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야권의 딜레마, 안철수와 호남
[심층분석] 야권의 딜레마, 안철수와 호남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9.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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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경선버스에 야권의 유력한 두 후보인 윤석열과 최재형 후보가 탔다. 그러나 안철수와 김동연 후보의 경선버스 탑승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2022년 3월 대선에서 미칠 중도의 득표력이다.

대통령 선거가 중도표를 놓고 결정된다는 공식은 이미 ‘중위투표 원리’라는 이론적 배경이 있다. 만일 차기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안철수 대표와 야권 단일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펼쳐지는 정국 상황에 따라 아쉽게 패배할 수 있다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안철수 대표가 중도표의 10%를 얻을 경우 국민의힘 승리는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호남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의 지지율이 나와야 본선에서도 자신감과 안정적 득표율이 보장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야권 통합이 안 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라도 국민의힘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을 한 자리로 의미 없이 만들면서 동시에 호남에서 10%대의 지지율을 확보해야 하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일단 안철수라는 인물과 현상에 대해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안철수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중도 표심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하고 이후 그의 정치적 후광은 급속하게 사라졌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이를 두고 안철수에 대한 ’판타지’였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치에서 제3의 중도세력 정치는 불가능하다는 평이 주류였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2016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전국 비례대표 득표율 2위, 원내 제3당의 지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8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했다./연합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8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했다./연합

돌이켜 봐야 할 ‘안철수 현상’

물론 안철수 대표 혼자의 힘은 아니었다. 국민의당은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과정에서 창당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국민회의, 통합신당, 국민주권개혁회의 등의 단체를 흡수하여 세를 늘렸다.

이러한 저력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역 기반인 호남 지역 의석의 대부분을 석권하면서 민주당에 최대 위기를 안겨주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새누리당의 공천 잡음에 반발한 보수 세력 일각의 일탈이 주효했다.

이후 여러 조사에서 이들 새누리당 이탈 세력은 크게 중도 성향의 보수 시민들과 2012년 대선에서 사퇴하기 전의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세력들인 것으로 밝혀진다. 다시 말해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 표심은 복잡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이미 2012년 대선에서 보수는 분화되어 있었음을 지적한다. 즉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세력이라고 해서 모두 과거의 전통 보수층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복잡한 보수내 세력 분화로 인해 2016년 총선 패배가 결국 3·10 탄핵으로 연결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017년 탄핵 조기 대선에서 안철수 대표는 총선 승리의 힘을 배경으로 대선에 도전했지만 3위에 그쳤고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밀리는 초라한 성적을 얻는 데 그쳤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사실상 분열로 정치적 의미를 상실했고 그의 정치적 은퇴가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국민의힘은 3·10 탄핵 후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패하고 2020년 총선에서도 위성비례정당을 만들고도 100석 내외에 그치는 대참패를 겪으며 침체된 상황이었다. 안철수 대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막판 단일화를 통해 야권통합 후보의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당시 보수 내에서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로 마저 회복되어 있었다.

이렇듯 안철수 대표는 부상과 침체를 거듭하면서도 그 정치적 생명력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의 이러한 저력이 2022년 3월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질문이 가능하게 된다.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로 안철수 대표의 대선 등판론이 사실상 가시화되는 시점이기에 그렇다.

안철수 대표의 대안적 현상은 한국 정치에서 정당정치가 갖고 있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2014년 자신의 한 연구 논문에서 안철수 현상에 대해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를 특징짓는 현상 중 하나는 정치사회의 ‘탈정치화’와 시민사회의 ‘재정치화’의 모순적 공존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안철수 현상은 미성숙한 정치사회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격(insurrection)’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다.

김호기 교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가로막는 한국 정치의 특징, 즉 ‘대표성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비조응성으로 인해 환멸의 탈정치화와 열망의 재정치화가 반복적으로 재생산될 것이고, 이 점에서 ‘제2의 안철수 현상,’ ‘제3의 안철수 현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시 말해 과거 안철수 현상에는 안철수라는 인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정당정치의 모순과 한계를 돌파하려는 중도적 유권자들과 시민사회의 열망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발현된 윤석열 현상도 이의 연장선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즉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현상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변형된 안철수 현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며, 만일 윤석열 후보에 대한 중도 시민들과 시민사회의 기대가 국민의힘이라는 보수정당 내에서 희석될 경우, 안철수 대표에 대한 중도 표심의 선택 잠재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경우는 안철수라는 인물을 대신할 제3의 후보가 등장하지 않을 경우에 한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의 상황 변화에 따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 대한 중도 표심의 이동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게 된다. 따라서 안철수 대표와 김동연 전 부총리 간에 어떤 형태로든 제3섹터에 대한 모색이 있으리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종숙 충북대 교수의 진단은 흥미롭다. 최 교수의 2013년 연구 논문에 의하면 과거 안철수 지지 집단은 진보에 가까웠다.

