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1만5000여개 시민단체의 현주소
[데이터로 보는 세상] 1만5000여개 시민단체의 현주소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10.0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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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에 등록되어 있는 비영리민간단체들이 박원순 전 시장 재임 기간 중에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비영리민간단체란 무엇이고, 얼마나 많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비영리단체(NPO, Non-profit organization)란 단체 운영의 수익금을 단체 설립의 출연자(설립 자금을 낸 사람)에게 분배해 주지 않는 단체를 말한다. 주식회사는 수익이 나면 그 수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주지만 비영리단체는 수익사업을 할 수는 있으나, 그 수익을 모두 그 단체의 운영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비영리단체는 대표적으로 자선단체, 노조, 학교, 동창회, 동호회, 단체급식소 등이 있다.

비영리단체는 하는 일의 종류, 규모, 법적 형태 등에 따라 크게 비영리 임의단체, 비영리 민간단체, 사회적 협동조합, 비영리(사단, 재단) 법인으로 나눌 수 있다. 비영리민간단체(비영리시민단체라고도 부름)는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하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라 관련 부처(중앙행정기관이나 시·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해야 하며 세무서에서 고유번호증을 받는다.

등록은 의무사항은 아니나 등록요구 이유는 정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는 공익성이 있는 단체인지,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공익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등에 대한 요건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영리가 아닌 공익 활동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등록 필수 조건으로는 회원 수가 100명 이상으로 최근 1년 이상의 공익 활동 실적이 있어야 하는 것이 비영리 임의단체보다 까다로운 조건이다. 또한 사업의 직접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이어야 하고, 구성원들에게 이익분배가 불가하고, 특정 정당이나 종교를 지지하거나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어서는 안 된다.

비영리민간단체로 지정되면 개인 기부자에 대해 세액공제가 가능한 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다. 비영리민간단체는 기본 재산을 요구하지 않고 등기 절차가 없어 비영리(사단, 재단) 법인보다는 등록이 간편하다.  

2021년 6월 30일 현재 주무부처인 행안부에 등록되어 있는 비영리민간단체의 수는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1만5336개로, 이 중에서 중앙행정기관에는 1723개(11.2%), 시·도에는 1만3613개(88.8%)이다. 등록된 단체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중앙행정기관에는 행안부(278개), 통일부(189개), 외교부(188개) 등에 많다.

시·도에는 경기도(2384개), 서울(2344개), 전북(1027개) 등에 많다. 비영리민간단체의 예를 들면 정의기억연대, 녹색환경포럼, 텃밭보급소, 열린 의사회, 글로벌 희망나눔, 아름다운 행진, 노원시민대학, 한국장애인문화협회 등이다.    

재원 마련 어렵고 전문가 확보도 미흡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의 10년 재임기간(2011.10.27∼2020.7.9) 중에 서울시 등록 시민단체의 수가 폭증하는 현상을 보였다. 박 시장 취임 직전 1278개였던 시민단체의 수는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난해 11월 30일 기준 2295개로 약 1.8배의 증가를 보였다.

박 시장의 시민단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행정으로 많은 시민단체가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10년 기간에 중앙행정기관에 등록한 시민단체는 1189개에서 1696개로 약 1.4배 증가하고, 시·도에서는 9020개에서 1만3299개로 약 1.5배의 증가를 보였다.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5조 2항)에 의하면 행안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하여 필요한 행정지원 및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 지원법(6조 1항)은 행안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공익활동을 추진하기 위한 사업에는 비영리민간단체에 소요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만약 사업계획서에 허위의 사실을 기재하거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비영리민간단체에는 받은 보조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했다.   

비영리민간단체 중에서 애초 설립 목적에 충실하게 운영되는 단체도 상당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비영리민간단체의 심각한 문제점은 부족한 경제적 자원, 비영리단체에서의 영리추구, 도덕적 해이, 정치적 편향성, 전문성 및 대표성의 한계 등이다. 큰 문제점은 설립 목적은 좋으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이 안 되어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영리단체로서 영리를 추구하기 쉽고, 이는 설립 목적에 위배되어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기 쉽다. 

