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50일 전투’로 체제유지 안간힘
북한, ‘150일 전투’로 체제유지 안간힘
  • 미래한국
  • 승인 2009.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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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당 개장 허용 시간 늦춰
북한은 지난 5월 10일부터 오는 10월 10일(노동당 창건일)까지의 기간을 ‘150일 전투’로 명명하며 주민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장마당 통제, 개성공단 계약무효선언, 개방파 숙청 등 일련의 북한당국의 조치는 체제유지에서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반증으로 ‘150일 전투’를 통해 체제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주민으로서는 또 한 번의 고난의 시기가 다가올 전망이다.

‘150일 전투’는 ‘2012년 강성대국 완성’이라는 경제적 돌파구를 위해 마련됐지만 그동안 난제로 해결되지 않았던 장마당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북한정권 측면에서 시장세력 확산은 북한당국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임박한 후계자 계승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오전 9시~정오 사이에는 거리 통행이 금지되고 장마당 개장시간도 오후 2시에서 4시로 늦춰졌다. 주민단속을 위해 보안일꾼들과 근로단체의 단속성원들이 거리마다 순찰하면서 통행하는 사람들을 잡거나 시장 개·폐장 시간을 엄수하지 않는 사람들은 강제노동형에 처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고 후계자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북한당국은 체제 단속에 민감하다. 후계자 계승과 관련 평양 소재 소학교에서는 ‘김정운 장군’ 노래를 직접 가르쳤다는 소식과 핵심 간부들은 이미 후계자가 누군지 안다는 정보가 전해지며 후계자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

김정일은 지난해 8월 이후 뇌졸중 등 순환계 질병을 앓아 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월 20일 김정일의 병자에 가까워 보일 정도의 수척해진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5월 20일 미국의소리방송(VOA)과 인터뷰에서 중국정부가 북한의 후계자 승계 작업을 감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레이저 연구원은 “최근 평양에 다녀온 중국 전문가로부터 북한에서 후계자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의회조사국 CRS의 래리 닉쉬 박사는 “북한에서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와 온건 협상파 간에 권력 다툼이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북한에서 대미 관계는 주로 내각 소속인 외무성 그리고 남북 관계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같은 당 소속 기구가 다뤄왔으나 김정일 건강 이상설이 나온 지난해 8월 이후 군부가 협상파를 제치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5월 15일 ‘위임’에 따른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개성공단 계약무효선언도 남북협력의 흔적을 제거하고 체제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지난 5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칼럼에서 “북한 지도부는 남북 협력 자체를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북한 당국은 남북 협력의 흔적을 없애 버리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금강산과 개성시내의 관광 중지 그리고 개성공단에 대한 위협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고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북한의 대남정책을 책임졌던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처형소식을 중요시하며 “북한은 고위 간부의 숙청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 보도가 사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그가 숙청을 당했다는 것만은 명확하다”며 “이 시점에서 최승철의 처형이나 숙청은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보면 남북 협력 활성화는 북한의 통치 계층을 위협하는 과정이다”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권력구도에 정통한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지난 5월 18일 RFA와 인터뷰에서 ‘150일 전투’는 김정일의 3남인 김정운이 진두 지휘하고 있고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다면 북한 지도부는 1980년 이후 한 번도 열지 못한 당대회 개최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 박사는 “김정운이 ‘150일 전투’를 수행하면서 성과를 거둔다면 업적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150일 전투’가 끝나는 시점이 당 창건 기념일과 거의 맞물려 있다. ‘150일 전투’에서 큰 성과가 있으면 김정일이 당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노동당대회를 통해 김정운이 공식적으로 후계자 지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이경한 기자 lkhan1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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