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북한산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
[심층분석] 북한산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3.05.31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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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일어난 ‘마약 음료’ 사건과 같은 달 일어난 10대 소녀의 자살 생중계 사건 이후 10대 사이에서의 마약 유통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배후는 과거 범죄조직이었지만 현재는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국가 세력’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北,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부터 당국 차원에서 ‘마약 사업’

북한이 국내에 마약을 유통한 것은 20년도 더 된 일이라는 게 탈북자들 의견이다. 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외화벌이 사업의 일환으로 마약을 제조했다. 다양한 북한의 화학기업소와 농장에서 필로폰, 헤로인 등 다양한 마약을 만들어 해외 밀수출했다. 마약 제조·수출 주체는 주로 보위부나 인민군이었다고 한다. 

2019년 5월 동아일보는 “평양 외곽 상원군에는 국가과학원 상원분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생산한 헤로인은 ‘디아제팜’과 외형이 똑같이 구별하기 어렵다. 보위사령부 등의 최정예 공작원들이 홍콩과 마카오 등의 동남아 마약조직과 접촉해 판로를 개척했다”는 한 탈북자의 말을 전했다. 이 국가과학원 상원분원에서 만든 헤로인이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자 북한은 1990년대 중반 해당 시설을 없앴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마약 제조·유통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고난의 행군’을 겪은 뒤 국가과학원 등은 원료 가격이 저렴한 필로폰 제조로 눈길을 돌렸다. 이때는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이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만든 필로폰 등의 마약은 보위부와 보위사령부, 정찰총국 등의 외화벌이 조직을 통해 중국을 거쳐 한국 또는 동남아로 흘러든다고 한다. 
북한은 필로폰 제조 기술을 국내 마약기술자에게 얻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필로폰 재료 또한 초기에는 중국에서 수입한 염산에페드린을 사용했지만 몇 년 전 ‘기술혁명’을 이룬 뒤 더 저렴한 재료로 더 순도가 높은 필로폰을 제조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 마약은 전 세계 마약조직에 인기가 높다.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남미 마약 카르텔이 판매하는 헤로인 순도는 30% 안팎이다. 동남아와 일본, 우리나라 마약 조직이 파는 필로폰 순도도 30% 내외였다. 반면 북한이 제조한 헤로인과 필로폰은 순도가 98~99% 수준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만들어 밀수출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데 이 정도 순도의 마약을 희석해서 팔면 3배 이상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각국 마약조직의 계산이었다. 
북한산 마약이 전 세계를 제패하게 된 배경에는 동남아 마약조직과 우리나라 마약조직, 중국 조직폭력배 ‘흑사회’가 있다. 특히 중국은 공산당이 1990년대부터 덩샤오핑의 뜻에 따라 시장개방을 하면서 마약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중국 내 마약 중독자가 늘자 공산당은 국내 마약 생산·유통·판매자는 극형에 처했다. 

당초 홍콩과 대만을 근거지로 했던 흑사회는 시장 개방과 함께 중국 본토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흑사회가 생각한 것처럼 녹록하지 않았다. ‘초한전’의 저자 이지용 계명대 교수에 따르면 시간이 지나자 결국 흑사회는 중국 공산당과 공생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흑사회가 보기에 중국 본토에서의 마약 유통은 위험하지만 해외 수출은 오히려 중국 공산당도 도왔기 때문에 훌륭한 돈벌이였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국내에서 마약을 생산하는 데 한계를 느끼자 북한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추측된다. 

탈북자가 밀반입한 북한산 추정 마약.
탈북자가 밀반입한 북한산 추정 마약.

北 생산 마약, 순도 98~99%로 높아 세계 마약 조직에 인기

북한은 21세기 초 위조지폐, 위조담배, 광물 수출 등 각종 외화벌이 사업을 벌였지만 핵개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그러자 북한은 무기와 마약 수출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북한 마약을 유통하던 동남아 마약조직에 중국은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이때 중국 공산당은 ‘초한전’이라는 세계 제패 전략에 따라 서방 진영에 마약을 침투하려던 중이었다. 이들에게 북한산 마약은 대단히 관심을 끄는 상품이었다. 98~99%에 이르는 고순도에다 가격도 서방에서 팔리는 금액보다 훨씬 저렴했다. 이것을 희석해 팔면 같은 양의 마약보다 최소 3배 이상을 벌 수 있었다. 게다가 북한산 마약은 이미 동남아 등에서 많은 ‘소비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결국 중국 공산당은 북한과 손을 잡고 헤로인과 필로폰 등을 전 세계로 수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2007년 1월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03년 이후 북한산 마약의 해외 유통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북한이 중국에 마약을 밀반출한 뒤 다시 수출한 탓”이라며 “때문에 세계 사람들이 중국산 마약 수출이 늘어난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북한산 마약”이라는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방송은 “2003년 4월 북한 화물선 ‘봉수’호가 시가 1억6000만 달러 상당의 헤로인을 싣고 호주 해안가에 정박하려다 당국에 나포된 사건 이후 북한 관련 마약 밀매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중국 범죄 집단이 개입돼 북한 마약이 중국으로 밀반입된 뒤 그곳에서 다시 배에 실려 제3국으로 수출된다”면서 “2006년 말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중국 여러 곳에서 북한인들이 중국 범죄 집단과 함께 메스암페타민 밀매에 관련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도 일부 경작지를 마약 재배를 위해 사용한다는 보고가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지적처럼 북한 마약은 중국을 통해 해외로 팔려나갔다. 중국 흑사회는 북한 마약을 들여와 이를 필리핀, 태국 마약조직에 보내면, 이 마약은 다시 미국이나 유럽으로 팔려나간다는 이야기가 2016년 미 국무부 ‘국제마약통제전략보고서’에도 실려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5월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마약 전담 부장검사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이원석 검찰총장이 5월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마약 전담 부장검사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中 통해 전 세계로 퍼지는 北 마약 가운데 국내 유입량도 적지 않아

