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떠오르는 글로벌 공급망, 기술거래 시장을 키워라
[포커스] 떠오르는 글로벌 공급망, 기술거래 시장을 키워라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06.2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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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들 간에 자국 우선주의의 강화 전략으로 글로벌 공급사슬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세계 주요국들이 기술혁신 및 신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의 경제패권을 잡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경쟁, 코로나 확산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불안정성이 높아진 점도 이유다.

특히, 미래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소재·부품·장비 등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충과 첨단 기술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 첫 일정은 삼성 평택반도체 공장 방문이었다.이재용 부회장과 악수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연합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 첫 일정은 삼성 평택반도체 공장 방문이었다.
이재용 부회장과 악수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연합

한국경제연구원의 최근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높은 연구개발비 수준에도 불구하고 기술거래 및 활용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R&D) 비중은 4.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계 2위 수준이며 총 연구개발비는 89조471억 원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의 기술이전율 추이는 전체 공공연구소·대학의 기술이전율이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5년 38.6%(2015년)에서 36%(2019년)까지 정체되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연구개발에 정부가 돈을 쏟아 붓고는 있지만 기술의 상용화율은 정체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에 기술거래가 대단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 보고에 의하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년간 연평균 특허권은 대기업이 2445건, 중견기업이 1756건, 중소기업이 1만2435건을 양수했으며 대기업이 3242건, 중견기업이 1489건, 중소기업이 7206건을 양도했다.

대기업이 대기업에 2092건의 권리를 이전했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에 43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203건을 이전했으며, 외국법인이 대기업에 73건을 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권리이전 받은 건수가 2092건에 달하는 것에 비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으로부터 권리이전 받은 건수가 203건에 불과해 권리이전 건수가 1/10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원인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기술 거래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유는 기술거래 협상에 실패하고 대기업이 유사한 다른 기술을 도입할 경우 중소기업들로부터 기술 탈취 시비를 받게 되고 이러한 분쟁에서 대기업이 징벌적 배상을 받는 등 불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증권거래소와 같이 한국 기술거래소를 설립해서 기술거래에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이 시장 지향적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기술이 수요 기업 중심으로 개발 공급되지 않는 이유는 기술개발 지원이 정부 정책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정부 정책에서 기술 수요 기업의 니즈를 반영하는 정책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수요 기업에 니즈에 맞는 기술을 매칭시킬 수 있도록 정부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기술 수요가 높은 기업이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중소기업들과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협력망과 거래 안전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력 있는 기업의 혁신성장을 위해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있으나 기술거래를 활성화를 위해 여전히 기술 보호 정책이 강조되고 있어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술 보호는 무형의 기술정보를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 뿐만 아니라 기술 창출과 활용을 촉진하는 기능도 있어 2000년대 이후로 기술 보호 정책이 강조되어 왔다.

기술거래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기술 공급자 위주의 기술보호 정책은 기술거래 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술거래와 사업화 활성화를 위해 기술거래 알선 및 중개, 연구개발 지원, 정보망의 구축·운영 및 관리, 기술신탁관리, 기술매입 및 투자, 수요발굴 및 조사·분석, 기반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삼성전자가 생산한 3나노급 반도체 웨이퍼에 한미정상이 방문 기념으로 사인을 했다./연합
삼성전자가 생산한 3나노급 반도체 웨이퍼에 한미정상이 방문 기념으로 사인을 했다./연합

정부 중심의 시장 운영으로 민간 시장 위축, 공공 기술거래소 설립해야

대기업 등 기술 수요 기업이 필요한 우수한 기술 공급을 통해 기술거래 수요 창출을 하려면 무엇보다 우수한 기술이 시장에 공급되고, 그 기술을 평가하고 확인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장치 필요하게 된다.

기술 수요 기업은 필요한 기술인지 확인할 권리가 있고 필요한 기술이 아니라면 거래를 거절할 수도 있어야 국내 시장에서 부담 없이 기술을 찾게 되어 기술거래 수요도 증가하게 된다는 것.

문제는 국내 대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통해 필요한 기술을 매입하려고 해도 기술 탈취나 징벌적 손해배상 등 기술 보호가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기술거래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며 해외 시장에서 기술을 매입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기업이 선호하는 경상실시료 기반의 기술거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즉 기술 이전 시, 대학과 공공연구소들은 선급금 지급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기업은 초기 부담이 적은 경상(후불) 실시료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경상실시료 방식은 정산 등에 어려움이 있어 실제 거래의 걸림돌로 작용하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있을 경우 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 기술료 중 경상기술료 비중은 한국 9.1%, 미국62.2%, 일본 31.1%라는 점에 비춰 봐도 그렇다.

무엇보다 시급히 개선할 점은 기술거래가 정부 중심의 시장 형성과 운영으로 민간 거래기관이나 개발자들의 참여 동기가 낮다는 점이다.

정부의 규제와 거래 중개 독점으로 공개적인 민간 시장이 형성되지 못해 자생적 기반이 미약할 뿐만 아니라, 정부지정 기술거래기관에 대한 거래 건수 위주의 성과관리로 인해 거래의 질이 낮아지고, 거래시장 활성화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점이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 해 민간 거래기관은 전체 거래기관(133개)의 73%(97개)인 반면 중개건수는 전체 중개 실적의 22%에 불과하다. 기술거래는 기업의 니즈를 발굴하고 협상을 중재하는 역할이 필요하지만 공신력·전문성을 갖춘 민간 거래기관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역량 있는 민간 기술거래기관 육성과 함께 민간-공공 협력사업 추진이 요청된다.

무엇보다 역량 있는 민간 기술거래기관을 설립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 질 높은 기술거래를 위해 독일의 ‘슈타인바이스 재단’과 같은 기업 컨설팅 기반의 기술이전이 가능한 역량 있는 민간 기술거래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인데 독일의 우수 기술거래기관인 ‘슈타인바이스재단’은 공공과 민간이 협업하고 슈타인바이스 브랜드를 공동 사용하며 컨설팅 기반으로 기술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형 기술거래 기관을 참고하여 ‘한국기술거래소’와 같은 공신력과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공공 거래소의 설립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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