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집행 지휘한 검사, 사형제를 말하다
사형집행 지휘한 검사, 사형제를 말하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2.08.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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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방은 변호사

사형제는 과연 유용한 형벌인가? 지난달 중순 사형제가 12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올랐다. 1996년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합헌, 2010년 5(합헌) 대 4(위헌) 합헌 결정이 나온 뒤 세 번째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존속살해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은 윤OO 씨를 청구인으로 2019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가 지난달 14일 오후 2시 공개변론을 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을 기반으로 한 형벌원칙과 극악한 살인자라 할지라도 인간의 목숨을 함부로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천부인권론을 앞세운 사형제 폐지론, 어느 쪽이 헌법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3번째 판단은 진행 중이다.

<미래한국>은 서울대 공대 출신 법조인 채방은 변호사와 인터뷰를 통해 “사형 집행이야말로 진정한 인도주의”이라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법무법인 한덕 소속의 채 변호사(서울공대 기계공학과 졸, 법학박사)는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장, 서울지방검찰청 특수3부장, 강력부장 검사로 검찰에서 25년을 보내고 1998년에 퇴직했다. 상명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엘트웰민초장학재단 이사장,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으로 활동 중이다.

- 검사 초임 시절 사형 집행을 직접 목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사형수와 직접 이야기도 나누시고요. 어떤 경험이었습니까?

그때가 1974년 2월 27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서울 서대문 형무소 서울구치소에서 사형 집행 지휘를 제가 맡게 되었어요. 법무부 장관이 사형이 확정된 사람에 사형 집행 명령을 하면 검사가 사형 집행 지휘를 하게 돼 있습니다.

사형 집행은 사실 다들 기피하는 업무이다 보니 보통 관할 검찰청 막내 검사가 맡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다른 검사들이 하기 싫어하는 업무이니 관할청에 오는 신임 검사에 던져줘도 핑계를 대지 못하니까요. 제가 당시 서울지방검찰청 막내 검사였기 때문에 맡게 되었고, 저와 연수원 동기인 다른 신임 검사와 둘이 사형 집행 업무를 맡아 지휘하게 되었지요.

그때 법무부에서 죄수 11명에 대해 사형 집행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제가 2월 27일 5명에 대해 집행을 지휘하고 다른 검사가 다음 날인 28일 6명을 지휘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속했던 서울지방검찰청은 지금 덕수궁 옆 서울시청 별관을 쓰고 있어서 서대문 형무소 서울구치소와 가까웠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 사형 집행 지휘를 하게 된 것입니다.

- 검사가 사형 집행 지휘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어떤 업무를 하게 되는 것인지요?

검사는 사형 집행 현장에 가서 교도관이 사형수를 데리고 오면 그 사람이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고 어떤 범죄로 어떤 재판을 받아 오늘 사형을 당하게 됐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 사형수가 하고 싶은 말을 들어줍니다.

- 확인 업무에는 시신 확인 작업도 있습니까?

교수형이 어떤 것인지 아시겠지만 검사가 현장에서 사형수 확인을 끝내고 사형을 집행하라고 지시하면 교도관은 바닥에 늘어져 있는 밧줄을 들어 사형수 목에 매고 얼굴에 두건을 씌우고 아래 페달을 누릅니다.

그럼 바닥이 꺼지면서 아래로 뚝 떨어집니다. 그 밑에는 이 사형수가 정말 죽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의사가 미리 대기하고 있어요. 의사가 최종 사망 확인을 하고 알려줍니다. 그러면 다음 사형수 집행이 이뤄지고요, 그렇게 차례로 진행됩니다.

다섯 명의 사형수들을 만났던 특별한 경험

- 변호사님이 그때 집행했던 다섯 명의 사형수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형수가 있습니까?

다섯 명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는 생각납니다. 사형 집행하는 날 구치소에 가서 사형수들의 판결문을 읽어봤습니다. 내가 사형 지휘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당연히 궁금하니까요. 다섯 명 중 네 사람이 살인범이었습니다.

