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초의 '국민국가'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
한반도 최초의 '국민국가'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
  • 제성호 미래한국 편집위원·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7.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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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대한민국 건국은 '총선거(5.10) → 제헌국회 구성(5.31) → 헌법 제정(7.17) → 대통령 선출(7.20) → 정부 수립(8.15)'의 5단계로 진행됐다. 건국은 ‘공화국’의 성립을 의미했다. 대한민국은 한반도 상에서 최초로 수립된 ‘국민국가’였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군주국을 극복한 ‘주권재민’의 나라 건설을 웅변하는 것이었다. 건국의 선포는 이념적 통일체로서의 대한민국 국민들에 의한 집단적·의식적인 행위로서 만방에 새로운 나라의 출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2022년 3월 3일 소위 검수완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절대다수당 입법독재의 적나라한 모습이다./연합

다른 한편 건국은 공산세력의 적화혁명 노선에 대항하여 전개한 자유민주투쟁의 산물이었다. 곧 ‘자유혁명’의 결과였던 것이다. 북한식 공산혁명만이 혁명인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건국은 자유민주주의자에게는 승리를, 반면에 북한공산주의자 및 남한 내 종북세력에게는 정치적 패배를 뜻하는 것이었다.

건국은 민족사적으로 볼 때 국민 절대 다수에 의한 ‘올바른 체제가치 선택’이란 정치적 의미가 있다. 건국은 최선은 아니었으나 차선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1948년 당시 전 한반도에 자유민주의 통일국가 건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인 북한공산집단 내지 사회주의 계급체제로의 편입을 피하면서, 일단 남한에서만이라도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구축한 것은 분명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는 합리적 선택’이었다고 하겠다.

대한민국이 반쪽으로 불완전하게 출발했지만, 그 대한민국에서 올바른 체제모델을, 나아가 완전통일의 원형을 만들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지난 74년 동안에 걸쳐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공적으로 달성했고, 지금은 21세기 탈국경 및 개방화 시대에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요컨대, 대한민국은 자유, 복지 및 인간존엄성을 실현하였는바, 한반도에서의 통일국가 건설은 대한민국이 주도하고 이끌어감이 당연하며, 또 이것이 역사의 순리에도 맞는 일이라고 하겠다.

전쟁기념관에 전시 중인 제헌 헌법. 사진은 첫 장이다./위키
전쟁기념관에 전시 중인 제헌 헌법. 사진은 첫 장이다./위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치의 선택 과정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정치이념(체제가치)을 채택하게 된 것은 1919년 4월 대한민국임시정부(상해 임정)가 채택한 ‘임시헌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서는 민주공화제의 채택(제1조), 만민평등 사상(제3조), 언론표현의 자유 및 재산권 등 인권 보장(제4조 및 제5조)을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이념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정식으로 수립한 제헌헌법(또는 건국헌법)에 의해 계승되었다. 제헌헌법은 전문에서 민주주의 제도 수립과 자유와 행복의 확보를 천명하는 한편, 본문에서 자유와 창의 존중(제5조), 개별적 자유와 인권 보장(제8조 내지 제28조)을 통해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음을 직·간접으로 밝혔다.

특히 제헌헌법은 이 한반도에서 국민을 주인으로 삼고 국민을 섬기는 나라(곧 국민국가)를 최초로 건설한 기본법의 역할을 하였다.

이후 1987년에 9차로 개정된 현행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념을 보다 분명히 하였다. 즉 헌법 전문과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채택·구현을 선언하였고, 국가는 인간 존엄성 및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점을 천명했다.

더불어 제8조에서 위헌정당 해산 제도를 도입하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1948년 국민국가 수립 후 지난 74년의 역사는 대한민국 안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내면화되고 심화·발전하는 기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왜곡과 굴절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으며,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그 결과 작금 우리 국민은 지난 수천 년 동안 ‘한반도 인(人)’들이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최대의 자유와 행복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체제가치를 채택한 건국의 아버지들과 국민적 동의(집단적 선택)의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찍이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자유민주주의(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그때그때의 다수 의사와 자유 및 평등에 의거한 국민의 자기결정을 토대로 하는 법치국가적 질서”라고 판시하였다. 우리 헌재 역시 이 같은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자유민주주의의 구현을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즉 헌법에서는 자유민주주의의 실천적 내용 및 구체적 작동원리로 인권 존중·보장, 국민주권의 원리, 권력분립의 원칙, 책임정치의 구현, 의회제도와 다수결의 원칙, 사법권의 독립, 법치주의(행정의 합법률성 확보), 복수정당제와 정당활동의 자유, 민주적 선거제도와 평화적인 정부 구성(정권교체 가능성 인정), 사유재산권의 보장, 시장경제질서 및 자유경쟁의 원리, 헌법보장제도(위헌정당 해산 등 헌법재판소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보장 장치) 등을 명시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완전한 무오류의 이념은 아니다. 적지 않은 모순과 문제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수많은 정치이념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장 나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 세계 여러 나라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자유민주주의를 유지·발전시키려면 무엇보다 인간존중의 풍토와 반대파의 입장을 헤아리는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자기 진영만 옳다는 아집과 독선에 빠져서는 안 된다. 다수결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다수의 횡포를 배격하고 소수파의 입장을 배려해야 한다.

