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하 의원 “평화유지군 파병은 1석 4조”
황진하 의원 “평화유지군 파병은 1석 4조”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09.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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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 (전 유엔 평화유지군 사령관)
   
 
  ▲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 (전 유엔 평화유지군 사령관)  
 

미국 정부가 최근 우리 정부에 아프가니스탄 재건 지원의 일환으로 한국군의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 파병문제는 5월 30일 한미 양국 국방장관회담과 6월 1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최종 논의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파병이 결정될 경우 진보좌파단체들의 격렬한 반대운동이 예상돼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7년 12월 탈레반의 한국인 선교단 인질사태 직후 철수시킨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파병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파병 규모와 형태는 어떻게 될 것이며, 파병에 따른 효과는 무엇일까? <미래한국>은 지난 5월 25일 유엔 평화유지군(PKO) 사령관 출신의 황진하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만나 해외파병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황 의원과의 일문일답.
김범수 편집위원


-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한 찬반 여부가 조만간 이슈화될 조짐을 보입니다. 현재(5월 25일 기준)까지 정부ㆍ여당에서 파병에 관해 논의된 구체적 사안들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지난 5월 6일 정부는 아프간(아프가니스탄)에 의료봉사 및 재건 지원을 할 수 있는 인력을 60명 보내고 500만 달러 상당의 장비를 지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내산 오토바이 300대와 구급차 100대는 올해 7월 말까지 현지에 도착 할 예정입니다. 의료 인력 및 훈련인력 60명은 내년 1월에 추가 파병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아프간에 중급 규모의 한국 병원(수술실 2개, 병상 30개 등 자체 수술 및 입원 가능 시설 구비)과 5개 공과교육이 가능한 직업 훈련 센터를 만들고, 태권도를 강의하고 훈련할 수 있는 시설물도 건축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25명이 아프간에 가 있지만 내년에 60명이 추가로 파병된다고 하면 85명이 아프간에 파병되는 거죠.”

아프간 전쟁의 3대 목표

- 그러한 미국의 지원요청이 있었습니까

“미국에서는 딱 부러지게 한국에 이런 병력을 보내달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현재까지는 한국이 아프간에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지만 어떠한 병력을 얼마나 보내달라고 얘기는 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한미정상회담 때 비전투적인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은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추가적으로 아프간 파병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프간 전쟁은 아프간의 안정화 지원, 재건지원,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평화유지 활동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면 그 결의안에 따라 병력을 보내겠다는 병력 공여국들이 유엔이 임명한 사령관의 주재 하에 평화유지 활동을 하는 것이 있고, 유엔 결의안에 따라 세계 지도 국가 급에 있는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 강대국들과 강대국들에 동참하겠다는 나라의 병력들과 함께 평화 유지 혹은 평화 강제를 지원하는 활동이 있습니다.”

- 미국에서 파병을 어떻게 요청했느냐, 이런 문제에 언론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만한 미국’의 이미지를 빼겠다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강제적으로 요구하는 것 같은 모습을 안 보이겠다는 겁니다. 미국은 아프간 작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라크는 안정돼 가지만 아프간은 탈레반의 소굴입니다. 미국은 한국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파병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병력을 얼마만큼 어떻게 파병해달라는 얘기는 안 합니다. 나토(NATO)국가들과 미국이 탈레반 소탕 작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별로 재건 사업을 통해 아프간 사람들의 민심을 얻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프간 파병을 왜 해야 하나

   
 
     
 

- 아프간에 파병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미국이 9ㆍ11사태를 겪었듯이 우리 나라도 KAL기가 격추되고, 미얀마에서 아웅산 폭탄테러를 당하는 등 테러를 경험했습니다. 테러를 경험한 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지구상에서 테러는 무슨 이유든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테러를 방지하려는 세계적인 노력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아프간 파병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는 대한민국이 가장 어려웠던 한국전쟁 때 유엔 결의안을 통해서 16개국이 전투지원국으로 참전했습니다. 5개 나라는 비전투지원국으로 참여했구요. 이 중 미국이 제일 많이 왔습니다. 미군 3만 6,000명이 사망했습니다. 우리가 그때 그런 도움을 받아서 지금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보은 차원에서도 우리를 도와준 나라에 대해 보답해야 합니다.

