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택지공영개발 이대로 괜찮은가
[전문가진단] 택지공영개발 이대로 괜찮은가
  • 김정호 서강대 겸임교수·김정호TV 인플루언서
  • 승인 2021.11.22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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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개발이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했다. 대장동개발사업에서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 이상한 이름의 민간투자자들이 천문학적 이익을 취한 것이 발단이다. 공격하는 측에서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민간 투자자들에게 특혜를 줘 그렇게 됐다고 하고 이재명 후보는 오히려 누구보다 더 많은 개발이익을 환수했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이 되면 민간개발을 폐지하고 모든 개발을 공영개발로 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재명 후보의 주장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에서 성남시가 환수한 금액은 5503억 원이다. 그 내용은 모두 공원, 주차장, 터널, 진입로, 배수지 등의 건설을 위한 비용이다.

택지개발과정에서 공권력을 동원한 과도한 토지수용권 남용은 원주민의 분노를 낳게 한다. 사진은 공전협 시위 모습/연합
택지개발과정에서 공권력을 동원한 과도한 토지수용권 남용은 원주민의 분노를 낳게 한다. 사진은 공전협 시위 모습/연합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5503억 원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배당된 이익 중 31%에 해당한다. 화전대유는 9.8%, 천화동인 1-7호는 58.7%를 취했다. 역으로 환산해보면 총이익은 1조5558억 원 중 5503억 원은 성남시, 1조657억 원은 천화동인 등 민간 투자자가 취한 것이 된다.

사업지역 내의 면적을 기준으로 하면 53.6%를 환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발사업 전체 면적 920,467m2 중 기반시설이 494,143m2 인데 기반시설 전체가 환수된 것으로 가정할 경우 53.6%를 성남시가 환수한 셈이 된다.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의 큰 그림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성남의뜰’이라는 특수목적법인이 대장동 일대의 토지를 수용, 택지개발한 후 아파트 등으로 분양해 수익을 올렸다. 그 과정에서 원 소유자의 토지를 수용했는데 성남시의 권한이 동원되었다. 성남시는 기반시설에 해당하는 5503억 원을 확보했는데 전체 이익의 31%에 해당한다. 나머지의 수익은 모두 민간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개발사업지 면적의 40~50% 정도를 기부채납 받는 것은 도시개발사업의 일반적 관행인 것으로 보인다. 2014~2018년 경기도에서 시행된 11건의 도시개발사업 상황을 보면 수용방식의 경우 46~48%, 환지방식 38.7% ~55.3%, 혼용방식의 경우 44.8%~ 63.7%의 기부채납이 이뤄졌다(면적 기준).

다른 지역에서는 직접 기부채납 방식을 취한 반면 대장동 사업에서는 이익 배당의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실질적 결과는 같은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토지에서의 이익이 어떻게 배분되었는지는 불확실하다.

대장동의 경우 민간개발로 간주되어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은 덕분에 분양수익의 상당 부분을 민간 투자자가 취했다. 그러나 분양가 규제를 받았다면 민간 투자자와 더불어 최초의 당첨자가 이익을 취했을 것이다.

대장동 개발 같은 도시개발사업은 2014년 이후부터 도시개발이 주요한 형태로 등장했다. 그 이전까지는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한 택지개발 사업이 가장 일반적인 개발사업의 형태였다. 수도권 5개신도시 등이 모두 택지개발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이 방식에서는 민간 투자자의 자리는 없었다. 원 토지소유자로부터 저가에 수용된 토지는 조성원가로 소위 실수요자들에게 분양되었다. 2014년 이전 30년 넘게 개발사업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도시의 실수요자였다.

그들은 농지가격에 건축비+기반시설비용을 합친 금액을 분양가로 내고 그것의 몇 배나 가치가 나가는 도시 아파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도시개발, 택지개발, 숨겨진 피해자들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농지가격에 아파트를 분양 받은 셈이다. 개발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보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느라 희생당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늘 잊혀진다. 원래의 토지 소유자들이다. 대부분 농지이거나 자연녹지 내의 땅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감정가라고 불리는 정부가 정한 가격으로 땅을 팔아야 한다. 뺏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발사업들은 그들에게서 수용한 땅 위에 아파트를 지어 도시민들에게 헐값으로 분양한다.