그러나 주요 쟁점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보면, 안철수 지지 집단은 복지확대와 재벌규제에서는 진보집단에 가깝지만, 우리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대북정책에서는 진보.보수 모두와 거리를 두는 중도적 성향을 보였다.

또한 현실의 진보.보수 균열과는 관련 없지만 물질적 성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물질주의자에 가깝기도 하다. 

특히 안철수를 지지하다가 박근혜에게 투표한 ‘안철수우파’와 안철수를 지지하다가 문재인에게 투표한 ‘안철수좌파’는 주관적 이념 성향에서는 보수와 진보로 갈리지만, 주요 쟁점 항목의 관점을 공유하는 동질적 집단임이 확인된다. 그렇다면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에 실망한 진보 세력 가운데는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안철수 쪽으로 대안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이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이 어떤 이념적 스탠스를 갖느냐에 따라 윤석열 후보의 중도 지지 성향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윤석열 후보가 이러한 중도심을 흡수하지 못할 경우 일부는 안철수나 기타 제3의 인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비율이 얼마나 될 것이며 그것이 야권 단일화에 영향을 줄 만한 것이냐는 점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를 분석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다만 안철수 대표의 선택과 결정이 과거 사례들에 비춰 볼 때 실패하는 쪽으로는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며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내렸던 안 대표의 야권 단일화 결단은 2022년 3월 대선에서도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차피 안철수 대표의 득표는 자신의 당락에 관한 것이 아니라 캐스팅보트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했던 안철수 대표의 선택이 180도로 변해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로는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결국 안철수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서 최대 협상의 전리품을 얻어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사실 이것이 안철수 대표로서도 최선의 선택인 것이며 그가 후일의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는 데도 유일한 조건이 될 것이기에 그렇다. 

안철수 대표는 2011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2012 대선에서는 문재인, 2021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총 3번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물러섰다.
안철수 대표는 2011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2012 대선에서는 문재인, 2021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총 3번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물러섰다.

국민의힘, 호남과의 거리 설정이 변수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문제는 결국 협상의 문제가 본질이므로 결렬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 반면, 국민의힘 후보가 호남에서 일정 부분 득표를 해야 하는 문제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호남에서 국민의힘 전신의 당 후보들이 얼마나 득표를 했는가를 보면 답이 나온다.

이회창 4.9%, 이명박 9.0%, 박근혜 10.5%, 홍준표 2.47%를 받았다. 현재 국민의힘 후보 중에는 윤석열 후보가 그나마 호남에서 두자리 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국민의힘 입당 전에 비하면 상당히 하락한 추세여서 이를 회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호남의 보수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후보 개인의 노력과 태도보다는 국민의힘이라는 정당과 호남의 거리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후보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국민의힘 당차원의 전향적인 호남 거리 좁히기 아젠다가 요청된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호남의 김경진 전 의원은 본지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정권이 호남에 대한 특혜를 베풀면서, 이를 이용해 호남의 정치 세력의 싹을 잘랐다’고 단호하게 비판한다.

민주당 정권에서 호남의 정치인들은 초선화시키고 역량 있는 정치인들의 터전을 모두 박탈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호남이 소위 ‘대깨문’의 고장이 되면서 조국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마저 부정하는 호남 정치를 만들었고 결국 호남이 대한민국과 분리되는 비정상의 상황이 초래되었음을 지적한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진실투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힘 주동식 위원장(광주광역시 서구갑)은 정치적 주류를 차지한 호남에 대해 보수 우파는 이제 더 이상 지역감정으로 호남을 비하하지 말고 당당하게 공론으로 호남 정치 세력과 시민사회의 잘못과 오류를 비판하는 태도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

그러한 이유로 호남에서도 2030의 젊은 세대들의 인식이 합리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국민의힘과 후보들이 호남과 거리 설정에 반드시 참고해야 할 만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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