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선불깡’, 경기지역화폐 청년소득이 찜찜한 이유
[이슈] ‘선불깡’, 경기지역화폐 청년소득이 찜찜한 이유
  • 길도형  도서출판 타임라인 대표
  • 승인 2021.09.10 2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5세 아들한테 청년기본소득이 ‘경기지역화폐’란 수단으로 3개 분기분 75만 원이 지급됐다. 4분기분 25만 원은 10월 이후 지급될 예정이라고 하니 2021년 1년치 합이 100만 원이다.

이전에 받았던 재난지원금은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신청하면 그리로 입금해 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아들아이에게 지급된 경기지역화폐는 선(직)불카드다. 직장인인 아들한테는 물론 신용카드가 몇 장 있다.

마땅히 신용카드로 신청하고 그리로 입금해 주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아들 말로는 경기지역화폐란 수단을 일괄 선불카드에 담아 우편 발송해 준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경기지역화폐 관련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할인업자들이 나서 대거 매입해 들이고 있다는 기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개인적인 경험 두 가지를 소개한다.

할부카드깡의 기억

필자는 1991년 대학을 졸업했으나 국문과(당시 국문과생들은 스스로를 ‘굶는과’로 자조했다) 출신에 운동권 물을 먹은지라 어디 마땅히 입사원서를 낼 곳도 없었고 교직 이수도 잘린지라 교사 쪽도 일찌감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당시만 해도 국문과 출신들의 취업 수요가 있는 곳이 출판과 잡지 업계였다. 그나마도 바로 자리가 나오지 않아 졸업 전후로 6개월여를 출판사 타이틀을 건 한 할부카드 할인업자 밑에서 알바를 했다.

할부카드란 아동전집류며 백과사전류, 십전대보탕 같은 건강식품류, 수입 가전류 등의 제품을 방문판매원들이 판매하고 구매자가 대금을 6~12개월로 나눠 매월 정해진 날짜에 입금하는 방식을 약정한 노란 종이를 말한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약정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이 부족하고 또 구매자 대부분의 생활 여건이 넉넉지 못한 탓에 약정한 할부금이 제때 입금되는 비율이 절반도 안 됐다.

그런 이유로 판매업체는 할부카드가 들어오는 대로 3개월 이내의 개월 수가 짧은 것은 자신들이 직접 수금하고 6개월이 넘는 것들은 따로 모았다가 할인업자인 사장에게 가져왔다.

사장은 할부카드의 상태에 따라 자신이 임의로 깡 비율을 결정하는데 통상 70~80% 비율로 대금을 지불했다. 물론 급전이 더 필요한 할부판매업자들은 할부 기간이 짧은 것도 가져오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는 할인 비율이 10% 선이었다.

사장은 여직원을 시켜 카드의 주소지와 연락처를 확인하게 해서는 할부금이 제날짜에 안 들어온 것들을 지역별로 분류한 다음 요일별로 수금 지역을 정해 나에게 할부카드를 주면 나는 오토바이든 대중교통이든 이용해서 미입금자 집을 찾아가 그 달 할부금을 받아내야 했다.

그때 남의 돈을 받아낸다는 것이 유격훈련장 가스실 체험보다 힘들다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알바를 그만둘 6개월 즈음에는 몇 억으로 시작한 할부카드 매입 장사의 장부상으로는 50억 원이 넘는다며 사장은 은근히 자랑하고는 했다. 그러나 가스실 체험보다 힘든 할부금 받으러 다니는 일을 생업으로 하기에는 나의 성정이 도저히 감당이 안 됐다.

더욱이 대학 때 해본 일이 있는지라 출판 편집자 일 제안이 들어오자 방문 수금 알바를 미련 없이 그만뒀다. 당시 할부카드 할인 유통은 유사금융 행위로 불법이었지만 당국에서는 상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어느 정도는 의도적 방치를 했던 것 같다.

코로나 등으로 인해 각종 재난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된다. 그런데 지역화폐가 '현금 깡'에 사용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대출심사 카드깡

대개의 개인사업자며 자영업자들은 단돈 몇 푼의 현금 때문에 한 달 중 절반 이상의 날들을 전전긍긍하며 지낸다. 그러다 보면 빤히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이스피싱에 말려드는 사업자들이 있다.

