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미선의 제2 전성시대
방송인 박미선의 제2 전성시대
  • 미래한국
  • 승인 2009.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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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나의 매니저 … 자리에 연연 안해”
개그우먼보다 방송인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박미선 씨. 21년 동안 공백없이 일한 그녀가 풍기는 인상은 ‘친숙함과 성실함’이다.

그녀는 SBS 표준FM ‘이봉원 박미선의 우리집 라디오’, SBS TV ‘대한민국 국민고시’, MBC TV ‘세바퀴’, KBS 2TV ‘해피투게더’에서 MC를 맡고 있으며, MBC 시트콤 ‘태희 혜교 지현이’에 출연하고 있다. 방송 3사를 넘나들며 쉴새없이 달리는 그녀는 최근에 폐지된 ‘명랑 히어로’와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그만두면서 1주일에 하루 이틀 쉴 시간이 생겼다.

“약간 워커 홀릭이에요. 데뷔한 지 21년 되었는데 두 아이 낳으면서 한 달씩, 딱 두 달 쉬어봤어요.”

부침이 심한 방송가에서 그녀처럼 꽉 채워서 일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4학년 때인 1988년에 MBC 개그콘테스트를 통해 발탁된 그녀는 데뷔 초기부터 눈길을 끌었다. 큰 눈을 굴리며 가만히 서서 사람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던 키 큰 그녀가 바로 ‘여자 스탠딩 개그’의 원조이다.

“웃기려고 하지 않고 그냥 말하듯 했는데 그게 더 웃겼나봐요. 당시 MBC 코미디가 고전을 면치 못할 때여서 PD가 신인들을 많이 기용했는데, 그게 저한테 기회가 된 거죠.”
독신녀 ‘별난 여자’의 독백이 워낙 재미 있고 독특해 아직도 그 개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개그로 데뷔했지만 처음부터 MC(방송진행자)로 일하고 싶었다고 한다. 1991년 SBS 개국 때 허참 씨와 ‘빙글빙글 퀴즈쇼’를 진행하면서 MC의 꿈을 이룰 수가 있었다. 정확한 발음과 순발력 있는 진행으로 2007년에 KBS에서 바른 언어상(TV진행부문)을 받기도 했다. 주로 MC로 활약하지만 연기와 개그에 능한 그녀는 이것저것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다 어렵지만 가장 힘든 건 역시 개그예요. 개그는 그야말로 올인해야 가능합니다. 하루에 10시간씩 아이디어회의를 하고 대본을 짜야 해요. 예전에 이성미 언니랑 SBS ‘코미디 전망대’ 할 때 하도 지겨워서 호텔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며 아이디어 짠 적도 있어요. 하루 종일 방송국에 갇혀 있으니 미칠 것 같더라구요.”

방송가에서 한때 이름 날리던 사람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여기저기 갖다 쓰기 편하고, 그래서 꾸준히 부르시는 것 같아요. MC, 패널, 드라마 까메오, 단역 등 가리지 않고 해요. 무난하면서 튀지 않잖아요.”

겸손하게 말하지만 어떤 프로그램이든 그녀가 서면 안정감을 얻는다. 무게중심이 되어 프로그램을 격조 있게 만든다는 것이 그녀에 대한 공통된 평가이다. 프로그램 제안이 오면 자신의 역할을 까다롭게 체크하고 철저한 준비를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프로그램의 무게중심
“어떤 색깔의 프로그램인지, 내가 이 자리에 필요한지 안 한지, 그런 걸 살펴보죠. 제안이 오면 제 의견을 슬쩍 얘기합니다. 조율을 한 다음에는 마음에 안 맞아도 열심히 합니다. 결정한 이상 최선을 다해야죠. 방송은 힘든 세계입니다. 특히 예능 오락은 쉽지 않은 분야예요.”

‘해피투게더’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여러모로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3년 전에 제안이 왔는데 당시 유재석, 박명수, 신봉선이 MC였어요. 저한테는 ‘한 달 고정’이라는 거예요. 한 달 써보고 결정하겠다는 뜻이어서 자존심이 상했지만 PD가 일단 해보자고 하더군요. 사우나에서 ‘박명수를 웃겨라’라는 코너에서 확실히 망가졌죠. 늘 반듯한 이미지였는데 데뷔 이래로 처음 망가졌습니다. 해피투게더 고정 MC가 되면서 ‘명랑 히어로’와 ‘세바퀴’에서도 MC 제의가 왔어요. 그러면서 갑자기 ‘제2의 전성시대다, 아줌마가 하는 프로가 재미 있다’는 말이 나왔어요.”

자존심보다는 일이 중요
박미선 씨는 그동안 ‘황금 신부’, ‘돌아와요 순애 씨’ 등 드라마에도 도전했다.

“웃음을 주는 극의 감초 역할을 주로 맡았어요. 역할의 크기에 신경 안 써요. 제가 욕심을 부릴 만한 위치가 아니니까요. 어떤 역할이든 거기에 맞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할 뿐이죠. 앞으로 ‘내 인생이 있는, 호흡이 긴 일일드라마’를 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시트콤은 드라마와 코미디의 중간 정도여서 재미 있게 하고 있지요.”

그녀가 빛을 발하는 분야는 라디오 진행이다. 라디오 진행자는 ‘연예인들의 꿈’이라고 할 정도로 차지하기 힘든 자리이다.
“데뷔하자마자 지금까지 라디오를 쉬지 않고 했어요. 라디오는 청취자들의 반응을 바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뜨거운 매체여서 좋아요. 후배들에게 ‘할 수만 있다면 라디오를 하라’고 권유하죠. 라디오의 강점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는 거예요. 순발력과 위기대처능력이 생기면 뭐든 할 수 있게 돼요. 아프다가도 마이크만 잡으면 눈이 반짝 떠져요. 방송이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이 일을 통해 생활하고 대접받으니 복 받은 거죠.”

