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혼돈의 정국 해법은…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겸손의 리더십 기대” 
[인터뷰] 혼돈의 정국 해법은…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겸손의 리더십 기대” 
  • 인터뷰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2.09.14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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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국민의힘 상임고문

혼돈의 정국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00일도 안 돼 여야 정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28일 이재명 당대표를 선출함으로써 어느 정도 수습된 듯 하지만 이 신임 대표에 대한 여러 범죄 혐의 조사가 초대형 뇌관으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출범에 대해 이준석 당대표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한 것이 법원에서 인용돼 ‘진짜 비상 상황’을 맞았다. <미래한국>이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 등 당의 주요 직책을 맡아 대선 등 많은 선거를 성공적으로 지휘해온 황우여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만나 현 정국의 진단과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 8월말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신임 이재명 당대표를 중심으로 결속되는 형국이고 국민의힘은 분열로 혼란스럽습니다. 현 정국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민주당은 그들만의 철학이 있고 나름대로 집안 조직이 잘 되어 있습니다. 정당은 공동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철학을 공유해야 구심점이 형성될 수 있는데 그 점에서 우리가 약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당의 문제를 피상적으로 보면 얽히고 설키고 충돌하는 모양으로 비칩니다. 구심력이 약하다는 것으로 귀결되죠. 이럴 때는 자꾸 논리를 펼치고 논쟁을 하게 됩니다. 

우리 당은 공화당 때부터 흘러왔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정치스펙트럼을 갖고 모여 있어요. 당이 일종의 ‘샐러드 볼(salad bawl)’이 되느냐 아니면 ‘멜팅 폿(melting pot)’이 되느냐 하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어떻게 조율해서 맛을 맛있게 내느냐 하는 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이것이 약해지면 논쟁이 되고 법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법을 적용하면 형식논리가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동지애가 형성되지 않게 되죠. 

구심력 약한 국민의힘, ‘샐러드 볼’이냐 ‘멜팅 폿’이냐 

- 구심력이라는 차원에서 지도부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 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카리스마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반대로 온유하고 겸손한 것이 더 강하다고 봅니다. 과시되는 힘이나 강제성은 그 존속기간이 짧습니다. 진정한 카리스마는 외형적 힘보다 설득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설득하려면 가치에 대한 철학적 확신,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있어야 합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사랑하는 부부 사이와 이혼 법정에 선 부부 사이의 말은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 당의 위기는 그런 측면에서 정신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준석 대표 사태가 법원가처분 판결이 논쟁인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당이 비상 상태냐 위기냐 하는 것은 정당에서 판단하는 것이 맞지요. 판사가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판사가 정당을 이끌어가면 말이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과거에는 정당이나 교회의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기본적 태도였습니다. 예를 든다면 교황청의 판단에 대해서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금기시했지요. 같은 논리입니다.  요새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을 자꾸 법적으로 몰고 가고, 사법적 판단에 맡기면서 거기에 의존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라고 봅니다. 정치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 국민의힘에 대한 가처분신청이 인용되자 권성동 대표가 잘못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일부는 이준석 전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원론적으로 얘기하면 이준석 대표 스스로가 해결해야 했죠. 지금 문제가 이 지경까지 와버렸는데 안타까운 면이 있습니다. 당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했는데 아쉬운 것이죠. 이준석 전 대표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면 이준석 대표 주변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나 같이 움직이는 사람들을 통해서라도 해결 방법을 찾았어야 합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죠. 이것을 풀어가는 것이 바로 정치력이고 정치는 정치로 푸는 과정인 겁니다. 

 - 국민의힘의 경우 새 비대위 구축-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유지 의총 결의사항을 일부 당 중진들이 비판하며 나서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제가 당대표 하던 때는 최고회의나 당대표 회의에서 가볍게 농담하는 식으로 끝났습니다. 대신 사전에 많은 토의와 교섭을 거치면서 막후에서 합의를 사실상 이끌어냈습니다. 사전에 그만큼 조율 작업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회의를 했습니다.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회의도 필요하지만 사전 정지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전에 조율과 공감대 형성조차 하지 않고 그냥 공식 회의를 통해서 결론을 내버리면 당연히 부작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한두 번 정도야 어떻게 한다 해도 계속 그렇게 갈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법원은 정당 내부 문제에 판단 유보해야    

- 윤석열 대통령은 여야 협치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하는지, 아니면 전 정권 적폐와 대장동, 옵티머스처럼 권력형 부패에 대해 정의 구현을 해야 하는지요.

이것도 사실 사법부 소관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일정 거리를 둬야 합니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하듯이 하면 안 되죠. 사법 처리는 증거와 수사절차에 의해 처리하면 됩니다. 야야 관계도 정치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한 편에 서서 일을 하면 말이 많아지고 시끄러워질 겁니다. 대통령은 국가 전반에 걸친 국정을 이끌어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입니다. 나라를 잘 이끌어 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순리에 따라 처리하지 않으면 과거 정권처럼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사실 그쪽 당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알아서 잘 하겠죠. 우리 당이 문제 아니겠습니까? 

