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영토주권 확고히 해야
[새정부에 바란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영토주권 확고히 해야
  • 신범철 미래한국 편집위원·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승인 2022.03.1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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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글로벌 정세와 미국의 대외정책 전망

2022년 국제정세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을 극복하지 못한 채 미중 전략경쟁과 경제안보 문제가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코로나는 2021년 한 해도 지구촌을 얼어붙게 만들고 다수의 인명 피해와 인적·물적 교류의 제한을 야기했다.

올해도 국제경제 회복이 더뎌지고 경제 침체로 각종 부작용이 다수의 국가에서 발생할 것이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증대한 국가들에서는 지속적인 재정적 부담뿐 아니라 물가상승과의 싸움이 예상된다. 그 결과 세계 각국에서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문제가 최대의 과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는 한반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경 봉쇄를 이어가는 북한은 대외 행보 자체가 불가능해 새롭게 탄생하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대북정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북한이 대화를 거부할 경우 성과를 거두기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방역체제가 붕괴된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나 미북관계보다 코로나 상황이 더 중요한 문제로 인식될 것이고 이로 인한‘문 걸어 잠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한편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는 올 한해도 지속될 것이다. 당장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이 성과를 거둘지 알 수 없는 상황이며, 그 결과에 따라 미중관계에 있어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 동참으로 미국 주도의 질서가 더 강화되지만 만일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대중국 견제 노력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국제질서는 보다 양극화될 우려가 있고 나아가 국제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G-zero’의 시대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자도생의 국제질서가 전개될 경우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강해질 것이다. 특히 공급망 안정성을 중심으로 한 경제안보가 모든 국가에 중요한 과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각국 산업에 필요한 물자의 안정적 공급, 핵심 기업의 자국 보유 및 경쟁력 유지, 그리고 데이터 보안 강화가 새해 국제경제의 핵심 단어가 될 것으로 본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국제정세 변화를 인식하고 미국 주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한층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미국 내 경제의 안정을 유지하고 대외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며 지구촌 곳곳의 도전을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목표가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국내 경제 안정과 중국 견제가 목표

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한 최대 과제는 국내 경제 안정이다. 안정적인 국내 경제가 뒷받침되어야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이끌 수 있고 이것이 곧 강력한 대외정책 추진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회복 노력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정 수행 지지율은 40%대에 불과하며 지금 당장 대통령 선거를 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패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그 결과 금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하면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도 물가상승과 고용안정을 유지할 것인가가 될 수밖에 없으나, 현재 뾰족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정치의 불안정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어두운 그림자를 가져다 주고 있다. 다만 민주, 공화 양당 모두 중국을 최대의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바이든 행정부는 계속해서 중국을 압박하는 외교적 노력을 보일 전망이다.

연초부터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의 성공을 위한 동맹국 및 우방국 설득이 지속되고 대만해협, 남중국해, 그리고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안보 차원의 노력에 더 큰 관심을 쏟을 것이다. 금년 초부터 추진이 가시화 될 새로운 인도태평양경제협력체(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의 출범은 이러한 노력의 결정체가 될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첨단산업 공급망을 미국이 주도하며 중국과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협력들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

향후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협력체에 동참할 수 있는가는 미국의 리더십을 증명할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끝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전 세계 다양한 분쟁에 지속적으로 관여해 나갈 것으로 본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와 대립하며 문제를 대화로 풀어갈 것이고 중동에서는 이란 핵문제와 사우디 등 전통적 우방이었던 수니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인도양,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의 도전을 물리치는 과제를, 그리고 동북아에서는 북한 핵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제들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며 그 결과 동시에 모든 과제들을 한번에 풀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로 인해 북한 핵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점점 더 낮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2022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 중국은 전통적으로 한반도를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2022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 중국은 전통적으로 한반도를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자유민주 시장경제 인권 가치 일관되게 추진할 때 강대국 압박 극복

금년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전망은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중 전략경쟁의 여파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와 그 속에서 우리의 경제안보와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준비되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중 전략경쟁은 바이든 행정부에 한반도에 대한 관심 저하, 무역 관련 갈등 요인 증대, 주변국 요인의 대한반도 파급 우려 등을 가져다 준다.

바이든 행정부에 있어 당장 중국을 상대하는 일이 중요하다 보니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 한 관심이 줄어들게 되고, 자국 중심주의적 경제정책이 가져올 파장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으며,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참여나 대만 문제의 파급효과가 연초부터 한국 외교에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 국제관계의 발전 방향과 달리, 미중 전략경쟁은 이익이 상충하는 소위 ‘제로섬(zero-sum)’경쟁의 모습을 지니고 있기에 한국으로서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은 한국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도전과 관련하여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며 가급적 선택을 미뤄왔다. 하지만 그 여파는 미중 양측의 긍정적 호응이 아니라 한국을 보는 미국의 시각이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의 어려운 선택에 대한 긍정적 대응보다는 한국을 중립지대로 묶어두기 위한 추가적인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선택을 미루고 중국의 입장을 살피는 일이 한국 외교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새로운 정부는 선택을 미룬 채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는 기존의 정책을 버려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미중 양국 모두에 환영을 받기보다는 냉대를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지난 정부에서 입증되었다.

따라서 한국이 추구해야 할 외교정책 방향에 대한‘전략적 명확성’을 가져야 한다. 물론 이러한 명확성이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고 다른 한 나라를 버리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 대신 한국이 지향하는 가치를 표명하고, 일관되게 그 가치를 지향해 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때로는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한국이 일관된 입장이 이어진다면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압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대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때 비로소 한국 외교의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전략적 명확성을 견지한다 해서 무조건적으로 가치에 기반한 선택을 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외교정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상황 전개에 따라 관련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가며 한국의 선린 우호 의지를 표명할 수 있는 외교적 숙성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상대국이 한국의 선택에 대한 오해와 과잉 반응을 하지 않도록 예방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금년 가장 큰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경제안보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은 자유무역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공급망 안정성을 위한 특정국간의 경제협력에도 참여해야 한다.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공급망 협력으로부터 배제되는 국가에 대해서도 다른 차원의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주변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끝으로 한국의 사활적 국익에 해당하는 영역에 있어서는 보다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한국을 위협하는 북핵 문제나 영토주권에 관한 사안에 대해서는 미중 전략경쟁의 여파를 기다리는 과제가 아니라 한국이 선제적으로 이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북핵 문제의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되어야 하며 영토주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군사력 강화와 단호한 외교적 의지 피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강대국이 각축하는 동북아에서 한국의 생존권을 지켜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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