살인범 중에서도 아주 흉악한 살인범들이었어요. 우발적 살인을 저질렀다거나 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에게는 웬만하면 사형 선고를 안 합니다.

여러 사람을 죽인다든가 하는 강력범일 경우가 많지요. 제가 집행한 사람 중 한 사람은 일가족 전체를 살인한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은 강도 하다 살인까지 저지른 사람, 또 다른 사람은 강간하고 살인까지 한 사람이었습니다.

살인범이 아닌 사형수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북한에서 남파됐던 간첩이었습니다. 간첩행위를 하다 잡혔는데 전향하지 않고 버티다 사형 선고를 받게 된 사람이었지요.

- 그 사형수들은 어떤 얘기들을 하던가요?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남기던가요?

사형 집행을 할 때 검사가 앉아 있고 그 옆에 구치소장이 앉아 있습니다. 또 검사 옆에 서기, 구치소 보안과장이 앉아 있고 교도관들 여럿이 지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형수들이 마지막 순간 난동을 부릴 염려도 있으니까요. 또 옆방에는 목사 한 분을 모십니다.

사형수 중에 기도해 달라는 사람도 있지 않겠어요? 저는 처음에 걱정했습니다. 범죄 사실이 흉악하니 사람들도 험하게 생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사람들이 혹시 반항하거나 자신의 죄를 부정하고 억울하다고 뒹굴거나 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요.

남파 간첩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경우와 다르니 제외하고요 네 사람의 사형수 얼굴을 보는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모두 평범하거나 온순하게 생겼더군요. ‘저런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끔찍하게 죽였을까?’ 모두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냥 마음에 없는 가식적인 반성이 아니라 진심으로 참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그 사람들이 저에게 가식적이거나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이유가 없지요. 제게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하여 저렇게 딴 사람들이 되어 있는가, 어떤 면에서 보면 마치 성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한 사람만 그런 게 아니고 모두에게서 본 공통적인 모습이었어요.

그 네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사형 선고를 받은 후 모두 기독교에 귀의해 기독교 신자가 되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크게 뉘우치고 선량한 사람으로 거듭난 어떤 큰 동기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형수들이 목사님 기도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목사님을 모셔와 기도 받도록 해줬는데 그중 한 사람은 자신은 기도를 받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목사님 기도를 받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사죄하고 참회하기 때문에 기도 받을 필요도 없이 자신은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됐다는 뜻이었습니다.

제가 그 모습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사형 집행 지휘를 다 끝내고나니 어떤 회의감이 몰려오더군요.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치고 새사람이 된 사람을 목을 매달아 죽이는 사형 집행이 꼭 필요한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제 머릿속에 한동안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 그렇군요.

저와 같이 다음날 6명 사형 집행 지휘를 했던 다른 검사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더군요. 그 검사의 경우도 남파 간첩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명의 흉악 범죄를 저지른 사형수들이 아주 선량하고 새로운 사람이 돼 있더라는 겁니다.

저는 처음에는 사형제도가 정말 필요한지 회의감이 들었다가 곧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험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어떤 계기로 새사람들이 되었을까. 제 결론은 그 사람들은 사형 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새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죄수들은 사형 선고를 받으면 모든 생각이 멈추고 모든 희망이 사라져 버립니다. 그 과정에서 종교도 큰 역할을 했겠지요. 목사님, 신부님, 스님 이런 종교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록 지금은 희망이 없지만 자기가 죽은 후 다음 생에 대한 희망을 갖거나 내세를 기약하거나 하는 식으로 딴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변호사님은 사형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신데 현재도 같은 생각이신지요?

그렇습니다. 사람은 살다 보면 여러 죄를 저지를 수 있지만 세상에는 단순히 징역을 사는 것만 가지고는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가 있다는 겁니다.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하는데 본인이 아무리 참회한다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있으니 그런 사람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형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회 정의를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피해자를 생각해야 합니다.