또 다른 측면의 도덕적 해이 문제는 단체장이 바뀌면서 본래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변질되어 단체의 운영에서 도덕적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의 각종 눈먼 예산이 사실상 적절하지 않게 시민단체를 먹여 살리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가장 큰 문제점은 정치적 편향성일 것이다. 단체의 운영 자금 중 가장 큰 비중은 후원(시민, 사기업 등)이나 보조금(세금)인데, 단체 자체가 돈을 대준 조직의 수족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후원금을 받으면 친기업 성향이 되고,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친정부 성향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3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간 시민사회와 관련 단체를 지원하는데,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지원된 총 금액이 무려 1조 원 가까이 된다”며, “물론 그 액수가 모두 낭비됐다는 건 아니지만 집행 내역을 일부 점검해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오 시장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서울시 도처에 포진해 위탁업체 선정부터 지도·감독까지 관련 사업 전반을 관장했다”며 “자신이 몸담았던 시민단체에 재정지원을 하는 그들만의 마을, 그들만의 생테계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구체적으로 마을공동체 사업, 청년사업, 사회투자기금, 비영리기구 지원센터 등 시민단체가 개입한 사업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시민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 곳간을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략했다”고 비판 강도를 높이면서, 박 시장 시절 조례·지침·협약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단체에 대한 보호막을 겹겹이 쳐놓았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의 언급이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할지 모르나 박원순 전 시장 시기에 서울시 산하의 비영리민간단체(전체의 수는 2344개) 중 상당수가 지원을 받을 때 정치적 편향성과 도덕적 해이를 수반하면서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비영리민간단체의 전문성과 대표성 결여도 큰 문제이다. 운영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해당 단체 분야의 전문가 고용도 어렵고 따라서 해당 단체 관련 분야를 대표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면 에너지 안보 같은 분야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해서 전문가 없이 추진하는 게 불가능한 사업인데 환경공학, 원자력 공학, 재무 등의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의혹만 제기하는 단체들도 허다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발표되면서 소위 환경단체라는 민간단체들의 주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보이며 무분별한 의혹 제기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 관련 커넥션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보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활동 목적 맞는 수익사업과 투명한 관리돼야

21세기 지능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회 문제의 복잡화, 정보화, 다양화 등으로 인하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으며, 국가와 사회 발전, 그리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민간단체의 참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건강한 민간단체의 육성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전국에 1만5336개의 비영리민간단체가 있다는 것은 확실히 과다한 숫자이다. 상당히 많은 민간단체들이 소수의 사람들이 설립하고, 애초의 설립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것도 현실임이 밝혀지고 있다. 

각 민간단체들은 설립 목적과 운영에 큰 괴리가 생기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시민과 사회 사이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정립해 문제가 많을 때는 스스로 정리하거나,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광역·지자체에 등록됐거나 보조금을 받는 비영리민민단체를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전수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관변에 기생하는 단체가 되지 않도록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해 주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민간단체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재정 취약이다. 설립 당시에는 후원금으로 시작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후원금이 적어지면서 운영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건전한 방법의 수익사업은 필요하고 그 수익에 대한 투명관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나무위키의 경우 사이트에 상업 광고를 달더라도 수익금을 전액 사이트 운영에 쓴다면(기술자 및 사무직원의 월급이 포함될 수 있다.)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단, 수입과 지출 내역을 주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 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중앙행정기관이나 각 시·도에 등록되어 있는 비영리민간단체들의 상당수가 세금을 지원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단체의 방만한 세금 운영을 바로잡기 위해 해당 주무 관청은 자기 부처에 등록되어 있는 단체에 대해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하고, 당초의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도 점검해야 한다.

이런 내용들이 충족되지 않는 단체는 퇴출되어야 할 것이다. 후원금이나 회비 등이 투명하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해당 소관 주무 관청이 제대로 점검 지도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시민단체라는 간판을 걸고 준범죄조직이 된 단체가 적발되면 즉각적으로 청산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F-35 도입 반대 운동을 벌인 시민단체에 간첩 개입 사건이 적발된 적이 있다.

이런 일부 시민단체는 이적행위를 벌인 범죄행위이므로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비영리민간단체를 건강하게 운영하는 것은 국가운영에서 필요하다.

단 정부 조직과 민간단체들이 서로 신뢰를 쌓고 건강한 방향으로 민간단체들이 운영되도록 하는 것은 오늘날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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