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도시건설 비전은 메가시티, 발상 바꿔야 …”
“미래 도시건설 비전은 메가시티, 발상 바꿔야 …”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2.03.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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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세계 주요 도시들이 이른바 메가시티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 위기 극복과 지방분권 확대를 위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메가시티 전략으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미래한국>은 20대 대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교통 부문 GTX 확충 공약의 설계자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GH) 사장과 인터뷰를 진행, 도시건설 미래의 비전을 들었다.

-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이재명 후보 모두 메가시티 전략을 내놨습니다. 메가시티란 어떤 개념이고 왜 필요한가요?

도시는 인구수로 많이 구분하게 됩니다. 통상 100만 명 이상일 때 메트로폴리스라고 하고 1000만 명 이상 될 때는 메가시티라고 부릅니다. 메가시티를 만드는 이유는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인구가 많을 때 교통·문화 인프라가 잘 구축되면 국가경쟁력도 높아지고 글로벌경쟁력도 높아지니 도시를 메가시티로 만들어 경쟁을 하자는 겁니다. 일본 도쿄의 경우 우리의 수도권정비계획법과 비슷한 공업제한법이 있었습니다.

도쿄권에는 공업지역을 제한한다는 법인데 인구가 비대해지니 폐지했습니다. 그리고 2006년 공업재배치촉진법을 만들어 도쿄권 내에도 산업단지를 많이 넣어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쿄권 개발계획이 수립됐습니다. 그렇게 도쿄도 메가시티화 됐고 세계적인 도시로 발달했지요.

프랑스도 파리시와 주변의 일드 프랑스라는 주를 합쳐 그랑파리(Le Grand Paris) 프로젝트라고 해서 파리권 개조프로젝트, 소위 메가시티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영국도 마찬가지로 런던 주변 도시를 합쳐 대런던 계획(Greater London Plan)을 세워 대대적인 투자,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세계는 나라 대 나라의 경쟁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도시 대 도시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세계가 메가시티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은 이미 메가시티가 돼 있습니다. 수도권 인구가 2600만 명 가량 됩니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이 굉장히 비대해져 경쟁할 도시가 없게 됐습니다.

그런 전략 차원에서 최근에는 부울경 메가시티화 구상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진정한 의미에서 메가시티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합쳐봐야 인구가 800만 정도 되거든요. 부울경 메가시티를 하겠다고 하니 대구경북이 대구경북 메가시티 플랜을 하겠다고 또 나왔습니다.

저는 장래 부울경과 대구경북권을 묶어 동남권 메가시티가 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부울경 800만 명과 대구경북 500만 명 인구를 합쳐 1300만 명의 거대 도시가 되어 동남권 메가시티가 된다는 것이지요. 중부지방의 대전 세종 충청 남·북도를 묶어 대전세종충청 메가시티도 구성하고 있습니다.

결국 각 도시들이 경쟁력을 강화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이지요. 그런 차원에서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메가시티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 박사님은 윤석열 후보의 메가시티 전략에 필요한 광역교통망 구축안을 공약 설계하셨는데, 어떤 내용인지요?

메가시티는 중심도시를 축으로 주변 도시들을 합쳐 도시경쟁력을 크게 강화하는 것인데, 이때 중심도시와 주변 흩어져 있는 도시들과의 연결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도권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08년부터 GTX를 추진해서 A, B, C 노선이 거의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이 노선만 갖고 안되니 D, E, F 노선을 만들겠다고 추가 공약을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메가시티가 되어도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지역 간 이동의 편리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을 전체 30분 이내에 갈 수 있도록, 동일 생활권 내에서 통근 통행을 가장 쉽게 할 방안을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부산의 경우 부산과 마산이 거의 70~80킬로미터씩 떨어져 있습니다. 부산과 울산, 부산과 마산을 연결하는 동해남부선과 경전선을 활용하고 수도권 GTX처럼 속도를 빨리해서 부산에서 울산을 30분 정도로 갈 수 있도록 하고, 부산과 마산도 30분 정도로 갈 수 있는 부산권 GTX를 이번에 발표한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부산 중심으로 울산과 마산, 창원 이쪽을 30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부산에서 동대구까지, 창원에서 동대구, 동대구에서 가덕도 신공항까지 가는 KTX를 건설하게 되면, 대구에서 부산까지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말씀드린 대로 대구경북과 부울경이 통합돼 동남권 메가시티가 완성될 수 있겠지요.

대전 세종 충청권도 세종에서 대전을 거쳐, 대전에서 청주를 거쳐 청주공항까지 연결하는 광역철도를 놓아 대전을 중심으로 30분 통근 거리가 만들어지면 대전 세종 충청권도 하나의 메가시티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 해서 교통수단을 제안했고, 이것이 (윤 후보) 공약에 반영돼 있습니다.

메가시티는 교통 연결성이 중요

- 메가시티로 인해 광역교통망이 발전하면 직주분리(※ 일터와 가정이 서로 나뉘어 떨어진 것을 말한다. 즉 근로자가 그 주거지를 도심에서 멀리 외곽지역에 두는 현상)나 베드타운 문제가 더 심화 되지는 않는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도시가 메가시티로 커지면 출퇴근 거리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메가시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통행시간이 짧아져야 합니다. 서울에서 파주까지는 굉장히 거리가 멉니다. 대략 60~70킬로미터 될 겁니다.

하지만 파주 운정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GTX가 만들어진다고 하면, 시간적으로 30분이면 서울에 옵니다. 직주근접과 직주분리라는 것은 거리로만 볼 게 아니라 이제는 시간의 개념으로도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메가시티가 되면 한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은 시내 집값이 굉장히 비싸잖아요? 하지만 경기 파주나 동탄은 쌉니다. 그러면서도 서울과의 통근 거리가 30분 정도밖에 안 걸리니까 이점이 있지요.

