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인공지능 연구개발 국가경쟁력 좌우
[데이터로 보는 세상] 인공지능 연구개발 국가경쟁력 좌우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09.0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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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에 직면해 있으며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이 이 혁명의 핵심 기술들이다. 이 기술들에서 앞서가는 나라는 세계 문명을 주도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이 중에서 AI가 핵심적인 기술로서,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AI가 인간의 지적 기능도 수행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AI는 인간의 지적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과학기술로서, 상황을 인지하고 이성적·논리적으로 판단하고, 언어나 행동 지령, 학습 기능과 같은 인간의 두뇌 작용을 할 수 있다. 이미 인간의 감성적·창의적 기능도 일부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이다. 

AI는 단순한 기술적 차원을 넘어 인문사회 등 모든 영역에 걸친 패러다임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AI의 활용 과정은 일반적으로 모바일 등을 통한 데이터 획득→데이터 저장→데이터 가공 분석→학습을 통한 AI 모델 구축(알고리즘)→최종 서비스의 순이므로, 빅데이터 기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 시대를 ‘데이터·AI 경제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가·사회 전반에 걸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AI에 관한 연구는 오래 되었다. 이미 1950년대 초반에 수학, 철학, 공학, 경제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적인 두뇌의 가능성이 논의되었고, 1950년대 후반에 AI가 하나의 학문 분야로 정립되었다.

그러나 다량의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 컴퓨터 용량의 한계 등으로 인해 AI 연구개발이 오랫동안 침체되어 있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네트워크의 발전, 컴퓨터 성능의 향상, 빅데이터 수집 가능성이 생기면서 AI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면서 AI 기반 소프트웨어들이 연구되고 있고, 자율주행차, 로봇, 의료, 금융 등 미래 유망산업이 AI와 빅데이터 기술과 결합되어 새로운 미래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연구인력·민간 투자에서 우위

AI 연구개발은 단연 미국이 앞서가고 있다. 미국은 AI의 인프라가 되는 기초과학(뇌과학, 수학, 통계학, 컴퓨터 공학 등)에서 앞서가고, 개인정보의 사용을 상당 부분 완화하고, 2009년부터 오픈 데이터 정책 등 빅데이터 활용을 일찍부터 추진한 결과 풍부한 데이터, 컴퓨터 공학 기술, 데이터 분석 기술 등에서 앞서가며 AI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의 AI 연구의 특징은, 발전 방향은 정부에서 설계하지만 이를 이어받아 심도 깊은 연구는 IT 관련 대기업들(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IBM 등)이 한다는 점이다. 주요 국가들에 대한 AI 지원과 인프라에 대해 정리해 보면 <표 1>과 같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R&D 투자(2019년에만 25조 원 규모)를 기반으로 빠르게 AI 분야에서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묵인 하에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활용을 허용해 2015년부터 빅데이터 산업을 육성하고 있고, 선도기업들(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을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발표하고 차세대 첨단 산업 고도화, 제조업 스마트화 (AI 포함) 등에서 소위 ‘과학기술 굴기’ 정책을 펴고 있다. 또한 2017년부터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발표해 중고등학교, 대학교 등에서의 AI 교육을 강화하면서 AI 기술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AI 분야에서는 안면인식, 개인정보 활용 등에서는 세계의 선도주자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일본은 2016년 이미 데이터 기본법을 제정해 데이터 활용 정책을 본격 시행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개인정보법을 개정해 개인 데이터의 익명정보는 사후 동의철회 방식을 도입해 외부 사용이 가능하게 하여 우호적인 데이터 인프라 환경을 마련하였다.

개인정보의 실명을 가리는 방법으로는 가명정보와 익명정보가 있다. 가명정보는 이름 정보를 제거하여 개인을 특정하기 어렵게 한 정보이고, 익명정보는 이름 제거보다 더 나아가 생년월일 등을 제거하여 사람을 조금이나마 구분할 수 있는 정보는 추가적으로 제거한 정보이다.

일본 정부도 A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20년에 정부 투자 1.3조 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특히 고령 인구를 돕는 AI 로봇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영국도 일찍이 AI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6년 보건정보의료기구(NHS Digital)를 설립하여 의료정보 분석을 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를 실질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AI 인재 확보를 위해 외국인 전문가에게 특별비자 발급하고 이민 규정을 완화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AI R&D의 결과는 AI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논문수라고 볼 수 있고, 그 논문의 질은 그 논문의 인용수로 볼 수 있다. 

2016년부터 2019년의 4년간 발표된 논문수와 논문 편당 인용수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2020)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하면 <표 2>과 같다. 논문수에서는 중국이 단연 앞서가고 있으며 미국과 인도, 일본이 뒤따르고 있다. 한국은 9위이다. 그러나 논문 편당 인용수에서는 미국이 7위, 중국이 14위이고 한국은 31위로 처진다. 

AI 연구와 경쟁력은 정부의 R&D 투자도 중요하지만 민간 기업에서의 투자와 고급인력 수가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의 AI 투자는 중국이 단연 1위로 미국보다 많이 앞서 가지만 민간기업 차원에서의 R&D 투자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이 많이 앞서 간다.

한국은 아직도 민간기업에서의 AI R&D 투자가 미미하다. 또한 고급인력(AI 분야의 석·박사 이상급 연구자)에서 미국이 1만295명으로 단연 앞서가며 그 뒤를 중국(2525명), 영국(1475명), 일본(805명)이 따르고 있고 한국은 405명으로 미국의 4%, 중국의 16%에 지나지 않는다.       