택지개발 사업은 전체가 그러했고 2014년 이후 주류로 등장한 도시개발사업에서는 민간 투자자들이 이익 나눠 먹기에 동참했다.

하지만 원래 토지소유자의 희생 때문에 만들어진 이익이라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도시개발을 위해 토지수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익을 모두 탈취해가는 제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제 수용과 개발이익의 분배에 대해서 살펴 보자.

우리나라 토지 시장 상황에서 수용권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신도시 예정지역의 모습을 보면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다. 3기 신도시 예정지구 중 하나인 하남교산지구는 면적 190만 평, 가구의 숫자가 3.3만 호로 예정되어 있다.

LH와 하남교산지구주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 사업을 위해 LH가 확보해야 하는 땅은 필지수로 1만400여 필지, 토지소유자의 숫자는 4100여 명이다. 그 많은 사람들과 협상을 통해 시장가격으로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남교산지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 신도시 예정지구의 땅 중에는 농지가 많다.

우리나라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은 1.4헥타, 4200평 정도이다. 신도시는 하나에 100만 평은 되니까 최소한 250농가로부터 땅을 사들여야 한다. 중간중간 끼어 있는 시가지의 가옥들까지 생각하면 토지소유자가 1000명은 훌쩍 넘게 된다.

우리나라 농지들은 원래부터 잘게 쪼개져 있고 소유자 숫자도 많았다. 해방 이후 농지개혁을 하면서 더 그렇게 되었다. 그 덕분에 자영농의 숫자가 많아져 국가가 건강해졌지만 새로운 도시 개발에는 치명적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 많은 사람들로부터 자발적 거래를 통해 땅을 사들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용이 불가피하다. 수용권은 결국 정부기관이 행사할 수 밖에 없다. 민간기업 개발업자에게 수용권을 주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피수용자와 국민의 정치적인 반발을 감당하기 어렵다. 택지개발을 LH와 지자체가 독점하게 된 데는 이런 사정이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토지 수용과 이익의 탈취는 별개의 문제다. 수용을 하는 이유는 필지 합병에 있다. 필지를 합병을 위해 수용을 하더라도 이익까지 모두 정부 또는 다른 타인이 취해야 할 이유가 없다.

재건축·재개발, 토지구획정리 사업 같은 제도는 정부가 개입해 필지 합병을 촉진하면서도 이익은 본래의 소유자에게 돌려준다. 반면 택지개발사업, 대장동 개발사업 같은 개발사업은 수용권을 행사하는 쪽이 개발이익을 모두 가져 간다.

토지소유자에게는 그 이익이 전혀 분배되지 않는다. 지어질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는 도시민들이 원래 토지소유자보다 더 강력한 정치적 힘, 발언권을 가졌다는 것 외에 어떤 정당한 이유도 찾을 수가 없다.

개발사업은 필지합병 외에도 용도변경이라는 요소 하나를 더 포함하고 있다. 농지나 자연녹지 지역을 주거용지, 상업용지로 변경하는 과정이다. 용도변경에 따른 개발차익 및 기반시설 설치를 위한 이익환수의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목적이라면 이미 지금도 상당히 촘촘한 이익 환수 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조건부 인허가를 통한 기부채납, 그러고도 남는 금액에 대해서는 개발부담금 부과 등의 제도이다.

도시개발 사업의 경우 기반시설용지 기부채납으로만 40-64%의 토지를 기부채납해야 한다. 이처럼 용도변경에 따른 이익 환수장치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원래의 토지 소유자에게 나머지 이익을 귀속시키는 것이 투자자나 최초의 당첨자에게 주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수용권이 강력한 나라로 평가된다. 남용된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링컨토지연구소가 세계 여러 나라들의 토지수용제도를 조사했는데 한국은 강력한 수용권을 가진 나라로 평가되었다.

중국, 베트남 등 공산주의국가, 토지, 주택에 대해서만은 사회주의에 버금 하는 싱가포르와 같은 부류에 속한다. 중남미 국가들은 수용 권한이 미약했다.

성남 대장동 택지개발지구
성남 대장동 택지개발지구

미국, 영국, 독일 등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1980년 군사정권 시절 제정된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한 토지수용은 난폭한 수준이었다. 억울하게 자신의 땅과 집을 수용 당해도 저항할 수 없었다. 그 덕분에 급속하게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었지만 그 혜택은 모두 도시민들의 몫이었다.

