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노동시장이 일자리를 창출한다
유연한 노동시장이 일자리를 창출한다
  • 강성진 미래한국 편집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21.11.0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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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소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시행에 더해 코로나19 대유행은 한국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에 큰 충격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일자리도 감소해 10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지속되고 있다. 장기적 미래비전도 밝은 것만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의한 산업의 구조조정의 진행은 과거의 정규직형 일자리만 아니라 플랫폼 혹은 긱노동자(gig workers) 형의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의 조건

에너지·환경위기에 따른 탄소 중립선언에 의한 좌초산업에 대한 대응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 경제발전 과정에서 국제경쟁력을 상실한 사양산업과는 다르다.

석탄산업같이 경쟁력에 상관없이 포기하려는 산업 이외에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한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산업은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기도 하지만 국제경쟁력이 높은 산업으로 유럽의 탄소국경세가 부과되더라도 충분한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좌초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고 이들 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재취업 확대를 위한 지원도 필수 불가결하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경제성장전략에서 탈피해 미래형 산업에 부합하는 일자리창출 정책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좋은 일자리는 공공일자리가 아니라 민간기업의 일자리다.
좋은 일자리는 공공일자리가 아니라 민간기업의 일자리다.

미래 젊은 세대인 20~30대가 추구하는 좋은 일자리는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공일자리가 아닌 민간에서 공급되는 일자리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투자 확대를 위한 정부간섭 최소화 및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다.

기존산업만 아니라 미래형 산업이 정부의 간섭이나 규제로 등장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규제를 기존의 포지티브형 규제에서 네거티브형 규제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산업화해 산업 진입을 하려고 할 때 공무원, 이해집단, 국회 등이 차단하려는 의도를 피할 수 있다.

일단 해보고 나서 문제가 생기면 고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새로운 산업의 진입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규제샌드박스나 데이터 3법 완화 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시행령이나 정부허가과정에서 다양한 이유로 지체되고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것이 현실이며 네거티브 규제형식으로 바뀌면 이러한 문제가 사라지게 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국제경쟁력 순위에서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은 140개국 중 13위였다. 반면에 노동분야에서 노사관계협력(130위), 정리해고비용(116위) 그리고 고용 및 해고 관행(102) 등으로 경제발전단계에 비해 매우 떨어진 상태이다.

이들 분야에 대한 규제나 법률적 규정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과감히 수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수정은 단순히 사업자들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며 비록 기득권 노동자들의 직업 안전성은 약화될 수 있지만 새로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젊은 미래 인력에게 일자리의 문을 더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노동자들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줘 생산성도 같이 상승하는 윈윈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근로자의 권리(93위)도 매우 낮은 수준인 관계로 노사관계의 규제만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현장에서의 근로자의 권리도 향상시켜 줘 사업자와 노동자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서로 노동을 존중해 주는 노사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문화 형성도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속하게 진행된 정규노동자 중심의 노동정책을 과감하게 개혁해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소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체성이 없는 개념을 통해 벌어진 급속한 최저임금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금피크제 폐지 등의 정책은 기존 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새로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미래세대에게는 진입의 기회를 박탈했다.

먼저 최저임금은 지난 2017-2021년 사이 4년에 35%가 인상되어 2021년 8720원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법정으로 줘야 하는 주휴수당(약 20%)을 합하면 이미 1만 원이 넘는다. 중요한 것은 절대금액이 아니다.

이 금액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기준을 적용함으로 인하여 적은 금액을 받고서라도 일을 하려는 근로자, 더 적은 금액을 줄 수 있으면 더 채용하려는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에게는 오히려 구직과 구인을 더 어렵게 한다.

최근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감소하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증가하는 것이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따라서 일본처럼 경제발전 단계별 및 지역별 차별화 혹은 산업별 차별화를 통해 유연성 있는 최저임금제도가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주52시간 근무제를 선진국형으로 더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을 늘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 2주단위 및 노사협상에 따라 3~6개월 탄력근무제를 더 확대해 1년 단위로 주52시간 제도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실현할 수 있다. 현재처럼 단기간 휴가가 아니라 선진국처럼 1개월 혹은 2개월 휴가를 갈 수 있다. 그리고 계절상 근무가 집중되는 중소기업들에게는 납품이나 수출을 집중하는 시기에 노동을 많이 하고 그 이후에는 장기휴가를 즐길 수 있다.

셋째,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기득권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저출산·고령화 시기에 정년연장 등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이들의 노동연령을 증가시키면서 젊은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을 넓혀주는 방안은 사업자들의 총인건비를 증가시키지 않는 방법이다. 이는 곧 임금피크제 시행, 파견근무제 유연화, 기간제 근무제 활성화 등 노동제도를 유연화시킬 필요가 있다.

삼성 직무적성검사 시험장 모습. 삼성그룹은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연합
삼성 직무적성검사 시험장 모습. 삼성그룹은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연합

미래형 일자리와 제도 개편

4차 산업혁명의 시기가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시점에 미래세대의 일자리는 과거와 같은 정규직이라는 진통적인 일자리보다는 플랫폼형 혹은 긱노동자 형태의 일자리가 급격하게 필요하게 될 것이다.

소위 긱경제(gig economy)의 등장은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 된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기존의 특정 기업에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형태보다는 개인사업자 혹은 계약노동제 형태로 발전해나갈 것이고 젊은 미래세대가 필요로 하는 노동형태가 될 것이다.

이들은 기존의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들처럼 자본가이면서 노동자의 형태를 띠는 일반사업자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기존의 노동자 혹은 자본가라는 일방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두 형태를 아우르는 형식의 계약, 보험, 사회복지 및 보상 등에 대한 차별적인 대응정책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계층이라도 자신이 처한 상황이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는 데 제한을 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새로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청년세대, 출산 등으로 경력단절이 된 이후 새로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경력단절여성 그리고 노동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연령 등으로 정년을 맞는 고령층이다. 이들 계층에게는 다양한 제도의 변화를 통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청년층에게는 다양한 규제개혁을 통한 창업활성화, 청년창업자에 대한 후학습 기회 확대, 직업교육 확대를 위한 고교구조 개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 연계 그리고 구인과 구직을 원스톱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통합일자리 플랫폼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경력단절여성을 위해서는 계약직을 확대해 보육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규직 신분에서도 업무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 구축을 확대해야 한다.

최근 ESG 경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럽의 기업들처럼 남녀임금수준을 기업이 공시하도록 하고, 아빠육아휴직제도 활성화, 국공립 보육시설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 특히 프랑스처럼 임신하면 바로 다음 단계인 보육기관이 선정되는 등의 기반 인프라도 구축이 필요하다.

셋째, 고령자층에게는 당장 정년연장에 대한 요구가 확대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령자층의 정년연장이 되더라도 청년미래세대의 일자리를 줄이지 않도록 하는 임금피크제, 계약제 활성화 등의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에서 많이 활용되는 세대통합형 일자리정책도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제도나 산업구조 변화에 적응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전직지원서비스(outplacement) 제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주도한 전통적인 산업이 새로운 미래형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고 따라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저출산·고령화의 빠른 진행으로 고령자 일자리의 필요성도 긴급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과거와 같은 노사관계, 근로형태를 빠르게 탈피해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정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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