또한 동맹국가로서 당연히 파병하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전투병을 파병할 때 발생할 안전문제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아프간 전쟁을 지원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인데, 우리 군의 안전을 고려하면서 분명히 도움을 주는 것은 비전투병력으로 지원하는 겁니다. 비전투병을 지원한다는 것은 이미 정부에서 결정됐습니다.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프간 파병에 참여한다면, 우리 국가수준에 맞는 정도의 기여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전투병 파병까지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걸로 압니다.

“아프간에는 지역별로 PRT(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프간의 전쟁복구 혹은 경제재건을 돕는 팀입니다. 전투하는 것이 아니라 재건 활동을 하고, 아프간 안전 보장을 위한 경비ㆍ경호를 목적으로 하는 비전투 요원들이죠. 미국과의 동맹을 생각하고 주한 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을 고려했을 때, 재건 지원팀으로 가는 것은 검토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재건 지원팀이 경비ㆍ경호ㆍ행정ㆍ군수 등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파병 규모 100명 이하는 부족합니다. 최소한 300~400명 선이 돼야 국제사회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한다는 명분을 살리면서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의원님께서 생각하시는 파병 형태와 규모에 대한 현실적인 제안은 어떤 겁니까.

“공병을 보내는 겁니다. 1개 중대가 가면 100여 명이 가는 것이고, 2개 중대가 가면 300~400명이 파병되는 겁니다. 1개 중대만 가더라도 경비 병력이 포함되면 300~400명 이 됩니다. 많이 보내는 것보다 적정수준을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프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파병된 인력을 합쳐서 1,000여 명 정도가 적절합니다. 현재 레바논에 가있는 동명부대 559명 병력을 제외하고, 500명 전후는 아프간에 보낼 수 있지 않나 검토하고 있습니다.”

비전투원도 전투경험 축적

- 앞서 파병의 이유로 6ㆍ25때 진 빚을 갚는다는 보은적인 의미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보다 실질적인 경제적인 이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국익은 병력을 파견할 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라크 같은 경우가 한 예입니다. 우리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 가서 유전 개발권을 따내고 아르빌 신공항 경영에 참여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한국이 기술도 있고, 이라크에 병력을 파병한 국가이기 때문에 전후복구 사업에 참여할 명분도 있는 겁니다.

또 한 가지는 이러한 파병이 군인들의 전투력을 향상시킨다는 겁니다. 군인들이 실전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어디 있겠습니까. 물론 훈련장에서 연습할 수도 있지만 실제 전쟁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부하를 통솔하고, 지휘관으로서 중요한 결심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디 가서 기동 훈련했다고 전투력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전장에서 단련돼야 항상 전투력이 강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비전투원이라 해도 전투를 안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테러가 터지고 요원이 암살되기도 하는 상황에서 항상 경비를 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실제 전투를 하는 효과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런 국익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지 먼저 앞세우는 것은 좀 부끄러운 일이지요.”

 

- 2007년에 아프간에서 샘물교회 피랍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아프간에 파견한 병력의 철수가 앞당겨진 것인지요.

