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산업은행, 왜 민영화 해야 하나
[전문가진단] 산업은행, 왜 민영화 해야 하나
  •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 승인 2022.11.02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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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산은)의 민영화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2009년 6월 1일부터 시행된 산은법은 민영화의 기반을 조성했다. 한국산업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가 설립되고 산은은 한국산업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산은법에서 정부의 출자 조항이 사라졌다.

2014년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산은 민영화 과정에서 설립된 한국정책금융공사가 다른 기관과의 중복이 지적되면서 정책금융을 단일화하고 민영화를 중단하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2015년 산은이 재통합했으나 지난 7년간의 경험은 민영화의 필요성을 재확인해 주고 있다.

산은의 고유 업무들은 장시간의 준비와 일관된 의사결정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일들이다. 산은이 정권과 여론의 입맛에 따라 흔들려서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제 세계가 자국 중심으로 합종연횡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은행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전문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깝다. 이제 산은과 국가 경제의 발전을 위해 획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10월 20일 산업은행 등에 국정감사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이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10월 20일 산업은행 등에 국정감사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이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산은 민영화는 조직의 합리화

민영화란 단어는 노동계에서는 금기  어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고의 프레임은 왜곡된 선전에 근거한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우리나라의 금융공기업보다 근로자에게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산은의 공익성은 산업 발전에 필요한 부분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과거 국가가 금융기관을 독점적으로 운영했던 중국이나 소련에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과 불공정성이 경제 발전의 장애요인이 됐다. 산은의 민영화는 공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직의 합리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책금융 강화와 산은의 민영화를 배타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 정책적 금융지원이 필요한 상황은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못해 산업 발전의 자금을 충분하게 동원할 수 없을 때, 자원배분이 효율적이지 못해 산업 발전 분야에 자금이 배분되지 못할 때, 그리고 위기 시에 민간이 산업의 불확실성을 감당할 수 없을 때 등이다.

과거보다 위기의 규모나 위험의 정도도 커졌고, 그만큼 정책금융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 동시에 국제 경쟁력이 있는 투자은행의 필요성도 증가했다. 국제 경쟁력의 관점에서 산은의 역할과 조직의 합리화가 필요하다.

산은이 정부의 보증으로 자금조달의 특별한 지위를 갖고 일반 금융기관과 경합한다면 금융자원 배분의 왜곡이 발생한다. 산은의 정책금융 기능과 상업금융 기능을 함께 영위하는 것은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 자금 지원을 빌미로 상업 행위를 강화한다면 그러한 행위를 공정한 행위로 볼 수 없다.

상업금융과 정책금융을 분리하여 상호 견제할 수 있도록 조직을 분할하는 것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2009년 민영화 과정에서는 산은지주회사와 한국개발펀드라는 기업을 만들고 산은은 산은지주회사에 편입되어 상업금융을 담당하는 체제를 검토했었다. 조직은 변화했으나, 정부의 영향력 배제와 실질적 기능 분할이 미흡하여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을 실질적으로 분리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의 분리를 위해서는 명실상부한 민영화만이 대안이다. 지주회사 형태로 구조화하여 매각할 수도 있으며, 각 기업을 분리 매각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지주회사 형태로 재구조화하여 기업가치를 올려 매각하려면 장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값을 받고 민영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와 구성원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관건은 민영화 이전에 성공한 금융지주회사로 자리매김하고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구조 전환과정에서 정책금융의 역할은 부정하기 어렵다. 산업구조 전환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유발한다. 이러한 점에서 정책금융은 사회적 위험 분담으로 산업구조 전환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책금융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책금융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정책금융 강화에 자금 조달 능력 중요

정책형뉴딜펀드, 뉴딜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로 구성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는 과거 한국개발펀드의 변형된 형태이다. 국민참여형 뉴딜펀드가 성공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낮은 수익률과 집행률로 정책 수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도 있다. 정책금융의 전달 과정은 채권 인수와 보증, 그리고 직접적 자금 공급 등 다양하다. 이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와 비효율성의 문제가 항상 제기된다. 

