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북핵  대응 능력 위해 북한 변화 유도 필요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북핵  대응 능력 위해 북한 변화 유도 필요    
  • 차두현  외교안보센터 수석연구위원
  • 승인 2022.09.1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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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5월 10일의 취임사를 통해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 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도 ‘북한 비핵화 추진,’ ‘남북관계 정상화, 국민과 함께 하는 통일준비,’ ‘남북간 인도적 문제 해결 도모’ 등이 제시됨으로써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를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결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제 궤도에 올려놓는 과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2022년 들어 북한은 6월 28일을 기준으로 19차례의 탄도미사일 및 방사포 발사를 단행했고, 3월 24일에는 대륙간탄도탄(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5월 23일) ‘화성-17형’을 발사함으로써 스스로 약속한 모라토리엄(발사유예)을 깨는 등 무력 시위를 강화하고 있다.

4월 25일의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기념 연설을 통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이 핵 선제공격 가능성까지를 시사한 만큼, 윤석열 정부로서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와 함께 최종적 비핵화 이전까지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할 구체적 수단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 대한 몰입으로 동맹관계에서 적지 않은 불안요소들을 만들어왔다면, 이제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한다. 5월 21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은 핵으로 억제한다”는 공감대 하에 확장억제를 위해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능력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미국의 공약 강화가 명시되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 역시 표명했다. 이는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강경책과 온건책 양면 모두에 있어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전폭 지지하겠다는 의사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전히 핵무기와 1인 독재체제에 집착하는 북한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이다. 대화의 길을 열어놓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점점 더 부담이 되는 여건을 만들어가야 하며, 중국과 러시아 등의 북한에 대한 우회적 지원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적 명분 축적과 제재이행 협력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우리의 체제 정체성을 반영하는 정책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식량·인프라·보건·금융 등 획기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사진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 모습.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식량·인프라·보건·금융 등 획기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사진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 모습.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반면교사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의 대북정책이 남긴 가장 큰 반면교사는 북한의 ‘전략적 결단’에 의존하고 평양의 호의를 기대한 정책이 결국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와 함께 남북한 관계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북한에 끌려가는 구도를 낳았다는 점이다.

2019년 이후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와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KN-24(북한판 ATACMS) 등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전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2021년부터는 극초음속 미사일(HGV, Hypersonic Glide Vehicle), ‘북극성-3형’ 및 ‘북극성-4형’ 등 새로운 탄도미사일 기술을 선보였으며, 2020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화성-17형’ 미사일을 2022년 들어 실제로 발사했다.

이러한 무기체계의 개발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은 2018년 ‘경제와 핵의 병진노선’ 중단을 선언하고 핵과 미사일 실험의 모라토리엄(발사 유예)을 선포한 이후에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해왔을 가능성이 크다. 즉, 북한의 태도나 정책 변화의 선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의 실질적 검증이 없는 일방적인 신뢰로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 없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북한은 이렇게 고도화된 핵 능력을 바탕으로 수시로 우위를 확인하려는 행태를 보였다. 2017년의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평양은 최소한 전략적 능력에 관한 한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가지게 된 것으로 판단되는데, 남북관계의 주도권은 자신들이 쥐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단절되었다고 해도 평양이 원하면 언제든 복원할 수 있다는 인식이 고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수시로 “겁 먹은 개”(2020.3.3,  김여정),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할 노릇”(2020.8.16, 조평통 대변인) 등 우리의 국격을 모독하는 발언을 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이 “(북한은) 발전된 나라에 비해 초라”하다는, 스스로를 낮춘 표현을 하기는 하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2018년 남북대화 활성화 기간에 한정되었고, 이는 한국을 통해 북한이 미북관계 개선이나 제재 해제 등 원하는 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한 제스처였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김정은의 이러한 발언은 북한 매체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남북대화와 화해협력에 집착한 문재인 정부의 북한 도발 및 우리 국격 훼손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은 결국 우리 정체성과 이익에 대한 희생으로 나타났다. 2019년 11월 동료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탈북선원 2명에 대한 강제송환은 그 대표적 사례의 하나이다. 

