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정치적 중립성 무너진 방송법 개정안
[전문가 진단] 정치적 중립성 무너진 방송법 개정안
  • 이인철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승인 2023.01.19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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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국회 과방위에서 민주당은 당론으로 제안한 방송법 개정안을 수정해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결로 처리했다. 법사위와 본회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민주당은 입법을 계속 추진할 태세다.
쟁점인 KBS, MBC 이사진 구성 부분만을 보면, 이사진을 21명으로 늘리고 국회 추천 5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는 방송학계의 추천 6인, 방송현업 단체 추천 6인, 시청자위원회 추천 4인으로 하는 내용이다. 이사수의 증원으로 이해충돌 우려가 있고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무엇보다 추천 분야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개정안에 대한 여당의 반대 이유는 여야의 비율로 정치적으로 구성된 현재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정하는 방송학계, 언론노조가 다수인 방송현업 단체, 현재의 노영방송 현실에서 공영방송사의 사내에 구성된 기존의 시청자위원회의 각 추천이 편향적으로 될 것이라는 우려다. 여당은 이 법안을 현재의 노영방송체제의 영속화 수단이라고 비판하면서 공영방송의 노영방송화 문제를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언론노조가 앞장서서 공영방송의 이사진과 사장 퇴출을 주도한 사실은 2017년 9월 8일자 조선일보 기사로 민주당 작성의 언론장악 로드맵 문건이 드러남으로써 확인되었다. 이 문건대로 문재인 정부의 MBC, KBS 장악이 진행되었다. MBC와 KBS의 사장과 경영진에 언론노조 출신이 임명되었고 언론노조원이 아닌 직원에 대한 차별대우 등 부당노동행위 논란으로 드러나는 특정 노조가 공영방송을 지배하는 현실이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내내 공영방송의 정파적인 편파 보도가 비판되었다. 공영방송이 정치화되고 특정 세력에 사유화되었다는 논란이 방송법 개정 과정에서 노영방송화를 영속화한다는 비판으로 나타난 것이다. 노영방송 문제가 공영방송 문제의 쟁점이 되었다.

최근 잇따른 MBC 오보 및 편파보도는 특정 노조에지배되는 공영방송의 한계를 보여준다.
최근 잇따른 MBC 오보 및 편파보도는 특정 노조에지배되는 공영방송의 한계를 보여준다.

공영방송의 정치화와 사유화가 문제

공영방송은 국민 국가의 기본 미디어로 출범했다. 신문이 상업적 출발에 기원을 둔다면 20세기에 출현한 라디오와 TV는 공중파라는 공적 자원을 사용해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공영의 독점매체로 출발했다. 공영방송은 국민 여론을 형성해 공적 논의의 장을 제공해 국민국가를 가능하게 하는 국민 통합 기능을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는 사회적 기능 체계로 작용한다.

이 같은 유래로 인해 공영방송 독과점 체제는 상업방송과의 관계에서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는 공영방송이 여론을 독과점할 수 있어 정보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점과 공적 재원을 사용하는 공기업으로서 비효율적 운영의 문제도 있다.

오늘날에는 기술 발전에 따른 미디어 지형 변화로 공영방송의 위기가 논해지는 상황이다. TV 수상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케이블이나 인터넷망을 통해서 프로그램을 접하고, 광고가 지상파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가며, 종합 편성물 시청환경에서 모바일로 개별 콘텐츠를 직접 시청하는 환경으로 가는 등 변화된 미디어 지형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공영방송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의문시된다.

한국방송의 다공영체제는 5공화국에서 유래되었다. 1980년의 언론 통폐합으로 KBS2, MBC가 공영방송이 되었다. 민주화 이후에도 다공영체제는 바뀌지 않았다.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공적인 성격의 방송이 증가해 공영방송 난립 시대를 맞고 있다. 황근 교수는 공영방송 과대성장 국가라고 부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공영체제에 대한 개혁안이 있어 왔지만 실천되지 않았다. 다공영체제에서는 공영방송의 독과점 문제가 노정된다. 다공영체제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5공화국의 유산이 그대로 내려오면서 더 심화된 것이므로 방송의 앙시앙레짐이라고 불린다.