또 인도적 차원의 주장이나 생명권 존중, 인간의 존엄성 차원에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지만 세상에는 자기 목숨을 바치지 않는 한 용서 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과 일반 범죄자들과의 행형제도(行刑制度) 목적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징역으로 끝날 수 있는 사람은 교도소에 수감하고 충분히 교화해 새로운 사람이 돼 사회로 돌아오도록 해주는 것이 행형의 목적이고 흉악범죄자에는 사형 선고를 해 참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겁니다.

저는 사형 선고를 하지 않고 무기징역 정도로 선고해서는 참회할 인간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에게 참회할 기회를 주고 맑고 깨끗한 성자 같은 마음을 갖도록 다시 태어날 기회를 주고 그 상태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오히려 그 사람에게 더 인도적이고 사람으로서 존엄성을 살려주는 것이라는 겁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사형제 존치가 폐지보다 앞선다.
여론조사에서는 사형제 존치가 폐지보다 앞선다.

피해자 인권 외면하고 옛 사고에 갇힌 사형제 폐지 주장

-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사형제가 범죄율을 낮추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사형제의 실질 효과가 없으니 폐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더군요.

사형제와 범죄율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실증한다는 게 참 어렵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의 경우 형을 많이 올린다거나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알콜 농도가 일정 이상이면 구속한다고 했을 때 실제 범죄 비율이 떨어졌습니다.

말하자면 단순 범죄에 대해서는 그런 예측이 가능하지만 사형할 만한 범죄의 경우 총체적인 범죄로 봐서는 상당히 적은 비율이기 때문에 그것을 갖고 어떤 유의미한 통계 수치를 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살인할 마음을 갖고 있던 사람이 사형제가 있다는 것 때문에 마음을 돌렸느냐 하는 것은 조사하기 어렵고 모순이 있다, 증명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여론조사를 하면 사형 집행을 원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런데도 집행은 하지 않고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제사회를 너무 의식한 것일까요?

우리나라가 인권 국가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 싶고 또 현재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어서 사형제를 실시하면 국제적인 위상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형제 폐지를 전부터 주장해 온 사람들의 많은 주장은 첫째, 오판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법의 잘못으로 사형당할 경우 나중에 진범이 나온다거나 범인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어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사형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게 옛날부터 주로 펼쳐온 논리였습니다.

둘째, 사형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사형제를 악용해 반대파를 억압한 사례가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옛날에는 사형을 당한 이후 진범이 아닌 사실이 밝혀진 사례를 모은 책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과거 사형 판결이 오판 투성이었던 것처럼 생각될 때도 있는데 사실은 그 부분은 극히 적은 부분입니다. 물론 수적으로 미미하다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지요.

옛날에는 주로 그런 이유 등을 들어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지만 지금은 옛날과 다릅니다. 과거와 달리 수사 기술과 과학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오판 가능성은 크게 줄었습니다.

오판을 근거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과거에는 주로 목격자나 비과학적인 것들을 갖고 판단하던 시절이었고 첨단 과학기술과 과학적 수사법이 발전한 현대에서 오판의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차원에서 사형제가 악용됐다는 주장도 과거 역사적으로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도 생각되지만 현대 민주사회에는 사형을 그런 식으로 악용한다는 것은 국민이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문제를 꼭 방지해야 하겠다면 관련 법을 정비하면 되는 것이고요. 이런 문제들을 제외하고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나라 인권 의식, 인권 수준이 세계 최상위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주장은 피해자 인권은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 변호사님 좋은 말씀을 들었는데 혹시 마지막 어떤 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현재 사형을 선고 받았지만 집행이 안 된 채 수감 생활하는 사형수가 전국에 59명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오래된 사람이 1993년 사형이 확정돼 지금까지 29년간 그 상태로 수감돼 있습니다. 그런데 사형은 징역과 달라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감돼 있더라도 일을 시키는 게 아닙니다.

징역은 교정시설에 수용해 노역시키는 것이고 사형은 노역을 시키는 게 아니거든요. 사형수가 교도소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것은 사형을 시킬 때까지 그냥 신병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말입니다.

판사가 사형 선고를 하는 경우는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판사인들 개인적으로 사형 선고를 좋아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사형제야말로 인도적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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