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나토 정상회의와 ‘反中 한미일 공조’ 어디까지
[이슈] 나토 정상회의와 ‘反中 한미일 공조’ 어디까지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2.07.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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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한 것을 두고 국내 일각에서는 ‘나토식 핵공유’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토가 현재는 글로벌한 자유진영동맹처럼 변한 것은 맞지만 ‘나토식 핵공유’까지 도달하려면 한국이 넘어야 하는 장애물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맞서고 일본과 적극 협력해 군사동맹까지 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는 일본 국민정서의 변화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 특히 우파진영에서 나토를 한미동맹 또는 미일동맹과 비슷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토는 그렇게 간단한 동맹이 아니다. 나토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9년 서유럽 10개국과 미국, 캐나다가 소련과 그 추종국에 맞서기 위해 만들었다.

유럽에서 공산주의를 막는 장벽이었던 나토는 냉전이 끝난 뒤 1995년 보스니아 내전 개입을 시작으로 미국이 나서는 분쟁마다 뛰어들었다. 21세기 들어서는 미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지역 안정과 질서유지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에서는 러시아를, 인도양과 아시아 태평양에서는 중국의 패권주의 활동을 억지하려 노력 중이다. 알카에다나 IS 같은 국제테러조직을 제압하는 데도 미국과 함께 움직였다.

그 결과 나토는 이제 북대서양과 유럽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자유진영의 안보동맹으로 발전했다. 현재 나토 회원국은 동유럽 국가를 포함해 30개국이다. 유럽 아닌 지역 40개 나라와 파트너십(공식 명칭은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도 맺고 있다.

구체적으로 나토는 ‘평화를 위한 동반자 국가(PfP)’, ‘지중해 대화국’, ‘이스탄불 협력 이니셔티브 국가’, ‘글로벌 파트너 국가’라는 협력국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평화를 위한 동반자 국가’의 경우 러시아도 포함돼 있어 좀 애매하지만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몽골, 뉴질랜드, 호주, 이라크, 일본, 콜롬비아, 파키스탄과 함께 ‘글로벌 파트너 국가’다. 그러나 나토는 아시아 태평양에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 호주, 뉴질랜드에 대해서는 ‘AP4’라며 좀 더 나은 대우와 협력을 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2006년 나토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지난 5월에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나토 사이버방위센터에 가입했다.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맨 오른쪽)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가운데)과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 4개국 정상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맨 오른쪽)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가운데)과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 4개국 정상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

나토, 러시아·중국·북한·이란 견제 위해 아시아 태평양 접근

나토가 범지구적 자유진영 안보동맹으로 변신한 가장 큰 원인은 다국적 위협 때문이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중국의 패권주의 행태, 북한 핵개발, 이란 핵개발, 그리고 이들 네 나라로부터 일어나는 사이버 공격 등이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인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는 특히 중국, 북한이 함께 있는 아시아 태평양으로 진출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토를 이끄는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진출 가능성을 배제했다.

2016년 12월 7일 미국의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는 “중국의 패권주의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 태평양에 나토와 같은 기구를 창설한다는 구상은 실현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해리 해리스 당시 태평양사령관의 말을 전했다.

해리 해리스 사령관은 2016년 12월 3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레이건 내셔널 디펜스포럼에 참석해 “아시아판 나토 구상은 실현 가능한 해법이라 보지 않는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나토가 창설됐을 때는 소련이라는 분명한 적이 있었고 세계는 동서로 갈려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 아시아에는 소련처럼 강력하고 하나로 된 적대국이 없으며 중국도 아시아의 일부이고 미국의 경제 생활과도 밀접하기 때문에 소련에 하듯 대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또한 미국과 한·일 간의 군사협력 강화, 동남아 국가들과의 대테러 활동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충분한 다자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랬던 미국의 생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기간 동안 중국의 패권주의 문제를 강력히 비판했고, 또한 그의 집권 초기인 2017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화성-12형’부터 ‘화성-15형’까지 일련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벌이며 “미국 본토 타격”을 외치면서 미국의 이목은 대서양과 중동에서 아시아 태평양으로 쏠렸다.

여기에 2017년부터 줄줄이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와 이것이 중국·러시아의 도움으로 무력화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도 북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3년 사이에는 독일, 프랑스도 아시아 태평양,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 병력을 보내 일본 등 지역 국가들과 연합훈련을 벌이기 시작했다.

