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창궐하는 국내 마약 현주소
[이슈] 창궐하는 국내 마약 현주소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2.09.3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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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왕 ‘조봉행’을 소재로 다룬 넷플릭스 TV 시리즈 ‘수리남’이 9월 9일 공개되면서 ‘오징어게임’만큼이나 인기를 끌고 있다. 배우 하정우·황정민 주연의 ‘수리남’은 9월 16일 현재 TV쇼 부문 전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6부작임에도 몰입감은 대단하다.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수리남'은 마약왕 조봉행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수리남'은 마약왕 조봉행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넷플릭스

‘수리남’이라는 타이틀은 마약상 조봉행이 남미의 작은 나라 수리남에서 마약 공급을 한데서 연유한다. 조봉행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조직을 운영해 이른바 ‘마약왕’으로 불렸다. 그가 특히 악질적이었던 이유는 마약 운반을 아무것도 모르는 한국인 관광객이나 현지 체류 한국인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 10월 30일 당시 34세의 한국인 주부 장미정이 바로 수리남 조봉행의 마수에 걸렸다. 주부 장미정은 평소 알고 지내던 남편 지인에게 수리남에 있는 금광 원석이 담긴 가방 2개를 프랑스까지 운반하면 4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가방 2개를 들고 프랑스 파리 오를리 공항에 입국했다.

그러나 세관에서 가방 속 내용물이 보석 원석이 아닌 코카인임이 적발되고 말았다. 주부 장미정은 마약 소지 및 운반 혐의로 프랑스 경찰에 구속되었다. 2005년 1월 카리브해에 있는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이감됐다. 이 내용을 소재로 만든 영화가 전도연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이다. 

마약왕 조봉행은 국가정보원과 미국 마약단속국(DEA) 등의 공조 작전으로 2009년 7월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이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2011년 국내로 압송되었다. 2011년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배준현 부장판사)는 일반인을 운반책으로 모집해 대량의 코카인을 남미에서 유럽으로 밀수한 조봉행에 징역 10년,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조봉행 기사를 다루면서 ‘남미·유럽을 누빈 코리안 마약王’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드라마 ‘수리남’이 인기를 끌자 조봉행의 행적에 궁금증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상에는 그가 형을 마치고 수리남으로 돌아갔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9월 17일 채널A, SBS 등에 따르면 조봉행은 6년 전인 2016년 4월 19일 광주광역시의 대학병원에서 6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고혈압을 앓고 있었고, 급성심부전으로 국내에서 사망했음이 밝혀졌다. 

전 세계적으로 드라마 ‘수리남’이 인기를 끌자 뜻하지 않게 남미 국가 수리남이 발끈하고 나섰다. 드라마에서 수리남을 마약 천국으로 묘사하면서 국가 위신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수리남 외교당국은 정식으로 항의 서한을 보내 법적 절차를 밟는다고 하는데 현지 수리남 국민은 현실이 그렇지 않느냐고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는 외신도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을 통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것은 한국도 마약 안전지대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3년간 젊은 층 10대와 20대에서 마약사범이 급증했다. 20대 마약사범은 3000여 명에 이른다. 9월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대 마약사범 검거 건수는 2018년 104명, 2019년 164명, 2020년 241명, 2021년 309명으로 나타났다. 

10대까지 마약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과거 접착제 흡입과는 본질에서 다른 차원이다. 젊은 층에서 마약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다크웹이나 가상자산을 이용해 마약류를 판매하거나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기존에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직접 거래를 했지만 이제는 마약도 일종의 비대면 거래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정치권, 사회지도층에도 침투

국정감사를 앞두고 관세청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7~2021년 마약 밀수 단속 현황’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최근 5년간 적발된 마약류 밀수량은 2264kg으로 집계됐다. 총 적발 건수는 3499건, 적발 금액은 2조2496억 원에 달했다.

마약 밀수량은 2017년만 해도 69kg이었는데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1272kg으로 급증했다. 한 해 적발된 물량이 1t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밀수 적발 금액도 2017년 880억 원에서 지난해 4499억 원으로 5배로 커졌다. 적발된 것만 이정도라면 실제 유통되는 마약은 몇 갑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5년간 가장 많이 적발된 마약류는 ‘히로뽕’이라고 불리는 필로폰으로 1008kg이다. 그 다음은 코카인으로 640kg이다. 증가율로 보면 코카인이 압도적이다. 바로 드라마 ‘수리남’에 등장하는 마약도 코카인이다. 문제는 최근 국내 마약사범 검거는 현저히 떨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마약 단속에 일종의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장관도 이 점을 인식했는지 대통령 시행령으로 마약사범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직접 수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대검찰청이 급속히 확산하는 마약·조직범죄에 맞서 유관기관과 협의체를 구축하는 등 수사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마약·조직범죄 전담 부장검사 회의에서 정부는 경찰·국정원 등과 수사협의체를 구축해 특히 조폭세력이 마약과 연계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제 한국도 국제 마약 범죄조직의 타깃이 되었다는 점이다. 일본 야쿠자·중국 삼합회(三合會)·러시아 마피아 등 국제 범죄조직과 연계된 마약 범죄가 최근 4년 사이 국내에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사범 검거 소식을 보면 뜻하지 않게 정치인과 관련된 인물이나 사회지도층 인사와 연결되는 경우가 간혹 보인다. 마약이 유흥업소 종사자나 연예인, 조폭 등 특정 직업군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따져보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사위. 박지원 전 국정원장 사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조카. 남경필 전 경기지사 아들, 故 박원순 서울시장 조카 등이 있었다. 최근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 이선호, 최종건 SK 회장 손자인 최영근,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손자인 정현선, 홍정욱 전 국회의원의 딸까지 마약사범으로 적발됐다. 

