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검수완박, 헌법재판소의 역사적 오점
[논단] 검수완박, 헌법재판소의 역사적 오점
  • 원영섭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승인 2023.04.17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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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하다. 변호사로서 수없이 많은 판결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봐 왔지만,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만큼 불의한 판단을 본 적이 없었다. 

우선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인권을 부정했다. 

헌법재판소는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한이라는 점을 부정했다. 검사에게 수사권이란 검사의 권한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검사를 위한 권한도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권한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적법절차의 원리, 죄형법정주의(헌법 제12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무죄추정의 원칙(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을 규정하고 있다. 수사를 해서 처벌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법률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무엇이 죄고, 무엇이 죄가 아닌지는 법률로 규정되어 있는데, 법률을 모르고 수사를 하는 것은 과도한 수사, 엉터리 수사일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의 이념편향적 판결은 헌법의 가치를 손상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연합
헌법재판소의 이념편향적 판결은 헌법의 가치를 손상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연합

또한,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런 인권침해는 무죄추정이 아닌 유죄추정이나 다름없는 상태를 만든다. 수사 시작만으로 이미 벌을 받고 시작한다는 의미다. 적법절차의 원칙에 의한 수사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분리할 수 없는 일체다. 결국 수사하는 사람이 법률을 알아야 적법절차의 원칙이 지켜지게 된다. 그래서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법조인이 수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그 수사를 하는 법조인을 검사라고 명명했다. 검사의 수사권이란 ‘법조인이 수사를 해야 한다’는 현대 형사제도의 대원칙을 선언한 것이다. 

한편, 많은 법조인들이 헌법 제12조 제3항의 검사 영장청구권 조항으로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한이라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한다. 물론 타당하다. 다만, 헌법 제12조 제3항의 검사 영장청구권 이러한 ‘법조인이 수사를 한다’는 현대 형사제도 대원칙의 하나의 현상으로 헌법에 기술되어 있는 것으로서, 검사의 수사권은 기본적인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서 헌법조항에서 광범위하게 근거를 찾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가 검사의 수사권을 부정하는 것은 이와 같은 기본적인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현재 형사 제도의 대원칙을 모조리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절차상 위법인데도 면죄부

다음으로 헌법재판소는 ‘위법한 날치기’에 무제한의 면죄부를 줬다.

국회의 날치기 입법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로 타협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 날치기는 다수결의 다른 이름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무리 날치기라도 최소한의 적법절차는 지켜졌다. 국회법상의 원칙규정을 예외규정으로 우회하는 방법이 강구되었을 뿐이다. 우리는 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을 지켜보았다. 안건조정위원회에 민형배 의원은 4월 27일 야당 몫으로 탈당한 후 들어갔고 17분만에 안건조정위는 다수당의 폭주로 마무리되었다. 검찰정상화를 부르짖은 민형배 의원은 오로지 검수완박법률을 통과시키기 위해 탈법을 명시하고 탈당했다. 

탈법을 명시한 국회의원의 자율성은 보장되어야 하는가. 국회의 자율권이 이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것인가. 물론 헌법재판소는 국회 법사위가 검수완박 법률안을 가결시킨 행위의 위법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 위법한 절차로 만들어진 법률은 유효라는 황당한 결론도 같이 내렸다. 과정은 위법하나 결론은 유효하다고 하려면, 도대체 과정은 왜 있는 것인가. 위법한 과정을 막아야 할 헌법재판소가 오히려 위법한 과정임에도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함으로써 위법을 조장하는 기관이 되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했다. 

사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을 중심으로 한 사법부에 비해 일반 국민들과 밀접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이르러 일반인에게 친숙해졌다. 그러나 헌법재판의 필요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건국 당시부터 헌법재판의 필요성은 깊이 인식되고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부동산 관련 밥안에 대해 문재인 정권 쪽에 유리한 판결을 했다. / 연합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부동산 관련 밥안에 대해 문재인 정권 쪽에 유리한 판결을 했다. / 연합

헌법재판소는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 제81조에 따라 설립된 헌법위원회로부터 출발한다. 특이한 것은 인적 구성이다. 제헌헌법의 헌법위원회는 위원장이 부통령이었고, 대법관 5명과 국회의원 5명이 헌법위원을 겸직했다. 헌법재판을 전담하는 위원은 없다는 의미다. 이런 인적 구성은 헌법재판이 3권 분립을 기초로 3권의 조정자인 모습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제도는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행정사법입법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각 부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다. 심리는 독립적이어야 하는데, 양보나 변경이 겸직하고 있는 위원들의 입장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당시에는 헌법위원회는 위헌법률심판권만 가지고 있었다. 겸직인 헌법위원인 국회의원 5명이 자신들이 만든 입법을 스스로 부정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헌법재판이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일임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1987년 6공화국 헌법을 만드는 개헌과정에서 헌법재판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과거의 헌법위원회의 문제를 깊이 인식하게 되었고, 비로소 헌법재판을 전담할 독립된 헌법기관의 필요함을 모두 공감한 상태에서 현재와 같은 헌법재판소가 출범했다.  

헌법재판은 국가의 모든 사무, 심지어 법률까지도 헌법에 합치되어야 한다는 절대 명제에서 출발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봤듯이, 헌법에 위반된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조차도 파면할 수 있는 존재가 헌법재판소다. 이런 큰 권한과 권위는 필수적으로 그 권한의 행사의 정당성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 밖에 없다. 정당하지 못한 판결만큼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가장 큰 적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인권과 적법절차도 지키지 않는 헌법재판소는 존재 의미가 없다. 다른 사안을 심판할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도 없다.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 결정은 미래에도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뿌리부터 흔든 역사적인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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