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지역화폐 이권 카르텔 파헤쳐야
[심층분석] 지역화폐 이권 카르텔 파헤쳐야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2.09.29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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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지역화폐 발행 예산을 ‘제로화’ 시켰다. 그동안 흥청망청하던 지역화폐는 한마디로 철퇴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재정운영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약 400조 원대 정부 예산이 정권 말기인 2022년에는 추경안까지 포함하면 무려 679조 원까지 달했다. 5년 동안 250조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만큼 국민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걷어 갔다는 반증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을 천명했다. 내년 2023년 예산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 편성하는 예산안이다. 총규모는 639조 원으로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보다 줄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바로 지역화폐 지원예산 6000억 원 규모를 전액 삭감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지방정부는 지난 5년간 너도나도 지역화폐 발행에 거의 올인하다시피 했다. 지역화폐하면 가장 적극적이었던 이가 바로 현 이재명 민주당 대표였다. 성남시장, 경기지사 시절 지역화폐 발행을 선도적으로 했다.

심지어는 대선 과정에서 지역화폐 발행 지원을 삭감하려 했던 문재인 정부의 홍남기 경제 부총리를 압박해서 결국 지역화폐 지원을 오히려 증액시키기도 했다. 2022년 예산안에 지역화폐 발행액을 6조 원에서 무려 30조 원으로 늘리는 예산 지원방안을 민주당은 힘으로 단독처리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지역화폐는 마치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법인 양 과대하게 포장되면서 발행 규모가 급팽창했다. 2018년 전국 66곳, 3714억 원 규모이던 지역화폐는 2019년 177곳 3조2000억 원으로, 2020년 229곳 9조원, 그리고 2021년에는 232곳에서 무려 21조 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했다. 전국 243개 지자체 중 11개 지자체를 제외하고 모두 각자 지역화폐를 발행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키로 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키로 했다.

윤석열 정부, 지역화폐에 철퇴

지역화폐 발행 취지는 말 그대로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취지다. 따라서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지역으로 제한된다. 그만큼 효용성이 떨어진다. 한국처럼 좁은 나라에서 경제활동을 중앙과 지역으로 구분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한국처럼 지역화폐를 연간 30조 원어치나 발행하자는 나라는 없다. 땅이 넓은 미국도 한국처럼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지역화폐는 일종의 유사화폐다. 국가공식 화폐 대신 별도의 화폐기능을 하는 지역화폐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경제적 역기능을 초래하고 부조리를 발생시킨다.  

이미 지역화폐의 역기능은 여러 차례 언론에서도 보도했다. 본지 <미래한국>도 지역화폐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역화폐 사용을 권장하면서 지자체별로 할인율을 적용한다. 대개 7%에서 12%까지 할인을 한다. 이러한 할인율은 은행 이자율을 크게 상회한다. 지역화폐를 통한 일종의 ‘깡 시장’이 형성된다.

조폭들은 이것을 적극 활용했다. 조직적으로 상품권을 모아 할인율만큼 차액을 이익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것은 자금세탁 용도로도 활용된다. 혹여 지자체 단체장이 조폭과 결탁이라도 한다면 얼마든지 불법 정치자금을 만들 수 있는 창구로 이용될 여지가 그만큼 많다. 

2021년 3월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보조금관리법, 지방재정법 위반 등 혐의로 조폭 4명을 구속하고 중간 모집책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역화폐 구매 비용이 액면가보다 10% 저렴한 점을 노려 유령업체를 차린 뒤 수십억 원을 허위결제해 차액을 챙겼다. 드러난 것만 이 정도라면 수면 밑에 드러나지 않은 규모는 수십 배에 달할 수 있다. 

조폭의 먹잇감이었던 지역화폐

지역화폐가 일반 화폐와 다른 근본적인 문제점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결제과정이다. 현찰은 별도의 결제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지역화폐는 정부나 지자체 예산으로 별도로 상품권을 찍어내는 데 예산이 들어간다.

그리고 유통과정 그리고 정산과정에서도 추가 수수료가 발생된다. 할인율과 발행, 그리고 정산과정에서 추가 금액이 들어가는 지역화폐의 근본적 한계는 결국 세금으로 메꿔야 하는 것이다. 지역화폐 발행액 외에 추가로 결제 및 정산 등에도 국고가 지원된다. 2019년에는 6699억 원, 2020년에는 1조2522억 원이 들었다. 

지역화폐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업체가 바로 경기지역화폐 ‘코나아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표적 ‘이재명 테마주’로 거론되던 업체다.

2021년 10월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코나아이의 지역화폐 결제액은 지난 2018년 3억1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 1조7000억 원, 지난해 4조9000억 원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재난지원금 등 정책발행분을 제외한 수치’라는 것이다. 

코나아이는 이재명 지사가 취임한 해인 2018년 12월 카드·모바일형 경기지역화폐 운영 대행사로 선정됐다. 이후 결제 실적이 2년 만에 1만6332%나 치솟았다.

