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
[심층분석]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3.02.2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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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76%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것이 최근 여론조사에 드러났다. 한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최종현학술원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월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의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귀하는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7.6%가 ‘그렇다(매우 그렇다 15.9%, 어느 정도 그렇다 60.7%)’라고 답했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나 관련 자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처럼 높은 한국인의 핵무장 여론에 미국의 싱크탱크들도 놀란 모양이다. 미 3대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월 19일(현지 시각) 미국의 핵우산 공약 등과 관련한 화상 간담회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가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화상회의에 참석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민의 우려를 이해한다면서도 “우리는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하거나,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면서 “(북한 문제가) 계속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우리는 그것(전술핵 배치)을 대안으로 본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전술핵 한국 재배치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1일 2023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핵개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 연합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1일 2023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핵개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 연합

미국도 놀란 핵무장 여론

그렇다면 왜 이처럼 높은 핵무장 찬성률이 나왔을까? 북한의 핵위협이 현실로 다가섰기 때문이다. 또한 ‘핵무기에 대응할 수단은 결국 핵무기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이며, 미국의 핵우산 등 확장억제 제공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한마디로 미국의 핵우산이 찢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작용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핵무장 관련 발언도 화제가 되었다. 윤 대통령은 1월 11일 국방부와 외교부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핵무기 개발 등 북한의 도발과 안보 위협에 대응한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물론 이제 더 문제가 심각해져 여기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늘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금은 한미 간에 미 핵자산의 운용에 관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참여하고, 공동 기획, 공동 실행하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라며 전술핵 재배치와 나토식 핵공유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에서 핵무장 관련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위협이 심각해진다는 전제가 있었다”며 “안보라는 것은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을 지키겠다는 군통수권자의 의지와 각오를 분명히 한 말씀”이라고 대통령의 발언의 취지를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핵무장 관련 발언은 분명히 충격파를 던졌다. 

물론 한덕수 국무총리는 2월 임시국회에서 자체 핵무장 관련 현재로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도 한국 대통령의 입을 통해 핵무장이라는 말이 나온 이상 가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한미국방 장관회담을 통해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어 의지를 확인함과 동시에 핵 확장억제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약속했다. 한국 핵무장에 대한 선을 긋는 동시에 한국에 대한 방어 의지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을 통해 실행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정치적 무기가 된다. 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핵개발 의지는 미국과의 갈등을 야기시키기도 했지만 얻은 것도 많다. 현실적으로 핵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박 대통령은 또 다른 활로를 찾았다. 바로 원자력 발전소다. 

한국 최초의 고리 원자력 발전소는 미국 웨스팅하우스 기술이다. 박 대통령의 핵개발 의지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군사 지원을 축소하면서 압박을 가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무기 수입 다변화를 모색했다. 박 대통령은 서해 5도에서 북한 미사일 고속정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하푼 대함미사일 공여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거절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엑소세 미사일을 도입했다. 

북한 간첩선을 잡기 위한 고속정과 포항급 초계함 건조에는 영국과 네덜란드의 함정전투시스템을 탑재했다. 그 과정에서 기술 도입도 이뤄졌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발전했다. 
전두환 대통령의 5공 정부는 레이건 대통령의 미국과 최고의 동맹을 유지했다. 혹자는 전두환 대통령이 핵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핵 관련 모든 자료와 시설을 폐쇄한 것을 두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대가로 한국군의 현대화를 이룰 수 있었다. 88탱크라 불리는 K1탱크는 미국에서 설계를 지원했다. 한국 공군을 업그레이드 한 F16 전투기 도입과 주한미군에 탱크킬러인 A-10 공격기를 배치한 것도 일종의 핵포기의 대가였다. 

결과적으로는 박정희 대통령의 핵개발 시도가 한국군의 현대화를 가속화 시켰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절대로 핵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보다는 핵개발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치적 외교적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핵은 정치외교적 무기가 되는 것이다.  

핵은 또 다른 정치 외교적 무기

2016년 9월 19일 당시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새누리당 포천 가평)은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반도 정세, 이대로 좋은가? - 핵무장 논쟁을 중심으로’ 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2016년 한해 동안만 북한은 4차 핵실험,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5차 핵실험 등 핵·미사일 도발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북한의 핵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찬반 토론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핵무장 찬성 토론자는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반대 토론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천영우 씨가 나섰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핵이라는 것은 너무나 무서운 무기이기 때문에 그것을 갖지 않은 나라, 보복을 할 수 없는 나라는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 다 죽든가 또는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무조건 항복해버리든가 둘 중에 한 가지다”라며 북핵에 맞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핵은 핵으로써만 방어가 가능하다”면서 ‘전략적 핵무장’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춘근 연구위원은 핵무기의 성격을 “군사적 무기로 한정하면 안 된다”라며 “핵무기는 군사적 무기이기 이전에 정치적 무기”라면서 핵무장은 핵전쟁을 방지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군에서 말하는 ‘KILL CHAIN을 통한 선제적 타격’은 오히려 우리가 침략국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다면서 핵을 가진 나라에 핵이 없는 나라가 선제타격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말했다. 

