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20대 3분의 2가 스윙보터
[데이터로 보는 세상] 20대 3분의 2가 스윙보터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12.01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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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스윙보터(swing voter)는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어느 정당이나 후보에게 투표할지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 당시의 정치 상황이나 관심 정책, 분위기 등에 따라 투표한다.

마음이 흔들린다는 의미에서 ‘스윙’이란 표현을 쓰며 플로팅보터(floating voter)라고도 부른다. 우리말로는 부동층(浮動層)이라고 흔히 부른다. 부동층이 두꺼우면 이들의 표인 부동표로 한순간에 판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중요한 열쇠 역할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스윙보터는 대개 이념적으로 중도 성향이다. 일부는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정당 간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아 스윙보터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정치에 대한 실망이나 무관심이 커질수록 부동층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부동층에 대해 데이터로 조사해 보자.

스윙보터가 될 소지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조사는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 강도’ 분석을 보면 알 수 있다. 윤석열 후보가 11월 5일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후 KBS가 의뢰하여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강도분석과 SBS가 의뢰하여 넥스트리서치가 조사한 강도분석 결과가 <표 1>에 나타나 있다.

‘계속 지지’율이 높으면 지지 강도가 높은 것이고, ‘바꿀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높으면 지지 강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바꿀 수 있다’라고 답한 유권자가 스윙보터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표 1>을 보면 현재 지지하는 여야 후보들에 대한 강도가 그리 크지 않고 이들 부동표가 어느 쪽으로 쏠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선거 전망을 어렵게 한다. KBS·한국리서치는 ‘바꿀 수 있다’라고 답한 비율이 35.7%이고, SBS·넥스트리서치는 29.4%이므로 대략 국민 10명 중 3명 정도가 스윙보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령별로는 특히 18~29세 층에서는 스윙보터가 64.0%, 66.8%로 3명 중 2명이 스윙보터가 될 수 있어 굉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이념과 진영이 아니라 실용과 실리에 따라 투표하기 때문에 그만큼 가변성이 크다.

그 다음으로 30대가 스윙보터가 많고 그 다음이 중도층이다. 후보로 볼 때는 스윙보터가 많은 순으로 안철수, 심상정, 이재명, 윤석열 후보 순이다. 윤석열, 이재명 후보는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계속 지지’층이 공고함을 알 수 있다.

대선 당락에 스윙보터가 중요한 변수

10월 29~30일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3월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0.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특히 18∼29세에서 높아 73.9%에 달했고, 다음으로 중도층에서 높아 60.3%에 달했다.

11월 5일 국민의힘에서 후보를 확정했으니 부동층이 좀 줄어들었겠지만 그래도 매우 높은 부동층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이 대선 판세를 좌우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후보를 선출한 후 실시된 각종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 지지도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표 2>와 같다.

이들은 대부분 표본의 크기가 1000명 내외(이 경우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는 3.1%p, 여기서 p는 퍼센트 포인트를 의미함)이고, 조사방식은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유선(약 10%)과 무선(약 90%)을 혼용했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김동연 후보를 제외한 조사가 있으므로, 일괄적으로 김동연 후보는 제외했고, 약간 있을 경우에 ‘없다(모름)’에 포함했다.

<표 2>를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10개 여론조사의 평균 지지율을 보면 윤 후보가 이 후보를 7.6%p 앞서고 있다. 3-4위로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2자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안 후보가 심 후보를 1.2%p 앞서고 있다.

4인의 후보 지지자들도 스윙보터가 될 수도 있지만 <표 2>에서 ‘없다(모름)’이라고 답한 평균 16.2%에 해당하는 유권자는 스윙보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들 스윙보터의 마음을 어느 후보가 사느냐가 내년 대선에서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라고 볼 수 있다.

<표3>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비교(OBS/ 미디어리서치, 11월9~10일 조사)

연령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위의 10개 여론조사가 모두 동일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데 7번째에 있는 OBS/미디어리서치의 결과만을 살펴보면 <표 3>과 같다. 윤 후보는 20대, 30대와 60대에서 앞서고 있고, 이 후보는 40대와 50대에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스윙보터가 상대적으로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대와 30대에서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은 상당한 가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 실시되고 있는 각종의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등에서 그 결과를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들이 주변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되어 있는 여론조사 기관의 수는 2021년 11월 22일 현재 81개로 대단히 많고, 이들 기관들 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일부 여론조사 기관들이 졸속으로 저렴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하다보니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여론조사를 하지 못해 그 신뢰성이 떨어진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여론조사 기관이 어떤 정치적인 편향성을 가지고 한쪽을 밀어주려는 의도에서 소위 ‘통계적 왜곡’을 감수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여론조사 신뢰성 확보가 여론조사 가치 높이는 길

여론조사는 표본조사로 행해지므로, 표본조사에는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표본오차(sampling error)가 수반된다. 표본오차는 모집단을 전수 조사하는 대신에 표본을 조사함에 따라 발생하는 불가피한 통계적 오차로 표본의 크기가 1000명인 경우에 대략 3.1%p이다.

두 후보의 지지율의 표본오차가 각각 3.1%p이므로, 두 후보 간에 유의(有意)한 차이(표본오차를 넘어서는 경우)가 나는 경우는 두 후보의 지지율 차가 6.2%p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기획하거나 실시하는 과정에서 비표본오차(non-sampling error)가 발생해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비표본오차의 대표적인 것들은 표본추출방식이나 조사방식에서 오는 차이, 질문지 작성의 편향성, 표본의 대표성 미흡, 무응답 무시에서 오는 차이, 조사단위의 누락이나 조사원의 부족한 자질과 정치적 편향성 등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표본오차가 표본오차를 능가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휴대폰만을 사용하는 유권자가 많아지다 보니 조사방식에서 유선조사를 하느냐 무선조사를 하느냐 등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경우가 흔하다.

보통 유선조사는 아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10% 내외만을 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또한 전화할 때 ARS 방식을 사용하느냐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거는 방식이거나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할 때 표본오차와 비표본오차를 감안해 그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표 2>에서 8번째와 9번째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8번째 여론조사에서는 단지 1%p를 앞서고 있어 두 후보 간에 유의한 차이가 전혀 없고 9번째 여론조사에서는 넉넉하게 11%p를 앞서고 있어 유의한 차이가 난다.

따라서 두 후보 간의 차이는 <표 2>에서 9개 여론조사의 평균의 차이인 8.4%p가 11월 중순경에 두 후보 간의 차이로 읽으면 좋을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려면 여러 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2022년 대선이 그리 멀지 않다. 선거 관련 여론조사가 신뢰성, 공정성 등의 문제점을 많이 내포하고 있지만 그래도 국민의 여론을 읽는 중요한 방법이므로 이를 무시할 수 없으며 실제로 여론조사가 자유민주주의를 이끄는 중요한 도구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기관이나 이를 시행하는 기관이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도 여론조사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또한 여론조사가 우리나라 정치를 국민의 뜻에 맞게 올바르게 가도록 촉구하는 중요한 매체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여론조사 기관들은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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