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MBC 30% 주주 정수장학회, 목소리를 내라
[논단] MBC 30% 주주 정수장학회, 목소리를 내라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3.01.19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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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국가라는 대한민국에는 참으로 해괴한 불법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MBC의 30%주주 정수장학회가 그 주인공이다.

부산일보 100%주주인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의 30%를 갖는 것이 위법인 이유는 방송법 때문이다. 현행 방송법에 의하면 일간신문을 경영하는 법인이 지상파방송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위법 상태가 발생할 경우 방통위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MBC 지분을 매각하거나 부산일보의 지분을 포기토록 하는 시정조치를 내려야 하지만 어느 정권도 이를 시행한 적이 없다. 이유는 MBC노조와 언노련, 민주노총, 그리고 민주당이 반대해 왔기 때문.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MBC가 매년 거액의 경영적자를 내면서도 정수장학회에 매년 무리하게 기부금을 지급해 왔다는 사실이다. 법적 의무도 없는 행위였다. 일반적인 주식회사였다면 당장 경영진이 배임으로 기소될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방문진은 단 한번도 그런 점을 문제 삼지 않았다. 방문진과 정수장학회 사이에 약정 때문인데, 정수장학회가 MBC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암묵적인 배당금을 기부금으로 받아가기로 했던 것.백주대낮, 그것도 법치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불법이 횡행한다는 것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MBC가 노조방송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일보 100%주주인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의 30%를 갖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부산일보 100%주주인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의 30%를 갖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백주대낮에 버젓이 불법

2021년 MBC가 재단법인 정수장학회에 지급한 기부금은 최근 6년간 총 127.5억 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는 전체 기부금의 97%를 정수장학회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성남 중원구)이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정수장학회와 방문진은 MBC 주식을 각각 30%, 70% 보유한 MBC의 양대 주주다. 최근 3년간의 기부금 추이를 살펴보면 MBC는 2020년 10억 원을 정수장학회에 기부했는데 2021년과 2022년에는 두 배인 2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문제는 MBC가 정수장학회에 매년 거액의 기부금을 납부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이렇듯 매년 큰 규모의 기부금이 지급되어 왔다는 것이다. 윤영찬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MBC에 이유를 묻자 MBC는 “기부금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기업의 공적 책임을 바탕으로, 정수장학회의 장학사업을 지원하는 취지로 매년 지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어이가 없는 장면이었다.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운영하던 부산지역 기업가 고 김지태 씨가 지난 1962년 부정축재자로 재판을 받을 당시 박정희 정권에 헌납한 문화방송·부산문화방송·부산일보 주식과 장학회 기본재산 등을 토대로 설립된 ‘5·16 장학회’가 이름을 바꾼 것이다. 정수장학회는 박정희의 ‘정’, 육영수의 ‘수’에서 한 자씩을 따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07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는 박정희 정권이 부일장학회를 강탈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후 유족이 주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강압에 의한 재산 헌납은 인정하면서도 김 씨의 의사결정 자유가 완전히 박탈된 상태는 아니었다며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수장학회는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냈고 이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고 최필립 전 대사가 이사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모 방적회사 임원 출신이자 상청회(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 회장 출신인 김삼천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정수장학회는 늘 정치적 논란거리로 대두돼 왔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도 버젓이 불법행위의 협력자였던 것. 비록 현재의 방송문화진흥법에 의해 정수장학회가 과거 노무현, 문재인 정부 하에서 MBC의 일탈에 관여할 수 없다고 해도 정치적으로는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재단 스스로 기부금 수령을 포기하는 대신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청원할 수도 있고 지분 매각을 하겠다고 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매년 MBC 로부터 받는 달콤한 기부금에 취해 MBC를 장악한 노조의 불공정과 불법에 눈감아 온 것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수장학회는 그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등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언론단체 등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장학회의 ‘실세’로 지목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 동서인 조태호 씨와 딸인 박 전 대표가 각각 5·8대 이사장을 지냈고,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박준규 전 부산일보 사장, 진혜숙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이사를 지냈다. 박 전 대통령의 대구사범학교 동기인 조증출 전 부산문화방송 사장과 왕학수 전 부산일보 사장도 이사로 활동했다.

2005년 2월 박 전 대표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74년 박 전 대통령 의전·공보비서관을 지낸 최필립 전 리비아 대사가 이사장에 선임됐다.

최 이사장은 2002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들었을 때 운영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정수장학회는 장학 활동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도 구성하고 있다. 장학생들은 대학에 다닐 때는 ‘청오회’, 졸업 뒤에는 ‘상청회’라는 모임에 가입한다. 66년 만들어진 상청회는 교수 회원만 400여 명에 이르고, 김기춘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현경대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정치인도 가입돼 있다. 

이렇듯 박정희 대통령을 기리고 대한민국의 보수우파가치를 견지한 이들이 정수장학회를 경영하고 그 네트워크를 갖고 있음에도 정작 MBC의 반체제, 반기업적인 방송 행태들에 침묵하고 기부금이나 챙겨왔다는 이야기다. 왜 정수장학회 회원들과 관련자들은 MBC가 노영방송이 될 때까지 아무런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오지 못했느냐는 질타다. 그런 정수장학회라면 당장 해체하고 차라리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라도 원 소유자인 유족에게 MBC와 부산일보 지분을 되돌려 주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MBC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다. 공정이니 민주니 자유를 외치면서도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의 불법강탈재산을 주주로 가진 정수장학회와 짬짬이를 하며 자신들의 노조방송 천국을 일궈온 것에 당당할 수 있을까. 모두가 위선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위선과 불법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공정과 법치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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