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동부연합은 어떻게 민주노총을 장악했는가
경기동부연합은 어떻게 민주노총을 장악했는가
  • 김준용 국민노조 사무총장
  • 승인 2021.10.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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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동부연합을 어떻게 볼 것인가

나는 사실 젊은 시절부터 대학 나온 위장 취업자 활동가들이 NL이다 PD다 할 때도 큰 관심이 없었고, 주사파가 무엇인지도,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주사파가 되는지도 솔직히 잘 몰랐다.

다만 나의 오랜 친구 조준호가 2012년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이 총체적 부실, 부정 선거였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도 그때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새삼스럽게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이름이 자주 귀에 들린다. 그 이유는 경기동부연합 출신 양경수가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택배노조가 여러 가지 시끄러운 문제를 일으키는데, 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과 김태완 부위원장도 경기동부연합이라는 것이다.

나에게는 경기동부연합이라고 하면 무데뽀, 폭력적이다, 떼를 지어 몰려다닌다 하는 인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임미리 박사의 책을 읽고, 경기동부연합이 깊은 뿌리가 있는 조직이며, 과거에 변두리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 활동도 많이 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하는 데 헌신적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보여주는 경기동부연합, 또는 경기동부연합이 관련된 노동조합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 얼마 전 경기도 김포의 택배 대리점주 사망 사건에서 보듯이 이들의 갑질과 폭력성이 자신보다 강자를 향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고 죽음으로 내모는 패악질로 변한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물론 경기동부연합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파리바게뜨 운송 트럭의 연료선을 절단한 조직적인 행동처럼 자신들의 주장과 행동에 반대하는 사람을 향해서는 언제든지 불법과 폭력을 동원해 괴롭히는 것이 민주노총의 일상 활동이 되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위험한 건설 현장에서 건설노조의 불법과 폭력은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 되었고, 대전의 한온물류에서처럼 민주노총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나 농성을 하고 있는 힘없는 노동자는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정치 투쟁 조직으로 변질된 민주노총

예전에 서울지하철노조 정책전문위원으로 있을 때 수없이 경험했던 노동조합의 갑질 행패가 새삼 떠오른다. 열심히 일하면 “니 팔뚝 굵다”며 조롱하고, 파업에 참가하지 않으면 얼굴 봐도 인사 안하고 쌩 까기, 말 안 걸기, 경조사 참여 안하기, 밥 같이 안 먹기, 비품 안 빌려주기 등의 행동 지침을 일선에 내려 보내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동료들을 괴롭히고 왕따 시켰던 잘못된 노조 활동이, 이제는 민주노총이란 이름으로 공공연하고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마음이 서글프기만 하다.

민주노총은 10월 20일 거침없는 총파업으로 사회대전환을 이루겠다고 공언하고 결의했다. 총파업 요구는, 기간산업 국유화, 전체 주택 50% 국가 소유, 국방예산 삭감,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 보장, 대학 무상교육 실시, 100만 돌봄 노동자 국가 직접 고용, 한미동맹 해체 등으로 사실상 개별 사업장의 근로조건 개선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요구들이다.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인 대기업, 공기업,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이 이런 요구에 관심이 있을까? 총파업의 요구가 이런 것들이란 사실을 알기나 할까? 관심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애당초 자기들의 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한다.

노동권력이 된 민주노총. 그 지도부는 사실상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장악한 상태다.
노동권력이 된 민주노총. 그 지도부는 사실상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장악한 상태다.

얼마 전 단체협약을 마무리한 현대자동차 노조가 기간산업 국유화나 국방예산 삭감 같은 요구에 동조해 10월 20일 총파업에 동참했을까? 거의 그럴 일은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노조 전임자나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노조간부 총파업이라는 해괴한 눈속임 투쟁이 추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건설노조, 택배노조, 콜센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학교 비정규직 등에 속하는 조합원들이 총파업과 거리 투쟁의 주력군으로 참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각종 시민단체나 지역의 생계형 조직들이 합세하여 범국민대회 형태의 투쟁이 진행될 것이다.

총파업 투쟁 이후에는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 정치 일정과 결합하여,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노총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체적 계획일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이 아니라 100만 조합원의 이름을 내걸고 민주노총 입맛에 맞는 대통령 후보를 점지하겠다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철도노조 출신의 민주노총 9기 김명환 위원장은 2020년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다가 실패했다. 그 해 7월 민주노총 강경파들이 장악한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합의를 부결시켜 김명환 위원장을 사퇴시켰다.

양경수는 김명환 위원장의 사퇴 이후 실시된 선거에서 2021년 11월 3일 총파업 투쟁을 공약으로 내걸고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되었다. 양경수는 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총학생회장과 경기·인천 총학생회연합 회장도 역임했고, 이석기 석방투쟁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했던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물이다.

