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가 전하는 잔잔한 감동
‘워낭소리’가 전하는 잔잔한 감동
  • 미래한국
  • 승인 2009.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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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ㅡ ‘워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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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의 승리소 몰고 농사 지었던 이 시대 마지막 아버지의 모습 담아소를 몰고 농사지었던 이 시대 마지막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소재 고갈에 허덕이던 한국 영화계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워낭소리’는 상영관 조차 확보하기 힘든 저예산 독립영화의 성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반 상업영화의 1/10에도 미치는 못하는 51개(2월 6일 기준)의 스크린으로 전국 관객 수 30만을 넘어섰다. 매회 상영때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워낭소리의 인기요인을 분석하는 시각들이 많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이 있는 해석은 바로 스토리의 ‘진정성’이다. 워낭소리는 원래 방송용으로 제작돼 극장용으로 걸리기에는 상영시간ㆍ작품 완성도 측면에서 일반 상업영화에 비해 부족한 감이 있다. 그러나 워낭소리는 ‘소 팔고 논 팔아 자식을 키웠다’던 아버지들의 모습을 찾고 찾아 경북 봉화군의 한 늙은 노부부를 카메라에 잔잔히 담아냈다. 40살이나 먹은 소, 이 소와 함께 농사지으며 30년을 함께 했던 팔순 노인 최원균 씨, 소만 챙기는 할아버지에게 불평을 토로하고 버럭 소리도 지르지만 16살에 시집와 9남매를 키운 할머니 이삼순 씨의 실제 삶이 편집을 통해 영화로 재탄생했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나한테는 이 소가 사람보다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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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가 다 휜 할아버지는 8살 때 침을 잘못 맞아 힘줄이 오그라들어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소는 이 할아버지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자 친구요 9남매를 먹여 살린 삶의 젓줄이었다. 40년을 함께 한 소를 위해 할아버지는 흔하디 흔한 농약 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농약을 치면 소가 새끼를 못밴다는 것이다. 소와 함께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는 있는 힘을 다해 소에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산에 오른다. 늙은 소에게 할아버지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할머니는 “소 팔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소와 함께 죽을 거라는 할아버지에게 결국 지고 마는 애부(愛?)가이다. 30년을 함께 해온 소가 먼저 죽어버리자 할아버지는 소를 정성껏 묻어주고 외로이 언덕 위에서 워낭(마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을 흔든다. 이 영화를 제작한 이충렬 감독은 지난 8일 전라도 광주의 한 극장에서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 시대 남은 마지막 아버지의 모습을 찾기 위해 10년 동안 전국의 우시장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한 시간 남짓한 이 영화를 제작하는 데만 무려 3년이 걸렸다.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4,000만 원의 제작 지원금을 받았지만 어려운 제작비 사정으로 이 감독은 홀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할 때가 많았다. 지난해 우리 나라 독립영화의 제작 지원금은 편당 4,000만 원으로 총 예산이 1억5,000만 원에 지나지 않았다. 해마다 영화의 꿈을 가진 젊은 감독 준비생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제작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설사 사비를 들여 영화를 찍는다고 해도 실제 상영관을 확보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영화 워낭소리는 겨우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제작사와 배급사를 만나 7개 상영관에서 시작돼 흥행에 성공하면서 스크린 수가 늘어난 케이스에 해당한다. 그런 면에서 워낭소리의 성공은 새로운 소재에 목말라 있는 한국 영화계에서 젊은 감독들에게는 꿈을, 관객들에게는 눈물과 감동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남겼다.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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