공영방송 체제에서는 공적 자원을 투입해서 운영해야 할 필요성과 가치가 확인되어야 한다. 방송법은 공영방송에 대한 어떠한 개념 정의도 없으며, 공영방송 제도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정해 주지 않는다. 공영성의 개념 요소로 공적인 서비스, 지배 구조, 재원 등이 논의 되는데, 그동안의 공영방송 개선 논의는 주로 지배구조의 문제인 이사의 추천 및 이사 수의 배분, 재원의 문제인 수신료가 논의되었으나 이러한 논의들은 공영방송의 정체성이 논의된 다음의 것이고 이러한 논의가 공영방송의 가치를 결정해 주지는 않는다.

공영방송은 공적 서비스를 한다고 하지만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공영방송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정해 주지는 않는다. 공영방송의 연혁이 말해주듯이 공영방송제도는 국민국가의 국민 통합을 위한 국민 미디어다. 가정에 보급된 TV 수상기의 시청이라는 국민적 미디어 경험을 만드는 제도를 형성함으로써 공영방송은 국민 포털로서 기능하는 사회 시스템이다. 프로그램의 내용이 아니라 공영방송이라는 제도와 그 제도가 만든 사회 시스템이 공영방송이다.

오늘날 공영방송은 편성 내용에서나 정보통신망으로 뉴미디어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상업방송과 차이가 없어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공영채널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체성 혼란은 더 심하다. 공영방송 문제의 기저에는 정체성과 추구하는 가치의 문제가 있다.

오늘날 공영방송 문제는 정파적인 편파 보도가 문제된다는 점에서 저널리즘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저널리즘의 환경 변화는 저널리즘 영역과 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기술의 발달과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는 시청자를 미디어 소비자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미디어 참여자로 변화시켰다. 의제 설정 역할은 더 이상 저널리스트만의 영역이 아니다.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팩트체크와 게이트키핑의 문제가 노정된다. 

탈진실의 시대를 맞이해 저널리즘도 종래의 진실추구에서 옹호저널리즘, 문제해결저널리즘 등으로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유튜브 뉴스의 시대에 가짜뉴스 논란의 확산은 이 같은 저널리즘의 변화 상황에서 나오는 문제다. 공영방송 문제를 저널리즘 문제로 볼 때 수용자 측면에서 미디어 리러터시 제고와 저널리즘의 측면에서 저널리스트의 전문직주의의 재설계로 문제를 극복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과방위에서의 민주당의 법안 추진 논란으로 공영방송 문제는 문재인 정부 시기의 공영방송의 정파적 운영과 함께 노영방송화라는 문제가 쟁점으로 드러났다.

노영방송화의 배경에는 방송사 내의 편성위원회 제도가 있다. 방송사 사주에게 맡겨진 방송편성권을 방송종사자에게도 부여하여 노사동수로 구성된 편성위원회가 방송 내용을 결정하자는 것이 편성위원회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신문법 개정 논의에서의 편집위원회 설치 논의가 방송법에서 다시 논의되는 경우다.

20대 국회 이래 방송편성위원회 설치 법안이 여럿이 나왔지만 입법되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재허가시의 조건으로 편성의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2018년 지상파방송의 노사협약으로 방송사에 편성위원회가 설치되었다. 이 노사협약에는 시청자위원 선임이나 보직자 임명시에 노조의 동의를 얻게 하는 등으로 노조의 영향력을 증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언론노조가 다수를 점하는 방송 환경에서 편성위원회는 노영방송화의 제도적 기초로 역할한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 정치 도구화된 공영방송이 정치 편향 보도를 계속함으로써 노영방송화 논란은 계속되었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서 시청자 주권을 외면하고 방송종사자만의 방송으로 전락해 공영방송이 사유화되었다는 문제 제기다. 노영방송 체제하의 방송사에서 언론노조 아닌 비노조원이나 다른 노조원에 대한 차별 및 부당노동행위 문제가 소송이나 고용노동부 조사로 드러나고 있는데 계급화되고 특권화한 노조가 제어되지 않는 권력으로 군림하는 현상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최근의 노영방송화 논란에 대해서 강준만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조는 선과 정의를 대변하는가? 진보 진영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사람들은 노영방송에 별 문제의식이 없거나 바람직스럽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영방송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 위험한 점도 있었다. 노조가 특정 정권을 지지하면 노영방송은 사실상 어용방송이면서도 그것을 위장함으로써 저항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민주당이 주도한 방송법 개정 과정에서 공영방송의 노영방송화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상화 과제로 거론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공영방송의 정상화 방향은 공영방송이 정파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 배경에 있는 노영방송 현실 극복이 문제로 제기된 것이다.

