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경찰 쿠데타’
[심층분석] ‘경찰 쿠데타’
  • 전경웅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3.02.22 0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요 보직 장악한 경찰 사조직의 국기 문란 

윤석열 정부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역량 유지를 위해 노력 중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뿐만 아니라 고위 공무원 신원조사까지 제한하려 한다. 겉으로는 여야 간의 정쟁처럼 보이지만 민주당의 주장은 모두 경찰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 사조직과 민주당이 결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경찰이 수사를 안 한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2018년 6월 검수완박 논란이 시작된 이후 검찰과 경찰 간의 논쟁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경찰국 설치에 반발하는 전국총경회의를 주도해 징계를 받은 류삼영 총경. / 연합
경찰국 설치에 반발하는 전국총경회의를 주도해 징계를 받은 류삼영 총경. / 연합

2019년 6월에는 “경찰이 추구하는 ‘검수완박’ 이후 롤 모델은 중국 공안”이라는 주장이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당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웅걸 전주지검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서구 선진국 제도를 제쳐 놓고, 굳이 다른 길을 걸어온 중국 제도를 그대로 베껴 도입함으로써 검찰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방법을 택한 것은 잘못”이라며 검수완박을 통한 경찰 권한 강화를 비판했다. 

지난해 4월 16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은 중국 공안제도가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의 검수완박법은 명확한 모델이 있다. 바로 중국의 공안제도”라며 “경찰이 시키는 대로 영장 청구하고 경찰이 시키는 대로 기소하도록 하고 있는데, 바로 중국 공안과 인민검찰원의 관계다. 검수완박법이 이와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런 검수완박을 찬성하는 것은 경찰 전체가 아니다. 지난해 4월 19일 경기일보는 경기 남·북부경찰청 일선 경찰관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 경찰 간부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경찰이 오랜 시간 바라던 바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온전히 경찰 몫이 된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검경은 경쟁 구도가 아닌 함께 수사 협조를 해야 할 관계”라고 말했다.

수원지역 한 경찰서에 근무 중인 수사관은 “수사권을 조정만 해도 업무량이 감당하기 어려워졌는데, 아예 전담하면 현 체제에서 수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윗선은 조직의 위상이 먼저겠지만 일선에선 당장 앞날이 달린 일”이라고 비판했다. 성남지역 경찰 간부는 “(검수완박을 강하게 주장하는 경찰) 직장협의회 회원 중에 (검수완박의) 영향을 받는 수사직렬에 있는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겠다”며 “5만 명이 13만 경찰 전체를 대변하는 듯한 입장을 공식 발표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경찰대 출신이 중심이 된 경찰사조직 약 5000명이 수사·정보·기획부터 대통령 경호부대까지 장악하고 있다. / 연합
경찰대 출신이 중심이 된 경찰사조직 약 5000명이 수사·정보·기획부터 대통령 경호부대까지 장악하고 있다. / 연합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일선 경찰 “우리는 할 수가 없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받아가려는 경찰 수뇌부는 최근 56개 일선경찰서에 안보수사팀을 신설하고 올 연말까지 안보수사관 1000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재 안보수사관은 800여 명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아도 대공 수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2018년 말부터 준비해 2020년 12월 국회에서 통과시킨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및 경찰 이관 법안에 대해서도 경찰 안팎에서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월 30일 자유일보는 서울 관내 한 경찰 수사관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경찰 수사관은 “우리보고 간첩 잡으라 한다면 그만 둘 것”이라는 극단적인 대답까지 했다. 

이 수사관은 “경찰이 직접 대공수사를 하기는 역부족”이라며 “대공수사는 국내에만 한정돼 있는 게 아니라 해외와의 연계도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어야 하는데 (경찰에는) 그런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경찰 업무가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주변에서 다들 하소연 한다”며 “대공수사를 하려면 석사급 이상의 학력을 갖춘, 정치·경제·문화·역사 등을 아우르는 복합적 인재들이 필요한데 이런 인력을 갖추려면 최소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경찰 역량으로는 대공수사권을 준다고 해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지난 1월 일요시사도 경찰 보안수사 관계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인력 부족이 심각한데 전문성이 약한 간첩수사를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정원은 해외통신망을 통해 경찰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네트워크 활용 수사도 뛰어나다. 경찰의 (대공수사) 관련 전문성이 국정원보다 약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한 “지난해 경찰은 안보수사 분야 경력자 10명을 채용했는데 응시 자격 어디에도 북한 관련 전공자는 포함하지 않았고, 11월 진행한 안보수사국 특별승진 심사에서도 대공수사와 무관한 인물들을 특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두고 경찰 소식통은 “검수완박부터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등은 모두 경찰 사조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소식통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가 행정안전부에 경찰을 관리·감독하는 경찰국을 만들겠다고 하자 이에 반발해 일어난 ‘총경의 난’을 이 사조직이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총경의 난은 어떻게 행안부 내부 일로 지나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는 경찰 사조직에 대해 메스를 대는 계기가 됐다. 

경찰 소식통 “지난해 ‘총경의 난’, 경찰 내부 사조직이 주도한 일”

지난해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찰을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압사사고 당시 일선 경찰서가 현장 정보를 모른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경찰을 질타했다.

이어 같은 달 14일에는 한덕수 총리가 “이태원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경찰 대혁신 태스크포스(TF)’를 이번 주 내에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TF는 공동 위원장으로 이창원 한성대 총장과 조현배 전 해경청장을 내정했다. 