삼사 년 전인가, 한 출판 제작업체 사장한테 이상한 전화가 걸려왔다. 낯선 전화번호임에도 무심코 받았다가 금융신용도와 관계없이 간단한 신분 확인만으로 대출을 해준다는 제안에 귀에 댄 폰을 떼지 못한 채 시키는 대로 ‘예 예’ 하며 버튼을 눌렀다고 한다. 

그렇게 통화 중에 대출 신청 금액(한도 제한 있음)의 10%를 선입금해 준다면서 계좌번호를 요구했다. 사장은 혹시나 싶어 계좌번호를 불러줬더니 곧바로 대출 신청금의 10%에 해당하는 돈이 입금됐다는 문자가 폰에 뜨더라도 것이다. 그는 신기함과 동시에 구세주를 만난 것 같은 기분에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런데 대출 신청금 전액을 입금해야 하는데 카드 사용 한도가 적어 자신들이 카드사에 요청해서 카드 사용 한도를 올려야 한단다. 그러려면 자신들이 직접 카드를 가지고 자신들과 대출인 모집 계약을 맺은 카드사를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무실로 방문할 테니까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를 잠시 맡겨 달라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내 둘이 사장의 사무실로 찾아왔고 사장은 몇 가지를 확인한 다음 카드 세 장을 맡겼다. 당연히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 그리고 하루 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OOO 씨 되시죠? OOO 씨 카드를 압수해 놓았으니 O일 이내에 출석하셔서 조사받으셔야 합니다. 본인의 신용카드든 캐시카드든 남에게 건네는 순간 금융범죄에 가담한 것입니다.”

다행히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던 경찰에 의해 그렇게 카드를 가로챈 범인들 중 한 명이 현금을 인출하려던 순간 체포됐고, 그들의 비밀 사무실을 급습한 결과 각종 신용카드며 직불카드, 캐시카드 등과 그것을 조작할 수 있는 기기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사장은 출석해서 조사받고 심문조서가 검찰로 송치됐으나 초범이고 정상을 참작, 재범시 처벌을 경고하는 선에서 무마됐다고 한다. 즉,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캐시카드까지도 남에게 넘기면 범죄라는 얘기다. 

경기도는 청년기본소득이란 명목으로 경기지역화폐를 선불카드로 청년들에게 일괄 발송했다. 그렇게 일괄 지급된 선불카드에 대한 속칭 ‘깡’ 업자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당장 현금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선불카드를 할인 매입해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물론 청년들이 7~20%의 할인율로 필요한 현금을 챙길 수도 있을 것이다. 경기도 내에서만 재래시장과 마을 상권 중심으로 매출액 10억 미만 업소에서만 이용 가능한 경기지역화폐는 그 용도의 제한성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할인업자부터 찾게 될 것이란 점도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렇게 할인업자한테 선불카드가 넘어간 순간, 사례2에서 봤듯 범죄가 성립된다. 청년들이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이렇듯 할인업자에게 넘어간 선불카드가 악용될 여지가 충분히 있음을 알고도 이런 식으로 청년기본소득을 시행한 경기도의 행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선불카드를 사들이는 업자들의 경우, 지역의 조폭 조직이나 정치적 실세들과 결탁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행정에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7~20% 또는 그 이상의 할인 마진을 업자들이 다 챙길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제 한국인들도 그 정도 수법에는 어떤 짬짜미가 있고 어떤 세력들 간에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지 정도는 다 짐작하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역화폐 선불카드 불법 할인 조직들이 유력한 대선 후보 캠프에 접근할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이런 경우 대선 후보 조직은 막대한 선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카드깡 조직과 같은 불법 세력과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그러한 불법 조직들이 경기도 지역화폐 청년기본소득 선불카드를 이용한 깡사업 이권을 노리고 특정 대선 후보의 대선 캠프와 결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고교생 등 1000여명을 동원해 '지역화폐 깡'을 통해 47억을 챙긴 조직폭력배가 지난 3월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고교생 등 1000여명을 동원해 '지역화폐 깡'을 통해 47억을 챙긴 조직폭력배가 지난 3월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할인 직거래되고 있는 지역화폐 선불카드

경기지역화폐는 1차 지원금 당시 고객과 가맹점에 각각 10%씩 할인해 줬다. 그러면 고객은 9만 원으로 10만 원어치 지역화폐를 충전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캐시백이다. 이 10만 원을 가맹점에서 쓰면 가맹점은 선매입분인 10만 원을 제하고 추가로 1만 원을 더 받는다.