반대 토론자로 나선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독자적 핵무장 불가론을 내세우면서 만약 핵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확장억제’가 있는 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천영우 전 수석은 엄연히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한국에 독자적 핵무장에 나서게 되면 한미관계가 파탄 나고 경제적 제재를 받게 된다고 현실적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전술적 차원에서는 한미 연합전력의 재래식 무기로도 얼마든지 북한의 주요 전략거점을 정밀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핵무장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핵억제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의 원거리 핵투발 능력이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핵억제 전략은 현 상태로도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자적 핵무장 반대론자들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경제적 제재이다. 미국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핵확산금지조약 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에서도 탈퇴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국제적 압박을 견딜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뜨겁다. 오래전부터 조갑제 기자는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했다. 

최종현학술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 76%가독자적 핵개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최종현학술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 76%가독자적 핵개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한국이 핵무장에 나서면 미국이 경제 제재할까?

조갑제 기자는 월간조선을 통해 “핵을 개발하다가 망한 나라는 없다. 핵무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는 지금 미국으로부터 제재는 커녕 막대한 원조를 받고 있다. 북한 정권도 핵을 개발하면서 한국으로부터 100억 달러 이상의 금품, 미국으로부터는 10억 달러어치 이상의 중유(重油)와 식량을 지원받았다”라고 언급했다.

조갑제 기자는 “박정희 대통령도 핵을 개발하려다가 포기한 대가로 주한미군 잔류,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한 지원 등 많은 것을 얻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미국의 국익을 지켜주고, 파키스탄은 대테러 전쟁에 협조하고,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미국과 협조하므로 미국이 핵무장을 묵인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동북아에서 한국은 이들 세 나라보다 미국에 더 소중한 존재이고, 한국의 몸값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경제적, 지정학적, 군사적 가치가 큰 나라는 핵개발을 해도 제재가 오지 않는다면서 박 대통령이 핵개발을 포기한 이유는 압력에 굴복해서가 아니고, 얻을 것을 다 얻었기 때문이라고 조갑제 기자는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술력으로 보면 본격적으로 핵 개발에 나설 때 6개월 이내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미 원자폭탄의 기본원리와 기술은 공개된 상태다. 관건은 우라늄 235의 농축이다. 핵물질에 대한 재처리 기술 확보가 관건이다. 농축 우라늄을 확보했을 때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핵의 원자를 깨트릴 수 있는 고폭탄을 만들어야 한다. 1억분의 1초라는 오차 안의 범위에서 뇌관 역할을 하는 고폭탄을 동시에 폭발시켜 핵분열을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을 방위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한국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핵개발과 북한의 핵개발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무장은 분명 한국을 적화통일하기 위한 공격 수단이다. 최근 북한은 핵 선제공격을 법으로 명문화까지 했다. 

2022년 9월 8일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 회의에서 핵 선제 공격을 명문화한 핵무력 법제화를 했다. ▲북한에 대한 핵·대량 살상 공격이 감행되거나 임박 판단 ▲지도부에 대한 핵·비핵 공격이 감행되거나 임박 판단 ▲국가 전략 대상에 대한 공격이 감행되거나 임박 판단 ▲전쟁 확대 막고 주도권 장악 위한 작전상 필요 ▲기타 국가 존립 위해 핵 대응이 불가피한 경우 등 핵 사용 5대 조건도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 법령에 담았다.

한국의 핵무장은 자위권에 해당

북한의 핵 선제타격 명문화도 한국인의 핵무장 여론이 급증한 배경이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핵무장은 전적으로 자위적이며 방어적이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핵개발과도 그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박정희 대통령이 핵개발을 은밀히 진행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에 포기했다. 

닉슨독트린에 따른 주한미군 7사단 철수와 베트남 공산화, 그리고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공약은 박정희 대통령으로 하여금 미국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줬다. 이러한 배경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국방이라는 기치 아래 핵개발을 시도했다.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원심력이 작용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카터 행정부는 박정희 정부에 상당한 압박을 가한 것이다. 당시 미국 워싱턴을 떠들썩하게 했던 박동선 게이트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이 핵개발에 나선다는 것은 미국에 전혀 원심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에 힘이 되는 구심력이 된다. 특히 중국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대한 패권도전세력으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 동맹국으로서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한국이 미국의 코어 정치인들에게 충분히 설득한다면 미국의 경제제재를 우려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실제로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핵개발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가하지 않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보다 앞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도 말한 적 있다. 한국의 핵개발은 단순히 북한 위협만을 전제로 할 것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거대한 위협을 지렛대 삼아야 국제적 힘의 균형 차원에서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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