문제는 이렇게 중국을 거쳐 수출하는 북한 마약 가운데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것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10년 당시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북한산 마약이 중국 흑사회를 통해 해외로 팔린다는 정황이 있다”면서 국내 대량 유입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2019년 5월 24일 RFA는 “중국에 대량의 필로폰을 밀수하는 북한인은 개인 밀수꾼이 아니라 북한 권력기관의 비호를 받는 외화벌이 조직”이라는 중국 소식통 이야기를 전했다. 소식통은 “이 조직은 중북 접경 도시인 혜산과 장백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중국에 필로폰을 들여와 외화벌이를 해왔는데 이달 초 중국 장백 공안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공안이 붙잡은 북한 마약조직원은 “중국으로 탈북한 노동당 간부를 검거한다”며 북한 당국이 중국에 파견한 요원이었다. 

다른 중국 소식통은 “2018년 북한이 중국에 파견한 인력은 1000명 가까이 되는데 이들은 장백·연길·심양 등지에서 간부급 탈북자를 잡아들이면서, 동시에 필로폰 밀수로 외화벌이를 해왔다”며 “북한에서 생산된 마약이 중국 마약 암거래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된 지는 오래됐다. 북한 마약은 중국을 거쳐 미국·일본과 남한 등에도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0월 조선일보는 “경찰이 북한산 필로폰 등을 투약·유통한 마약 사범 수십 명을 최근까지 검거, 검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신문은 “올해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필로폰 등을 투약·유통한 탈북민 등 19명을 지난달까지 검거, 이 중에 구속된 4명을 포함해 19명을 검찰에 넘겼다”는 서울경찰청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신문은 “검거된 마약사범들이 모두 자신들이 유통·투약한 마약 원산지를 북한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제조책과 주요 유통책 등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 대상 지역을 중국 단둥과 다롄, 웨이하이, 선양 등 북·중 접경 지역까지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서울청을 포함한 전국 17개 경찰청이 검거한 북한산 마약 유통 사범을 모두 합하면 그 규모가 100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경찰 등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연간 아편 40t 가량과 필로폰 등 합성 마약 3t 가량을 생산·판매해 1억~2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신문은 “국내 유통 중인 필로폰 30~40%가 북한산이며 순도가 높아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는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의 말을 전했다. 

이처럼 북한 마약 문제는 단순 범죄가 아니라 안보 문제로 여겨진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과 2022년 상반기 간첩을 잡아야 할 경찰 안보수사대가 마약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文 정부, 검찰 마약수사 조직 약화시켜

지난해 10월 11일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은 서울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서울청 안보수사대가 검찰에 송치한 사건 147건 가운데 30건이 마약 관련 범죄로 나타났고, 2022년에는 9월까지 검찰에 송치한 사건 44건 중 14건이 마약 범죄였다고 밝혔다. 이 내용을 보도한 머니투데이는 “북한 마약 범죄와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은 탈북자 출신 마약범들”이라며 “현재 국내 교도소에 수감된 탈북자들 중 마약류 범죄는 약 3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마약의 국내 유입이 대폭 늘어난 것을 두고 문재인 정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하면서 검찰 내 마약 수사조직을 사실상 해체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2018년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은 대검찰청 마약 수사 부서를 없앴고, 2020년 추미애 법무장관은 마약 수사과를 조직범죄과에 통폐합했다. 2021년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시행하면서 검찰의 마약 수사 대상도 축소했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의 마약 수사 역량을 문재인 정부 이전 상태로의 복원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거시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북한 마약 문제를 중국 공산당의 패권 전략과 묶어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초한전’의 저자 이지용 계명대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세계지배전략인 ‘초한전’에는 ‘마약전’이라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용 교수에 따르면 ‘마약전’은 중국 공산당 또는 인민해방군이 관리하는 ‘흑사회’ 등 범죄조직이 먼저 서방 국가에 침투한 뒤 거기서 마약을 유통해 지역 사회를 망가뜨리고, 이어 지역을 침략의 교두보로 만드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한국 등 서방 국가에 먼저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나 인민해방군이 관리하는 조직폭력배를 보낸다. 조폭은 먼저 마약부터 유통한다. 마약 중독자가 늘어나고 자금이 생기면 ‘화교 돈세탁 조직’을 활용해 자금을 빼돌린다. 화교 돈세탁 조직은 과거에도 유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 공산당이 이들을 관리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었다. 

이렇게 중국 조폭이 마약으로 번 돈 대부분은 돈세탁을 한 뒤 현지 정치인을 매수하는 뇌물로 쓴다. 이렇게 마약과 돈세탁 사업 기반을 공고하게 다진다. 마약 유통과 돈세탁 사업이 커지면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가 나선다. 이들은 현지 부동산을 매입한다. 현지 사회 치안이 중국 조폭 때문에 무너질수록 중국 통일전선 조직과 자금은 더 늘어난다. 자금이 늘면 사들이는 부동산도 커진다. 나중에는 현지 부동산 개발에까지 나선다. 

이 교수는 “이 전략은 아편전쟁을 뛰어 넘는다”며 “19세기 아편전쟁은 통상이 목적이었지만 지금 중국이 저지르는 마약전과 범죄전은 그 사회를 아예 붕괴시키겠다는 아주 악의적인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즉 마약을 유통해 돈을 버는 동시에 우리나라를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게 만든다는 것이 공통의 목표인 북한과 중국이 ‘마약 사업’에서 손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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