법의 지배 혹은 법치(法治)의 확립 또한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다른 한편 자유민주주의는 포용과 관용의 이념을 특징으로 한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와 양립 가능한 이질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포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유민주 질서 하에서 보장되는 자유를 악용하여 자유(민주체제)를 위협할 경우, 이것마저 용납하지는 않는다.

자유민주주의는 곧 ‘방어적 민주주의’를 그 내포로 한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제도화한 ‘바이마르 헌법’ 하에서 히틀러의 나치즘이 발호한 것을 뼈저리게 반성한 결과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항시 ‘자유의 적’을 경계하고 이를 발본색원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체제안보)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는 헌법재판소, 군대, 그리고 안보수사기관(특히 국가정보원 안보수사국과 보안경찰) 등이라 할 수 있다. 관련 법제로서는 헌법재판소법, 국가보안법, 통합방위법, 통신비밀보호법, 테러방지법, 형법, 보안업무규정 등이 있다.

특히 북한이 대남혁명전략과 핵무장 노선을 견지하는 가운데 핵능력의 고도화 및 간헐적인 군사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군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군은 항시 최상의 대북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만일의 사태에 즉각 대처하는 최고도의 방위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즉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군사력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것이다. 분단국에서 안보수사기관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우리 국민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자기확신을 더 확고히 다지는 일이다.

2014년 12월 19일 통진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명령을 크게 다룬 당시 조선일보 기사.
2014년 12월 19일 통진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명령을 크게 다룬 당시 조선일보 기사.

민주시민교육 강화해야 

이를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지·긍정하고 내면화하는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고 널리 확산시켜야 한다. 더불어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범법행위의 엄단을 통해 ‘반자유’의 체제부정적 가치관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정부와 군,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정신을 이어나가는 일에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는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경우 정부의 제소로 헌법재판소 심판에 따라 해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위헌 정당 해산 제도는 우리 헌법이 다양한 이념이나 주장을 허용하지만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거나 파괴하는 세력에는 단호하게 대처, 관용하지 않겠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원칙을 구현한 것이다.

본래 방어적 민주주의 이론은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를 통해 성립되었다.

이런 법리가 등장한 배경에는, 나치(Nazi)에 의해 바이마르 공화국이 무너진 이유가 바이마르 헌법에서는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민주주의의 적들이 헌법의 약점을 파고들며 부식(腐蝕)시키고 있음에도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세력과 의지가 미약했기 때문이라는 처절한 ‘헌정사적 반성’이 담겨 있다.

현재 독일은 방어적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다양한 장치를 두고 있다. 위헌 정당 해산, 기본권 상실, 이적단체 금지·해산 등이 그런 예다. 이 중에서 우리가 처한 안보 환경, 특히 북한의 집요한 대남 혁명 전략과 종북(從北) 세력의 발호를 감안할 때 이적단체 해산 제도를 주목할 때가 됐다.

독일연방기본법은 제9조에서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그 목적이나 활동이 형법에 위배되거나 헌법적 질서 또는 국제적 상호 이해의 사상에 반하는 결사는 금지된다”고 규정함으로써 불법적 결사는 기본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1964년 제정된 결사법(일명 사회단체규제법) 제3조에 따르면, 단체의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과 형법, 국제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활동 금지나 강제 해산을 명령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경우 해당 단체의 소유 재산에 대한 압류 및 몰수 조치도 가능하다. 1993년까지 반국가·위헌 단체로 지정돼 해산된 단체는 377개에 달했다.

여기서 우리 헌법 체계에 중대한 법적 모순이 발생함을 유의해야 한다. 국가의 강력한 보호와 지원을 받는 정당은 일정한 절차에 따라 해산이 가능하지만, 국가 전복이나 변란(變亂) 목적으로 설립되고 이를 위해 공공연하게 활동한 사실을 법원이 인정해 반국가 단체나 이적단체로 확정된 시민·사회단체에 대해서는 강제 해산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적단체 구성원이 범죄를 저지르면 개인적으로 처벌받을 뿐, 소속 단체는 여전히 ‘진보적’ 시민단체인 양 행세하면서 기부금을 받아가며 버젓이 종북의 전진기지로 활동하고 있다. 실형을 선고받은 자들도 복역 후 출소해서 이적단체와 관련을 맺으며 위헌·반국가적 활동을 지속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 우리의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제 숙주를 발본색원하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는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위헌·반국가 단체를 해산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 헌법 수호에 앞장서야 한다. 더불어 법조계는 기본권 남용 방지 및 방어적 민주주의 실현 차원에서 ‘결사의 자유’ 범위와 한계에 관한 공론화를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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