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돌이킬 수 없는 개혁의 도화선, ‘대장동 특검’
[심층분석] 돌이킬 수 없는 개혁의 도화선, ‘대장동 특검’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02.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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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장동 특검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고조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대장동 특검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본부(상임대표 장기표, 이하 운동본부)가 있다. 운동본부는 현재 경남본부 발대식을 시작으로 전국에 걸쳐 빠른 속도로 지부를 구축하며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장기표 상임대표는 경남본부 발대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대장동 게이트의 주범”이라며 “검찰은 이 후보를 단 한 번도 소환 조사하지 않고 있어 이 나라의 법치, 공정, 상식이 모두 무너져버렸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대장동 버스’, ‘대장동 트럭’, ’대장동 자전거‘ 등을 이용해 전국 순회운동을 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선거 유세 차량인 매타버스를 뒤따라 다니는 방식이다.

대장동 특검 요구를 국민의힘의 선거 유세로만 볼 수는 없다. 지난 해 9월 23일 전·현직 교수들로 구성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이하 정교모)은 긴급 성명서를 통해 “성남 대장동 공영개발 먹튀 의혹, 특검으로 신속하게 풀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

정교모는 “대장동 화천대유 공영개발 먹튀 사건이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가히 단군 이래 최대의 부패 스캔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재명 경기지사는 시민에게 5500억 원을 돌려준 것이 아니라 시민이 받아야 할 1조2000억 원 중에서 6350억 원을 날린 것이다. 이 지사는 이 경위에 대하여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했다.

정교모가 주장하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고의적으로 잘못된 공영개발’이다. 도시개발법에 의하면 당초 도시개발시행은 개발 지정권자인 성남시 아니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맡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렇게 했다면 개발에 따른 이익 1조2000억 원 가량은 고스란히 성남시민에게 돌아왔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성남시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일부 출자한 법인, 성남의뜰이라는 것을 급조하여 사업시행자로 내세웠고, 이런 구조 속에 민간업자들이 들어올 공간이 생긴 것이라는 주장이 정교모가 제기하는 특검의 사유다.

국민 여론도 대장동 특검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지난 해 11월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특검의 필요성’을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0.9%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대장동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의 갤럽 조사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대장동 사건에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가 65%였고 ‘그럴 필요 없다’는 25%, ‘모름·무응답’ 10%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특검 찬성이 91%, 무당층 (無黨層)은 61%,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41%였다.

대장동 특검이 정치 이슈가 아닌 이유

호남권에서조차 특검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25%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거나 답변을 유보한 응답자는 4%였다. 세대별로는 전 연령층에서 특검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우세했다.

특히 30대와 18~29세에서 각각 79.7%, 76.8%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60대 이상(76.2%), 50대(60.7%), 40대(60.4%) 순이었다.

대장동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더해 공공개발을 내세운 사익 편취와 뇌물 수수 등이 국민 감정에 불을 지폈던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캠프 역시 대장동 문제를 털고 가지 않고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윤석열 후보의 고발사주 동시 특검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검찰이 무혐의로 종결했고 여론도 고발사주보다 대장동에 대한 특검 요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4배 이상 높다는 점이 지적된다. 한마디로 윤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 특검은 ‘대장동 특검 물타기’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장동 특검은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이재명 후보로서는 당선 후 대장동 특검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국민 저항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결국 임기 초반부터 국정 전반에 누수가 올 수 밖에 없다는 의미가 된다. 특검 결과에 따라 민주당내 반 이재명 정서를 가진 의원들은 2년 후 총선 공천과 맞물려 대통령 이재명에게 반기를 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인 차이로 대장동 특검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갤럽
국민들은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인 차이로 대장동 특검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갤럽

결국 윤석열 후보든, 이재명 후보든 누가 되더라도 대장동 특검이 2년 후 총선을 앞두고 거대한 정계 개편의 폭풍을 몰고 오게 될 것이라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대장동 특검은 반드시 민주당에만 불리한 것일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고리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칼끝을 겨눴다. 화천대유로부터 50억을 받은 아들 통장으로 받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구속된 데 이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이 화천대유에서 11억 원을 지급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민주당은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 후보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한다. 실제로 윤석열 후보는 박영수 특검에 의해 과거 박근혜 국정농단특검수사에서 수사팀장으로 발탁되었고 그것으로 윤석열 후보는 박근혜 정권에서 좌천되어 있다가 기사회생하는 계기가 됐다.

민주당과 이재명 캠프는 이 점을 파고 든다. 대장동게이트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 간에 합작품이라는 게 공세의 핵심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곽상도 구속을 두고 윤 후보가 편파수사라고 가이드라인을 주니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검에 멋대로 방문해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박 전 특검을 지목하며, “화천대유 일당을 도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성사시킨 특수 수사통 검사집단이야말로 이 사건의 몸통이다. 대장동 사건은 국민의힘 특수검사 게이트라고 불러야 한다”고도 일갈했다. 대장동 게이트가 어느 정권 하에서 특검으로 가더라도 공방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장동 특검, 우리 사회 큰 영향 줄 것

대장동게이트 특검은 단지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정치권의 문제로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화천대유를 둘러싼 수많은 커넥션들이 재계와 법조계, 그리고 언론계 등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장동게이트의 핵심인 화천대유에는 SK그룹과 관련된 인사들의 이름이 등장했다. SK증권은 대장지구 개발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 실소유주와 그의 지인들이 투자 통로로 이용했고, SK그룹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도 이 사업에 수천억 원을 대출했다.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화천대유에 투자했다. SK그룹은 대장동 사업과 연관된 것이 없다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대장동게이트와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두산그룹 역시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시 추진했던 개발 사업과 관련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분당 두산타워를 세우는 과정과 관련 논란에 휩싸였던 것.

성남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시장이던 2015년 두산 소유의 병원부지를 상업용도로 변경하고 기부채납 비율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두산은 이 용지에 두산타워를 세웠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장동게이트가 화천대유 게이트라면 여기에 얽혀 있는 금융사들과 재계 관계사들은 대장동 특검 과정에서 어떻게든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대장동 특검은 법조계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도 예상된다. 대장동게이트에는 화천대유와 관련해 대법관과 검찰총장 등 법조계 최고위직 출신들의 이름들이 망라되어 있다. 화천대유 ‘고문’으로 이름 올린 이들이다.

그 명단에는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50억 클럽’ 인사는 물론이고, 이름만 대면 알 법한 각계 명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가운데는 박근혜 국정 농단과 관련된 인사들도 있다는 것인데, 이로부터 항간에는 화천대유와 최순실 간에 커넥션마저 회자되고는 한다. 최순실의 변호사가 화천대유의 고문을 역임했던 이유다.

대장동 특검은 화천대유를 매개로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정계, 재계, 관계, 법조계, 언론계 엘리트들의 공동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 간에 특검을 둘러싼 진실 공방 속에서 살아 남으려는 자들 간에 폭로전과 저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은 국민으로 하여금 대한민국의 기득권 계층에 대한 심한 반감과 사회 개혁, 정치 개혁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

정권이 교체되든 정권이 승계되든, 대장동 특검은 우리 사회에 거대한 폭풍이 될 것이며, 그러한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이 자라나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대선은 누가 그러한 개혁의 고삐를 놓지 않을 것인가 라는 물음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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