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여전히 불씨 남아 있는 역선택 문제
[심층분석] 여전히 불씨 남아 있는 역선택 문제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10.0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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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선거관리위원회는 9월 5일 대선 후보 경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경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는 대신 1차 예비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는 것이다.

1차 예비경선은 100% 일반 여론조사가 아닌 당원투표 20%와 일반 여론조사 80%로 치러진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4명의 후보가 겨루는 최종 경선의 경우 당헌·당규가 규정한 여론조사 50%, 당원투표 50%를 그대로 유지하되 ‘본선 경쟁력’을 여론조사에 반영해 진행하기로 했다. 일단 역선택 논란은 봉합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선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 설계 과정에서 후보 캠프들간에 또 다시 충돌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은 이번 봉합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국민의힘 1차 여론조사는 9월 13~ 14일 2일간 실시되고 그 결과는 9월 15일 오전 9시 발표될 예정이다. 이로써 2차 컷오프 경선 진출자 8인이 선정된다. 

국민의힘 경선버스가 출발부터 매끄럽지 못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정에 반영되는 이른바 ‘역선택’ 때문이다. 역선택 방지룰에 대한 각 후보간의 대립은 정홍원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관위장 사퇴 논란까지 일게 했다.

정 위원장은 9월 5일 경선룰 파동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준석 대표의 만류로 뜻을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은 이미 7부 능선을 넘었다. 충청도 예비경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과반이 돼 압도적 표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9월 5일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역선택 방지조항'등에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지난 9월 5일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역선택 방지조항'등에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에만 역선택이 문제일까?

그런데 국민의힘은 출발부터 순탄하지 않다. 9월 5일 ‘공정경선 서약식’ 행사에 역선택 방지룰 채택에 반발해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후보는 불참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당 선거 관리에 전권을 부여받은 선관위 운영에 다소 불만이 있다고 해서 당 공식행사에 불참하는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행사에 불참한 일부 주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후보 진영 내에서 역선택 방지룰에 대해 적극적으로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윤석열 후보이다. 이에 대해 홍준표, 하태경, 유승민 쪽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이는 상당 부분 민주당을 지지자들이 홍준표 후보를 택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석열 캠프는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 지지층의 개입을 막기 위해 역선택 방지 조항을 경선 여론조사에 넣자”는 입장이다.

반면에 홍준표 캠프와 유승민 캠프는 “다른 당 지지층의 지지는 역선택이 아니라 30%대 당 지지율을 넘어설 수 있는 중도 확장성을 뜻한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9월 5일 알앤써치가 경기신문 의뢰로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세부항목을 보면 국민의힘 후보간 역선택 문제가 왜 불거지는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응답자를 한정하면 윤 후보가 53.2%를 기록해 27.2%를 얻은 홍준표 후보를 두 배 가까이 앞선다. 대신 응답자를 호남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은 42.7%로, 윤 후보(14.9%)의 세 배에 가까웠다. 즉 민주당 지지층에서 홍준표 후보가 앞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자가 본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태도는 어떨까? 9월 3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역선택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은 “상황에 따라 역선택이 설령 있다 하더라도 큰 비중은 아니다”라며 “역선택의 방향성이 꼭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볼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9월 5일 채널A에 출연한 여론조사 전문가 배종찬 소장은 “구조적 역선택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PNR 조사에서도 홍준표 후보는 민주당 재집권을 바라는 응답자 39%의 지지를 받았다. 

윤 후보의 장예찬 특보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문제되지 않았던 역선택이 지금 와서 문제가 되는 이유를 “여론조사 업체에 소속됐던 사람으로서 과거에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 없다는 주장을 했다.

4·7 재보궐 선거와 그 직후의 여론조사에서는 역선택을 의심할 정도의 데이터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달라진 게 아니라 여러 여론조사의 결과 데이터가 변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분석은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철저하게 드러난 숫자만 가지고 하는 것이다. 숫자, 데이터가 달라지면 당연히 분석과 판단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윤 캠프는 국민의힘 당헌 당규도 들고 나왔다. 당헌 99조 여론조사 특례조항에 따르면 “당이 실시하는 각종 여론조사에 있어 여론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없는 자로 제한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조항은 2018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조문이 도입되었음을 강조하면서 홍준표 후보가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정당에서 후보를 뽑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당원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당원직선제’다. 역선택을 가장 철저하게 막을 수 있다. 둘째,  당원 비당원을 구별하지 않는 ‘완전개방경선’(오픈프라이머리)이다. 그 다음 절충형이 있다. 비당원에게도 경선기간 중에 신청을 받아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것도 일부 역선택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여론조사만큼은 아니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대통령 후보는 정당의 소속원, 그러니까 당원의 의견으로 뽑는 것이 맞다. 그렇게 하면 요즘 말하는 역선택 논란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당원의 투표만으로 정당 후보를 뽑는 것이 아니라 비당원의 의견도 반영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비당원이라 함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데 그 일반인 중에는 반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 국민 전체에서 민주당과 범여권 지지자는 대략 40%가 넘는다. 그러므로 무작위로 뽑는다 해도 약 40%는 상대 당 지지자들인 셈이다.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여론조사를 당내 대선 후보 결정에 반영하는 방법은 현 집권 여당이 먼저 했다. 2002년 노무현, 정몽준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였다.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는 분수령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성공을 거뒀다.