“꼭 그래서 만은 아닙니다. 미묘하게 그 사건과 국회에서 파병 동의를 얻어야 하는 시점이 맞물린 거죠. 파병을 하게 되면 매년 국회에서 1년마다 연장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철수할 시기가 다가오는 시점이 돼서 돌아오게 된 겁니다. 꼭 그 사건이 일어나서라기보다 당시 국민적인 정서가 파병을 연장하겠다는 얘기를 당국자들이 거부한 것도 있었습니다. 파병이 약속된 기간이 있었으니까 당시 미국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 의원님께서 2002년 1월에서 2003년 12월까지 사이프러스(Cyprus) 유엔 평화유지군사령관으로 근무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셨고 파병을 한다면, 구체적으로 우리 군이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인지 의원님의 경험을 토대로 얘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프간에 가서 활동하는 것은 일반적인 평화유지 활동과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 해야 하는 임무가 틀립니다. 아프간에서는 2007년 12월 철군한 동의부대처럼 의료지원도 하고, 또 같은 시기에 철군한 다산부대처럼 건설지원도 해주는 등 재건활동을 돕는 일을 하게 됩니다. 또 기술 교육을 하러 간 사람들은 기술 교육을 시켜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근무했던 사이프러스(키푸러스)는 분쟁 해결이 우선 사안이었습니다. 분쟁 예방, 분쟁 중재, 폭동진압 그 다음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거였습니다. 완충지대에서 터키계 사이프러스 사람과 그리스계 사이프러스 사람의 분쟁을 방지하고, 분쟁이 생겼을 때 중재를 해서 해결하는 겁니다. 인도적 지원에는 식량과 의료지원이 중요했습니다.”

- 한국의 PKO(평화유지군) 활동 능력은 어떻습니까.

“한국의 PKO활동은 세계적으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동티모르의 상록수 부대가 대표적 예입니다. 레바논의 동명부대, 이라크의 자이툰 부대도 같은 경우입니다. 우리 나라는 분단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쟁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한국 사람처럼 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경제력도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절대 무시하지 못합니다. 민사 작전도 잘 합니다.

예의범절이 발라서 마을의 지도자를 존중해주고 약자 보호도 잘 합니다. 이번 해외순방 중에 레바논 부대를 방문했는데 어버이날에 노인분들을 초청해서 잔치해주고. 스승의 날에 현지의 선생님들에게 파티를 열어주는 모습을 봤습니다. 태권도도 가르쳐 줍니다. 현지인들이 한국인을 ‘친구’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 평화유지활동을 나가있는 병력들은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사석에서 아프간에 더 많이 보내줘야겠다고 말합니다.”

한국 최초 유엔사령관

- 한국인 최초의 유엔 평화유지군 사령관이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케이스로 임명되셨나요.

“어느 지역에 10~20개 나라가 파병을 한다고 하면, 그 나라에서 사령관 후보를 추천받아 유엔에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사람을 뽑습니다. 제가 뽑히게 된 것은 우리 나라의 상록수 부대가 동티모르를 갔기 때문입니다. 1개 대대 병력을 파병하다보니까 한국에서 사령관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가 추천을 받은 겁니다. 다른 나라 출신 분들과 경쟁했는데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제가 사령관이 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동티모르가 아닌 사이프러스에 가서 사령관을 했습니다.

동티모르에는 대통령직을 역임한 구스마오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 나라 지도층에서는 아세안 국가 출신 평화유지군사령관 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유엔으로부터 사이프러스 사령관으로 가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여서 결국 사이프러스 사령관으로 가게 됐습니다. 제가 간 사이프러스에서는 한국인이 저 혼자 밖에 없었습니다. 사이프러스에 주재하고 있는 평화유지군 부하도 다 외국군이었습니다. 저는 외국군만 지휘하는 사령관이었습니다.”

-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PSI 참여는 이미 했어야 합니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팔아먹는 나라가 있는데 왜 PSI에 참여하지 않습니까.
파병문제를 다시 요약하자면 네 가지 이유, 즉 보은적 이유, 세계평화 유지에 대한 참여, 경제적 이득, 그리고 전투력 향상 등을 파병의 이유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1석 4조인 셈이지요.” #

인터뷰/김범수 발행인 

정리/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사진/이승재 객원기자 fotolsj@hanmail.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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