직장과 주거가 가까워야 좋다는 직주근접의 요건은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현실적으로 도시가 비대화 되면 도심 지역은 토지가격이 비싸져 집값이 올라갑니다.

내 집 마련이 어려우니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데, 교통을 효과적으로 지원해주면 시간이 세이브되면서 직주근접 효과를 내게 됩니다. 결국은 거리 개념이 아닌 시간의 개념으로 본다면 꼭 직주근접이 아니어도 통행시간으로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메가시티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동일 생활권의 여건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가시티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동일 생활권의 여건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박사님은 미래 인구감소의 문제로 인해 도시 건설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평소 주장하시고 계십니다. 어떤 개념인지요?

우리나라 인구증가는 최고점을 지났습니다. 작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요. 지금은 인구감소가 몇만 명 수준이지만, 특별한 저출산극복정책으로 다출산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2030년 이후에는 매년 10만 명 이상 단위로 줄어들게 될 겁니다.

2040년이면 몇십만 명 단위로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예를 들어 인구가 1년에 20만 명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1년에 10만의 가구씩 집이 불필요하게 됩니다. 우리가 신도시 만드는 데 다 짓게 되면 보통 약 200만 가구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그 시기는 2030년 이후가 될 겁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올랐습니다. 그러자 공급이 부족하다고 호들갑 떨면서 공급정책을 발표했는데 실제로는 발표만 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전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말한 것처럼 (주택은) 호떡 굽듯 나오는 게 아니라 최소 7~8년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공급정책을 발표했어도 실제론 하나도 공급이 안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공약한 주택들은 다음 정부 임기 중반쯤에 나올 겁니다. 그만큼 주택정책이라는 것은 꾸준히 추진해나가야지 어느 날 공급한다 약속하고 바로 다음 날 나오는 공산품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런 특성을 잘 알고 주택정책을 폈어야 했는데 좌파정부는 이를 간과한 것입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규제 정책을 많이 썼습니다. 집값이 많이 오르니까 문재인 정부 때 뭘 했느냐 하면 2기 신도시 10개를 만들겠다, 또 세종시를 대못을 박아놓고 임기가 끝났습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가 연속 출범했는데, 노 정부 때 이미 엄청나게 많은 택지개발과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해 놔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이때 집값이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 때는 경기가 침체되자 경제 살린다고 ‘초이노믹스’라고 해서 부동산 담보 대출을 많이 늘렸습니다.

그런 악순환이 있었는데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기 말에 신도시를 그렇게 많이 짓겠다고 발표했단 말입니다. 그러면 다음 정부 때는 아무것도 않고 문 대통령이 발표한 신도시 개발계획을 그대로 이행해도 집이 많이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반면에 우리 인구는 많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더 이상 신도시 개발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얘기는 신도시를 개발해 좋은 점도 여럿 있지만 나쁜 점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도시가 확산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신도시는 멀리 떨어진 곳에 짓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신도시를 지어놓고 서울로 출퇴근하도록 많은 돈을 들여 도로철도 등 인프라를 놓습니다. 그렇더라도 도로는 계속 막힙니다. 투자는 해놓고 효과는 못 본다는 말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것은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도시를 만드는 방식을 멈추고 기존 만들어진 도시를 재건축 재개발을 통해 자급자족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인구가 늘어나면 지금보다 많은 주택면적이 필요하지만 줄어들고 있으니 신도시가 아니라 기존 택지개발이 된 도시를 재건축 재개발을 하여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인프라 비용도 안 들고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지요.

또 하나, 우리는 아파트 집을 짓고 30년만 되면 낡았다고 다 재건축, 재개발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국가적인 자원 낭비입니다. 외국처럼 장수하는 주택을 지어 100년 이상 가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외국에 나가보면 100년 이상 된 도시 많지 않습니까?

메가시티 성공 조건, 지방분권과 규제 완화

그에 반해 우리는 30년만 되면 아파트 헐고 다시 짓는데 낭비입니다. 이제는 장수하는 아파트, 주택을 건설해서 100년, 200년 가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후손을 위해 할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국민을 생각한다면 층간소음과 같은 불편함이 없는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는 것이 좋고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또 하나 문제는 집을 급하게 짓다 보니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4차산업 시대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났습니다. 한집에서 한방에서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다른 방에서는 부모가 재택근무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주택평면구조가 이런 생활방식과 맞지 않게 돼 있어 집중도를 낮춥니다. 이런 문제도 고민해서 주택의 평형도 넓히고 프라이버시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주택구조도 만들어야 합니다.

4차산업의 드론이나 로봇에 의해 택배가 배달되고 자율주행이 되면 지하 주차장도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가 되면 충전하는 시설도 다 갖춰야 합니다. 그렇다면 주택구조도 그에 맞춰야 하고 주차장도 자율주행이나 친환경차량에 적합하도록 바꿔줘야 합니다.

주택도 에너지 절감형으로 친환경으로 만들어야 하고요. 결론적으로 미래지향적인 도시와 주택건설이 필요한 것이지 무조건 그린벨트나 해제해서 아무 곳에나 툭툭 집을 지어놓는 식의 도시정책은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겁니다.

- 메가시티의 성공 조건을 짚으신다면요?

결국 메가시티 성공 조건은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하려고 하는 식이 아니라 권한을 지자체로 많이 넘겨 지방의 발전은 지방정부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자치단체별로 자족적인 발전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이양해 주고 중앙정부가 지자체에서 하고자 하는 것을 적극 지원해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 완화입니다.

규제가 없어야 발전의 틀이 생기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규제가 많습니다. 규제를 없애주고 자치단체가 스스로 정책을 수립해서 운영하여 발전할 수 있는 자족적인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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