좌파 정당, 현 집권 여당 쪽에서 여론조사는 일종의 흥행몰이 성격이 크다. 좌파 정당은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 일반 대중에게 영향력을 파급시키는 선거전략을 구사한다. 선거인단을 통한 지역별 경선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역전시킨 것도 지역 경선 흥행몰이였다. 당시 이인제 후보는 당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좌파 정당, 현 집권 여당에게 경선과 여론조사는 어찌 보면 일종의 요식행위 성격이 짙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파 정당의 상황은 집권 여당과는 다르다. 여론조사의 목적이 집권 여당처럼 흥행몰이와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보수 야당의 경우 당심과 민심에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본선 경쟁력을 가늠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반영했다.

당심과 민심이 크게 엇갈린 것은 오세훈 vs 황교안 당대표 선출 때였다. 오세훈 후보는 당심에서는 졌지만 민심에서 이겼다. 그러나 역전은 못했다. 2007년 박근혜 vs 이명박 경선에서도 당심은 박근혜였지만 민심에서 이명박이 이겼다.

전체 득표에서 이명박은 박근혜를 역전했다. 가장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에서도 당심은 나경원 전 의원이 승리했지만 일반여론조사에서 이준석 대표가 크게 이겨 당대표가 되었다. 당심과 민심이 엇갈리는 것이 보수우파 정당의 비극이다. 그 사이를 헤집고 들어온 것이 역선택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역선택이 존재하지 않다거나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여론조사에서 분명 숫자로 역선택이 증명되기 때문이다. 
  

'무야홍'을 내세[우는 홍준표 캠프의 포스터.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무야홍'을 내세[우는 홍준표 캠프의 포스터.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통계학적으로 본 역선택 문제 

결론부터 말한다면 역선택 방지책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여론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일종의 통계표본 조사다. 통계에서 가장 금기시 하는 것은 실제 모집단을 왜곡하는 표본추출(Sampling)이다.

통계나 여론조사에서 기본은 무작위(Random)) 추출이다. 무작위성이 강조되는 것은 편향성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역선택은 무작위가 아니라 의도성이 있고 명백하게 표본을 왜곡시킨다. 당연히 배제되는 것이 여론조사 목적에 맞다. 

둘째, 선거는 전쟁이다. 한국의 대선은 ‘탈레반과 말과 투표로 싸우는 전쟁’이다. 전쟁이다. 전쟁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적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역선택이 문제가 안 된다는 사람들은 그 수가 극소수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홍준표 후보의 급상승은 역선택이 크게 작용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 수치가 통계적으로 무시할 수 있는 편차 범위를 크게 벗어난다. 허용되는 편차를 벗어날 경우 통계적으로는 왜곡되거나 오염된 표본이 된다.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가 9월 초 의뢰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의 39%가 홍준표 후보를 선택하고 19.9%는 유승민 후보를 지지했다. 야권 지지율 1위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여권 지지자 비율은 불과 4.9%에 불과했다. 이러한 수치는 평균편차를 크게 벗어나는 결과다.

사실 일종의 역선택 최대 피해자는 윤석열 후보가 아니라 최재형 후보일지도 모른다. 그의 국민의힘 내 여론조사 지지율은 4위에 그치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버스 출발에 온갖 잡소리가 나는 데는 이준석 대표의 책임도 있다. 특히 역선택에 대한 이준석 대표의 인식은 문제가 있다. 여론조사에서 역선택은 상대 당에서 봤을 때 만만한 인물을 부각시키는 행위다.

최근 관훈클럽 토론회에 나간 이준석 대표는 역선택 관련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역선택이라는 것은 가장 약한 사람을 밀어주는 것인데 홍준표 후보는 가장 약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역선택의 본질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역선택은 가장 약한 사람을 밀어주는 것이 아니다. 상대 정당에서 거북하다고 여기는 가장 강한 사람을 떨어뜨리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약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1위를 떨어뜨릴 수 있는 2위를 지원하는 것이다. 

같은 선거에서 적이 좋아하고 적이 만만하게 생각하는 인물이 역선택으로 뽑힌다면 그 전쟁은 하나마나한 것이 된다. 드루킹 사건은 댓글조작을 통한 여론조작 범죄다.

그로 인해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대법에서 최종 유죄판결을 받았다. 여론조작은 민주주의 선거를 근본부터 흔드는 범죄다. 역선택 역시 일종의 여론 왜곡이라고 한다면 역선택은 여론조사에서 배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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