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대만 모병제 따라 하면 한국군 무너진다
[심층분석] 대만 모병제 따라 하면 한국군 무너진다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1.11.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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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9일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반드시 대만 통일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황제’ 소리를 듣는 시진핑 주석의 말이어서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0월 21일(현지시간) CNN이 생방송한 볼티모어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은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이튿날 “내정간섭”이라며 “말조심하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의 군사력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현 여당인 민진당은 집권 이후 대만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바로 대만 군인들의 문제였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월 26일 “대만군은 전쟁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대만군의 문제는 무기가 아니라 국민의 안보 불감증과 군 기강 해이라는 지적이었다.

이 신문은 스스로를 ‘딸기병사’라고 부르는 대만군 병사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물에 씻기만 해도 물러지는 딸기처럼 자신들의 정신력이 매우 약하다는 것을 자조하는 대만 젊은이들의 유행어 ‘딸기세대’에서 따온 단어였다.

딸기세대란 오랜 기간 지속된 평화와 경제적 풍요, 부모의 과잉 보호 속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작은 불편과 장애물을 겪어도 쉽게 상처받고 무너진다는 점을 표현한 단어다.

대만 현역 병사는 입대 후 신병교육만 4개월 받고 전역한다. 대만군 당국은 군 기강 및 전투력 저하를 고민하고 있다.
대만 현역 병사는 입대 후 신병교육만 4개월 받고 전역한다. 대만군 당국은 군 기강 및 전투력 저하를 고민하고 있다.

“대만 청년들, 군대를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으로 인식”

이 신문은 “대만군 병사들 사이에서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지켜보는데 설마 중국이 쳐들어 오겠느냐거나 전쟁이 나면 미국이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오랜 기간 대만해협이 평온했고 경제적 번영 속에 지내면서 대만군의 기강 해이가 누적돼 심각한 수준이 됐다는 게 신문의 설명이었다.

대만 감사원과 국방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군내 관리 부실과 비리로 군에 입대하려는 젊은이들의 사기는 꺾이고 있고 예비군 훈련장은 ‘시간이나 때우자’는 정서가 팽배해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한 군 복무를 마친 대만 청년들로부터 현역 시절과 예비군 훈련을 하면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도 들었다.

대만 청년들은 “4개월의 기초훈련 동안 한 일이라고는 잡초 뽑기, 타이어 옮기기, 낙엽 쓸기였다”며 “사격을 배우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교육은 무의미했다”고 밝혔다. 한 청년은 “중국이 홍콩을 장악하는 것을 보고 입대하려고 했더니 병무 관계자가 ‘시간 낭비하지 말고 살이나 찌우라’는 핀잔을 줬다”고 비판했다.

입대 전에 패스트푸드를 잔뜩 먹고 살을 찌워 병역 면제를 받으라는 뜻이었다.

실제 한 청년은 “입대 전에 한 달 동안 매일 4시간씩 햄버거를 먹으며 살을 찌워 비만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고 밝혔다. 예비군 훈련도 엉망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예비군들은 “예비군 훈련 내내 할리우드 전쟁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웠다”거나 “책 읽고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대만 청년들 사이에서 군대를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랜드 뉴섬 예비역 미 해병대 대령은 신문에 “대만군은 국방예산도 부족하고 예비군 체계도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미국과 대만 정부 내부에서는 초조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만은 최근 들어 중국의 위협이 점점 거세지자 군 조직 정비를 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신병들을 모두 전투부대로 보내 실전적인 훈련을 받도록 방침을 바꿨다.

이와 함께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할 미사일 확충 등 전력 강화에 87억 달러(약 10조3200억 원)의 특별예산을 편성하고 2022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4%를 인상한 151억 달러(약 17조9200억 원)를 편성했다.