사용에 대한 일종의 인센티브다. 즉 캐시백과 인센티브 합계가 20%로서 이는 가맹점 가입과 지역화폐의 적극 사용을 유도키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역화폐는 취지와는 다르게 소규모 영세 점포들에서 사용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로운 사용의 제약에 따른 저조한 판매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지자체들은 관련 조례를 위반하거나 임시로 바꿔가면서까지 상품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0년 전국적으로 9조가 풀린 지역화폐는 ‘현금으로의 깡’(환전) 수단으로 널리 적극 활용됐다. 지역 경기 활성화를 내세워 지자체가 앞장서서 풀어낸 지역화폐는 백화점 등의 상품권이 할인 유통되는 방식 그대로, 할인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 할인 마진율도 최대 20%에 이르는 만큼 당연히 가맹점의 허위 매출과 위장 가맹점이 속출했다. 

전라북도의 경우 2020년 무려 1조1879억2650만9000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했고 거의 전량 판매에 99.9%가 넘는 환전율을 기록함으로써 발행한 1조2000억 원에 이르는 지역화폐 전량이 현금으로 교환됐다. 1조2000억의 할인율 10%만 해도 1200억 원이고, 인센티브까지 더하면 2400억 원이다.

소상공인과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출발한 지역화폐는 특히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그 맹점을 악용한 할인이 횡행했다. 경기도지사는 2019년 5월 30일 트위터를 통해서 “인터넷에 경기지역화폐를 쳐보세요. 돈을 벌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올려 자영업자들의 적극적인 가맹점 가입을 유도했다. 

도지사라는 공적 지위를 내세운 권유는 재난기본소득 등으로 지급된 상품권을 가족과 친인척, 중고교 선후배 관계를 이용하여 사실상 무차별적 구매가 일어나게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구매된 지역화폐를 할인해서 현금으로 사들이는 업자들은 누구일까?

지역 언론 등을 통해서 알려진 바로는 시민단체와 사회적 기업을 낀 협동조합 형태의 신용조합이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상품권 포함 모든 종류의 지역화폐를 매입할 수 있고, 그것은 지자체가 플랫폼 역할을 하는 가운데 국가 금융기관을 통해서 액면가 현금으로 교환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이 사례2에서 봤듯 청년들에게 지급된 지역화폐 선(직)불카드가 그 자체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중고장터에는 ‘10만 원짜리 카드를 8만 원에 팔겠다’거나 ‘25만 원짜리 카드를 10만 원에 팔겠다’는 게시글도 올라왔고, 곧바로 거래가 이뤄진다

. 그러나 이런 온라인거래는 그 흔적이 남는다는 점 때문에 집중적인 대량 거래가 힘들다. 그 대안으로 모집책을 두고 조직적으로 지역화폐 카드를 매입해 들이는 방식이다. 

청년, 청소년들의 특성상 또래 및 선후배 관계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만큼 오프라인식 직접 거래는 그들로서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바로 현금으로 할인 교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충분하다. 최근 할인업자들도 그 점을 노려 경기도에서 청년들에게 일괄 지급한 청년기본소득 100만 원권 지역화폐 선불카드 할인 직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기사가 이어진다.

업자들로서는 당연히 뛰어들 만한 사업이지만, 엄연한 것은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선불카드 등 모든 금융거래용 카드의 제3자에게의 매각과 대여는 불법이란 사실이다.

우리가 경기지역화폐로 청년들에게 지급된 청년기본소득뿐 아니라 앞서 경기도가 지급한 재난기본소득들도 다 의심해 봐야 하는 이유가 그래서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당시 다 선(직)불카드로 받았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단돈 몇 만 원이라도 현금과 바꾸기 마련이다. 당장, 전기세, 휴대폰비, 가스비부터 내야 하기 때문에!

답이 안 나오는 건 웰빙화되어 있는 우파들 대부분이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대로 못 갖고 있다는 점이고, 밑바닥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지 못하는 야당은 관심을 가질 여력조차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경제학개론이든 원론이든 배워 본 적은 없지만, 이 사회 밑바닥 경제의 다양한 민낯을 나름 눈물을 삼키고 분노를 삭여 가며 겪어 본 자의 기본소득이란 미명의 경기지역화폐에 대한 고발이자, 시민 사회에 관심과 경종을 촉구하기 위한 고언이라면 고언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