코나아이는 이재명 후보와 아무 관계없다고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그 관계성은 여전히 꼬리표가 달려 있다. 낙전수익이나 정산과정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검찰의 수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화폐와 조폭의 연관성은 그 역사가 깊다. 기본적으로 ‘상품권 깡’에는 사채업자가 연결되고 그 사채업자는 조폭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당시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직폭력배가 대부분의 사행성 게임장의 영업관리나 경품용 상품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사행성 업소들의 연간 시장 규모는 90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들의 탈세는 8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성인오락실이 2만여 개에 50조 원, 사행성 PC방 1만여 개에 36조 원, 불법카지노바 500여 곳에 2조 원 등 시장 규모만 90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규모가 큰 사채업자들은 몸집을 키워 저축은행을 인수하거나 혹은 저축은행이라는 이름을 달고 더 크게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조직폭력세력이 성인오락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결정적 계기는 ‘바다이야기’ 열풍이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상품권을 발행하는 19개 업체 대부분이 직간접으로 조폭과 연계되고, 일부 상품권 업체의 경우 지역 내 배포 총판권까지 조폭들이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 리스트에 오른 조폭은 부산의 칠성파를 비롯 전국 10개 조직이 된다고 알려졌다.

지역화폐와 상품권은 할인을 통해 현금화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목적보다 자금세탁 등 음성적 거래에 악용되기도 한다,.연합
지역화폐와 상품권은 할인을 통해 현금화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목적보다 자금세탁 등 음성적 거래에 악용되기도 한다. /연합

지역화폐의 원조 바다이야기 상품권

실제로 상품권 이익이 막대하다 보니 전남 광주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OB파 행동대장 장모 씨는 상품권 본사 임원을 맡게 된다. 전남영광파는 세력을 키워 1970년대 서울로 올라왔다.

검찰은 영광파가 1990년대말 서울 종로 등에 성인오락실이 처음 생길 때부터 딱지 상품권(가맹점 없이 성인오락실에서 환전용으로만 사용되는 상품권)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경품용 상품권에까지 손을 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업종은 대부분 조폭이 장악해 서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부패의 온상이 되었다. 공무원과 결탁하여 사전 단속정보를 얻은 업자들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갔다.

특히 바다이야기는 일본 파친코 시스템을 차용하면서 야쿠자 자금이 흘러들어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조폭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는 정부에 의해 철퇴를 맞았다. 2006년 8월 검찰이 바다이야기, 황금성, 인어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기를 제조한 업체 관계자 11명을 무더기로 구속 기소하면서부터다.

이렇게 상품권을 음성적으로 발행하고 불법카지노와 사채업체의 결탁 등으로 지하경제를 주름잡던 이들이 저축은행 활성화로 조폭이 기업가 행세까지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들은 지역화폐와 상품권 유통 과정 메커니즘에 그만큼 밝기 때문에 불법자금 세탁 등을 통한 자본 형성을 할 수 있었다. 

2021년 9월 27일 국민의힘 강원도당 당협은 춘천시 강원도청 앞 부지에서 ‘강원도판 화천대유 알펜시아 매각이 수상하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성명 발표했다. 1조6000억 원이나 들어간 ‘강원도의 알프스’ 알펜시아를 7100억 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입찰담합 의혹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낙찰자는 KH강원개발이고 나머지 응찰자는 KH그룹 관계사인데 KH그룹 실질적 오너는 바로 배상윤이다. KH그룹 배상윤은 남산 하이야트호텔도 인수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

국민의힘 강원도당 당협 성명에 따르면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2007년 사행성게임 바다이야기 상품권 발행 유통에도 손을 대는 등 보통 기업인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점이다.

최근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건이 터지자 쌍방울 실소유주 김성태와 KH그룹 배상윤은 현재 해외로 도피한 상태다. 이들의 공통점은 저돌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군을 거느리고 민주당 정치권에 직간접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간에는 김성태는 전주 나이트파, 배상윤은 신영광파 조폭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KH그룹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검수완박법에 따른 대통령 시행령을 발표하자 야당 민주당은 맹렬히 비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은 매우 중요한 발언을 했다. 8월 29일 법사위에 출석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한 장관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법무부가 할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깡패가 부패 정치인을 뒷배로 주가를 조작하고 기업인 행세를 하면서 서민을 괴롭히는 것을 막는 것이 국가의 임무”라며 “그것을 왜 그렇게 막으려고 하는지 전 오히려 되묻고 싶다”고 했다. 

윤석열 경제팀은 내년 예산에서 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제로화시켰고 한동훈 법무장관은 조폭과 야당 정치인의 유착 관계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하다.

이제야 뭔가 바로잡아가는 첫걸음을 떼는 과정이다. 지역화폐와 관련된 조폭, 정치인 유착과 그 비리는 반드시 사법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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