물론 이전부터 윤석열 정부가 경찰 개혁·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개혁·쇄신의 대상은 경찰 전체가 아니라 ‘경찰 사조직’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때 만난 소식통은 “현재 경찰을 보면 개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사조직이 조직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한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당시 이태원 참사와 관련 경찰이 경찰을 제대로 조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특수본은 지금까지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용산경찰서만 조사하고 상급지휘기관인 경찰청은 건드리지 않았다. 또한 사건 책임을 용산구청으로 넘겼다. 최근 구속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해 7월부터 구청장을 맡았다.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말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경찰 내 사조직은 20여 년 전에 생겼다. 사조직의 시작은 ‘폴네티앙’이란 이름의 ‘경찰 수사권 독립’을 위한 일선 경찰 모임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모임은 이후 경찰들이 계급을 떠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는 곳이 됐다. 정치색은 전혀 없었다. 당시까지 존재하던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 지휘와 경찰관 무시에 대한 비판을 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2002년 12월 대선을 전후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접촉한 뒤 이들에게 ‘수사권 독립’을 약속하면서부터 강한 정치색을 띤 조직으로 변질됐다. 폴네티앙을 이끄는 사람들은 경찰대 출신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폴네티앙을 경찰 내 실제 사조직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후 10여 년 동안 경찰의 정치적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세력이 됐다. 

폴네티앙을 이끌던 이들은 조직이 점차 커지자 반공개 조직이던 폴네띠앙을 내버려두고 빠져나와 그들만이 모인 모임을 만들었다. 사조직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정치색이 강해진 뒤 시간이 흐를수록 경찰대 졸업생 가운데 호남 출신이 핵심인 비밀결사가 됐다"고 귀띔했다. 이후 이 사조직을 주시하는 사정기관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견제하는 목소리나 움직임은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폴네티앙은 다시 정치색이 빠지고 평범한 친목모임이 됐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색을 띠고 활동했던 경찰들은 사조직을 벗어난 뒤로도 주요 요직을 장악한 채 서로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경찰 사조직 소속 가운데 국회에 입성한 사람도 있다. 경무관급 직위를 마지막으로 경찰을 떠난 A의원과 B의원이다. 이들은 의원이 된 후 검수완박을 적극 지지했다. 또한 지난해 7월 행안부 경찰국 설치에도 앞장서서 반대하며 검찰개혁을 외쳤다.

이들의 부름에 화답하듯 경찰국 설치에 반발해 일어난 ‘총경 집단행동’ 또한 이 사조직과 연관이 있는 ‘총경’들의 행동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 전국 경찰서 주요 요직은 아직도 이 사조직 소속들이 잡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경찰 사조직 약 5000명 … 수사·정보·기획 대통령 경호부대 장악”

소식통은 이태원 압사사고와 관련해 용산경찰서에서 드러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이태원 사고를 보면서, 특히 용산서장과 용산서 정보담당자 행동을 보고 경찰 내에서는 ‘특정세력이 참사를 키우려고 공모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특히 112 상황실을 맡은 실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도 과거 112 상황실에 있어봤다며 “(이태원 압사사고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데 그 시간에 자기 사무실에 가 있다니 그 자리는 비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와 관련해 특정 정치색을 띤 경찰들이 수사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지적도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면서 “이태원 사고를 유심히 보면 경찰 사조직의 위험성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직위해제된 용산경찰서장과 자리를 비웠던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장, 전 용산경찰서장, 용산서 정보과 형사들에게 이태원 핼러윈 관련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던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모두 사조직 소속이다. 

소식통은 이어 “이 사조직 소속 고위 간부가 마약수사를 총괄하는 보직을 맡고 있는데 심각한 문제”라면서 “윤석열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마약수사는 제대로 된 성과를 못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사조직에 참여했던 한 간부가 조사한 데 따르면 사조직 소속이거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경찰이 5000명 안팎”이라며 “사조직 소속들은 현재 경찰의 수사·정보 분야 보직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 분야는 일선서 수사팀부터 과학수사까지 다 사조직 소속 간부들이 잡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 지방경찰청 기획부서와 마약수사, 대통령 경호부서까지도 사조직 소속들이 휘어잡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소식통은 “경찰에서 실무책임자이거나 결재 권한을 가진 간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간부는 거의 사조직과 연관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들과 달리 경찰 본연의 임무를 강조하며 사조직 참여를 거부했던 간부들은 다 지방 한직으로 발령 나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조직 소속들이 거의 모든 경찰기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한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중요한 수사가 제대로 안 될 것이다. 지금 이태원 압사사고도 경찰이 셀프 수사 중이지 않느냐”며 “윤석열 정부가 경찰 혁신 차원에서 사조직 소속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나라 치안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석 달이 채 지나기 전에 윤석열 정부는 경찰 사조직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지난 2월 2일 경찰 총경 인사가 그것이다. 

행안부는 지난 2일 총경 457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동아일보는 “총경 인사 명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7월 ‘총경의 난’ 참석자 50여 명 중 상당수가 각 지방경찰청 112 상황실이나 경찰교육기관 등 이른바 한직으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기존에 총경보다 한 계급 낮은 경정이 주로 맡던 지방경찰청 112상황실 상황팀장으로 전보된 총경이 9명이나 되고, 총경의 난 참석자인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장, 남대문서장 등도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는 분석이 많다고 덧붙였다. 

2월 2일 총경급 인사…윤석열 정부의 ‘경찰 개혁’ 신호탄

윤석열 정부가 경찰 사조직에 칼을 대기 시작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고 소식통은 평가했다. 전국 257개 경찰서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조직을 뿌리 뽑으려면 인사 조치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민주당은 국정원의 신원조사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위 공무원 신원조사를 국정원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그 기관이 경찰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와 검수완박 등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국정원 신원조사 제한법 주장까지 앞의 두 가지와 함께 보면, 모두 민주당에 스며든 경찰 사조직들의 눈에는 경찰의 권한이 막강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