데뷔하자마자 유명세를 떨친 그녀도 약간의 슬럼프를 겪었다.
“주인공을 하던 여배우에게 엄마 역할 제의가 들어오면 슬프다고 하더군요. 저도 4년 전에 메인 MC가 아니라 패널 제의가 들어왔어요. 용납할 수 없어서 다 거절했죠. 그러다가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패널 제의가 와서 고민하다가 맡기로 했어요.”

명절 때 어떤 제안이 오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MC냐, 심사위원이냐에 따라서 향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시 명절 때 MC가 아닌 심사위원 제안도 있었다고 한다.

“패널 제의에다 심사위원 제의, 그건 이제 자리를 바꿔 앉으라는 뜻이거든요. 마음이 복잡하더군요. ‘주께서 내길 예비하시네’라는 찬송가를 부르면서 ‘매니저 되시는 주님, 제 길을 인도해주세요’라고 기도했어요. 그러자 ‘방송국을 직장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무슨 일이든 시켜주면 하겠다’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까 다시 일이 들어오더군요. 그때 이후로 ‘자리가 중요하지 않다, 일하는 게 중요하다’는 각오로 살고 있습니다. 그때 만약 자존심만 생각하고 다 거절했더라면 ‘제2의 전성시대’를 맞지 못했겠죠.”

기회는 하늘이 준다
요즘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하차하면서 ‘프리랜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박미선 씨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자리나 마찬가지겠지만 방송은 어떻게든 버티는 사람이 이깁니다. 여긴 정글과 같은 곳이에요. 특히 나이 먹어 가는 여자들은 운신의 폭이 점점 좁아져요. 어떻게든 적응해야죠. 자신이 리드하다가 조연이 되면 눈치봐가면서 자기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주인공을 침범해서도 안 돼요. 지켜야 할 룰이 있거든요. 어느 날 해피투게더 녹화를 끝나자 봉선이(신봉선)가 ‘오늘 저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거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해피투게더는 재석이(유재석)가 메인이다. 재석이가 해야 할 룰이 있다. 우리는 그 옆에서 박수치고 웃어주면 돼. 너 오늘 많이 웃어주고 박수쳤잖아. 니 몫은 그거야. 유재석이 잘하도록 해주는 게 우리 몫이야’ 그렇게 말했어요.”

박미선 씨는 프리랜서를 ‘젖은 낙엽’에 비유했다.
“착 붙어서 절대 안 떨어지는 젖은 낙엽이 되어야 합니다. 밟혀도 밟혀도 살아남는 인동초 같아야 돼요. 개길 때 개기더라도 숙일 때 확실히 숙여야 합니다.”

박미선 씨는 자신의 최전성기를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출연할 때인 1990년대 중반이라고 기억했다.
“그때는 제 스케줄에 맞춰서 녹화를 했을 정도예요. 일이 끊이지 않았지요. 세상이 내 것인 줄 알았어요. 정상에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느닷없이 확 꺾이는 순간이 와요. 그때를 잘 대비해야 합니다.”

큰 슬럼프를 겪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비결을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그건 하늘이 주신 거라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가 없어요. 저에게 제2의 전성기를 주신 건 하늘이 주신 기회죠. 재능과 노력 외에 분명히 뭐가 있어요. 늘 준비하고 있어야 기회가 온다지만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되는 사람 있잖아요. 그래서 하늘의 역할을 더욱 생각하게 돼요.”

그녀는 아주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여 굴곡 없이 꾸준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3년 전 최고조로 바쁠 때 기아대책기구 ‘행복한 나눔’ 대표를 맡았고, CTS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개그맨 송은이 김영철 이영자, 탤런트 최화정 씨 등과 함께 충신교회에 다니는 그녀는 연예인 동료들과 함께 성경공부도 하고 교회 행사에서 MC를 보는 등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가리지 않고 즐겁게 열심히
쉬지 않고 방송 활동을 한 박미선 씨와 달리 남편 이봉원 씨는 본업인 개그보다 부업에 더 열중했다. 다양한 사업을 벌였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개그맨들이 사업을 하는 이유는 놀 장소가 없어서 그래요. 방송에서 일을 할 수 없으니 다른 일거리를 찾을 수 밖에 없지요. 남편은 방송 일을 너무 가리는 스타일이에요. 안 그랬으면 방송을 계속 했을 거예요.”

요즘 이봉원 씨는 본업으로 돌아와 OBS와 골프채널에 출연하고 있다. 또 박미선 씨와 함께 매일 라디오를 진행한다.
“이봉원 씨는 개그를 참 잘하는 코미디언이에요. 리얼하게 진실된 연기를 하지요. 정극도 잘해요. 그런데 토크는 너무 독해요. 위험수위를 오르락내리락 하죠. 남편이랑 라디오를 진행하니까 호흡이 잘 맞아서 좋은데 사소한 일로 다툰 날은 표가 나나봐요. 그런 날은 청취자들 문자가 많이 안 들어와요.”

그녀는 “남편이 지금은 사업을 안 하지만 기회가 있으면 또 하려고 하겠죠”라고 말하면서도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다. 자신을 딸처럼 예뻐하는 시부모가 두 자녀를 돌봐주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다며 고마워했다.

“앞날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요. 연극도 하고 싶고 뮤지컬도 하고 싶은데 춤과 노래가 안 돼서 걱정이죠. 일하는 게 재미 있어요. 맡겨주시는 일을 가리지 않고 즐겁게 하면서 열심히 살아야죠.” #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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