정책금융의 자금조달 기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금조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금융채권의 유동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도 강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극복하고 거버넌스를 효율화하면서 자금조달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정책금융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산은의 민영화 대상은 상업금융 조직이다. 어떤 조직이 민간과 같은 일을 하면서 특별한 지위를 받으면 성장하지 못하고 안주한다. 현재 금융시장의 상황은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산은의 상업금융 기능을 민영화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에는 정부의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에는 정부의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있다.

민영화 대상은 상업금융 조직

공적 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의 민영화도 어려움을 겪었으나 성공했다. 시장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민영화 작업은 시작할 수 있다. 시기를 조율하면서 민영화를 준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산은의 정책금융조직은 강화해야 한다. 작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목표가 분명한 불가역적인 단계적 민영화 방안이 필요하다.

1단계는 준비 작업이다. 현재 산은의 조직 개편으로 정책금융기능과 상업금융기능을 조직 내에서 분리한다. 실질적으로 분리하여 각 기능의 경쟁력을 제고한다.

2단계는 법 개정 및 기업 분할이다. 현 상황에서 즉시 매각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부 주식은 국민 참여형으로 매각하여 투명성을 제고한다.

3단계는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제값 받고 매각하여 민영화하는 단계다. 
준비 없는 민영화는 갈등만 양산한다. 민영화를 위해서는 근로자와 정부, 그리고 국민적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 치밀한 계획으로 관계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말보다 행동으로 민영화를 준비할 것을 기대한다.

관치 산업은행의 인사 복마전

권도한 미래한국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민간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지분을 보유하게 된 후 해당 기업에 한국산업은행 출신 인사가 부사장, 감사, 전무, 상무 등 각종 보직의 고위직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특히, 구조조정 등 관리 차원에서 배치한다는 해명과 달리 전문가들은 해당 임원이 부실기업 내부에서 구조조정에 힘을 싣기보다는 넘쳐나는 퇴직자를 처리하기 위해 배치된다고 지적한다. 대우증권, 대우조선해양, 남광토건, STX엔진, STX조선해양, 세하, 쌍용양회공업, 현대시멘트, 넥솔론 등 수많은 기업이 대상이 되었다.

 2016년 3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산업은행의 민간사업자 대출요건 및 퇴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이 대출을 해준 사회간접자본(SOC) 기업 4곳에 2016년 3월 무더기로 한국산업은행 출신 인사를 대표이사 등 임원으로 내려 보냈다. 

강남순환고속도로 시행사인 강남순환도로㈜에 이모 전 한국산업은행 강북지역본부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포천지역 LNG복합화력발전소 운영 기업인 포천파워에는 박모 전 한국산업은행 성장금융1실장이 상무로 내려갔다. 

또 서수원~의왕 간 고속도로 건설ㆍ운영업체 경기남부도로㈜ 대표이사에 이모 전 한국산업은행 여신심사평가담당 부행장, 구리 토평동~포천 신북면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ㆍ운영업체 서울북부고속도로㈜ 부사장에 곽모 전 KDB 우즈베키스탄 행장이 각각 선임됐다. 경기남부도로의 경우 2015년 3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한국산업은행에서 대출받았는데, 당시 대출 심사평가 책임자가 대출을 해준 회사에 퇴직 후 대표로 재취업한 것이다. 

한국산업은행은 이 4곳 민간사업체에 2008년~2015년 사이 총 5조 원 안팎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을 주선했고, 2015년 8월말 기준 6200억 원을 웃도는 대출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6월 한국산업은행이 퇴직 임직원의 구조조정 기업 재취업(상근·비상근)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구조조정 기업 재취업) 원칙적 금지’라는 표현을 ‘전면 금지’로 바꾸기로 했고, ’산업은행이 최대 채권은행이나 주채권은행인 기업, 임직원 추천권 보유 기업은 심사를 거쳐 취업을 허용한다’는 예외조항도 없앴다. 다만 공직자윤리법상 재취업 금지기간(퇴직 후 3년)이 지난 이후에는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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