서다. 

방통심의위원은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 소관 상임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각각 3인씩 추천해 위촉한다. 국회의장 몫은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협의해 추천하도록 돼 있어 의장 1명, 여야 각 1명씩 추천한다. 과방위 추천 몫은 여당 1명, 야당 2명이다. 

민주당은 올해 1월 한겨레 기자 출신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정책위원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를 추천했고, 6월 24일 또 다른 여당 몫으로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를 추천, 의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측에 따르면 25일에는 국회의장 몫으로 이광복 전 연합뉴스 논설주간이 추천됐다. 

정연주 전 KBS 사장 내정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은 정부여당 추천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 위원 추천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명단을 공개한 후 부적격 인사를 배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자당 몫 방통심의위원 추천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국민의힘 추천 방통심의위원으로는 이상휘 세명대 교수,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미래한국>과 통화에서 “우리는 정연주 전 사장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정부여당이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다른 생각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윤영찬 의원은 6월 16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방통심의위 심의 대기 현황을 보면 14만 건에 이른다. 통신심의를 보면 디지털성범죄정보가 9800여 건 심의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방통심의위 구성에 대해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하는만큼 특별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질의했다. 

윤 의원은 “특정인에 대한 인사문제를 핑계로 야당에서 인사 추천을 거부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라며 “시급히 심의·차단해야 할 콘텐츠를 언제까지 수수방관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6월 22일 “끝내 야당이 참여를 거부한다면, 오는 6월 말까지 정부와 여당 추천 위원으로 방통심의위와 뉴스통신진흥회를 정상 출범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리 경고해 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24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를 여당 상임위 추천 인사로 의결하는 안을 단독처리해 파행을 빚었다. 

국민의힘은 차기 방통심의위원장으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내정됐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하다 표결 직전 집단 퇴장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측에서 여당 몫 추천 인사를 추천위원으로 의결을 강행하려고 한다. 방심위가 설립된 이후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이렇게 많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을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의장으로 내정했다는 설이 퍼지면서 국민의 힘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을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의장으로 내정했다는 설이 퍼지면서 국민의 힘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여당 명단공개 거부로 정연주 낙점 의혹 더 커져

청와대가 방통심의위 추천 인사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그동안의 관례였다. 그런데 유독 이번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명단을 먼저 공개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야당이 의심하듯 정연주 전 사장 내정설을 부인하지도 않고 있다. 왜 그럴까?

박근혜 정부 당시 박효종 방통심의위원장 사례를 떠올리면 일부 야권에서 제기되는 ‘정연주 보호’ 차원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만일 정연주 전 사장이 방통심의위원장에 내정된 사실이 공개된 후 야당과 언론이 부적격 인사로 문제 삼는 과정에서 여론이 악화 돼 자칫 낙마라도 할 경우, 방통심의위를 강력한 친여 인사 체제로 가져가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 임한다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급적 논란의 시간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박효종 전 방통심의위원장은 탄핵을 촉발한 태블릿 PC 보도 관련 안건 심의를 막아 “태블릿 조작보도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 왔다. 

대통령 탄핵에 태블릿 PC 보도와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영향을 끼치며 정치적 국면을 크게 바꾼 과거 사례로 보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방통심의위원장에 강력한 친여 인사를 고집할 수 있다. 

민주당과 노조, 시민단체 등 여권 일각에서 정연주 전 사장 내정설을 근거로 공세를 펴는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도 정연주 내정 파장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추임새로 보인다.

이처럼 5기 방통심의위 체제의 중요성으로 인해 한동안 여야 대치와 정치 공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24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가 끝나고 민주당 의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국민의힘은 아무런 근거도 권한도 관행도 없는 생떼를 부린다”며 “지금이라도 법적 절차에 따라 방심위원을 추천하고 방심위 구성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추천 인사를 더 숨기지 말고 공개하라”며 “야당과 협의해 공정하고 편향적이지 않은 제5기 방심위를 구성하라”고 주장했다.

박한명 미디어연대 정책위원장(칼럼니스트)은 “민주당이 정말로 국민 피해가 극심해 방통심의위 구성이 시급하다고 느낀다면 국민의힘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된다.

정연주 전 사장이 차기 위원장으로 낙점됐는지 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추천 인사 명단을 밝히면 된다”며 “어차피 방통심의위 구성은 청와대 민주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민 피해를 앞세워 야당 탓과 압박으로 시간을 끈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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