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코로나 시대의 역설 낡은 교육구조 일신의 기회
[전문가 진단] 코로나 시대의 역설 낡은 교육구조 일신의 기회
  • 김효준 학교법인 한효학원 이사장(마산 & 김해 한일여고)
  • 승인 2021.10.01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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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학교가 문을 닫고, 선생님들은 카메라를 바라보고, 학생들은 집에 앉아 모니터를 통해 선생님을 보는 기형적 수업이 계속되고 있다. 건국 이래 초유의 사태다. 앞으로 20~30년쯤 후의 일이라 상상했던 일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버린 코로나가 만들어준 생소한 풍경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카메라와 노트북, 통신 장비 등을 구하지 못해, 휴대전화 카메라로 느려 터진 교육청 서버를 탓하며 버텨온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는 사이 이제는 제법 이전의 교실수업과 다를 바 없는 강의를 구현해 내고는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가 엄청나 교육세라는 부가세를 따로 징수하고 있다. 학생수가 최근 5년간 590만 명에서 530만 명으로 감소되었는데도, 나라가 부강해지면서 세금은 41조 원에서 59조 원으로 거의 50% 가까이 증액된 교육예산이 편성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총생산의 약 5%에 해당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불만족스러운 공교육을 탓하며 전 세계에서 사교육비를 제일 많이 지출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다. 한쪽에서는 폐교와 학급 감축이 이뤄지는데, 한쪽에서는 사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해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억지로 시작된 온라인 수업이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이러한 우리 교육의 고질적이고도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 서비스의 질적 향상도 도모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온라인 교육 혁명을 통해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바꿀 수 있을까.

우선 교육의 온라인 혁명은 입시로 인해 그 이전 13~14년 간의 모든 교육시스템이 뒤틀어져 버리는 구조를 깨버릴 수 있다. 수능을 문제은행식으로 개선해 토플이나 GRE처럼 1년에 몇차례 기회를 주고, 국가 일제고사가 아니라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컴퓨터를 통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난이도 알고리즘 형식을 이용해 공정한 점수를 도출해낸 후 그 이후의 입학 사정은 대학의 자율에 맞기면 나머지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물론 교육부의 입시 개입을 최소화하며, 공정성이 엄격하게 담보된다는 전제하의 일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도 지필로 치러지는 국가 일제고사의 오래된 선입견에서 벗어날 시기가 왔다. 온라인 수업 확대를 위해 각 교육청이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증설의 필요성을 깨닫고 실제 많은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장비투자가 조금만 더 된다면 이제는 모든 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한날 한시에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

수능한파니 하는 단어를 역사 속으로 밀어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1년에 한 번 주어지는 기회로 인해 사교육비의 과다한 증가와 더불어 나머지 전체 교육의 뒤틀어지는 현상을 막아낼 수 있다. 코로나 시대의 역설인 것이다.

한일여고 전경
한일여고 전경

교육과정 정상적 운영 추구해야

다음으로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폐교와 학급 감축에 몰입하고 있는 교육부의 재정투자 방향을 좀 선회할 필요가 있다. 고교학점제의 시행과 더불어 외부교육기관 학점도 인정을 해주는 마당에, 학교 자체의 온라인 교육 내지 여러 학교 학생의 동시 온라인 접속 수업 등도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평균으로 본다면 학급당 학생수가 30개국 중 24위인 과밀학급 국가이다. 교사수나 학급수가 학생에 비해 절대 많은 숫자가 아니다. 학급이 줄게 되면, 교원 숫자도 같이 줄게 되어, 한 학교 단위에서는 다양한 선택수업 개설이 점점 어려워진다.

하지만, 남는 학급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 시설을 갖추어 놓으면, 교원 정원도 줄지 않으며, 근처 학교에서 개설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여러 학교에서 동시에 접속해 들을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빈교실도 충분히 확보해야 하며, 안정적인 교육청 네트워크 구축에 증액된 교육 예산을 상당 부분 할애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교육재정투자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된다면 방과후 보충수업 또한 타교 동시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MZ세대 신규 교사들이 기피하게 될 시간외 근무자의 숫자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고, 사교육비에 대한 학부모들의 과도한 부담 또한 해소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실과 교육공무직 비중을 늘려야 한다. 지금 교육부는 고정비용 절감을 이유로 행정실 근무 인원 축소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우리나라 학교의 교사 대 비교사 비율은 급식소에서 근무하는 조리자들을 합쳐도 기껏 1 대 0.2가 될까 말까 한 수준이다.

제주도 국제학교들은 이 비율이 1 대 1에 달한다. 우리보다 선진국의 학교들은 1 대 0.3~0.4 정도의 비율을 가지고 있다. 

교원단체들의 첫 번째 요구 사항인 교사의 수업 외 업무 경감을 위해, 또 우리 아이들이 받을 교육의 대폭적인 질적 업그레이드를 위해 모든 국민이 학부모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숫자가 아마도 이 숫자가 아닐까 싶다. 

모든 교육서비스는 사람에 의해 제공된다. 결국 이 서비스를 제공할 사람은 교사이고, 교사가 수업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야만 우리 아이들이 받는 수업의 질이 높아지고, 학부모의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 앞에서 말한 증액된 교육재정을 이 숫자를 제고하는 데 최우선적으로 사용해야 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숫자의 학부모가 공교육에 만족하게 되면, 사교육을 포함해 자녀 교육에 들어가는 품이 줄어들 것이고, 대한민국 전체가 인구절벽을 넘어서는 데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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