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북정책 진단Ⅱ] ‘담대한 구상’의 성공 요건 
[윤석열 대북정책 진단Ⅱ] ‘담대한 구상’의 성공 요건 
  •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승인 2022.09.15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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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핵화는 한국의 핵심적인 안보 목표였다. 강압, 대화, 협상, 중개 등 해보지 않은 조치가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6자회담, 3자회담, 양자회담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었지만 결국 이 목표의 근처에조차 가는 경우는 없었다. 심지어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조차 의미 있는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가능한가? 가능한 경우의 수는 크게 2가지이다. 집권세력이 스스로 내려놓든가 남들이 내려놓도록 만드는 것이다. 북한은 전자가 불가능함을 여러 차례 밝혔다. 김정은의 모든 연설 하나하나가 비핵화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역설해오고 있다. 트럼프와 대화하던 시기조차 북한은 핵탄두 개발은 물론 투발수단까지 심화시켜왔다.

남들이 핵을 내려놓도록 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우선 북한 내의 다른 정치세력에 의한 정권교체이다. 그러나 북한 내에서 김정은 정권을 전복할 만한 새로운 정치대안세력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음은 외부에 의한 인위적 정권교체이다. 이는 하이브리드전에서부터 전면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예상할 수 있지만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것은 역사가 입증한다. 그렇다면 시작점은 어디인가?

북한이 오판하지 못하도록 확고한 동맹 의지와 군비 증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사진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다시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에서 한미장병이 악수하는 모습./육군제공
북한이 오판하지 못하도록 확고한 동맹 의지와 군비 증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사진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다시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에서 한미장병이 악수하는 모습./육군제공

보수-진보 정부의 동일했던 남북관계 악화, 윤석열 정부에서는?   

현 정부는 보수 정부이다. 보수 정부를 대하는 북한의 태도는 늘 공격적이었다. 이에 대해 당연히 정부도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해야 했다. 불신과 대결의 악순환이 계속 되어 온 셈이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에서도 초기의 과도한 기대와는 달리 남북관계는 심각한 파탄을 맞이했다.

남한 진보가 자신들의 편이 아니며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만 기여하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에 대한 담대한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새 정부의 원칙을 밝힌 것이다. 담대한 계획은 초기에는 경제적 측면 만을 강조한 것으로 비춰졌다. 그 결과 북한이 선비핵화와 개방에 나서면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정책과 유사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북한도 ‘휴짓조각된 이명박 정책’이라며 같은 평가를 내렸다.

‘담대한 구상’으로 구체화된 새로운 비핵화정책에서 그 형태는 명확해졌다.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경우 초기 협상 과정에서부터 경제지원조치를 적극 시행해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경제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선비핵화만을 강조해왔던 보수적 비핵화정책과는 달리 비핵화와 경제협력조치가 단계적으로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무장 의지는 너무도 강력하므로 북한을 협상으로 끌어내기에는 부족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담대한 구상에서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첫째, 대한민국의 비핵화 협상 주도이다. 미국에 비핵화 협상을 맡겼던 전 정권과는 달리 대한민국이 주도적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서 경제지원 등 북한에 필요한 조치들을 한국이 직접 챙기겠다는 점이다. 둘째, 비핵화 합의의 포괄적 접근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어려운 상태에서 부분적 합의를 해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되 비핵화 원칙은 챙기겠다는 것이다. 셋째,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에 중점을 둔 비핵화 접근이다. 북한의 전술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핵무장 강화나 군비 대결을 추구하지 않고 대화와 협상을 원칙으로 임하겠다는 점이다.

사실 현재 북한이 담대한 구상에 참여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현재로서는 핵을 유지할 때 얻는 이익이 포기했을 때의 인센티브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행동 방향은 북한이 비핵화로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치우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여 북한이 비핵화조치를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린다는 기존의 공식으로 회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담대한 구상이 될 수 없다. 북한으로부터 담대하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한국과 미국의 큰 양보가 필요하다. 북한이 핵을 유지하여 얻는 최대의 이익은 체제 보장이다. 한미 양국이 적극적인 체제 보장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소극적인 조치는 취해야 한다.

이행능력, 신뢰구축, 정교한 메시지가 관건   

그 시작은 바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무력에 의한 통일, 북한의 경제적 예속, 사회문화적 침투에 의한 체제 붕괴를 모두 추구하지 않는 것이 이러한 원칙이 된다. 즉 남북간의 체제경쟁이 아니라 체제공존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즉 대한민국이 통일을 북한에 내세우지 않고 한국은 한국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가치와 체제를 가져가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을, 북한은 한국을 뒤에서 흔드는 전략을 취하지 않아야 한다. 최소한 내 판을 뒤엎을 상대는 아니라는 확신이 있을 때 비핵화 협상도 순항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때의 방안은 더욱 더 담대해야 한다. 비핵화는 목표이지만 중단기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핵대응 능력에 더 과감히 투자할 것이라는 선언이 핵심이다. 특히 이 선언에는 한미 양국이 뜻을 같이 해야 한다. 마치 미국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SDI(전략방위구상)처럼 북한이 과도한 핵무장으로 경제를 지켜내기 어려울 정도의 적극적인 군비 경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이러한 담대한 군비 증강의 선언은 뒤로 가면 갈수록 북한에 뼈아픈 것이 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담대한 구상의 이행 능력, 신뢰성, 그리고 메시지가 중요하다. 능력과 신뢰성은 얼마만큼 정책을 정교하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메시지는 남북한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조차 담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너무도 담대하여 북한을 은근히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조차 함부로 북한 편을 들지 못할 정도여야 한다.

결국은 비핵화에 앞서 신뢰관계 구축이 우선이다. 신뢰가 없이는 비핵화는 커녕 대화조차 불가능하다. 신뢰란 무조건 믿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믿되 검증하는 철저한 체계를 갖춰놓고 상벌을 분명히 하여 사안별로 대응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경제를 빌미로 스스로 북한을 무너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북한에 들기 시작할 때가 비핵화 협상의 시작점이다. 

2022 한반도국제평화포럼 세션 토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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