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민군에 의한 피해자도 보상하라”
[이슈] “인민군에 의한 피해자도 보상하라”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2.07.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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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

2022년 1월 2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서영교·김용판·김민철·김형동·백혜련·오영훈·이명수·임호선·한병도 국회의원실이 주최하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진실규명 결정 후 배·보상 필요성에 관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김용판 의원(국민의힘, 대구 달서구병)은 개회사를 통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사람을 잊지 않는 것과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분들에 대해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보상하는 것”이라며 “비로소 국민이 하나가 되고 제대로 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발족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통해 국가 공권력에 의해 피해당한 국민 구제 절차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6·25전쟁 인민군, 빨치산 등 국가에 도전했던 세력에 대항했던 국민, 말하자면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가와 같은 국가유공자임에도 그분들에 대한 보상을 국가가 하지 못했다”며 “가해자가 기본적으로 북한 정권이라 재판을 통해 실효적으로 배상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법의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민군, 빨치산 민간인 피해자들이 국가에서 답이 없으니 반대로 국가 경찰, 군인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해 피해당했다고 거짓 신고한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며 “작년 국감 당시 강력하게 이의제기하여 오늘 토론회가 사실상 개최될 수 있게 됐는데 행안위원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6월 22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열린 조사 개시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6월 22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열린 조사 개시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미래한국>이 입수한 김용판 의원실이 지난해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상대로 질의한 자료에 따르면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과 보상 절차는 상당히 비상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 같은 단적인 사례로 김용판 의원실은 진실화해위 발간물 Q&A 가운데 Q47 항목을 소개했다. 피해자 규명과 관련한 질문 예시로 “사건관련자 중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성명란에 국군, 경찰 등으로 기입해도 되나요?”로 되어 있고 답변은 “네, 맞습니다. 가해자를 특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국군, 경찰 등으로 기입하여도 무방합니다”로 되어 있었다.

진실화해위는 이 같은 내용 문제가 국회 국감에서 제기되자 안내문을 바로 삭제하고 “직원의 실수”라고 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화해위 안내에 따른 실제 진실규명 및 보상 신청사례로 1950년 8월경 국민학교 1학년 때 총을 멘 사람들(누군지 모름)이 들어와 아버지를 데려간 것을 군·경에 의한 피해로 신청한 조모 씨가 있었다.

반면 한국전쟁 당시 북한과 지방 좌익에 의해 6명의 가족을 잃은 전남 장흥군 이모 씨의 경우 2005년 출범한 1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피해자로 규명받아 국가를 상대로 소송했지만 보상받지 못했다. 가해자가 우리 군·경이 아닌 북한과 지방 좌익이었기 때문이다.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보상체계

김용판 의원실은 이 같은 비상식적 보상체계로 인해 가해 주체가 인민군, 빨치산에서 우리 군·경으로 진술을 뒤바꾼 사례들을 전했다.

하나의 사례로 2009년 1기 진실화해위 당시 전남 고창 지역에서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으로 진실규명을 신청했던 정모 씨 등은 2021년 2기 위원회가 들어서자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으로 바꿔 재신청했다.

김용판 의원실은 이 같은 문제들로 인해 진실규명과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한국전쟁 전후 인민군 등 침략 세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에 대해 실질적이고 적절한 배·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을 지난 1월 17일 대표 발의했다.

김용판 의원실은 제안 이유로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을 통하여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의 희생자들에 관한 진실규명이 된 후 일부 유족들이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였고, 이후에도 관련법에 배·보상에 관한 사항이 제대로 입법화되지 않자 피해자 및 유족들은 개별적으로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인민군 등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이라는 이유로 국가배상소송에서 패소하거나, 진실규명 결정을 받고도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해 피해구제를 받지 못했거나, 국가가 배·보상해 줄 것을 기대하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유족들이 많아 이로 인해 전쟁희생자의 피해구제에서 불균형이 발생했다”면서

“또한 최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등의 개정에 따라 특정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가 일부 가능해지게 되면서 과거사 피해자들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전쟁희생자에 대한 보상의 근거 및 절차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북한 인민군, 적대세력과 그의 동조자 등에 희생된 대한민국 국민을 ‘전쟁 희생자’라는 개념으로 정의·명시하고 이들에 대한 배·보상 근거와 절차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음은 법안 주요 내용

가. 한국전쟁 전후 인민군 및 그 동조세력, 참전한 외국군, 군ㆍ경찰 등 공권력 및 그 동조세력에 의하여 희생당한 사람을 전쟁희생자로 정의함(안 제2조의2 신설).

나. 전쟁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보상금등 지급을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보상심의위원회를 두고 보상금의 신청 및 지급절차 등에 대하여 규정함(안 제4장의2 신설).

다. 보상심의위원회는 보상과 관련한 전쟁희생자의 부역행위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함(안 제40조의14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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