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청와대의 ‘방역 삽질’ 기모란 지키기 왜?
[이슈] 청와대의 ‘방역 삽질’ 기모란 지키기 왜?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7.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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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1일 1000명대를 훌쩍 넘어서면서 믿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 소통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무시하고 기모란 방역기획관을 두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코로나 4차 대유행과 관련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책임론에 대해서는 “가교일 뿐, 컨트롤타워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 수석의 이 발언은 대단히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호우가 집중됐던 중부지방 일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하면서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하는 말도 있었는데, 중대한 재난의 경우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할 도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재난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라 확실하게 규정한 이유도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산하에 있는 1ㆍ2차장과는 별도로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해 각종 재난ㆍ재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직제를 개편했다.

세월호 사고 때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령인 위기관리지침을 “재난 대응은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가 총괄하며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수정하며 청와대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던 것을 바로잡은 조치였다.

지난 4월 청와대가 방역기획관을 신설하며 “방역 정책 및 방역조치를 전담하기 위한 자리”라고 강조했던 것도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와 일치한다.

청와대를 컨트롤타워로 규정한 문 대통령의 발언 등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던 박수현 현 국민소통수석이 직접 했다. 그렇다면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부서들의 가교일 뿐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박수현 소통수석의 이번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혁명 혈통’ 지키기인가?

이런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배경으로 ‘운동권 주체 서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86운동권들의 진영터가 되면서 특히 운동권 내 과거 주체사상에 경도되었던 이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남아 있고, 이들이 학생 운동권 시절 내부에서 그 서열을 정하고 위계에 복종했던 유산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전제한 것이다.

이러한 점은 과거 주사파 운동권에서 전향한 복수의 이들이 한결같이 증언하고 있는 바다. 그렇다면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과 이 주사파 운동권의 유산이 무슨 관계라는 것인가.

기모란 기획관의 부친(기세춘)은 대한민국 체제 전복과 공산정권 수립을 기도한 지하조직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기소유예를 받았고 <주체사상 노트>를 쓴 장본인이다.

기세춘과 함께 활동했던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 출신 민경우 수학연구소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기모란 방역기획관의 등용을 보고 심증으로는 통혁당의 ‘직접적 계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 ‘통혁당이 여전히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민 소장은 1995년에서 2005년까지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에서 사무처장으로 활동한 주사파 핵심 출신으로, 공산권 붕괴와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생각을 바꿨다. 현재는 386 운동권의 뿌리와 문제점 등을 비판하는 여러 활동을 전개한다. 기세춘 씨는 당시 범민련 공식 직함은 갖지 않았지만 종종 범민련을 방문해 조언도 하고 일도 도와주고는 했다는 것이 민 소장의 전언이다.

물론 기모란 방역관의 이념 세계가 통혁당이나 주사파와 같다는 근거는 없다. 문제는 운동권 출신 청와대 조직이 가진 ‘혁명 가계에 대한 무한한 존경’이 기세춘의 혈족인 기모란의 청와대 모시기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러한 점에 대해 민경우 소장은 기모란 방역기획관 등용을 통해 주목할 점은 “신영복 등 통혁당 관련 인사들을 향한 ‘문재인 청와대’의 존경심, 그리고 청와대를 관통하는 ‘심성구조’ ”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그런 집단적 의식 유산들이 대통령 문재인의 국정 지시마저 가볍게 무시해 버리는 상황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기모란 방역기획관과 청와대 운동권 출신 그룹의 관계는 확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심을 하게 되는 배경은 기모란 방역기획관이 백신에 관해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해왔음에도 중차대한 방역 책임의 자리에 기용된 사실이 납득되지 않을 뿐더러, 의료 전문가들의 많은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모란을 중용하는 이유를 청와대가 제대로 국민에게 설명한 바도 없기 때문이다. 

기 기획관은 지난해 11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은 일단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백신 구매가) 그렇게 급하지 않은 편”이라고 발언했다. 당시 기 기획관은 “2021년 4월까지면 지금 3상 임상시험하는 백신이 10개 정도 된다”며 “많은 백신들이 계속 효과를 발표할 텐데 더 좋은 것이 나와도 화이자 계약을 해놓으면 물릴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기 기획관은 지난해 5월에도 코로나 백신 개발에 관해 “연말까지 만들어 내놓으면 안 쓸 것 같다”며 “좀 걱정스럽다. 확률이 적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비영리 백신 아스트라제네카가 있는데 상업용 백신인 모더나, 화이자를 구매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결과는 기 기획관의 주장이 하나도 맞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 기획관은 지난해 2월부터 올 4월까지 총 54차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방역 완화를 사실상 기모란 방역관이 기획하고 주도했다는 점이다. 국립암센터 교수 시절이던 지난 2월 9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주최 토론회에서 기모란 방역관은 기존 거리두기 다섯 단계를 네 단계로 줄이고 ‘4단계에서 3인 이상 모임 금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 안을 토대로 3월 4일 생활방역위원회를 열었고, 이후 일부 수정을 거쳐 6월 20일 정부는 7월 1일부터 대폭 완화한 거리두기 개편 강행을 천명했다. 결국 기 기획관의 당초 제안이 대부분 관철됐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델타 변이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수도권의 방역을 오히려 강화하자고 외쳤지만 밀렸다. 

백신 도입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K-방역을 자화자찬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소비 쿠폰을 독려했다. 4차 대유행이 다가오던 지난 3일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80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불법 집회를 강행했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사전 경고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코로나 방역은 잘되면 대통령의 공이고 못되면 아무도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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