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을 알면 세상이 보인다
기업가정신을 알면 세상이 보인다
  •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 승인 2021.12.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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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 한국경제연구원

현실 세계에서 자본 없는 순수 기업가는 존재하지 않으며 기업가정신이 없는 순수 자본가도 존재하지 않는다. 두 기능은 정의상 다르지만 하나처럼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로스바드(Rothbard)는 커즈너(Kirzner)와는 달리 기업가-자본가(entrepreneur-capitalist)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시장경제는 경영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 아니고 투기·중재 등의 위험을 떠맡는 행위를 의미하는 기업가정신에 의해 작동한다. 기업가란 불확실한 상업 세계에서 미지(未知)의 이윤 기회를 찾아 나서는 능동적인 행동인(acting man)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가는 경영자가 수행할 업무를 결정한다. 기업의 설립과 폐쇄, 생산라인의 신설과 폐쇄를 결정하는 사람은 기업가이지 경영자가 아니다. 기업가의 이런 기능을 강조하고 혼동을 피하기 위해 미제스(Mises)는 프로모터(promoter)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시장가격은 각 개인의 가치와 행동에 의해 결정되는 과정(process)의 산물이며, 이러한 과정을 주도하는 사람이 바로 기업가다. 기업가는 이윤을 얻기 위해 시장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주도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가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행동하며 이런 일을 잘 수행하는 기업가들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많은 이윤을 얻고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촉진한다.

상업 세계를 비롯한 인간 세계에는 물리학의 세계에서처럼 규칙적인 함수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업가정신은 과학적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통찰력의 문제이며, 기업가적 행동의 결과인 이윤이나 손실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기업가가 예리한 통찰력으로 불확실성을 성공적으로 떠맡으면 이윤을 얻고 실패하면 손해를 본다. 이윤과 손실은 기업가가 소비자의 만족에 공헌한 평가를 반영하며 따라서 기업가의 성공과 실패를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주체는 소비자다.

성공한 기업가에게 자원 사용이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경제학에서는 금전적 이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윤은 금전적인 것만이 아니라 종전의 상태보다 더 높은 만족을 가져오는 심리적 요인을 포함한 것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경영과는 다른 기업가정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하다. 고작 경영자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때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이름 아래 전문경영자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제스는 강력한 힘을 가진 경영자들의 출현은 방해받지 않은 시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의 결과라고 설파한 바 있다. 로우(Roe) 역시 강력한 경영자는 시장 과정에서 진화한 현상이 아니라 기업의 소유와 지배에 관한 법적 제약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성공적인 기업가의 행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제력 집중현상과 기업지배구조 등을 둘러싼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상업 세계를 주도하는 기업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기업가를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재의 자원을 미래의 자원보다 선호하는데, 그에 따라 발생하는 현재 자원의 미래 자원에 대한 시간 프리미엄이 이자다. 또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선호에 따라 소득을 소비와 저축으로 나눠 배분한다.

자본가(capitalist)는 그의 시간선호에 따른 저축을 바탕으로 ‘현재의 자원’을 제공하고 ‘미래의 자원’을 사는 사람이다.

즉 자본가는 근로자와 토지소유자가 보유하는 자연적(nature-given) 생산요소에 각각 임금과 지대 형태로 현재의 자원을 제공하고, 이들 요소를 활용하여 시간이 걸리는 생산 과정을 통해 미래에 현재화되는 상품을 팔아 소득을 얻는 사람이다. 따라서 자본가는 시간에 대한 보상인 이자를 소득으로 얻는다.

다음으로 기업가(entrepreneur)의 소득 특성을 알기 위해서는 위험(risk)과 불확실성(uncertainty)의 개념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위험은 급간 또는 빈도 확률(class proba bility)과 관련된 것이다.

즉 위험은 특정 사건이나 현상이 속하는 동질적 특성을 가진 집단(class) 전체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는 것이 있으나, 그 특정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서는 그것이 그런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 외에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 경우에 발생한다.