 AI 세계시장 규모는 연평균 43%에 달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Statista(2019)에 의하면 2018년 735억 달러 규모의 AI 세계시장은 2025년 8985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소위 ‘대박’ 시장에 한국도 참여하여야 하나, 한국은 AI 산업을 이끌 고급인력의 부족과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술 수준이 미국의 80.9%, 기술 격차 1.8년이 되고, AI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에 한국은 한 개도 들어 있지 않다.   

AI의 중요성을 인식한 우리 정부도 다음과 같이 다양한 AI 진흥 전략을 발표하면서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을 하고 있다. 데이터 관련 산업도 AI 진흥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이들도 포함하기로 한다. 

① ‘I-Korea 4.0 실현을 위한 인공지능(AI) R&D 전략’, 4차산업혁명위원회 심의, 2018년 5월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안.    
②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전략, I- Korea 4.0 데이터 분야 계획, I-DATA’, 4차산업혁명위원회 의결, 2018년 6월 26일, 관계부처 합동 제안. 
③ ‘데이터·AI 경제 활성화 계획, 혁신성장 전략투자’, 혁신성장전략회의 의결, 2019년 1월 16일, 관계부처 합동 제안. 
④ ‘인공지능 국가전략,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의결, 2019년 12월 17일, 관계부처 합동 제안. 
⑤ ‘AI·데이터 기반 중소기업 제조혁신 고도화 전략’, 중소벤처기업부 스마트공장 고도화 전략으로 제1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1차 한국판 뉴딜 관계 장관 회의에서 발표, 2020년 7월 23일. 
⑥ ‘민·관 협력 기반 데이터 플랫폼 발전전략’, 제23 4차산업혁명위원회 전체회의, 2021년 6월 11일. 

위에 열거한 정부 차원의 진흥 전략은 모두 의욕적인 계획들이나 우리나라의 AI 관련 인프라(개인정보 활용 미미, AI 인재 부족, AI 분야 민간기업 참여 부진, 다량의 빅데이터 활보 부족 등)가 아직 열악하여 계획이 달성될지는 의문이다. 

한국, 규제 완화와 인력 양성 역점 둬야 발전 가속화 

예를 들어 좀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위의 세 번째 ‘데이터·AI 경제 활성화 계획, 혁신성장 전략투자’에서는 데이터 시장의 규모를 2018년 14조 원에서 2023년에는 30조 원으로 키우고, AI 유니콘 기업의 수를 2018년에는 하나도 없었던 것을 2023년까지 10개로 육성하고, 데이터-AI 융합 인재를 1만 명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말한다. 그리고 네 번째 ‘인공지능 국가전략,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의 내용은 2030년까지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2020년 10위) 달성, AI를 통한 지능화 경제 효과 최대 455조 원(맥킨지 보고서) 창출, 삶의 질 세계 10위(2020년 30위) 도달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1월에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이 개정되어 조건부(통계 작성, 공익적 기록 보존, 과학적 연구 등에 정보 소유자의 개인정보를 사전 동의 없이 사용 가능)로 개인정보의 가명정보 사용이 허용되었으나, 여전히 의료법 등 관계법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별도 동의가 필요하거나 이용을 제한해 법체계가 충돌할 수 있고, 활용하는 조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여 개인정보 사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빅데이터 산업에 어려움을 주고 있고, 이로 인해 결국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AI 산업 활성화에도 장애요소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AI 산업이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여 그나마 조금 있던 AI 우수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어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해외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특별 비자 발급에서 선진국 대비 미온적이고, AI 학과 신설 등 제도개선에서 추진력이 약하다.

그나마 다행히도 그 동안 AI 대학원들이 정부 재정지원으로 최근 8개 대학(KAIST, 성균관대, 고려대, GIST, POSTECH, 연세대, 한양대, UNIST)에 설립되었으나, 입학 정원(30∼60명 수준)이 소수여서 산업의 큰 수요를 채우기에 역부족이다.  

기업은 시급한 AI 인력 확보가 어려움을 감안하여 ’자급자족‘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LG 그룹(2021년 8월 19일자 한국경제신문 보도)은 ’LG AI 대학원‘ 석사과정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은 1년 전시간 과정으로 시범 교육에 참여한 직원들은 전일제로 과정을 이수하고 있으며, LG그룹은 이 과정을 이수한 ’AI 석사‘에게 일반대학의 석사학위 이수자와 동일한 대우를 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LG그룹은 LG경영개발원 산하에 ’LG AI 연구원‘을 두고 이 교육을 주관하고 있으며, ’AI 인재 1,000명 육성‘을 공개 선언하였다. 올바른 방향이며 다른 그룹들도 유사한 방법을 채택하면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AI 인재를 빠르게 충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이 시대의 핵심 분야인 AI에서 빠른 진흥 전략을 피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인 지금에는 정부 주도 투자(R&D)를 확대하면서 민간 기업도 R&D에 참여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적이다. 다음으로 개인정보 규제를 완화하여 개인정보 데이터 사용을 쉽게 하여 데이터 산업을 일으키고, AI 인재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AI 대학원의 입학 정원을 늘려주고, 기존의 컴퓨터공학과에도 입학 정원을 늘려 AI 전공자가 많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업 스스로가 자체적으로 필요한 AI 전문가를 양성하도록 기업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AI 수준이 미국이나 중국에 뒤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IT 제조업 강국이면서 순발력이 있기 때문에 정부, 대학, 출연연구소, 민간 기업 등이 힘을 합쳐 매진한다면, 스마트공장 등 AI 기반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향후 10년 내 전반적인 AI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AI 강국은 모든 분야의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리더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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