2020년 6월 우리가 건설비용을 부담한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폭파되었는 데도 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묻지 못했으며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피살된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 통일전선부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한 간접적 사과가 있었을 뿐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규정한 2020년 12월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역시 표현의 자유 제한에 대한 국내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북전단 관련 반발을 고려하여 일방 처리되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대북 화해협력에 중심을 둔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북한 비핵화를 지향한 남북한 및 미북 간의 정상외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정보공유나 조율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과대포장, 대북제재 조기 해제 등을 둘러싼 한미간 이견은 상호 불신의 근원이 되었다. 

2017년 11월 북한이 ‘화성-15’호를 발사함으로써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능력을 시위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위협보다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에 더 방점을 뒀다.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출판된 ‘국방백서’에서도 북한을 적으로 명시한 표현의 삭제 등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평가는 모호하게 유지되었다.

대북정책은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나 여론 수렴이 필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小그룹정책결정(small group decision)과 일방적 홍보가 주를 이뤘으며, 이로 인해 대북 인식에 대한 정부와 일반 국민과의 괴리, 그리고 한국 사회 내의 남남갈등(南南葛藤)은 더 증폭되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21년 10월 발표한 ‘2021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3%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 북한의 핵무기가 우리 안보에 위협이라는 인식은 82.9%였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89.1%나 됐다. 2021년 하반기는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던 시기로, 안보 문제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인식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존중이라는 우리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정책을 추진토록 해야 한다. 기존의 대북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의 입장을 지나치게 고려하려 했던 데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이 공개한 핵탄두 사진. 국제안보 전문 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의 수가 지난해보다 10개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공개한 핵탄두 사진. 국제안보 전문 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의 수가 지난해보다 10개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정체성 바탕 대북정책 구사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이 우리 국민이나 재산에 해를 입혔는데도 수동적으로 북한의 반응을 먼저 고려하는 대처나, 북한이 싫어하는 행위라는 이유로 국민의 표현이나 행동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린 것, 그리고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들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는 우리의 정체성을 희생하는 행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제는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우리의 정체성을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북한이 수용하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이를 바탕으로 화해협력을 추진한다는 정책기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남북관계발전법’의 재개정을 비롯한 과거 잘못된 관행이나 조치의 시정이 이뤄져야 한다.

북한인권에 대한 더 많은 문제 제기도 필요하다. 남북관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수용은 불가피할 것이지만, 남과 북의 정치, 경제적 체제가 다르다는 점과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의 훼손을 묵과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지난 5년간 우리 관심의 사각(死角)지대에 놓여 있던 것이 바로 이 북한인권 문제이며, 북한의 인권이나 국제적 도덕률에 대한 훼손 및 위반은 향후 남북관계가 원활한 시기에도 적시에 지적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북한이 수령독재에 대한 주민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우리에 대해 도발이나 비난을 가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미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되었지만, 지난 5년간 실행이 유보되었던 북한인권 특사 임명, 북한인권재단 설립, 우리 정부와 유엔 인권 서울사무소와의 협력관계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 2019~2021년간 중단되었던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관련 공동제안국 참여 역시 재개되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의도 필요하다. ‘정상화’라는 용어 자체가 일반적으로 다른 상대방(state-actor)이었다면 의당 그렇게 했어야 한다고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북한을 다루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북한의 위협적인 무기 개발 및 실험, 정전협정 위반 행위 등에 대해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대응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을 시정하고, 변화된 정책 방향을 북한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는데, 과거와 같이 북한 인사들에 의한 우리 국격 모독 및 부당한 압력성 발언이 재현될 경우, 적절한 정부 차원의 논평 및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탈북자 발생 시에도 우리의 충분한 자체 조사 이후 인도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병을 처리함으로써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자 일방 송환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우리의 재산이나 우리 국민들에 대해 위해를 가했을 경우에는 이에 대한 피해 구제, 배상 등을 요구하는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2020년 6월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2020년 9월의 해수부 공무원 살해와 같은 사태 발생시 공동조사 및 책임자 처벌, 그리고 북한의 배상 책임을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체성의 구현은 대북정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對주변국 정책에서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의 정합성을 바탕으로 전략적 모호성보다는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에 입각한 정책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가치전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현재의 국제질서 재편 과정을 무난히 헤쳐 나가는 방법이다. 이러한 자기 정체성의 표명이 주변국으로부터의 보복이나 압력을 유발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주변국의 한반도 정책과 대북정책에 있어 우리의 협상력을 높인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핵(對核) 능력 발전시켜야