미국은 대만군을 훈련시킬 소수정예의 특수부대원과 해병대원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 10월 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특수부대원과 해병대원이 비밀리에 대만에 파견돼 현지 군인들을 직접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자 미군은 대만의 방어역량 강화를 위해 20~30명의 특수부대원과 해병대원을 최소 1년 이상 파견해 대만군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만에 파견한 미군 특수부대원과 해병대의 인원은 적지만 상징성은 크다”며 “하지만 미군이 대만군을 직접 훈련시키는 것은 미중 간 갈등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이 커질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만군 역량을 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대만군이 이처럼 나약해진 모습을 보이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두고 군 모병체제의 변화를 꼽는 목소리가 많다. 대만은 현재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용해서 시행하고 있다. 2018년 이전까지 대만은 징병제 국가였다.

1951년 국민당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 시행한 징병제는 1990년 7월부터는 복무기간이 2년으로 줄었다. 그리고 2000년부터 복무 기간을 5차례 단축해 2008년 7월부터는 1년으로 줄였다.

대만은 이마저도 2018년 12월부터 4개월로 줄였다. 대신 필수 인원은 모병제로 모집하기로 했다. 다만 예비군 병력은 220만 명을 계속 유지, 이들을 중국을 격퇴할 주력을 삼는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현역 병사들의 복무기간이 4개월로 대폭 단축되면서 10년 전 27만여 명이었던 대만 정규군 병력은 현재 18만 명까지 줄었다. 매년 8만 명이 입대하지만 복무기간이 줄고 면제받는 인원도 적잖게 생기면서 예비군 병력 유지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대만 현역 병사는 입대 후 신병교육만 4개월 받고 전역한다. 대만 예비군은 평균 2년에 한 번 소집돼 5~7일 동안 동원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문제는 현역 병사들이 입대한 뒤 훈련을 받는 곳이 전투부대가 아니어서 실전적 훈련은 거의 경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만군 내부에서조차 “세상에 4개월 만에 숙달할 수 있는 전투 기술과 지식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월 9일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반드시 대만통일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9일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반드시 대만통일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지적이 대만에서는 물론 미국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대만 정부는 예비군 훈련 강화라는 대책을 내놨다.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지난 10월 28일 입법원(국회에 해당) 외교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내년부터 전역 1년 차 예비군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연 1회 14일 동안의 동원예비군 훈련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추궈정 부장은 “새로운 훈련은 병과별 주특기 재교육과 사격·전투 등 실전적인 훈련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국방부 대변인 스순원 소장은 이와 관련해 “동원예비군 시범훈련 대상자들은 장비 숙련도가 높아 단기간에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다만 모든 예비군 동원훈련을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2년에 1번 소집해 5~7일 동안 훈련하는 기존의 동원훈련과 새로운 형태의 동원훈련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또한 대만 국방부는 전역 후 8년 차까지인 현행 동원예비군 훈련 대상자를 전역 후 15년 차까지로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를 통해 12만 명 7개 여단이던 예비군 병력을 26만 명 12개 여단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대만군 기강 해이의 근본 문제는 징병제+모병제 형태의 군대

이런 대만군의 문제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은 어렵다”면서도 미래에 모병제를 실시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서욱 국방장관은 “현재 군 복지 상태로는 모병제는 좀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당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병제 가능성 질의를 받고 서욱 장관은 “모병제의 기반은 군이 매력적인 군대고, 거기에 맞는 보상이 있어야지만 모병이 되지 않겠나”면서 “그래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완전한 모병제로 갈 수 있을지는 검토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서욱 장관은 지난 1월 국방부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도 2040년에 대비한 미래 한국군 비전을 구상하고 있다며 “모병제를 포함한 모든 것들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병제만 단일하게 검토하는 게 아니다”며 출생률 저하에 따른 병사 수급계획 변화, 여기에 따른 첨단 군대로의 업그레이드 등을 추진하면서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1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서욱 국방장관.
2021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서욱 국방장관.

이는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과 같은 완전 모병제보다는 출생률 감소 등을 전제로 해서 기존의 징병제와 모병제를 병행해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의미다. 즉 한국도 머지않은 미래에 대만과 같은 형태의 모병체계를 운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대만은 한국과 매우 유사한 모병체계를 운영 중이다. 사회복무요원(공익요원)과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대체할 수 있으며 의무복무하는 경찰도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히 이뤄진 병사 월급 인상의 경우에도 대만을 롤 모델로 삼다시피 했다.

