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ICBM 이어 핵실험까지…김정은, 바이든 우습게 보나
[심층분석] ICBM 이어 핵실험까지…김정은, 바이든 우습게 보나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2.05.0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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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해외 싱크탱크들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 간의 연계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미국 우파 싱크탱크들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집중했다.

지난해 가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을 집중 배치할 때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 미국에 2곳 동시전쟁을 강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반도 분쟁 가능성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각종 자료와 통계상 한국과 북한의 재래식 전력 차이가 너무 커 북한이 재래식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 달이 될 때까지 북한이 보여준 행동은 러시아와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해 서로 공조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들게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한 달이 되던 3월 24일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 3월 16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쏘았을 때는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우주발사체 시험”이라고 주장했던 북한이 3월 24일 발사 후에는 “신형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자랑했다.

3월 27일에는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3번 갱도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상업용 위성에 포착됐다. 2018년 5월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2~4번 입구를 폭파했다. 1번은 이미 여러 차례의 핵실험으로 폐쇄된 뒤였다. 갱도 중 3번과 4번은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북한이 3번 갱도를 복구한다는 것은 핵실험을 준비한다는 징후였다. 특히 3월 말에 포착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은 과거 폭파했던 핵실험장 입구를 복구하지 않고 갱도의 측면을 굴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복구 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이었다.

군 당국은 “북한의 갱도 복구 작업이 이르면 4월 하순에 끝날 수 있으며 이르면 4월 말부터 핵실험이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어 안보전문가들과 싱크탱크들은 “북한이 소형 핵탄두 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놨다. 핵무기를 ICBM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그 중량을 450킬로그램 이하로 줄여야 한다. 크기 또한 줄어든다.

여기에 대기권 재진입을 견딜 수 있는 껍데기를 씌우면 ICBM용 핵탄두가 된다. 이를 모두 개발하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부터 북한의 도발 한계선(레드라인)을 그었다.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과 대기권 재돌입이 가능한 핵탄두 탑재용 수송체 개발, 소형 핵탄두 개발이 그것이다.

2018년 5월 이후 스스로 이런 레드라인을 지키겠다며 실험 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북한이 ICBM 발사에 이어 소형 핵탄두 실험을 준비한다는 것은 미국을 향해 “때릴 테면 때려보라”는 선언인 셈이다.

북한이 지난 2월 하순부터 3월 중순까지와는 달리 미국의 눈치도 보지 않고 거침없이 도발 징후를 드러내며 주목을 끌려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집권 10년 동안 미국과 중국 관계까지 고려하며 도발의 강약을 조절해 온 김정은이 아무런 계산 없이 이런 도발 징후를 보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런데 지난 2월 하순부터 3월 24일까지의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황을 함께 보면 김정은이 어떤 계산을 통해 이런 태도를 보이는지 추정이 가능하다.

김정은이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현장 지도했다고 북한 중앙통신은 3월 25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
김정은이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현장 지도했다고 북한 중앙통신은 3월 25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

김정은, 미국이 동맹 공격 받지 않으면 군사행동 않는다고 판단한 듯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날은 현지시간 2월 24일이다. 당시 세계 안보전문가들과 군사전문가들은 자료와 통계에 나타난 전력을 비교하며 “사흘이면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점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군 또한 비슷한 계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27일 러시아군은 키이우에 대한 대공세를 예고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 진입했다.

북한이 ICBM을 쏜 날은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불리한 소식이 나올 때마다 이뤄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린 미국의 시선을 아시아로 돌리기 위해 북한에 ICBM 발사를 요청한 게 아닌가 하는 국제정치학적 풀이도 가능하다.

하지만 3월 27일부터 국내에 전해진,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복구 작업은 우크라이나 전황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북한이 미국에 대해 새로운 분석과 판단을 하고, 여기에 따라 도발 전략을 바꾼 것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 준비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돕는 목적으로 미국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더 강한 도발을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바이든 정부가 해외 분쟁에서 어떤 입장을 유지하는지를 분석한 뒤 러시아와의 동조를 끝내고 도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 해석에는 러시아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동조가 필요하다. 현재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당하고 있다. 수많은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 내에서의 영업을 중단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러시아 경제가 크게 침체돼야 하지만 아직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먼저 중국이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석유와 가스를 대량으로 사들여주고 있고, 경제 교류도 중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군사무기 및 보급품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공조에서 출구전략을 찾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주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도 러시아와 중국, 북한은 “미국이 2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르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단기간에 전쟁을 끝낸다면 우크라이나와 대만에서 동시에 군사행동을 펼쳐도 미국이 어쩌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생각과 다르게 돌아가면서 미국이 직접 군사개입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를 점령하는 게 쉽지 않음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력을 사실상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이 중국의 지원 없이 선뜻 러시아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두 번째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두 번째 해석은 우크라이나에 절대로 군사개입을 하지 않는 바이든 정부의 성향과 연관이 있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이 아닌 나라에 군사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는 지원하지만 병력은 보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나토의 동유럽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구소련제 전투기를 지원하려는 것도 한동안 반대했다.