나토가 현재는 이처럼 아시아 태평양에서도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지만 이것이 아시아 태평양까지 나토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겠다거나 아시아 태평양에 나토와 같은 군사동맹을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일각에서 주장하는 ‘나토식 핵공유’ 추진이나 ‘한미일 군사동맹’을 이루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몇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첫 번째는 중국에 맞서고 일본과 협력하는, ‘반중협일’을 이뤄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8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시내 한 호텔에서 정상회의 사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8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시내 한 호텔에서 정상회의 사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방부와 외교부 당국자들은 언론에 대놓고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일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종료하기 전부터 최근까지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에는 적개심을 공공연히 드러낸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남북관계’를 이유로 우호적인 수준을 넘어 굴종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상황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뒤인 지난 3월 말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 보였다. 그는 “우리의 유일한 군사동맹은 미국”이라며 “한일 군사협력은 양국 간 신뢰 회복과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가능하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간 안보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지난해 12월 서울경제신문은 김두승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과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원장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김두승 위원은 먼저 문재인 정부가 집권 기간 펼친 ‘안미경중’식 정책 기조와 반일 정책, 그리고 일본의 대중국 정책이 미국에 동아시아에 대한 실망감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지난해 호주, 영국과 함께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킨 이유가 한미일 안보체제에 대한 실망감 때문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김두승 위원은 그러면서 “미국에 한일관계는 단순한 양국관계가 아니라 한미일 3자협력의 틀 안에서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관계를 양국관계로만 보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은 한미일 동맹의 큰 체제로 보고 움직인다”면서 “한일 협력을 개선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한미일 동맹을 굳건히 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휘락 원장은 ‘나토식 핵공유’ 또한 일본을 빼고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나토 ‘핵공유’는 미국이 특정국가와 1대1로 핵무기를 공유하는 게 아니다. 나토의 관리 아래 여러 회원국과 핵무기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한국이 미국에 한반도에 대해서만 ‘나토식 핵공유’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해도 미국은 ‘나토’에서처럼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까지 묶어서 ‘핵공유’를 고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군사적 동맹까지 가야 하는 ‘반중협일’ 가능한가

그리고 이런 ‘다자간 핵공유’를 하려면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한일관계 강화와 중국에 대한 단호한 태도와 정책기조 유지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다면 ‘나토식 핵공유’는커녕 ‘한미일 군사동맹’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문제, 일본이 핵공유에 참여할지 문제도 현실적으로 넘어서기 어려운 장애물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격을 받은 것을 두고 아직도 스스로를 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라고 생각한 일본 국민정서에서 핵무기를 일본에 배치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 24일 일본 내에서는 ‘나토식 핵공유’가 화제가 됐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핵공유’ 주장을 펼치자 집권당인 자민당 내에서부터 ‘핵공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한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의 수장인 아베 전 총리가 ‘핵공유’ 논의를 제기하자 이야기가 급물살을 탔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은 “비핵 3원칙의 하나인 ‘핵무기를 반입하지 않겠다’는 데 대해 예외를 둘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도 “검증 없이 비핵 3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도 유사시 핵무기를 사용할지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구조라면 ‘비핵 3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후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는 3월 16일 이와마 요코 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교수 등 안보 전문가를 초청해 핵공유를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당시 산케이신문은 “회의에 참석한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일부 나토 회원국과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일본과 ‘나토식 핵공유’를 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당시 아사히 신문과 인터뷰를 한 제임스 쇼프 전 美국방부 동아시아 정책담당 수석 고문은 “워싱턴에서 (미일의 핵공유를)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극소수파일 것”이라며 “특히 (바이든) 정부 내에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미 일본에 제공하는 핵우산이 막강하고, 현재의 핵무기는 사거리가 길고 속도도 빨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수준이며 나토식으로 일본에 핵무기를 배치하려면 그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다는 게 쇼프 전 고문의 지적이었다.

北 도발 옹호하는 중국

이들 두 가지 장애물에 앞서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바로 중국 문제다. 중국은 이제 노골적으로 동아시아 지역 패권자 행세를 하고 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중국 외교부는 지난 23일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와 국민은 군사 집단을 끌어들여 분열과 대항을 선동하는 어떤 언행에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즉 중국의 뜻이 아시아의 뜻이라는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아시아 태평양은 북대서양이 아니다”며 한국과 일본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나토를 맹비난했다. 왕 대변인은 “나토는 이미 유럽을 어지럽혔는데 또 아시아 태평양과 세계를 어지럽히지 말라”는 주장을 폈다.

중국은 앞서도 동지나해와 남지나해 공해상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현장을 단속하기 위해 나토 회원국 군함과 항공기가 파견되는 것을 두고 비난을 일삼았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옹호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비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3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해 미국 주도로 새로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하려 했을 때 러시아와 함께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중국이 만약 미국의 허락 아래 한국과 일본, 여기에 더해 호주, 뉴질랜드까지 묶은 아시아 태평양 핵공유 체제를 구축하면 과연 가만히 있을까.

중국의 패권주의 행태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위협이 떠오르자 미국 일각에서도 아시아 태평양, 특히 한국과 일본과의 핵공유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2019년 7월 美국방대학이 내놓은 보고서다.

美국방대학은 2019년 7월 25일 ‘21세기 핵 억제력: 2018 핵태세 검토보고서의 작전 운용화’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한국, 일본 등 특별한 아시아 협력국과 비전략적 핵능력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핵무기 소유권을 유지하고 핵협정 체결국은 비확산조약(NPT)을 준수해 핵소유는 하지 않으면서 한편으로 미국 핵무기 사용 권한을 공유함으로써 대북억지효과를 얻고 또한 북한을 억제하라고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한국과 일본의 경우 정치·군사적으로 제한된 요소를 고려해 유사시 동맹국이 미국의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이른바 ‘나토식 핵공유’를 그대로 모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북한의 약점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숫자와 핵무기 발사 가능지역이 제한되는 것이라며 “미국은 김정은 정권을 향해 북한의 핵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요격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명백히 과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숫자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한국과 일본 등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을 참고하면 한국이 최초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고 ‘나토식 핵공유’를 상상하기에 앞서 현실적인 상황과 장애물을 먼저 파악하고 여기에 맞춰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면 美국방대학이 제안한 것과 같은 ‘태평양 핵공유’를 현실로 만드는 데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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