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시민사회 3법 문제 있다
[논단] 시민사회 3법 문제 있다
  •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상임공동대표
  • 승인 2021.10.07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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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세훈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시민단체가 서울시를 마치 ATM(현금 인출 자동화 기기)처럼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마을기업 등을 돕는 사업과 이를 지원하는 중간지원기관에 쏟아부은 돈을 지목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무려 1조 원이라는 세금이 들어갔다고 한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은 것인지, 아니면 그 안에 물먹는 하마가 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1조 원 규모라면 서울시 ATM 기기에서 돈을 못 빼먹은 시민단체가 무능력하게 보일 만도 하다.

문제는 서울시민의 반감이다. 피 같은 세금을 아무렇지 않게 뽑아 썼다면 가만있겠는가. 시민사회 무용(無用)론 또는 해악(害惡)론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근대국가는 권력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권분립을 채택하고 있다. 입법, 행정, 사법부의 독립이 바로 그것이다. 3부가 서로 긴장 관계를 갖고 협력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2개의 분야가 더해졌다. 언론과 시민사회다. 입법, 행정, 사법부를 감시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눈과 귀의 역할을 언론과 시민사회가 맡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는 공익(公益, public interest)을 위한 자기 선택의 길로서, 어려운 형편을 마다하지 않는 직업이다. 누구보다 도덕성과 청렴성을 목숨처럼 여겨야 하는 길이다. 

언론사도 기업이기 때문에 ‘월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위 ‘까라면 까야 하는 곳’이 기업의 생리다. 그래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때로는 주목을 받는다.

공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불구덩이 속으로도 내던질 자세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라서 그렇다. 그런데 최근 좌파 시민사회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듣도 보도 못한 ‘시민사회활성화기본법’을 여당 독주로 처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들이 발의하고 좌파 시민사회가 전력을 기울이는 법안을 보면, 이제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국가를 ATM 기기로 만들 작정이다. ‘박원순 서울시’를 국가로 확대하여 국민 세금을 좌파 활동가 주머니에 털어 넣으려 한다. 이들이 발의한 법안을 보자. 

제11조(지역 시민사회지원센터의 설치 등)  

① 시·도는 해당 지역의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하여 시·도 시민사회지원센터를 설치하거나 지정하여 운영할 수 있다. ② 시ㆍ군ㆍ구(자치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는 해당 지역의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하여 시ㆍ군ㆍ구 시민사회지원센터를 설치하거나 지정하여 운영할 수 있다. ③ 시·도 및 시ㆍ군ㆍ구 시민사회지원센터(이하 “지역 시민사회지원센터”라 한다)의 설치ㆍ지정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  ④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의 범위에서 지역 시민사회지원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문제가 되었던 중간지원기관을 전국 230여 시군구에 설치하고 국가와 지방정부가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여기서 ‘할 수 있다’라는 말은 무조건 한다는 얘기다. 한곳에 다섯 명씩만 계산해도 전국적으로 1000여 명의 월급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게 된다.

갑자기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준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나라도 채택한 적이 없는 막 나가는 법안이 아닐 수 없다. 언론보다 더 청렴하고 도덕성으로 무장해야 할 시민단체가 이제 관변단체로 변하는 순간이다.

누구는 엉덩이에 땀 차며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었는데 누구는 반(反)정부 시위에 나가고 이념 편향적 활동을 한 대가로 안정적인 공무원의 대접을 받는 것이다. 

정부여당에서 추진하는 시민사회활성화기본법은 지자체에 각종 시민단체들이 소위 '빨대'를 꽂을 가능성을 야기한다.
정부여당에서 추진하는 시민사회활성화기본법은 지자체에 각종 시민단체들이 소위 '빨대'를 꽂을 가능성을 야기한다.

법안 통과시 관련단체 혹은 반정부 기지로 전락 우려

더군다나 이들이 전국적으로 시행할 사업비와 활동 내용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의 경우 구호사업과 자원봉사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시민단체에 한정해 지원하기도 한다.

사회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국민 세금을 낭비할 바보들은 없다. 하지만, 이 법안은 모든 활동에 문을 열어두고 있다. 다시 법안의 내용을 보자. 

제1조(목적) 이 법은 경제적ㆍ사회적 현안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익활동을 촉진하고, 정부와 시민사회 간 소통·협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사회의 발전 및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경제적, 사회적 현안 등 사회문제 해결’이라고 활동 범위를 전방위적으로 규정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중간지원기관과 사업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들이, 자신들이 생각하고 정의하는 경제적, 사회적 현안들을 제한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2008년 광우병 파동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 전체를 쑥대밭으로 몰고 간 광풍으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았는가! 당시 광우병 집회를 이끌었던 좌파 시민단체들은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있었다. 서울시청 광장을 점거 농성하던 이들은 ‘미 제국주의가 한국 국민의 건강을 도외시하며 독약을 팔고 있다’고 선동했다.

잘못된 인식과 이념 편향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아픈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어렵게 낸 세금이 제2의 광우병이 되어 경제를 마비시키고 생활을 더 어렵게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 황당한 것은 전국적으로 좌파 시민단체들이 돈 바구니를 먼저 만들었다는 것이다. 광역단위별, 지역별 시민사회단체 협의체를 이미 구성했거나 구성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세금을 향해 바구니를 들이밀 것이다. 서울시 ATM 기기에서 돈을 뽑아 간 좌파단체와 그쪽 활동가들이 전국에서 환호하는 것이 선명하게 눈에 그려진다.

한편, 보수 또는 우파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은 이념적으로 국민 세금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사상적 기반과 양심의 가책으로 돈 뽑는 줄에 결코 설 수 없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결국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 세금으로 좌파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을 살찌우고 ‘조국은 무죄’와 같은 반(反)사회적 몰상식적 사회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한심한 활동에 돈을 대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좌파정부가 들어서면 관변단체로, 우파정부가 들어서면 반(反)정부 기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이제 국민이 물어야 한다. 저들에게 180석 가까운 의석을 주었으니, 여당과 좌파 시민단체에 항의해야 한다. 여당 독주로 처리하는 반(反)민주 악법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호시탐탐 세금을 도둑질하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 도대체 야당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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