공영방송 운영에 노조가 참여하는 것으로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노영방송이 다원성을 보장할 수 없음은 지난 수년간의 현실이 보여줬다.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공영방송을 정파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공적 성격에 반하고 공영의 취지에 어긋난다. 공영방송이 방송 종사자만의 방송으로 전락해 사유화되고, 게토화된 진영방송으로 악용되고 있다.

공영방송의 노영화 문제는 국민에 대해 공적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공영방송이 내부 종사자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에 있어 책임의 소재가 명백하지 않다는 점과 다공영체제의 개선을 위한 방향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는 문제, 그리고 지난 수년간의 노영방송체제가 정파적 방송으로 운영되었다는 공영방송의 공정성 실패가 지적된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시청자와 국민이다. 영국 대처 정부 시절의 BBC의 개혁 과정을 다룬 김대호 교수의 저서는 BBC 수신료 제도를 검토한 피코크 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위원회는 방송의 소비자 주권 모델을 제시하면서, 기존 방송사들이 시청자와 청취자 자신보다 시청자와 청취자의 이익 보호에 대해서 유능하지도 않은 보호자일 뿐 아니라 방송사와 방송인의 이익에 포획되어 있고 공공의 이익이 아닌 내부자의 이익을 행사하는 특권시스템으로 되어 있으며, 납세자로서의 시청자와 청취자보다 방송사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위원회 보고서의 결론 부분은 다음과 같다. “방송정책의 기본목표는 소비자 선택의 자유와 프로그램 제작자가 대중에게 여러 가지 대체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다공영체제 개선 방안 찾아야

문재인 정부 시기는 5공화국 유산인 방송의 앙시앙레짐의 지속 상황을 보여주고 그 중심에는 노영화된 공영방송이 있다. 공영방송이 특정 노조에 지배되면서 편파적인 보도로 공영방송의 본래적 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공영방송의 사유화 문제다. 종래 민주당에 의해 주도되던 방송법 개정 논의가 문재인 정부 내내 진행되지 않던 것은 공영방송이 정파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제도 개선을 주저했다는 비판이 있다.

다공영체제의 문제점은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개혁의 필요성은 널리 받아들여졌다. 제도 개선 논의에는 공영방송 재구조화와 민영화가 있다. 공영방송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현재와 같이 난립된 공영방송의 독과점 체제를 타파하는 것이다. 1989년 방송제도연구위원회의 논의 이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적으로 다공영체제 개선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 다공영체제의 개선을 위해 KBS의 공영성 강화, 1공영 다민영 체제로의 전환, MBC의 단계적 민영화 등의 논의가 제기되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 본래의 책무 수행을 강화하기 위해 공영방송법 입법, 공영방송위원회를 둬 공영방송을 통합적으로 관리하자는 안, 수신료에 관해 공영방송수신료위원회 설치안 등의 재구조화 논의가 있다. 수신료와 광고 수입으로 오락물을 방송해 경영과 편성에 있어 상업방송과 경쟁해 채널 정체성이 논란되는 KBS2는 잠정적으로 KBS와 회계를 분리해 광고만으로 운영하거나 민영화하자는 논의가 있다. 

주식회사이지만 공영방송으로 편입된 MBC 민영화 논의는 오래되었다. YTN 민영화가 논의되는 것은 정부 지분 매각 방식으로 민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공영체제에 대한 개선 논의는 1공영 다민영체제로 감으로써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는 방향으로의 정상화 논의라고 할 수 있다.

공영방송의 정상화 과제는 공영방송 본래의 문제와 뉴미디어 시대의 대응 그리고 한국적 상황으로서의 다공영체제라는 앙시앙레짐의 개선이다. 방송종사자만의 방송으로 된 노영방송체제는 공영방송의 본래적 취지에 맞지 않음은 물론이고 다공영체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 방안으로 나가기 어렵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다공영제체의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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