즉 한국보다 더한 위협과 직면하고 있는 대만이 병사들의 의무복무 기간을 대폭 축소하고 모병제로 전환한 점은 국내 좌파 진영이 충분히 좋아할 만한 내용이다.

미국의 방위공약, 병력 수가 줄어드는 대신 각종 신형무기로 무장한 첨단군대 만들기 등도 한국과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실제 전력 약화 속도는 한국이 더 빠를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대만군은 징병제+모병제 병행 시행 불과 3년 만에 기강 해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런데 한국군은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뒤부터 기강 해이 문제가 적잖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대유행을 이유로 군에서는 대대급 이상의 야외기동훈련을 거의 실시하지 않았다. 병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행군이나 유격훈련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부대들도 있다.

신병훈련소에서는 수류탄 투척 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사격장에서는 그 어떤 신체적 제재도 가할 수 없다. 주특기 교육을 실시해도 제대로 듣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일선 간부들의 하소연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시국 동안 병사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일탈을 방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며 병사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한 뒤 일선 부대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적지 않은 병사들이 일과가 끝난 뒤 도박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코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온다. 소수의 병사들은 간부들이 지시하면 강압적인 지시라며 “언론사에 제보한다”거나 “부모에게 알리겠다”면서 명령을 받지 않는다.

심지어 면전에서 폭언을 하며 위협하는 사례도 있다. 병사들이 원하는 대로 들어준 문재인 정부의 병영 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도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아침 체조와 구보를 대체 왜 하느냐”며 체력단련을 하면 안 된다는 현역 병사의 주장이 올라왔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절대 다수였다.

한국군의 기강 해이와 이로 인한 전력 약화를 가장 바라는 것은 북한과 중국이다. 특히 중국은 “대만을 통일하려면 한미 간의 군사적 협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지난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국책연구기관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보고서 내용을 전했다.

한국의 반면교사 돼야 할 대만사례

CICIR은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가 관리하는 기관이다. CICIR은 보고서에서 “대만 통일 시 중국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이 미국과 군사적 협력을 하면서 사태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2만6000명이 넘는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5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보유한 한국이 (대만 사태에 있어) 미국에 협력하는 것은 중국에도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CICIR은 지난 5월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이 인준 청문회 당시 미 상원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미군의 세계적 역할과 한국군의 국제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한반도를 넘어선 한미동맹의 협력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밝힌 데 주목했다.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 또는 한국군 전략예비부대를 대만 분쟁에 이용할 경우 중국의 대만 통일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미사일 지침(사거리·탄두중량 제한)을 완전히 폐기한 것을 두고도 CICIR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뒤 한미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는 한국을 대상으로 한 미사일 규제를 완전히 철폐해 한국을 같은 팀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중국 견제에 활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CICIR은 또한 트럼프 정부 때인 2019년 대만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미국과 대책을 함께 마련한 일본처럼 한국이 대만 분쟁에 대한 대책을 세워 미국을 지원한다면 중국에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따라서 중국은 대만을 통일할 때 한국과 미국에 적절한 시기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한국이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중국이 대만 통일을 시도하기에 앞서 먼저 한미 간의 군사적 협력부터 막으려 할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 측에 직접 압력을 가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한미 군사동맹의 균열이다.

특히 한국군의 전력이 미군과의 합동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지게 되면 한미 간 군사적 지원협력은 자연스럽게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은 내후년부터 가능성이 커진다. 2022년부터는 귀화한 외국인 자녀도 군 입대가 가능해진다. 지금처럼 병사들의 목소리가 간부보다 훨씬 커진 상황이 계속되고 병력이 부족한 한국군도 대만군처럼 징병제와 모병제를 병행 시행할 경우 한국군에 입대한 중국계 병사들이 어떤 주장을 펼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들이 지금 국내에 있는 중국인들처럼 중국 본토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 외칠 경우 한국군의 전력은 대만군보다 더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중국 정보기관이 바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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