양경수는 화성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에 소속되어 노조 활동을 시작한, 사실상 위장 취업자이며, 주로 건설현장, 택배, 콜센터, 학교 비정규직 등 비교적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는 노조 조합원을 동원하여 민주노총의 지도부를 장악한 케이스다. 비슷한 인물들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을 지낸 택배노조의 진경호 위원장, 한총련 핵심간부였고 홍익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낸 택배노조 김태완 부위원장 등이 있다.

과거에는 민주노총 지도부는 주로 대기업, 공기업, 전문직종 노조 위원장들이 포진해 있었으나 지금 이들은 근로조건 개선 투쟁에 소극적인 배부른 상위 10%의 노동귀족이 되었고, 투쟁보다는 승진, 영향력 확대, 사회적 지위 향상, 정치권 진입 등이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이들 상위 10% 노동자들의 위선과 무관심이 더 큰 문제다. 대기업, 공기업,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의 우산 아래에서 온갖 이익과 기득권을 누리면서,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은 전혀 지지 않으려 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깨기 위한 어떤 양보와 타협도 거부한다.

실제 생활에서는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배제하면서, 민주노총의 집행부는 비정규직 노조를 앞세운 경기동부연합에 내줘 명분과 깃발은 용병에게 맡겨놓은 꼴이다. 저는 그들이 더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대기업 노조가 기득권을 누리고 안주하는 사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경기동부연합의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이며, 이들은 문재인 정권과 교감 아래 세력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인 최저임금 1만 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경기동부연합 세력 확장의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의 북한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사실상 경기동부연합과 정신적, 정서적 교감과 교집합의 범위를 더 넓히고 공고히 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70만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 숫자가 문재인 정권에서 100만 명을 돌파하여,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으로 등극하게 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제1노총이 된 민주노총은 더 이상 약자를 위한 대변자가 아니게 되었다. 대기업 노조와 공무원 노조 같은 상위 10%의 노동자들은 뒷전으로 물러나 정치권과 결탁하여 승진이나 이익을 챙기고 있을 때, 민주노총 내부에서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다.

13대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된 양경수. 그는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총학생회장과 경기.인천총학생회 연합 회장도 역임했고, 이석기 석방투쟁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했던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인물이다./나무위키
13대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된 양경수. 그는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총학생회장과 경기.인천총학생회 연합 회장도 역임했고, 이석기 석방투쟁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했던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인물이다./나무위키

청년자·영업자 살리는 길 ‘노동개혁’

전교조에서 참교육이 사라지고 학교의 비정규직 노조가 투쟁을 주도하고, 건설현장의 일용직 노동자가 민주노총 투쟁의 핵심으로 등장하고, 공무원 사회에서 전국공무원노조는 뒷전으로 물러나고 공무직 비정규직 노조가 투쟁을 이끌고, 현대제철을 불법 습격 점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투쟁의 전면에 등장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비정규직 출신 최초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는 양경수의 등장이 그 결과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현대제철 협력사 노동자들이 자신들은 비정규직이라면서 현대제철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사업장을 불법 점거하는 것이 우리 노동운동의 현실이 된 것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총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시대가 열린 것이며 동시에 노동조합의 불법과 폭력의 문을 연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민주노총 일부가 자행하는 불법과 폭력은 상위 10% 노동자의 사회적, 정치적 보호막을 위한 용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일까?

그 용병의 대표 비밀 병기가 경기동부연합이 가지고 있는 현장의 풀뿌리 조직과 투쟁력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민주노총을 장악한 용병들이 투쟁의 명분과 조직 헤게모니를 앞세워 사회대전환을 위한 거침없는 총파업을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적폐청산을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딱 한군데 노동 분야의 적폐청산에서 예외였던 것 같다. 민주노총의 퇴행적 행태를 보면서 10대 노동개혁안을 준비했는데 그중에 핵심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새로운 형태의 근로계약법이 시급하게 도입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30인 미만의 노조 없는 사업장 근로자가 600만 명, 자영업자가 600만 명, 소상공인·영세 소기업·실업자·알바생 등 불안정 상태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약 2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 투쟁의 대표적인 피해자들이다. 민주노총의 갑질 행패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로서 새로운 근로계약법이 시급하다는 것이 시대적 요구다. 또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는 전임자 임금 지급, 타임오프 임금 지급을 없애야 한다.

민주노총 등은 자칭 115만 명의 조합비로 운영되고 있는데, 전임자의 생계비를 노동조합에서 지급하지 않고 회사에 의존하는 것은 시대에 부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이름으로 기업에서 삥을 뜯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뿐만 아니라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등의 산별 교섭은 이중, 삼중 교섭으로 불법이다. 보건의료노조가 노정합의를 했는데 다시 하부 조직은 교섭을 요구하고 그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파업하는 것이 정상인가? 사실상 기업별 노조이면서 산별 노조라고 사기 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노동개혁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이룰 때만이 일자리가 늘어나고 청년이 살고 자영업자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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