텔레비전을 만드는 회사의 품질보증 담당관은 과거의 축적된 자료를 이용해 불량률이 평균적으로 이를테면 1%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어떤 텔레비전이 불량품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경험적 확률과 그에 따른 손해액을 알 수 있는 위험이 발생하며 이는 비용으로 계산된다. 그래서 위험은 이윤의 원천이 아니다. 보험이 적절한 예다.

보험은 빈도 확률과 관련된 위험을 분산시키는 장치다. 자동차 손해보험회사가 가입자 중 누가 언제 어느 정도 심각한 교통사고를 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과거의 축적된 자료를 통해 가입자 집단 전체의 연간 교통사고율과 평균적 피해액을 알 수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각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를 가급적 정확하게 산정하기 위해 그들의 성, 나이, 직업, 과거의 사고 이력 등을 기준으로 위험의 정도를 분류하고 동질화해 보험료를 매긴다. 반면에 불확실성은 사례별 확률(case probability)과 관련되는데, 특정 사건이나 현상을 집단 내에 동질화할 수 없는 경우다.

그런 사건이나 현상은 유사한 점도 있지만 각 사건이나 현상별로 고유하며 동질적이 아니다. 즉 우리가 그런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아는 사항도 있지만 모르는 사항도 많다. 경험적 확률과 평균적 피해액을 알 수 없다. 따라서 보험시장이 생기지 않는다.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대표하는 고 이병철 회장(좌)과 고 정주영 회장(우)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대표하는 고 이병철 회장(좌)과 고 정주영 회장(우)

자본가-기업가-경영자 소득의 의미

기업가의 기능은 시장에서 저평가(underpriced)된 생산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이용해 상품을 생산한 후 팔아 이윤을 얻는 것이다. 문제는 특정 생산요소가 저평가되었다는 기업가의 사전적(事前的) 판단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생산한 상품을 시장에서 팔아본 연후에 사후적(事後的)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그런 예측이 옳은 것으로 밝혀지면 이윤을 얻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지만 틀린 것으로 밝혀지면 손해를 보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에는 다소 유사한 점도 있지만 각 기업가에 고유한 것이어서 알 수 없는 사항도 많다. 기업가의 성공과 실패 확률은 빈도 확률이 아니라 사례별 확률에 속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가가 얻는 이윤의 원천은 불확실성이며 바로 이 이윤이 기업가의 소득이다.

마지막으로 경영자(manager)는 기업가를 도와 기업 내의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며 그 소득은 자본가와 기업가의 소득과는 달리 임금 성격의 보수다. 주식회사의 경우 기업가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책정한 경영자의 보수는 최종적으로 주주들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많은 경우 한 개인이 복수의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개념적으로는 자본가와 기업가의 기능을 분리할 수 있지만 실제로 행동하는 개인들을 기능별로 이분(二分)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가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을 ‘자본가-기업가’로 묶어 개념화한다. 이들 개인이 얻는 소득 역시 복수의 기능 수행에 따른 소득이 혼재되어 있다.

이렇듯 기업 내에서 수행하는 기능에 따른 자본가-기업가-경영자의 소득이 시간선호와 불확실성에 대한 예측 등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이들의 보수와 기업 내의 의사결정 등에 대한 논의의 기초가 된다.

우선 이들이 얻는 소득의 타당성에 대한 객관적 잣대를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 각종 소득은 상호작용하는 개인들의 주관적 판단이 시장에서 시현된 것일 뿐이므로 이에 대한 표준적 지침을 마련할 수는 없다.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라는 입법도 이런 점을 간과한 것이다. 공개와 비공개의 장단점에 대한 설득력 있는 주장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일반 기업은 물론 주식회사 내의 의사결정에서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아주 낮은 현재의 자원을 소득으로 얻는 근로자보다는 불확실한 미래의 자원을 통해 소득을 얻는 자본가-기업가의 의사가 한결 더 크게 반영돼야 한다는 사실 등을 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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