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은 선택 아닌 설득의 대상
美·中은 선택 아닌 설득의 대상
  •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승인 2021.12.31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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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 한선재단 / 新 국제질서와 한중관계

미국과 중국이 2020년부터 충돌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의 양극체제에서는 주로 군사안보 등으로 갈등했는데 지금 미중관계는 군사·정치·경제·문화에 걸쳐 전방위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갈등 구조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오고 나서 관세, 무역통상 분쟁으로부터 시작해 기술패권, 자유가치 논란까지 확대되고 이념과 군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은 군사력에서만 중국을 확실하게 압도하고 있고 경제력, 외교 영향력, 미래에 있어서의 지배력, 자원과 같은 것들은 중국이 이미 미국을 앞섰다는 자료가 나왔다. 미국은 패권적 우위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제어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 정부가 공화당 정부의 대중 정책을 이어받아 대중 압박을 펼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의회정치를 50년 이상 한 바이든 대통령은 무역통상보다는 당장 금전적인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법치, 자유시장, 민주주의, 인권개방 등 미국적 가치를 내놨다.

“America is Back!”을 기치로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정치를 자신이 주창하는 ‘보편성’과 이에 반하는 상대로 구분해 흑백의 이분법으로 인식하고 정체성, 이익의 대결에 대해 동맹국과의 연합 나아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1월 16일 미국과 중국의 정상 간의 화상회의에서 갈등이 더 번지지 않게 관리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과 함께라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주창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실용적 현실주의를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트럼프의 대중 압박을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1. 인권 2. 민주주의 3. 첨단기술에 대한 통제’ 세 가지를 더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대중압박기제를 만들고 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쿼드를 만들었다면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은 오커스(AUKUS)를 만들었다. 호주, 영국, 미국의 군사동맹으로 중국은 오커스가 나토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오커스에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같이 움직이는 것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파이브아이즈(Five Eyes)는 정보동맹으로 미국이 올해 4월 한국도 이 동맹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이나 군사적 관점 그 어느 부분에서도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은 없다.
경제적이나 군사적 관점 그 어느 부분에서도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은 없다.

미래 가치 공유가 핵심

현재 미국은 다양한 측면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동맹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자협력기구는 소위 상하이협력기구와 집단안보조약 이렇게 두 개밖에 없다. 그리고 구 소련권 등과는 협력구조를 맺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압박기제는 아시아에서만 적어도 10개 정도가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어디를 선택해서 해결이 된다면 선택을 하면 그만이겠으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12월 9, 10일 화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한국, 일본, 대만 인도 등 아시아 25개국이 초청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은 한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굉장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한국도 전략적 가치가 과거보다 올라간 것은 확실하다.

미국은 공급망 재편 전략을 통해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사례가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으로 G7이 새로 채택한 개도국 인프라 구축 지원전략인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 계획이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정면대결에 나선 것이다.

미국이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처럼 중국은 운명공동체를 강조한다. 인류 운명공동체는 미국의 질서에 대항하기 위한 중국의 수사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은 운명공동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은 이를 중국이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했다고 보고 중국편을 드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중국의 전랑외교는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뚜렷하게 드러난 움직임이다. 전랑외교는 중국이 성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무력, 보복 등 공세적이고 강압적인 외교방식을 비공식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전랑외교가 주변국들이 중국에 등을 돌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주춤거리고 있다.

중국의 비호감도는 매우 높고 시진핑 체제 9년 동안 거의 모든 우군을 잃고 주변국과 충돌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중국이 더 이상 힘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은 냉전기를 거쳐 수교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까지도 6·25전쟁을 항미원조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참전한 것이 아니라 불법 개입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전 참전을 통해 세계적 국가로 부상했고 정전협정 조인국,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지속적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우리는 6·25에 대한 최소한의 중공군 불법개입에 대해 상호인식을 정리해놓지 않아 지금까지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한중 수교 29년이 지났다. 한중관계는 사드 이후와 이전으로 나뉜다. 현재 사드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형식적인 동반자 관계가 되었다. 2017년 10월 사드 합의에서 두 국가의 결론이 완전히 달랐다.

한국 정부는 현존하는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자위적 조치이며 북핵이 사드 배치를 촉발하는 원인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한국의 사드 배치는 전략 균형을 파괴하는 것이고 중국의 국가이익을 훼손하며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으로 AUKUS동맹과 QUAD동맹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으로 AUKUS동맹과 QUAD동맹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리 없다. 중국과 북한은 혈맹관계다. 중국과 북한은 운명공동체다. 같은 참모부다. 중국은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불변의 지지를 보내며 온전히 북한은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기조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지만 한반도 긴장완화, 안정유지 그리고 남북 대화와 협상을 통한 자주적 평화통일 실현 지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한에 핵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핵을 개발하지 않으니까 북한 비핵화만 되면 비핵화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한중 정상회담을 하면 우리는 북핵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했고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했다. 결국 중국은 미군이 갖고 있는 핵무기가 한반도에 전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에 대한 인식의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이다. 정치·외교·안보 갈등에 더해 김치, 한복 논란과 같은 민간 비정치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중관계는 뭘 지향할 것이고 공유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미는 동맹 구조이고 한중은 협력구조다. 이 차별성을 이해해야 한다. 미래 가치 공유가 핵심이다.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관계의 갈등 양상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한국이 필요한 것과 중국이 필요한 것이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은 일정한 자기 안보역량 구비가 대중 관계 설정이나 협상에 유리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사안별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중국의 힘자랑에 끌려가지 않도록 양자 문제와 다자 문제에 대한 이중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의 의도가 투영된 ‘운명공동체’, ‘구동존이’ 등 중국식 용어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자의적 우려를 ‘합리적 우려’로, 한국은 중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합리적 기대’로 바꿔야 한다. 중국은 중국편이고 미국은 미국편이다. 한국도 한국편이 되어야 한다. 미중은 선택의 대상이 아닌 설득의 대상이다.

※ 본 기사는 2021년 12월 2일 YouTube 한선TV채널의 강연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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