김정은 정권은 이런 바이든 정부의 모습을 보고는 “동맹국을 직접 공격하지만 않는다면 그 어떤 도발을 해도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유럽 순방길에 3월 25일 폴란드에 증파된 82공수사단 부대를 방문하여 장병들을 격려했다./미 국방부 홈페이지
바이든 미 대통령은 유럽 순방길에 3월 25일 폴란드에 증파된 82공수사단 부대를 방문하여 장병들을 격려했다./미 국방부 홈페이지

김정은 정권이 이런 판단을 바탕에 두고 도발 전략을 수정했다면 3월 24일 ICBM을 쏜 뒤 “신형 화성-17형을 쏘았다”고 선전하는 한편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작업을 대놓고 서두르는 모습이 이해가 된다.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미국의 핵개발 허용 한계선(레드라인)인 미국 본토 공격 가능 ICBM 개발,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체 개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방사포에 장착 가능한 소형 핵탄두 개발 등을 하더라도 미국이 대북선제타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김정은 정권이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미국이 보란 듯이 소형 핵폭탄 실험과 함께 대기권 재돌입체 실험 등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물론 바이든 정부가 이를 무시해도 미 의회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미국은 평화협상이 열리고 있는 우크라이나보다 북한에 더 신경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러시아에도 유리한 정세가 조성되고 북한은 바이든 정부와 ‘핵보유국 간의 군축협상’을 시작할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대신 이런 생각으로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한국은 ‘도발의 일상화’를 겪게 된다.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복구가 끝나는 4월 하순부터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이 있는 5월 9일, 6월 지방선거 등 남북 양쪽의 특정 기념일 전후마다 북한이 꾸준히 도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의용 “대북제재 효용 없어”

김여정 “선제타격? 위협 직면할 것”

두 가지의 해석대로 북한이 움직이려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소용이 없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최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대북제재가 북한에는 아프지 않다”는 주장을 펴 주목을 끌었다.

정의용 장관은 지난 3월 28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추가 대북제재를 미국과 논의했는데 미국은 지금 그럴 의향이 없다”면서 “미국이 취한 독자대북제재 또한 북한이 전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독자적인 대북제재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정의용 장관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추가 대북제재가 성사된다면 찬성할 것”이라는, 대북압박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실제 2017년 5월부터 한미가 F-35 스텔스 전투기와 B-1B 전략폭격기,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해서 훈련했을 때도 김정은 정권은 별다른 압박을 받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도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 등 반미국가들 탓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3일 북한 김여정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놓은 담화의 어조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그것과 달라졌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남조선 국방장관이 ‘선제타격’ 망발을 내뱉으며 반공화국 대결의 광기를 드러냈다”며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결코 이롭지 않을 망솔한 객기를 부렸다.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하라”고 위협했다.

김여정은 또한 “남조선 군부가 도발적인 자극과 대결 의지를 드러낸 이상 (김정은의)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며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하겠다. 남조선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 과거 연이은 도발 전에 내놓았던 수준의 협박이다.

정의용 장관의 발언과 김여정의 협박을 종합해볼 때 김정은 정권은 한국이나 일본을 직접 공격하는 도발이 아닐 경우에는 바이든 정부가 군사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김정은이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를 끝으로 물러선 이유는 미국의 대북제재나 무력시위가 아니라는 사실이 지난해 외신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미국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 대북 핵공격을 할까 두려워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미국 당국자들은 비밀리에 중국 지도부에 북한을 말려줄 것을 호소했고, 중국도 핵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을 말렸기 때문에 김정은이 물러섰다는 것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이 역설적으로 한반도 핵전쟁을 막은 셈이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보기에 바이든 정부에는 그런 예측 불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무슨 말을 하고 제재를 해도 김정은 정권은 별로 겁을 먹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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