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삼천포로 빠진 민주당의 지방자치
[포커스] 삼천포로 빠진 민주당의 지방자치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04.14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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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방송3사(MBC· KBS1·SBS)와 유튜브(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1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민주당 이해식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 정의당 이은주 원내수석부대표와 국민의당 구혁모 최고위원이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해식 의원은 첫 번째 주제인 ‘지방분권의 구체적 실현 방안’에 대해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야의 견해가 일치하는 사안인 만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는 일은 헌법개정에 답이 있다”고 말했다.

2021년 9월 8일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의원들의 자치분권 개헌 요구 서명.
2021년 9월 8일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의원들의 자치분권 개헌 요구 서명.

지방자치에 열정을 가졌던 민주당 대통령들

민주당은 지방자치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애착을 가져왔다. 1990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은 평민당(당시 야당) 대표로서 지방자치제 도입을 위한 선거 연기를 도모하는 민자당(당시 여당)에 맞서며 13일간의 단식으로 폐지된 제도를 되살렸고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진행됐다.

이로 인해 김대중 대통령은 스스로에게 ‘미스터 지방자치’가 가장 어울리는 별명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지방자치에 관해 애정과 자부심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지방자치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1995년 부산시장 선거, 2000년 국회의원 선거 부산 출마 등 당선 가능성에 협상을 하지 않는 소신을 가진 정치 길을 걸었다고 평가된다.

그러한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지방화와 균형발전시대’를 선포하며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참여정부에서는 지방자치의 기본인 각 지역의 인구와 재정 등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세종특별자치시와 전국 10개 혁신도시가 대표적으로, 정책 추진 결과 2013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수도권 인구 순유출이 발생했고 혁신도시가 있는 지역의 경우 혁신도시 완공 후 지방세 수입이 이전과 비교하여 몇 배씩 증가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의 지방자치를 더 심화된 국정 과제로 삼았다.

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자치분권·균형발전은 5대 국정목표로 선정되어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으로, 20대 전략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지방자치 과제는 2017년 10월 27일 제5회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이라는 목표와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으로 자치분권 로드맵(안)이 발표되기에 이른다.

자치분권 로드맵의 5가지 핵심전략은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자치단체의 자치역량 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 구축’으로 제시된다.

이처럼 민주당은 지방자치에 대해 일관적이고 진보적인 노선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방향이 과연 오늘 한국이 처한 여러 상황들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먼저 세종시 경우를 보자.

올해 6월은 세종시 출범 10주년을 맞는 해이다. 수도권 인구를 흡수한다는 세종시의 전략으로 인구 38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유입인구의 64%는 충청권이었다. 특히 충북에서 인구 유출이 컸다. 이 때문에 청주시는 청원군과 통합해 인구 82만을 기록하며 100만 광역시로 나아가려던 꿈이 좌절됐다.

‘블랙홀’ 세종시의 일탈이 의미하는 것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 취지에 과연 세종시는 기여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세종시는 현재 충청권의 인력과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행정도시를 넘어 세종시는 산업, 경제, 교육, 문화의 자족도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충청광역권’을 설정하고 이 광역권의 거버넌스로서 충청광역청 설립에 세종시가 헤게모니를 쥐려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세종시는 행정복합도시권역이라는 개념을 충남과 충북 일원에 선포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은 중앙행정과의 조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자칫 지역 패권주의로 흐를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가 독일과 일본의 ‘단체자치’를 모델로 삼아 발전해온 경로를 지나치게 급속하게 영미식 ‘주민자치’로 변경함으로써 제도의 경로성을 위협하는 양상을 띠는 형태로 등장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주민자치, 자치분권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역의 풀뿌리 시민조직들이 자조와 협동의 정신을 가지고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역의 수많은 주민조직들은 실제로 정치적 중립을 가진 자조(自助)적 조직이라기보다는 민주당이 장악한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보조금과 지원사업에 의지해 강한 정파성을 띠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분권과 자치분권, 그리고 주민자치가 과연 건강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우려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2017년 민주당과 청와대가 지방자치를 헌법 개정으로 실현하려는 한 토론회에서는 민주당의 지역 활동가들이 지방분권 강화 조항을 두고 애초 지방정부의 입법권을 국회의 입법권에 준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

그러자 당시 조국 민정 수석은 “(그러한 요구는) 민주화의 원리에 맞지 않다고 본다”며 “지방정부에서 만든 자치법률이 전국 선거로 뽑은 국회의원이 만든 법률과 같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연방공화국이 아닌 한 힘들다고 본다”고 반박하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이러한 장면은 민주당이 지방자치에 대해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이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인수위의 지역균형발전특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방분권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지방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무엇이 진정으로 지방의 균형발전을 이루는 지방자치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우리에게 신중한 검토와 성과에 대한 검증을 요구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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