- 세간에서는 사법부가 매우 좌편향되어 있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판결에 따라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성향이 그러하니까요. 그러한 비판도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인위적으로 하면 저쪽에서는 또 우파 편향이라고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사법은 좌우가 없어야 합니다.

좌파가 그렇게 했다고 해서 우파도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우파는 올바르게 하는 게 우파입니다. 옛날 가인 김병로 선생이 말한 그런 사법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법부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좌파를 쫓아내는 데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것을 누군가가 해줘야 하는데 그것을 우파가 하면 우파가 옳은 것이 되는 겁니다. 

- 한국 정당정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선당후사라고 하는데 당보다도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선국후당을 해야 합니다. 또 더 나아가 백성, 국민을 우선하는 선민후국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국가주의로 흘러가서는 안 되겠죠. 이런 과정을 거쳐 정치가 발전해 나가는 겁니다. 당 리더들도 명령하려 하면 안 됩니다. 온유와 겸손한 자세로 해야 합니다. 

- 분권 개헌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우리나라를 자유민주공화국이라고 하죠. 자유 측면에서는 우리가 만끽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죠. 민주 측면도 민주적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문제는 공화 측면입니다. 공화의 반대는 군주제입니다. 이 부분에서 충돌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은연중에 ‘가신’이라는 말을 씁니다. 또 ‘주군’이라는 말도 쓰지요. 이런 공화에 아주 적대적인 개념들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이것을 청산해야 합니다. 

공화국이라는 것은 오직 국민만 있는 나라입니다. 공화의 구체적인 구현은 영국의 전통적인 내각제가 합당하다고 봅니다. 왕은 상징적인 것이고 국민 각자가 왕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내각제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공화제가 제대로 되려면 철저하게 대통령의 권한이 제한되어야 합니다. 내각제의 총리는 다수당의 당수를 겸하기 때문에 국가와 행정부가 하나가 되어 강력합니다.

장기 집권이 가능합니다. 독일 메르켈도 16년을 했잖아요. 우리 대통령은 임기제라서 5년만 하면 무조건 바꿉니다. 그러다 보니 나쁜 사람이 돼도 5년은 참아야 합니다. 그리고 국회가 약해집니다.

대통령이나 장관 하려 하기 때문이죠. 내각제가 되면 국회의원이 돼야 장관을 할 수 있으므로 국회 권한이 강화됩니다. 어떻든 양쪽 다 장단점이 있는데 현재 우리 대통령제하에서 내각제 요소를 좀 더 가미하려면 책임총리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개헌하게 된다면 공화에 좀 더 가까이 가야 합니다. 대통령 중임제로 자꾸 가려 하는데 사실 대통령제는 왕정의 또 다른 형식입니다. 그러면 공화와는 안 맞기 때문에 대통령의 말로가 계속 안 좋게 되는 것이죠. 

2021년 5월 28일 당시 황우여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당대표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1년 5월 28일 당시 황우여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당대표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자유와 민주는 있는데 공화가 없다- 대통령제의 함정 

- 대표님 로펌 사무실이 인천 송도 국제지구에 있는데 보통 변호사 사무실은 법원과 가까운 쪽에 두는데 어떤 사연이 있습니까.

인천 송도가 제 지역구입니다. 변호사라는 것이 법적 소송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변호사는 법을 배운 사람인데 법이라는 것은 법적 안정성, 효율성, 예측 가능성이 목적이자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사법, 입법, 행정 전체를 아울러야 합니다.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모든 것이 법적 문제입니다. 

송도에 애착이 많습니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인천 송도를 국제적 허브로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인천공항까지 불과 20분밖에 안 걸립니다. 이곳은 원래 바다였습니다. 신도시를 만드는 데 비즈니스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송도 국제업무지구를 국제적인 바이오 분야 허브로 만들었습니다. 바이오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주요 제약회사들이 인천 송도로 들어왔습니다. 교육 측면에서도 인천시립대를 국립대로 해서 인천 송도로 유치했습니다. 

- 끝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은.
정치는 적어도 세수 네수 뒤를 봐야 합니다. 이준석 대표가 물러날 때 저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당대표의 부담을 권성동 원내대표가 다 떠안아야 합니다. 지금 또 권 대표를 물러나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일종의 순망치한이죠. 

이준석 대표가 문제가 많다고 얘기를 할 때 제가 그렇게 건의를 했어요. 그 사람 성격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고. 그러면서 ‘제2, 제3의 이준석’을 키우라고 했어요. 이준석과 같은 사람을 키우라는 것이 아니라 젊은 이준석과 경쟁이나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젊은 정치인을 키우라는 겁니다. 그들 사이에 선의의 경쟁을 하게 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정치는 정치로 풀어가야 하는데, 한가지 더 말씀드린다면 기도하는 정치인들이 필요합니다. 이런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는 기도하는 정치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여야 함께 모여 기도했습니다. 그러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당이 어려울 때 당내 크리스천이 모여 기도하는 겁니다. 그 자체가 하나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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