최근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크게 세 가지의 특성을 보여준다. 첫째,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북한은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자위적 핵무력‘의 보장을 위해서라도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남북관계는 핵능력을 지닌 북한이 주도권을 지니고 있다는 인식하에 앞으로도 이 구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미국이 타협을 선택할 때까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는 계속될 것이며, 이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이다. 따라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현재 상황이 지속되다가는 자신들의 정권 및 체제에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이 올 것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도 북한의 비핵화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와 우리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이지만 지난 10여 년간 고도화되어 온 북한의 핵능력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과제이다. 북한의 비핵화 못지않게 한국의 대핵(對核) 능력(counter-nuclear force capability) 발전을 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핵 능력은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능력 및 자산의 확보와 직결된다. 

비핵화 과정은 향후 남북 및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북한의 핵능력을 완전하게 해체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못지않게 북한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능력의 증강이 이뤄져야 한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확실한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북한이 혹시라도 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유혹이 봉쇄되며 이는 북한의 성실한 비핵화를 보장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관련 정책이 ‘先화해협력 後비핵화’에 중심을 둔 입장이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先비핵화’에 중점을 둔 정책이라 할 수 있는데, 일정 단계에 이르러서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노력이 병행되는 것이 북한으로부터의 동의 유도나 유관국들의 지지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 시점을 언제로 설정하는가에 있다. 북한의 정확한 핵능력에 대한 신고와 국제적 검증이 하노이 정상회담 ‘노딜’(No deal)의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우선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신고와 신뢰할 만한 검증, 그리고 북한의 핵동결이 미국이 선호하는 출발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최근 들어 북한이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 능력의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향후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무기의 대량 선제 사용을 골자로 하는 핵독트린을 채택할 위험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북한의 핵탄두 수가 일정 수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즉, 북한이 보유한 핵물질의 대폭 감축 혹은 제3국 이전 등이 출발점의 전제조건으로 추가될 필요가 있다. 만약 북한이 이를 수용한다면 이를 전제로 ‘민생’과 밀접히 관련된 대북제재의 일부를 완화되거나 해제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비핵화와 관련된 한미간의 인식, 즉 미 본토에 대한 핵위협 제거와 북한으로부터의 침공 및 핵협박 차단이라는 우선순위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동결까지는 동의하더라도 핵분열 물질의 감축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올 때 이와 관련된 한미 간 입장 차가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이 최근 우리를 겨냥한 전술핵 능력을 집중 증강하고 있는 추세 역시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시각에서는 북한의 핵능력이 전략핵과 전술핵으로 대별될 수 있겠지만, 북한의 핵위협에 1차적으로 노출되는 우리 입장에서 전술핵과 전략핵은 큰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북한 핵능력의 감축에 대해 미국보다 더 큰 절박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핵탄두로의 전환이 가능한 북한의 핵분열 물질 감축과 관련하여 이를 미국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실체적 조치와 연계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북한의 핵분열 물질 감축폭이 적을수록 미국의 확장억제 관련 자산은 더 증가하는 방안이다.

5월 21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의 재가동이 천명되었지만, 북한은 실물적인 확장억제의 위력을 체감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거리낌 없이 핵협박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EDSCG를 NATO식의 핵기획그룹(NPG)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북한의 핵사용시 대응을 한미 연합작전계획에 반영하고, 연합 연습훈련 시에도 유사시 대응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더 나아가 미국의 핵억제 자산이 지니는 위력에 대한 시위,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한미간 핵공유 등의 개념에 대한 열린 접근이 있어야 한다.

비핵화 초기 단계 조치를 북한이 이행할 경우 우리가 미북대화 및 미북관계 개선을 지원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2018~2019년간의 미북관계 중재나 조정 과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불확실한 정보 혹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개입되는 것을 경계하고 배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미북관계를 지원함으로써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의 카드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미간의 정확한 정보 공유와 전략적 공감대를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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