원 토지소유자들에게서 토지를 가차 없이 빼앗은 과정은 역사적으로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택지개발촉진법은 현재 실질적으로 사문화된 상태다. 2014년 폐지하려 하다가 실패한 후 그렇게 되었다. 택지개발사업의 역할을 상당 부분 넘겨 받은 것이 도시개발법인데 이것 역시 국가나 지자체의 수용권 남용이라는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꼭 언급해야 할 현상은 개발 허가를 특혜로 인식하는 현상이다. 농지나 녹지를 아파트나 상업용지로 변경하면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니 그렇게 받아들일 만하다. 그러다 보니 개발사업은 민간이 쉽게 할 수 없는 영역이 되어 버렸다.

이런 현상은 일종의 악순환 처럼 굳어져 버렸다. 개발이익이 과도하게 나오는 이유는 농지나 임야에 대한 규제가 강하기 때문이다. 도시용지의 공급은 농지나 임야의 용도를 바꾸는 일인데 규제가 강하다 보니 도시용지의 공급이 잘 되지 않는다. 서울의 1인당 가용면적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

과도한 수용권, 분노의 악순환

땅이 매우 좁은 홍콩과 비슷하고 싱가포르에 비해서는 1/3 수준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원래 국토가 좁다는 사정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땅이 좁은 때문이 아니라 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쓸만한 땅들은 모두 그린벨트나 농지로 지정해 놓고 쓸 수 없도록 묶어둬 그렇다.

그렇다 보니 도시토지 가격이 비싸고 그런 만큼 농지나 녹지를 주거, 상업용지로 바꾸도록 허가를 받으면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럴 때마다 특혜 시비가 벌어지고 그러다 보니 도시용지의 공급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성역처럼 되어 버렸다.

그럴수록 도시용지 공급은 위축되어 도시토지 가격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도시용지의 공급을 급속히 늘려 농지가격과의 차이를 줄인다면 특혜 시비도 사라질 수 있다. 미국의 도시들이 그런 상태라고 보면 될 것이다.

실수요자라는 이유로 최초의 당첨자에게 막대한 불로소득을 안기는 제도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그들이 운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누리게 해서는 안 된다. 개발사업지구에서의 아파트 분양가 규제를 없애고 시장가격에서 분양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민간개발사업자도 토지를 헐값에 취득해 시장가격으로 분양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수용으로 조성된 택지를 건설업자에게 분양할 때는 주거용지, 상업용지 가리지 말고 모두 경쟁입찰로 분양해야 한다.

지금은 상업용지만 그렇게 하고 있다. 경쟁입찰로 택지를 분양한 후 그 위에 어떤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든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러면 민간개발을 하더라도 특혜 시비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조성된 자금은 기반시설 조성에 투입함과 아울러 원래의 토지소유자에게 상당 부분이 분배되어야 한다.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이익금을 조합원에게 분배하는 방식을 떠올리면 된다.

그렇게 되면 토지소유자의 저항이 줄어 개발사업을 시행하기도 쉬워질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도시계획에 입각한 인허가와 수용권 행사, 그리고 기반시설 확보를 위한 기부채납 정도로 국한해야 한다. 아파트 건축 및 분양을 포함한 전면 개발 방식은 피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게 되면 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분양에서는 저가 분양이 이뤄지게 되고 당첨자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이 흘러 간다. 그 이익이 원래 토지소유자가 아니라 당첨자에게 주어져야 할 이유가 없다. 구체적 개발은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택지 공급을 대폭 늘리는 일이다. 농지나 녹지를 주거용지로 전환하더라도 개발이익이 별로 없을 정도로 주거용지를 많이 공급하는 일이 필요하다. 1990년대초 수도권 5개 신도시의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그와 비슷한 상태가 찾아왔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다시 악순환의 고리가 되풀이되었다. 이제 다시 1990년대 초와 같은 대규모의 주택 및 택지 공급이 가능하도록 그린벨트 및 농지제도의 변혁이 필요하다.

※ 이 기사는 11월 19일 자유기업원 세미나 발제문입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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