특히 홍정욱 전 의원의 경우는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 우파 대선 후보로 부상하기 전에 잠시나마 대선 후보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런데 딸이 2019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다가 마약이 적발되면서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말았다. 당시 홍정욱 전 의원의 딸은 액상 대마와 LSD를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됐다. 그 사건으로 홍정욱 전 의원은 대선 후보감에서 사실상 멀어지게 된다.

과거에는 연예인을 중심으로 대마초 흡입이 사회 문제가 된 바 있다. 대마초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강력하게 단속하지만 네덜란드를 비롯한 서구에선 합법화 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대마를 흡입을 한 경험이 있은 후 국내에 들어오면서 문제가 됐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마약류인 코카인, 필로폰, 엑스터시. LSD 같은 강력한 환각제 성분이 급증하고 있다. 

인천세관은 2021년 5월 다크웹을 통해 해외 우편물로 마약거래한 20대 A모씨를 검거하고 압수 마약을 공개했다. /인천세관
인천세관은 2021년 5월 다크웹을 통해 해외 우편물로 마약거래한 20대 A모씨를 검거하고 압수 마약을 공개했다. /인천세관

압수된 마약, 그 뒤처리는?

지난 8월 26일 검찰은 이재명 의원 변호사비 대납 혐의로 쌍방울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그 과정에서 관련자 박모 씨를 구속했다. 가상화폐로 필로폰을 구입하여 투약한 혐의다.

그런데 구속된 박모 씨는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의 자금 일부를 관리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텔레그램-마약-정치권 연계는 이제 마약거래의 하나의 공식이 되고 있는 듯 보인다. 

유튜브에 미국 보스턴이나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등 길거리에서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남미 국가들로부터 대량으로 마약이 미국에 밀수되기 때문이다. 미국에 비하면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라 할 수 있겠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왜냐하면 국제 마약 공급조직에 한국은 일종의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같은 마약이라도 다른 나라보다 몇 갑절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한국의 마약사범 처벌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다는 평도 있다.  

마약에 대해 가장 강력한 처벌을 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과거 아편전쟁으로 청나라가 몰락한 경험 때문이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마약 단속을 한다. 처벌도 그만큼 엄격하다. 중국은 마약을 50g 이상 제조하거나 판매하면 15년의 징역형, 1kg 이상 제조하거나 판매하면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사형에 처한다. 실제로 중국 사법당국은 캐나다인 마약사범에게 사형을 선고한 적이 있다. 싱가포르도 헤로인 15g, 필로폰 250g 이상 밀매할 경우 사형에 처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53조에 따르면 압수된 마약류는 관할 지자체에 인계해 소각하게 돼 있다. 수사당국이 지자체에 압수 마약을 인계하면 외부인 접근을 차단한 채 수사관 입회하에 소각 처리한다. 그 과정은 모두 영상으로 기록한다. 모든 작업이 끝나면 각각 소속 기관으로 복귀하여 폐기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는 관리 규정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2017년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이 공개한 ‘2012~2016년 몰수 마약류 폐기 현황’ 자료를 공개했는데 규정 위반 사례도 지적했다. 마약을 폐기할 때는 반드시 공무원 2명 이상이 입회를 해야 하는데, 이중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와 분당구, 충남 태안 등 7곳의 지자체가 공무원 1명이 폐기했다는 것이다. 분명한 규정 위반이다. 

충청헤럴드 1월 31일자 보도 내용에 따르면 지자체의 압수 마약 처리에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해당 매체가 직접 정보공개를 요청하여 분석한 바에 따르면 경기도 지역 지자체 중 하남시, 포천시, 평택시, 김포시, 안산시, 부천시만이 해당 내역을 공개했고, 안산시 단원구와 군포시, 고양시, 경기도의료원, 파주시, 구리시, 과천시의 경우 정보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10대 20대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연합
최근 10대 20대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연합

비공개 결정을 한 지자체들은 이유가 다양했는데 화성시와 오산시, 양평군은 ‘정보를 취합, 가공해야 하는 경우’라면서 ‘부존재’ 처리하면서 사실상 비공개했다고 충청헤럴드는 꼬집었다. 

해당 매체는 연천군, 광명시, 의정부시, 용인시, 여주시, 양주시, 안양시, 안성시, 수원시, 동두천시, 남양주시, 성남시 등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중 제9조 제1항 제4호를 들어 자료를 비공개 결정했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마약사범과 마약범죄를 감안할 때 지자체의 압수 마약 처리는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니면 압수 마약 소각 처리 권한을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리할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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